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4)
014화
“고작 열 권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거창하게 ‘천상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수천만 권의 책이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책 중에서 스킬 하나를 배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키보다 두 배가 큰 책장에는 책이 달랑 열 권만 비치되어 있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보상이 아니어서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을 선택할 수 기회는 단 한 번,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신중하게 선택하고 자시고도 없네.”
나는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대충 살펴봤다.
초급/궁술.
초급/창술.
초급/검술.
초급/방패술.
초급/타격 무기술.
초급/투척술.
초급/추적술
중급/격투술.
초급/사냥 기술.
초급/레나페 언어
몇 가지만 빼고, 대부분은 격투술에 관련된 책이었다.
“중급 격투술?”
내 스킬 창에 초급 격투술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스킬이 나온 것 같았다.
그리고 유난히 내 눈에 띄는 ‘초급/레나페 언어’.
난 좀 전과 다르게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며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아무래도 정보가 필요하겠지.”
책장에 비치된 ‘초급/레나페 언어’에 손을 갖다 댔다.
[띠링!] [초급/레나페 언어를 선택했습니다.]익숙한 알림음이 머릿속에 들려오며 내 손에 있던 ‘초급/레나페 언어’의 책이 순간 빛이 나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천상의 도서관’에 있던 나도 순간 이동한 것처럼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재차 눈을 깜빡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움막이네.”
나는 곧바로 상태 창을 켜 스킬을 확인했다.
[초급 전투 스킬]– 격투술(7/20)
[초급 비전투 스킬]– 레나페 언어(1/20)
내가 가진 스킬은 두 개로 바뀌어 있었고, 초급 레나페 언어에 ‘(1/20)’ 수치가 눈에 들어왔다.
“숙련도를 말하는 건가?”
아마 숙련도 20을 채우면 레나페 언어가 중급으로 올라갈 것이다.
‘천상의 도서관’과 스킬 시스템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이 갔다.
고개를 들어 다시 상태 창을 바라봤다.
무작위로 능력 +1에 따라 민첩이 16에서 17이 되었다.
[잔여 포인트:2]“음! 이번에도 비축.”
바위를 던질 때 쏠쏠한 재미를 봤던지라, 나중에 급할 때 요긴하게 쓰려고 비축하기로 했다.
대충 상태 창의 정리가 끝나자 때마침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주 큰 이천일!”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달이 뜨다’가 할 말이 있는지 서성거리며 서 있었다.
“할 말. 있다. 너. 편하게. 말해.”
“······.”
자연스럽지 않지만, 내 어눌한 레나페 말에 ‘달이 뜨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놀랐으니까.
“······우리 말을 빨리 배우네.”
게임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변명했다.
“배운다. 열심히.”
“그래, 열심히 배워 봐. 내가 많이 가르쳐 줄게.”
말하는 것은 몰라도 그녀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응. 말해. 편하게.”
“······.”
그녀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같이 사는 여자가 있어?”
“······.”
잠시 침묵에 흘렀다.
‘내 나이가 몇 살인인데, 결혼을 해? 군대 가기 전에 일부러 여자 친구도 안 사귀는데.’
그녀가 그걸 왜 묻는지 모르지만,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없다.”
“알았어. 잘 자!”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진 ‘달이 뜨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뒤돌아 뛰어갔다.
피식!
“내가 여자가 없는 게 그리 좋나?”
몸을 돌려 움막으로 들어간 나는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게 말이 돼?”
보상이 짜다고 투덜거릴 게 아니었다.
그저 책 하나를 골랐을 뿐인데, 이들이 쓰는 언어를 단번에 배울 수 있었다.
게임 시스템은 그야말로 세상 유일의 초특급능력이었다.
눈을 붙이려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어떤 식으로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내 능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포인트 분배나 스킬을 선택할 때 신중하게 해야겠어.”
* * *
탁! 타타탁! 타탁! 타타타탁!
사방 여기저기서 둔탁하고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에 사슴이 있다!”
“강으로 몰아!”
“곰이 보이면 바로 호출하라!”
부족의 젊은 남자들과 함께 사냥을 나온 나는 동물의 허벅지 뼈를 박수 치듯 연신 두드렸다.
곡물을 심을 경작지를 중심으로 부족의 전사들이 넓게 퍼진 채 짐승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 눈에는 사슴이나 곰 같은 동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동물을 봤는지 무척 상기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호저다!”
“사슴이다!”
“밍크다!”
몰이사냥만큼 호흡이 중요한 게 없었다.
나 역시도 손에 땀이 나도록 창을 휘둘렀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양쪽에 있는 젊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휘이이익! 휘이이익!
몰이사냥에 놀란 동물들이 점차 강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틈틈이 내 머리에 떠오른 맵을 확인했다.
반경 10m짜리 맵이지만, 원안에 크고 작은 동물들이 표시되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업그레이드 되는 거야?’
레벨업을 하면서 동시에 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 알았다.
성장형이라고 적혀 있는 맵을 아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번에는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아직 갱신되지 않은 생활 퀘스트 몇 개와 사냥 퀘스트가 있었다.
보아하니 이번 사냥 퀘스트도 계속해서 새롭게 갱신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진 몰이사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내 앞에 있던 수풀이 들썩거렸다.
재빨리 창을 고쳐잡고 방어 자세를 취하며 맵을 힐끔 쳐다봤다.
맵 안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점이 나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그 순간, 눈앞에 뭔가가 튀어나왔다.
캬르르르르륵!
“아이! 깜짝이야!”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그 동물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창끝을 내밀었다.
“이건 뭐야?”
그 창에 움찔했는지 덩치가 내 허리 정도 되는 거대한 새가 꼬리 깃털을 부채처럼 넓게 펼치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캬르르르르륵!
유심히 그 새를 보던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칠면조?!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본 그 칠면조와 거의 비슷했다.
날카로운 부리 밑에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붉은 혹이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깃털 색깔이 단순하고 투박한 암컷 칠면조보다 화려한 색상이다.
“수컷인가?”
내 말이 끝나기 전에 칠면조가 순식간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탁!
날갯짓하며 칠면조가 가볍게 점프하더니 갈고리처럼 뾰족하게 나 있는 발톱으로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퀘스트: 난폭한 칠면조를 사냥하라.] [보상: 소정의 경험치.]‘갑자기?’
나는 퀘스트를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이 수컷 칠면조의 포악한 성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좌우로 움직였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연신 창을 찌르며 반격했다.
“겁이 없는 거야, 멍청한 거야? 사람을 보고 도망치지를 않네.”
한창 칠면조와 엎치락뒤치락 투닥거리며 승강이를 벌이는 그때 내 귓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우우욱!
무섭게 날아오는 화살이 정확히 칠면조의 몸통을 뚫고 들어갔다.
푸욱!
동시에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칠면조가 옆으로 고꾸라졌다.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숲의 사냥꾼’이 곤봉을 들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그의 곤봉이 거친 숨을 내쉬며 아직 살아있는 칠면조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칠 것처럼.
‘안 돼.’
순간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퀘스트?!’
허무하게 퀘스트가 날아가기 전에 그보다 내가 먼저 움직였다.
돌창으로 바닥에 쓰러진 칠면조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푸욱!
몸통이 또 한 번 뚫렸는데도 생명력이 꽤 질긴지 칠면조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눈을 딱 감고 몸을 날려 칠면조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퍼억!
칠면조의 머리통이 두부 깨지듯 처참하게 부서지며 그 주위로 붉은 피가 서서히 번져갔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30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휴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때마침 ‘숲의 사냥꾼’이 다가왔다.
묘한 눈빛으로 그가 죽은 칠면조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내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다. 아주 큰 이천일! 여기는 내가 정리할 테니 계속 몰이사냥을 한다!”
그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었고, 길게 대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 늘어난 내 언어 실력에 관심을 받을까 봐 고개만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
“알았다. 추장!”
다른 전사들에 비해 뒤처진 나는 그들의 속도와 맞추기 위해 피가 묻은 창을 들고 뛰어갔다.
휘이이이이익! 휘이익!
창을 열심히 휘젓던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힐끔 바라봤다.
‘숲의 사냥꾼’은 죽어버린 칠면조 앞에서 눈을 감고 양손을 벌리며 기도를 하듯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 염이라도 하는 건가?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얼핏 봐도 분위기가 엄숙해 보였다.
“···음!”
궁금증은 잠시 접어둔 채 다시금 사냥에 집중했다.
잠시 후, 강가를 중심으로 ‘큰 거북’ 전사들이 반원을 그리며 넓게 포진한 채 사냥감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슉! 슉슉! 슉!
슈우욱! 슈욱! 슈욱!
중간중간 기회가 날 때마다 활이나 창을 든 전사들이 구석으로 몰린 동물들을 공격하며 사냥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꽤애애애애액!
구우우우욱!
동물들의 우는 소리가 마치 살려달라는 듯 구슬프게 들려왔다.
하지만, 부족의 전사들은 동물들의 구슬픈 울음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활과 창을 날리며 사냥했다.
강가 주변이 조금씩 피로 물들어갔다.
그때, 나와 반대쪽에 있던 젊은 전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흑곰이다! 흑곰!”
강가의 근처 덤불 속에 숨어 있던 흑곰이 두 발을 들더니 위협적으로 울부짖으며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흑곰의 포효에 전사들이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무기를 고쳐 잡고,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그리고선 다급하게 누군가를 찾았다.
“추장께 급히 알려라. 어서!”
“내가 갔다 오겠다.”
전사 하나가 진형에서 벗어나는 순간 때마침 ‘숲의 사냥꾼’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장답게 ‘숲의 사냥꾼’은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더니 몇몇 전사들을 불러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새끼 곰이 있는 어미 곰이다! 공격하지 말고 퇴로를 열어 몰아낸다.”
“알겠습니다. 추장!”
큰 맘 먹고 날을 잡지 않는 이상, 곰을 사냥하는 것은 무척 위험했다.
더구나 새끼가 있는 어미 곰은 무척 난폭하고 포악했다.
만일 새끼 곰이 위험하다고 느껴지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게 뻔했다.
냉철한 눈빛으로 ‘숲의 사냥꾼’은 사냥보단 전사들의 안전을 택했다.
그리고 새끼가 딸린 동물은 사냥하지 않은 게 숲의 규칙이었다.
슉! 슉! 슉! 슉!
새끼 두 마리가 있는 흑곰을 전사들이 활로 위협사격을 하며 퇴로 쪽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크아아아아악!
어미 흑곰이 불안과 겁에 질려 있는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좀 전보다 더 크게 포효했다.
흑곰에 한번 쫓긴 적이 있던 나는 앞으로 나서지 않고 눈치껏 옆에 있는 전사들과 발을 맞췄다.
그때, ‘숲의 사냥꾼’의 명령이 다시 내려졌다.
“괴성을 지른다!”
“네, 추장!”
그의 명령에 전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다다다다다다닷! 아다다다다닷!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전사들의 기세에 눌린 흑곰이 새끼들을 데리고 조금씩 퇴로 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왜 내 쪽으로 오고 지랄이야.’
그리고 그때 머릿속에 알림음을 들려왔다.
‘설마 나보고 흑곰을 사냥하라는 말도 안 되는 퀘스트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