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16
어찌된 일인지 그의 행적이 폭로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제자들이 하나둘 죽어나갔으며, 자신은 독에 중독됐다.
힘겹게 도망치다가 독이 효력을 발휘한 탓에 이 산골짜기에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독을 하기도 전에 6급 성역의 오독문 제자인 노파가 쫓아와 진을 형성했고 이에 서낙형은 이 산골짜기에 갇힌 상태였다. 비법을 이용해 자신의 상태를 화청종에 전달한 그는 화청종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지원을 와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서 도우, 화청종 사람들이 온다 한들 소용없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우리 오독문뿐만 아니라 악혼종(岳魂宗), 도법종(道法宗), 둔행파(遁行派), 악총도(魔叢道) 등 6급 성역의 거의 모든 종파에서 출동했거든! 자네가 가진 그 8급 성역 파천종(破天宗)의 옥패와 전설로만 전해지던 열공단(涅空丹)의 제작 방법을 얻기 위해서 말이야!”
한제가 이 황량한 대륙에 도착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귀원종의 문제를 생각하면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기에 슬슬 돌아가야 했다.
지금의 귀원종은 자도종이 쳐들어올 경우 그대로 멸망할 터였다.
더구나 자도종 사람을 죽인 것은 자신이었고 여연비 덕에 새로운 신분을 얻었으니 모른 체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불완전한 극음의 기운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서라도 자도종 사람을 만나야 했다.
한제가 이 황량한 대륙에서 흉수들에게 쫓기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약초를 모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뜻밖에도 이 거대한 검은 원숭이는 약초를 훔치는 데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었고 심지어⋯⋯
‘매우 익숙해 보이는군.’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틀림없이 오랜 시간 해온 일일 터였다. 심지어 흉수들에게 쫓기는 것조차 퍽 익숙해 보였다.
‘더구나 이 일을 무척… 즐기는 것 같다.’
게다가 녀석은 이 황량한 대륙 흉수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 보였다.
녀석을 쫓는 흉수들이 그저 약초 하나 빼앗긴 것으로 이렇게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추격할 리 없었다. 저들에게서는 분노와 함께 슬픔도 느껴졌다.
한제는 이미 이 흉수들이 지키는 약초 중에는 산꼭대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자라나는 것들도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런 숨겨진 곳을 찾기 위해서는 한제라 해도 시야를 짙게 가린 안개 때문에 신식을 펼쳐야만 했지만 검은 원숭이는 달랐다.
녀석은 마치 그런 약초들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오랫동안 이 기회를 기다린 것 같았다.
함께 약초를 훔치는 사이에 녀석은 한제에게 친밀감을 느낀 듯 이따금 따뜻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
한제는 검은 원숭이를 굴복시키던 때가 떠올랐다. 엄청난 힘을 보였음에도 원숭이는 좀처럼 굴복하려 하지 않았고 원한과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죽음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야 굴복했다. 한데 지금은…
‘따라오는 녀석들이 너무 많은데⋯⋯.’
한제는 고개를 살짝 돌려 부옇게 피어오른 먼지 연기를 보았다. 뒤에서 추격해오는 흉수들의 대군에는 약초를 강탈당하지 않았는데도 가담한 녀석들도 적지 않았다. 이 검은 원숭이의 평소 행태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흉수들의 대군은 끝이 보이지 않아 파도처럼 넘실댔다. 그럼에도 검은 원숭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내달렸고 익숙하게 갖가지 신통술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제는 피식 웃더니 저물공간에서 노란 부적을 꺼내 검은 원숭이의 어깨에 붙였다. 순간 황토색 폭풍 한 줄기가 폭발하며 하늘로 치솟았고 검은 원숭이는 바르르 경련하더니 한층 빠른 속도로 흉수들을 따돌리며 훌쩍 나아갔다. 녀석은 기쁜 듯 웃음소리 비슷한 것을 냈다.
한데 녀석은 곧장 떠나지 않고 몸을 돌려 흉수들을 향해 소리를 꽥꽥 질렀다. 그리고는 흉수 무리가 가까이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엄청난 속도로 그 안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다리를 걷어차는 등 그 대열을 가르고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캬오오!”
“크아아아!”
녀석을 뒤쫓던 흉수들은 더욱 거칠게 포효했다.
검은 원숭이는 흉수 무리를 가르고 나오자마자 다시 그 안으로 달려들려 했다. 허나 한제가 살짝 어깨를 두드리자 녀석은 곧장 방향을 바꿔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은 원숭이는 빨라진 속도를 이용해 더욱 거세게 약초들을 털었다. 자연히 뒤를 쫓는 흉수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이에 대지의 진동도 하늘에서 몰아치는 안개도 심해졌다.
황량한 대륙을 한 바퀴 휩쓴 검은 원숭이는 자신을 뒤쫓는 엄청난 규모의 흉수들을 이끌고 대륙의 중심으로 내달렸다. 대륙의 중심에 고급 흉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제는 녀석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검은 원숭이는 엄청난 속도로 대륙 중심에 진입했는데 그곳에는 많지 않은 수의 야트막한 산봉우리만이 곳곳에 있었다. 한데 짙은 안개에 휩싸여 그 너머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 산봉우리들에서는 짙은 음산한 기운과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검은 원숭이가 산골짜기 안으로 들어섰을 때, 한제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이 산골짜기 안쪽은 지나치게 조용해 흉수의 포효조차 들려오지 않았고 특히 검은 원숭이가 진입한 뒤로는 텅 빈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이곳에 흉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검은 원숭이 역시 의혹을 느낀 듯 속도를 늦추더니 더 나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한제의 눈치를 살폈다. 한데 그때 다시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뒤를 쫓는 흉수들이 이곳에 이른 듯했다.
한제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검은 원숭이는 성큼성큼 앞으로 내달렸다. 한제의 지시 아래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나아가는 동안 점차 뒤를 쫓던 흉수들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뒤쪽의 흉수 무리도 모두 이 산골짜기로 진입했다.
바로 그때, 한제는 긴장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안개 너머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오독문에서 이 일을 처리할 것이니 관계없는 자는 속히 떠나⋯⋯ 엇!”
허나 그 음산한 목소리는 말을 채 맺지 못하고 탄식을 터뜨렸다. 아마도 거대한 원숭이와 엄청난 기세로 몰려들고 있는 대규모 흉수들을 목격한 탓일 것이다.
이 무렵, 한제 역시 신식을 통해 1만 척 정도 너머의 산골짜기에 여덟 개의 두개골이 뜬 채 수많은 사혼을 흡수하는 것과 그 힘을 이용한 신통력으로 산골짜기 주위를 둘러싼 것을 확인했다. 또한 그 여러 두개골 중 하나에 서 있는 비쩍 마른 노파도 발견했다.
한편, 엄청난 규모의 흉수들이 밀려들고 있음을 알아차린 노파는 찬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수련자답게 금세 저 흉수들의 목표는 앞에 선 검은 원숭이와 그 어깨 위의 백발 수련자임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아마도 저자는 화청종에서 서낙형을 구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거나 6급 성역의 다른 종파에서 보낸 이일 터였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노파는 앞으로 몸을 날려 잔영을 그리며 검은 원숭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독기가 어린 안개도 사방으로 퍼뜨렸다.
한제는 자신이 다른 이들의 분쟁에 끼어들었음을 깨달았다. 여덟 개의 두개골로 형성한 진은 산골짜기에 누군가를 가둬놓기 위함일 터였다.
허나 지금은 상황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독기를 품은 채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고 있는 노파에게서는 살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산골짜기 안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원숭이의 어깨 위에서 내려왔고 마음속으로 녀석에게 명을 내렸다.
이에 검은 원숭이는 곧장 방향을 틀더니 한제와 노파를 우회해 산골짜기의 여덟 개 두개골 쪽으로 돌진했다.
한제는 곧장 결인을 그리더니 앞을 가리켰다. 순간 한 줄기 검은 바람이 휙 일어나며 몇 마리 흑룡으로 변해 노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노파는 송오덕과 같은 정열기 중기 수준이었으나, 독을 이용한 공법은 놀랄 만한 수준이라 실제로는 그녀가 훨씬 강력했다.
노파는 눈앞에 달려드는 검은 바람을 보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세 번의 숨결을 뱉어냈다.
첫 번째 숨결은 붉은 안개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 검은 바람으로 이루어진 용과 충돌하며 콰쾅 하는 소리를 울렸다.
두 번째 숨결은 검은 물이 되어 비처럼 뿌려지더니 붉은 안개를 뚫고 한제에게 향했다. 저 검은 빗방울 하나하나에는 독기가 어려 있어 닿는 순간 살을 썩어 문드러지게 할 터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숨결은 반짝이는 일곱 빛깔의 빛으로 번쩍이더니 높이가 1천 척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상이 됐다.
“독왕(毒王)이시여, 나타나 주십시오! 독령인(毒靈印)!”
노파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엄청난 신통력을 발휘했다. 이에 독왕의 조각상은 두 눈에서 어스름한 빛을 번득였고 이 빛은 실체를 갖춘 것처럼 쏘아져 나와 교차되면서 검은색 문양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 문양은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만약 그 문양에 찍힌다면 육신이 피로 변해 흘러내릴 뿐만 아니라 원신마저 사라질 터였다.
노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상대가 공격을 피할 것을 대비한 듯 소매를 크게 휘둘러 손가락 굵기의 뱀 한 마리를 소환했다.
그녀의 영혼과 연결된 영수인 이 뱀은 온몸이 새카맣게 빛났고 머리 부분에는 벼슬처럼 작은 뿔이 나 있었다. 이 뱀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강한 비린내가 사방으로 풍겼다.
하지만 노파가 실수한 것이 있으니, 바로 호풍(呼風)을 얕잡아본 것이었다. 특히 한제의 수준이 정열기에 이른 뒤로는 그가 익힌 백범의 6대 선술의 위력이 더욱 강력해졌고 청림 덕분에 이 선술들을 좀 더 깊이 체험하고 깨달은 바 있었다.
다섯 갈래의 검은 바람으로 이루어진 흑룡들과 노파가 뱉어낸 첫 번째 숨결로 이루어진 붉은 안개가 충돌했다.
쾅! 쾅!
연이은 우렁찬 소리에 붉은 안개가 흩어졌고 다섯 마리 흑룡은 포효를 내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번개처럼 튀어나와 한데 뭉치더니 순간 엄청난 위압감을 퍼뜨리면서 하나의 검은색 창이 됐다.
허상으로 나타난 창은 약간 투명했지만 아주 날카로워 보였다. 이 창은 검은 비와 독령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곧장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노파가 세 번째 숨결을 뱉어내고 소매를 휘둘러 벼슬이 달린 작은 뱀을 소환했을 때, 그 검은 창은 이미 1백 척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르러 있었다.
“헛!”
극강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 닥치자 노파의 안색이 대변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녀의 피부 곳곳은 강한 바람에 움푹 패었고 두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었다.
그녀는 공격을 멈추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주름이 가득했던 피부가 순식간에 검은 비늘로 변하더니 인간과 비슷하지만 흉맹해 보이는 흉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한편 한제는 살기를 번득이며 허공에 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허상으로 나타난 조각상이 쏘아 보낸 문양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후퇴할 시간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노파의 수준은 한제보다 약간 높았지만 그는 여태 적지 않은 정열기 중기 수련자를 상대해왔다.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린 상황에서는 용감한 자가 이기는 법이었다.
독령인이 날아든 순간 한제는 오른손을 펼쳐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독령인과의 거리가 7촌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왼손 손가락으로 오른손 손등을 두드렸다.
손가락이 엄청난 속도로 손등에 닿을 때마다 콰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반경 1천 척, 1만 척에 존재하는 원력이 통제되어 그의 손가락을 타고 오른손 손바닥으로 응집했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순간, 엄청난 힘이 이 황량한 대륙 전체를 진동하게 할 만큼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제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엄청난 위력에 노파의 두 번째 숨결로 이루어진 검은 비는 내리기도 전에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이어서 요란한 소리가 메아리를 울리며 멀리까지 퍼졌다. 그 거대한 소리에 한제조차 고막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때, 바르르 떨리던 독령인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로 뒤덮이더니 이내 펑 하고 깨져서 한제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간 거친 원력에 휘말린 채 조각상의 가슴팍을 향해 돌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 조각상의 가슴팍에는 검은 손자국이 남았고 두 갈래 균열이 뻗어 나가 눈 깜짝할 사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내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한제가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순간, 벼슬이 달린 작은 뱀이 쉭쉭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독기를 뿜어내면서 돌진해왔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뒤로 물러나면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그의 저물공간에서 은시가 나타나더니 곧장 그 작은 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틈을 타 몸을 훌쩍 날린 한제는 노파에게로 향했다.
표정이 어두워진 노파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지만 검은 창은 어찌나 빠른지 공간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녀를 뒤쫓았다.
한제가 자신의 신통력들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온 것을 목격한 노파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내 그녀는 혀끝을 깨물어 피를 이용해 다시 독을 품은 공법을 발휘할 기회를 엿보았다.
한데 바로 그때, 달려들던 한제의 두 눈이 살기로 번득이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앞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정(定)!”
그 순간, 허공에서 생겨난 수많은 미세한 실이 곧장 노파의 몸을 옭아맸고 그녀는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 또한 그녀는 결국 입에 머금은 피를 뿜어내지 못하고 삼켜야만 했는데 그 피에는 엄청난 독이 깃들어 있었다.
평소라면 그 피가 그녀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한제는 지금 그녀가 발휘할 수 있는 신통술을 전부 끊어놓은 데다가 정신술까지 사용한 상태였다. 때문에 노파의 피는 그녀 자신의 몸을 공격하게 됐다. 이에 노파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급격하게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검은색 창이 달려들어 노파의 가슴을 파고들더니 쾅 하고 폭발해버렸다.
한제는 재빨리 소매를 휘둘러 막 도망치려던 노파의 원신을 거두었다.
순식간에 끝난 전투였지만 그 과정에서 한제가 무릅쓴 위험은 매우 컸다. 노파가 발휘한 독을 품은 공법은 같은 수준의 수련자에게도 심지어 그녀보다 높은 수준의 수련자에게도 유효했다.
그러니 독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야 한제에게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심지어 상대의 이름조차 몰랐다. 만약 그녀가 다짜고짜 자신의 목숨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그녀를 죽일 이유가 없었다.
은시와 싸우던 작은 뱀은 노파의 원신이 한제에게 사로잡힌 순간 몸을 바르르 떨더니 끊임없이 약해지다가 결국 은시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 무렵, 검은 원숭이는 전장을 빙 둘러 여덟 개의 두개골로 봉인된 있는 산골짜기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녀석의 뒤를 쫓는 흉수들이 뒤를 따랐다. 흉수들의 수가 엄청났던 데다가 노파의 통제력도 사라진 상태였기에 산골짜기를 봉인한 여덟 개의 두개골은 순간 불안정해지더니 서로 부딪혀 마디마디 부서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