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3)
013화
아니,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근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양손에 있던 바위가 미끄러지듯 떨어져 나갔다.
툭!
선에서 고작 1미터 거리에 바위가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덩치에 비하면 힘이 별로네! 하하하!”
“아주 큰 이천일! 아주 실망이야!”
공터 중앙에서 구경하고 있던 부족 사람들 사이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비웃음이 섞인 그 웃음소리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나 또한 어이가 없었으니까.
‘변화된 근력을 제대로 조절했어야 했는데··· 바보도 아니고.’
몇 번의 호명에도 반응하지 않자, 심판을 보는 원로가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아주 큰 이천일! 뒤로 물러나 대기하라!”
“네? 네.”
나는 대기 자리로 힘없이 걸어가 털썩 앉았다.
또다시 내 순서를 기다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작 근력 수치가 +1이 되었는데, 확연하게 힘의 차이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늘어난 근력에 미리 적응할 필요가 있겠어.’
나는 조용히 상태 창을 켜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를 근력에 다 투자했다.
온몸에 활력이 돌며 좀 전과 다르게 힘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 흐른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변화된 근력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연계 퀘스트의 보상에 대해 생각했다.
레벨업 하는 게 좀 까다롭고 어려울 뿐이지, 보상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천상의 도서관이라···
과연 어떤 보상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잠시 후, 내 앞 순서인 ‘우직한 곰’의 경기가 끝나자 또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역시 우직한 곰이다!”
“아까보다 바위를 더 멀리 던졌어.”
“보나 마나 바위 던지기 우승은 우직한 곰이네.”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말 속에 내 이름이 또다시 호명하자 천천히 걸어갔다.
기회는 단 한 번.
‘보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해야 돼.’
다행히 대기하는 동안, 어느 정도 변화된 내 근력에 적응할 수 있었다.
선 안에 서며 ‘우직한 곰’이 던진 바위 거리를 확인했다.
‘멀리도 던졌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직한 곰’의 괴력은 대단했다.
게임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그를 이긴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힘의 차이가 컸으니까.
‘아까처럼 실수하지 말자.’
심호흡하며 바위를 힘껏 들었다.
확실히 좀 전보다 바위가 가벼웠다.
허리에 반동을 주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이번에는 ‘우직한 곰’이 던진 거리를 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위를 힘껏 던졌다.
셋!
그 순간, 내 힘을 받은 바위가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며 쭉 뻗어 나갔다.
여기저기서 부족 사람들의 감탄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 또한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멀리 날아가는 바위를 쳐다봤다.
툭!
심판을 보던 원로가 한걸음에 달려나가 땅에 떨어진 바위를 확인했다.
“바위 멀리 던지기 우승자는 아주 큰 이천일!”
“······.”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던 나를 향해 부족 사람들이 환호와 함께 축하를 보냈다.
“한눈에 봐도 우직한 곰보다 더 멀리 던졌지?”
“응.”
“설마 우직한 곰을 이길 줄은 전혀 몰랐어.”
“정말 대단하다!”
내 엄청난 괴력에 나도 놀란 듯 침을 꼴딱 삼켰다.
[띠링!] [연계 퀘스트(2)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20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연계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아슬아슬하게 우승했네.’
* * *
‘바위 멀리 던지기’ 경기가 끝나고, 해가 떨어지자 부족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녀가 함께 추는 춤.
‘나비춤이라고 했지.’
‘달이 뜨다’의 설명에 ‘나비춤’을 어렵게 알아냈다.
활활 타오르는 대형 모닥불 주위로 원을 그리며 남녀가 모여 있었다.
둥! 둥! 두두두두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타타타탁! 탁! 타타탁!
속이 빈 통나무를 두드렸다.
각양각색의 문신과 치장 속에 남녀가 자유롭게 땅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착! 착! 착! 착! 착! 착! 착! 착!
나 또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껏 나비춤을 흉내 냈다.
망토처럼 허리까지 내려오는 가죽옷을 잡고 양팔을 휘저으며 두 발로 땅을 번갈아 찼다.
어떨 때는 화려한 나비가 날갯짓하듯···
어떨 때는 이성을 유혹하듯···
어떨 때는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하듯···
기분이 묘하고 이상했다.
가죽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춤을 추고 있지만, 피곤함보다는 오히려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닥불 빛 사이로 남녀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았다.
나비춤을 추며 나를 지나치는 젊은 여자들이 나에게 연신 호감을 보냈다.
특히 ‘달이 뜨다’도 내 주위를 계속 맴돌며 강렬한 유혹을 보내왔다.
잠시 후, 모닥불이 꺼지고, 나비춤도 끝이 났다.
지친 몸으로 움막으로 돌아온 나는 상품으로 받은 사슴 뒷다리를 기둥 위에 올려놓거나 인벤토리에 보관해 놓고 잠자리에 누웠다.
낮에 있었던 게임 시스템 대한 것도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 * *
축제 마지막 날.
젊은 남자들은 사냥 실력을 겨루기 위해 한 명도 빠짐없이 ‘활쏘기’ 경기에 참여했다.
사람 키 정도 되는 표적 다섯 개가 오십 미터 거리에 각각 설치되어 있었다.
표적은 가죽 안에 마른 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순서대로 다섯 명씩 나와 활을 다섯 번 쐈다.
표적에 화살이 정확히 맞힐 때마다 환호가, 화살이 빗나갈 때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특히, ‘용감한 늑대’가 활을 쏠 때는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백발백중.
그것도 다섯 개의 화살이 표적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췄다.
내 차례가 되자 보답으로 받은 활과 화살을 들고 걸어갔다.
마지막 연계 퀘스트를 다시 확인하면서 처음으로 걱정이 앞섰다.
‘활을 쏴 본 적은 없는데···’
그나마 ‘활쏘기’ 경기에서 우승하라는 퀘스트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다섯 발 중에 한 발은 맞출 수 있겠지.’
부족 원로의 신호에 투박한 활에 화살을 걸었다.
활줄을 귀 뒤까지 힘껏 당기자 나와 같은 순서에 있던 젊은 남자들이 표적을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기준점을 어디로 두고 맞혀야 하는 거야?
활 쏘는 것을 배우지 않아서 기준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다.
일단, 과녁을 대충 기준점으로 잡고.
화살을 놓는 순간 활줄의 반동으로 왼손에 잡고 있던 활이 흔들렸다.
삑사리가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화살은 표적 근처에 가지도 못 하고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힘없이 떨어졌다.
이천일을 유심히 지켜보며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숲의 사냥꾼’과 부족의 원로들이 순간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음! 활을 처음 만져 보나?”
“그러게. 활을 잡는 것도 그렇고, 시선 처리도 어설퍼.”
부족 사람들도 이천일의 형편없는 활쏘기 실력에 당황한 듯 웅성거렸다.
“실수겠지?”
“그래, 실수겠지.”
“몇 발 남았잖아. 계속 지켜보자고.”
한편, 다른 사람이 활을 다 쏘는 동안 나는 신중하게 활을 쐈다.
한 발, 두 발, 세 발.
세 발 다 표적을 빗나갔다.
그래도 나름 운동 신경이 있어서 조금씩 표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힘을 빼야 활이 흔들리지 않는군.’
활쏘기는 늘어난 근력과는 크게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집중력.
심호흡하며 화살을 날렸다.
슉!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표적을 스쳐 지나갔다.
‘맞출 수 있었는데.’
무척 아쉬웠지만, 어느 정도 감이 왔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작은 포물선으로 그르며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포물선을 고려하며 기준점을 조금 높게 잡아야겠어.’
다시 한 번 심호흡하며 마지막 화살을 활에 걸치자 뒤쪽에서 미미한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졌다.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마치 표적이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아주 크게 보였다.
‘지금!’
활줄을 놓자, 화살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표적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슈우우욱!
푸욱!
표적 정중앙에 정확히 박힌 화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를 질렀다.
“됐어!”
부족 사람들이 선 안에 혼자 남은 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왔다.
“마지막 화살은 맞혔네!”
“잘했어! 아주 큰 이천일!”
그들의 칭찬이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띠링!] [연계 퀘스트(3)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20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200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연계 퀘스트의 보상으로 ‘천상의 도서관’의 도서를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 / N] [띠링!] [레벨업을 했습니다.] [무작위로 능력 +1과 능력 포인트 +2를 줍니다.] [무작위 능력 상승에 따라 민첩 스탯이 1 증가합니다.]눈앞에 계속 떠오른 메시지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레벨업’ 보다는 ‘천상의 도서관’에 시선이 갔다.
‘흥분을 가라앉자.’
지금 당장 보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도 있어 보상은 나중에 움막에서 조용히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후, ‘활쏘기’의 우승자가 가려졌다.
‘용감한 늑대’가 앞으로 나와 추장에게 상품을 받고 있었다.
난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알 수 없는 미소로 피식 웃었다.
‘의외로 활쏘기가 재미있네.’
활쏘기를 처음 해봤지만, 긴장감도 있고 나름 특유의 손맛이 있었다.
* * *
저녁이 되자 ‘큰 거북’ 부족의 주술사이자 치료사인 ‘입이 크다’가 대형 모닥불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곰 가면을 쓰고 두 발로 연신 땅을 밟으며 주문을 외우듯 웅얼거렸다.
“마카라! 와카! 마키!”
부족 사람들 모두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듯 상체를 앞뒤로 흔들며 부족의 평화와 올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구석에 앉아있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잠시 후, 주술사의 곰 춤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축제가 끝이 났다.
사흘간의 축제 동안 나 또한 잠시 걱정과 근심을 잊어버리고 여기에 있는 부족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피곤하네.”
움막 안으로 들어온 나는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계 퀘스트의 보상으로 ‘천상의 도서관’의 도서를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 / N]“당연히 확인해야지.”
속으로 예스를 외치자 순식간에 투명한 빛이 내 몸을 감싸며 순간 이동한 것처럼 주변 환경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버렸다.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
그 안에 있던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천상의 도서관인가?”
도서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 알림음이 들려오며 눈앞에 커다란 책장이 나타났다.
[띠링!] [레벨에 따라 ‘천상의 도서관’의 열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난 책장에 비치된 책들을 보고 어이없어서 실소를 터트렸다.
나비춤 – 레나페 부족의 전설에 의하면 죽은 사람들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창조주 신께서 형형색색의 나비를 보내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한다.그리하여 레나페 부족은 자비를 베푼 창조주 신을 기리기 위해 남녀가 나비 흉내를 내며 춤을 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