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86
한제의 외침에 금혈마수는 곧장 몸을 날렸다. 옅은 금빛이 번득이는 녀석의 몸은 마치 태양 같았고 눈부신 빛이 예리한 검처럼 발산되었다.
먼저 달려든 자혈마수가 마치 법보와도 같은 거대한 주둥이를 휘둘렀다. 저 주둥이에 꿰뚫리면 순식간에 흡수당해 그대로 말라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제는 삼지창을 휘둘러 녀석에게 천둥번개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콰르릉 소리와 함께 녀석에게 벼락이 내리쳤다. 이어서 몸을 돌려 뒤쪽에서 달려들던 자혈마수를 찔렀다.
자혈마수의 몸을 꿰뚫은 순간, 삼지창에서는 파란 화염이 솟구쳐 녀석을 삼켰다.
흉수인 흡혈마수는 법보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쇄열기 수련자와 맞먹는 힘을 가졌다고는 해도 그만큼의 전투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한제를 태운 금혈마수는 자혈마수들을 민첩하게 피하며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자혈마수의 거대한 몸집 때문에 쉽지 않았다.
화가 난 듯 금혈마수는 눈빛이 점점 거칠게 번득이더니 더는 피하지 않고 왕의 위압감을 발산하며 자혈마수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산 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혈마수는 수백 척을 밀려났으나 전혀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로 오히려 분노한 듯 선력까지 응집시키며 달려들었다.
반면 금혈마수 왕은 곳곳에서 피가 흘렀고 주둥이 부분에는 금까지 가 있었다.
허나 극심한 고통이 오히려 광기를 부추긴 것인지 온몸의 금빛 털을 빳빳하게 세우더니 포효를 내질렀고 좀 전보다 더 빠르게 돌진했다.
“캬아아아!”
한제는 금혈마수가 저 거대한 흡혈마수 왕의 피를 빨아먹게 하기로 결심한 이상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위험하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한제는 예리한 눈빛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 허공에 뜬 그에게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순식간에 몸이 부풀어 올라 수천 척에 달하는 거인이 되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삼지창 역시 같이 불어나 길이가 수천 척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순간, 고신의 기운이 발산됐다.
한제는 온몸의 힘을 삼지창에 응집시켜 크게 휘둘렀다. 거대한 삼지창은 성난 용처럼 포효하며 수많은 흡혈마수의 포위망을 꿰뚫었다.
삼지창에는 고신의 힘은 물론 규칙의 반점에 담긴 경지의 힘까지 응집되어 있었다.
그 위력이 발휘된 순간, 사방에서 내리치던 천둥번개도 한곳으로 모여들어 하나의 공이 되더니 콰르릉 소리를 냈다.
동시에 남색 불바다도 넘실거리며 작열하는 듯 뜨거운 열을 발산했다. 게다가 삼지창 안에 한제의 신통력까지 깃들어 있었다.
이에 사방의 흡혈마수들은 순간 우뚝 멈추었고 심지어 자혈마수조차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한제는 금혈마수를 거대한 손으로 움켜쥐더니 힘껏 내던졌다.
“캬오오오!”
금혈마수는 그 힘을 이용해 힘껏 앞으로 나아갔다. 삼지창의 위력에 왕의 위엄까지 더해지자 흡혈마수들은 감히 나서지 못했다.
삼지창은 자혈마수의 포위망을 꿰뚫고 골짜기 가장자리를 맴돌고 있는 금색 흡혈마수들에게로 달려들었다.
한데 그 순간, 전방에 파문이 나타났다.
꽈르릉!
파문과 삼지창이 충돌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방에 고래(古來)의 기운을 품은 문양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문양들에 가로막힌 삼지창은 그대로 멈춰 섰다. 그러나 한제의 금혈마수는 멈추지 않았다. 수백 마리 금혈마수 뒤편의 거대한 골짜기를 향한 녀석의 갈망이 두 눈에 그대로 담겼다.
수백 마리 금혈마수가 막아섰지만 한제의 금혈마수는 왕의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오!”
그 순간, 쩌적 하는 소리가 체내에서 흘러나오면서 녀석의 온몸은 붕괴하는 듯했는데 상처에서는 금색 피가 흘렀다.
금색 피가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상처를 메웠고 그 순간 녀석의 머리 위로 거대한 허상이 하나 떠올랐다. 높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흡혈마수의 허상이었다.
어두운 금색 빛을 발하는 허상이 나타난 순간, 사방의 모든 흡혈마수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우뚝 멈춰 섰다.
녀석들의 눈빛에는 경외심이 어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골짜기 밖으로 나오려 몸부림을 치고 있던 거대한 흡혈마수 왕도 바르르 떨며 처음으로 금혈마수를 바라보았다.
한편, 한제는 거대한 흡혈마수 왕의 허상이 나타난 순간 자신의 몸도 금색 빛으로 뒤덮인 것을 알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득였다.
그는 주작성에서 처음으로 흡혈마수를 보았던 때를 떠올렸다.
이제야 어째서 주작성에 흡혈마수가 있었던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 무렵, 골짜기 안의 거대한 흡혈마수 왕은 신중한 눈빛으로 포효했고 몸부림은 더욱 격렬해졌다.
하지만 골짜기 안팎은 알 수 없는 힘으로 뒤덮여 있어 그 거대한 금혈마수조차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녀석은 계속해서 버둥거렸고 그러자 골짜기가 쩌적 소리와 함께 좀 더 벌어지려 했다.
한제의 금혈마수는 금빛을 발하며 유성처럼 날아들더니 곧바로 주둥이를 거대한 흡혈마수의 몸에 꽂아 넣으려 했다.
“쿠오오오!”
골짜기에 끼인 흡혈마수는 계속해서 포효하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위로 대량의 파문이 일었다.
순간 금혈마수가 소환한 거대한 허상이 수많은 파문을 피해 골짜기의 거대한 흡혈마수 몸에 주둥이를 꽂아 넣었다.
“키야아악!”
골짜기의 흡혈마수 왕이 바르르 떨었다.
찰나의 순간, 한제의 금혈마수도 달려들어 거대한 허상과 융합하는 듯하더니 그 거대한 흡혈마수에게 주둥이를 꽂아 넣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거대한 흡혈마수의 몸에 주둥이를 박은 녀석은 탐욕과 갈망의 빛이 어린 눈을 번득이며 상대의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흡혈마수 왕은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자 골짜기의 균열이 또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한제의 금혈마수는 피를 빨아들이자마자 상처가 싹 사라졌고 금빛은 더욱 짙어졌다.
한데 거대한 흡혈마수가 발버둥을 치자 엄청난 힘이 체내에서 발산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한제의 금혈마수 역시 그 위력에 떠밀려 나갔다. 동시에 골짜기의 균열이 빠른 속도로 벌어지면서 녀석이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본원의 기운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흉악한 기세가 퍼져 나왔다.
금혈마수는 다급하게 물러났고 허상도 빠르게 흩어져 녀석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사방의 흡혈마수들은 뒤로 물러나는 금혈마수를 저지하지 않았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허공을 움켜쥐어 삼지창을 회수했다. 동시에 그의 몸은 급속도로 줄어들어 눈 깜짝할 사이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고 곧장 금혈마수의 등에 올라타 빠르게 후퇴했다.
바로 그때, 저 멀리 세 개의 조각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던 아홉 개의 조각 중 남은 여덟 개의 조각이 거대한 흡혈마수의 포효에 바르르 떨리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붕괴한 조각으로부터 수많은 흡혈마수가 튀어나왔다.
아홉 개의 조각은 모두 흡혈마수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다. 그 수가 어느 정도나 될지 짐작도 할 수 없었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울 지경이었다.
한제를 태운 금혈마수는 두 모금의 피를 빨아들인 뒤부터 더욱 짙어진 금빛을 번득이면서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왕으로서의 위압감 또한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다.
순간, 주위의 붉은 흡혈마수들 중 1만 마리 정도가 달려들었다. 특히 거리상 가까웠던 녀석들은 바들바들 떨면서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붉은 구름에 섞여들었다. 여기에 1천 마리가량의 남혈마수도 가담했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백혈마수들 중 1백여 마리가 가볍게 몸을 떨면서 골짜기와 한제의 금혈마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그들 역시 하얀 구름 덩어리를 이루어 금혈마수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자혈마수 중에서도 한 마리가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금혈마수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녀석은 굳은 의지가 남긴 눈빛으로 몸을 훌쩍 날려 보라색 빛이 되어 한제가 거느리고 있는 흡혈마수 무리를 쫓았다.
모은미
자혈마수를 본 한제의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게다가 남은 한 마리의 자혈마수도 바로 뒤따라왔기에 한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오길 잘했군.’
한데 그때, 한제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그곳에서는 금혈마수도 한 마리가 날아와 합류하고 있었다.
“하하하! 크하하핫!”
한제는 광소했다. 그리고는 이 흡혈마수들을 이끌고 곧장 질주했다.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규모의 붉은 구름에는 남색, 흰색, 보라색, 금색 흡혈마수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의 질주를 누구도 막아서지 못했고 한제는 유유히 달아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분노로 가득한 포효가 들려왔다. 거대한 골짜기가 쩍 벌어지면서 마침내 빠져나온 그 거대한 흡혈마수의 포효였다.
그 순간 다른 흡혈마수들 역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거대한 흡혈마수 왕은 맹렬히 몸을 돌리더니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저 멀리 흡혈마수 무리가 자취를 감춘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몸을 훌쩍 날려 파문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갔다.
뒤로는 백만 마리가 넘는 흡혈마수가 뒤따랐다. 대지가 놈들의 그림자로 한밤중처럼 어두워질 정도였다.
구름이 요동치고 대지가 진동했으며 하늘에서는 수많은 균열이 나타나면서 파문이 일렁였다.
한제를 태운 금혈마수는 1만 마리가 넘는 흡혈마수를 이끈 채 전속력으로 질주했고 삽시간에 풍의 선계 출구로 다가갔다.
한제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한 덩어리 붉은 구름이 떠 있었고 그 안에서 포효와 붕괴하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에 한제는 진중한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려 결인을 그린 후 쉬지 않고 대량의 금제를 배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격해오는 흡혈마수들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칠게 몰아친 바람에 비린내가 훅 끼쳐왔다.
한제는 눈을 감고 자신의 심신을 봉선인 안에 있는 천운자의 혼백과 융합시켰다.
그 순간, 한제의 기운이 급변했고 눈빛은 모든 것을 관철하는 듯 침착해졌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저물공간에서 석주 하나를 꺼냈다.
한제가 주먹을 움켜쥐자 석주에서는 일곱 색채의 빛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발산됐다. 이어서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펑 하고 터져버렸다.
“소환, 역행자!”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하늘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에는 일곱 색채의 빛이 나타나 대지를 뒤덮으며 엄청난 위압감을 발산했다.
그 빛과 위압감의 주인공은 거대한 나침반이었다. 폭이 1만 척에 달하는 일곱 빛깔의 나침반은 급속도로 회전하면서 한제 무리와 추격해오는 흡혈마수 무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나침반에서는 무시무시한 힘이 발산되었다.
한제는 다시 천운자의 혼백과 분리됐고 그 순간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직 몸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한 탓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온몸을 휩쓸던 검은 기운이 몇 마리의 흑룡이 되더니 흡혈마수들을 호위하며 질주했다.
잠시 후, 콰르릉 하는 먹먹한 소리가 들려왔다. 온 세상이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