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인명 구조라는 말에 ‘검은 눈동자’가 다급히 물었다.
“무슨 상황인데?”
“아이들이 우물에 빠졌습니다.”
아이들이라면, 한 명은 아니라는 의미.
“내가 직접 현장을 지휘한다. 소방대원들을 먼저 사고 현장으로 보내.”
“알겠습니다. 수장님!”
소방대원이 신속한 발걸음으로 움직이자, ‘검은 눈동자’도 가벼운 소방대 복장으로 갈아있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검은 눈동자’가 사고 현장인 외성 거주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아이들이 빠진 우물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두레박과 연결된 줄도 끊어지고, 어떡하지?”
“소방대가 출동했으니 곧 아이들이 구출될 거야.”
우물에 빠진 아이들의 가족들은 울며불며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에게 신속한 구조를 부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경단원들도 소식을 듣고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사람들의 정리에 나섰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지금부터 소방대가 구출 작전을 펼칠 겁니다.”
사고 현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검은 눈동자’가 우물로 걸어가면서 보고를 받았다.
“세 명의 아이들이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막아 놓은 우물 덮개 위에서 놀다가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이 한 명은 우물 덮개가 무너지는 순간 몸을 던져 우물에 빠지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두 명의 아이는 우물물에서 줄이 끊어진 두레박을 잡고 구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느새 우물에 도착한 ‘검은 눈동자’가 고개를 내밀어 우물 아래를 내려다봤다.
우물이 꽤 깊은지 아이들의 머리가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조금만 참아. 소방대원들이 우물 밑으로 내려가 너희들을 구해 줄 거야.”
‘검은 눈동자’는 차분하게 말을 걸며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했다.
그사이, 소방대원 한 명이 온몸에 줄을 묶으며 우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수장님! 내려가겠습니다.”
‘검은 눈동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줄이 묶인 소방대원이 우물 안으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무 급하게 줄을 내리면 안 돼.”
“천천히! 천천히!”
우물에 내려가는 소방대원가 연결된 줄을 나머지 소방대원들이 두 손으로 꽉 붙잡고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한 손 거들었다.
한편, 우물 안으로 내려가던 소방대원이 우물 벽을 손과 발로 딛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지금까지 잘 버텼어. 아저씨가 곧 내려갈게.”
“아저씨! 몸이 추워요!”
“그래, 그래. 물에 오래 있어서 그래.”
어느새 아이들이 빠져있는 우물물까지 도착한 소방대원이 고개를 들어 크게 소리쳤다.
“무사히 도착했다. 밧줄을 내려!”
“알았어.”
우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밧줄 하나가 떨어졌다.
첨벙!
그 밧줄을 잡은 소방대원은 두 명의 아이 중 무게가 덜 나간 아이에게 다가갔다.
“두레박을 잡고, 가만있어. 아저씨가 밧줄로 너의 몸을 단단히 묶을 테니까.”
“네.”
소방대원이 줄을 묶는 동안 추위와 두려움이 떠는 아이는 그저 잠자코 있었다.
십 분 정도 흘렀을까?
소방대에서 훈련하며 배운 대로 아이를 단단히 묶은 소방대원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아이를 묶었다! 당겨!”
“수고했어.”
우물 바깥에 있던 ‘검은 눈동자’가 소방대원들게 지시를 내렸다.
“자, 아이를 올린다!”
“네. 수장님!”
소방대원들이 힘을 모아 줄을 당기자 아이 하나가 우물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환호를 보냈다.
와아아아아!
“소방대원들이 아이 하나를 구했다!”
‘검은 눈동자’가 물에 흠뻑 젖은 아이의 상태를 보고 소방대원 몇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이가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게 조치해.”
“네, 수장님!”
우물에 나온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부모님을 애타게 찾았다.
“엄‥마! 아아아아아앙!”
“이 녀석아! 위험하게 우물 덮개에서 왜 놀아?”
소방대원 몇 명이 옷을 벗긴 아이의 몸을 수건으로 닦으며 아이를 혼내는 부모님을 말렸다.
“아이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잠시 뒤로 물러나세요.”
그사이, 우물 안에 있던 소방대원이 마지막 남아 있는 아이를 안고, 우물 바깥으로 무사히 나왔다.
역시나 그 아이의 안전 조치를 위해 소방대원 몇 명이 수건을 들고 뛰어갔다.
두 명의 아이를 모두 구출한 ‘검은 눈동자’는 우물 안으로 직접 들어간 소방대원에게 다가갔다.
“무섭지는 않았어?”
“무섭기는요? 제가 위험해지면, 동료들이 구하러 올 게 뻔한데. 오히려 하나도 안 무섭고, 편안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검은 눈동자’가 그 소방대원을 칭찬하는 동안 주변에 있는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또다시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멋있다!”
“다음에도 우리를 안전하게 구해줬으면 합니다.”
‘검은 눈동자’와 소방대원들은 알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 * *
레나페 부족 영토 근해.
무헤쿤네툭 강(허드슨 강) 하류에서 출항한 세 척의 코그 배가 내가 탄 기함을 따라 계속 남하하고 있었다.
코그 선 후미, 이 층 갑판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난 계속해서 선원이 된 전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고정타를 좀 더 우측으로!”
고정타를 담당하는 전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고정타를 우측으로 조금 방향을 돌렸다.
그러자 중앙에 하나 있는 장방형의 돛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다시 부풀어 올라오며 크게 팽창했다.
“황제 폐하! 배가 속도가 붙긴 시작했습니다.”
‘세찬 눈보라’의 보고에 난 다시 한 번 지시를 내렸다.
“뒤따라오는 코그 선에도 고정타를 조정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세찬 눈보라’가 물러나 수신호를 담당하는 전사들에게 내가 내린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
둥! 두두두두둥! 두둥!
기함에서 북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지며 뒤따라오는 두 척의 코그 배도 신호를 받았다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기함에서 조금 뒤처져 있던 ‘차가운 나무’와 ‘상처 입은 화살’이 이끄는 코크 배들이 속도를 내며 빠르게 뒤따라왔다.
‘잘하고 있군.’
갑판에서 뒤돌아선 채 두 척 코그 배를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코그 선에 탄 전사들은 강에선 바이킹 배를 익숙하게 모는 베테랑이지만, 어쨌거나 바다 항해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들과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게임 스킬이 있었다.
사실, 난티 코크 항구 기념식에 고민을 많이 했다.
우차로 잘 정비된 도로로 갈지, 아니면 코그 배를 탄 전사들을 훈련하며 바다로 갈지.
결론은 훈련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바다로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나중에 카리브 제도 섬에서 돌아왔을 땐 편하게 난티 코크 부족 지역을 자원을 스캔하면 되니까.
난 천천히 몸을 돌려 주변 바다를 바라봤다.
배가 나아가는 선수 기준으로 우측에는 레나페 부족 영혼의 고향 땅인 육지가 보였다.
좌측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보였고.
방향을 바꿔 이대로 좌측으로 항해한다면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나올 것이다.
‘지금 가면 득보다 실이 많겠지.’
문명이나 발전 기술 수준을 떠나서 유럽인이 가진 전염병에 우리가 먼저 전멸할 게 뻔했다.
지금은 유럽인들이 가진 전염병에 저항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법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난 먼 미래에 들이닥칠 어두운 앞날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때, 내 옆을 근거리에서 호위하는 ‘우직한 곰’이 기어코 멀미를 참지 못해 갑판 난간 쪽으로 뛰어갔다.
“죄‥송합… 우에에에엑!”
한참 동안 속에 있는 것을 토해낸 ‘우직한 곰’이 창백해진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내가 봤을 땐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나의 호위를 하겠다던 ‘우직한 곰’이 또다시 갑판 난간으로 뛰어가 토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직한 곰’의 등을 두드려 줬다.
“멀미는 약도 없어. 주술사를 불러줄 테니까 일단, 쉬어.”
“아‥알겠습니다.”
잠시 후, ‘우직한 곰’이 코그 배 일 층에 마련된 선실로 들어가자 때마침 저녁이 되어 식사 시간이 되었다.
먼저, 야간 근무를 하는 전사들이 나와 함께 식사했다.
옥수수빵, 쌀죽, 구운 고기, 과일 등등.
음식은 되도록 최소한 양으로 먹었다.
“괴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과일을 꼭 챙겨 먹도록.”
“네, 황제 폐하!”
괴혈병을 무서움을 잘 아는 나는 식사 때마다 전사들에게 몇 번이고 과일과 채소에 대해 강조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전사들의 식사 시간이 끝나자 바로 주간 근무하는 전사들과 교대했다.
그 사이, 난 코그 선의 물자를 확인했다.
“…난티 코크 항구까지 충분한 물자가 남아있습니다.”
“그렇군.”
물자가 충분하다고 하지만, 바다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폭풍이 불어올 수도 있고, 배가 암초에 걸릴 수도 있었다.
또, 배에 물이 새서 급히 수리해야 할 상황도 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훈련 겸 육지에 상륙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일 오전에 육지로 상륙 훈련을 한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 * *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세 척의 코그 배를 돌려 암초가 거의 육지를 향해 다가갔다.
내 시야에 하얀 모래도 뒤덮인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여기엔 안전하게 정박할 수 없는 항구가 없었다.
“여기서 배를 세우고, 이 지역을 탐색한다.”
“네, 황제 폐하!”
잠시 후, 세 척의 코그 선에서 다섯 척의 소형 바이킹 배가 거친 물살을 헤치고, 해안가에 도착했다.
나는 소형 바이킹 배에 내려 육지에 발을 디딘 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 ‘하늘의 태양’ 영토라고 하지만,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에 물자로 쓸만한 것들 있는지 확인하라. 특히, 물이 중요한 것만 만큼 최우선으로 찾는다.”
“네, 황제 폐하!”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차가운 나무’와 ‘상처 입은 화살’을 따라 각각 좌측과 우측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세찬 눈보라’와 이십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고 중앙 쪽을 탐색하기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다.
‘자원 스캔!’
그리고 이동하면서 틈틈이 ‘자원 스캔을 발동해 쓸만한 자원이 있는지 확인했다.
* * *
날이 지며 저녁이 되자 주변을 탐색하던 전사들이 차례대로 돌아왔다.
“먹을만한 과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칠면조 몇 마리를 사냥해왔습니다.”
“운 좋게 깨끗한 물을 발견해 통에 담아왔습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쓸만한 물자를 찾아봤지만, 보다시피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일까?
‘차가운 나무’가 이끄는 전사들도, ‘상처 입은 화살’이 이끄는 전사들도 다들 실망한 표정이었다.
“다들 보다시피 탐색도 어렵고, 보급도 쉽지 않다. 하지만, 며칠이 걸려도 보급을 완전히 끝마친 상태에서 항해해야 한다. 그 점 잊지 말도록.”
“네, 황제 폐하!”
“자, 오늘 훈련은 그만하고, 배에 승선한다.”
훗날 카리브 해 제도 섬의 항로가 개척되면, 이런 훈련들이 다른 전사들한테도 전해져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 *
‘하늘의 태양’ 서쪽 대평원, 아이오웨이 부족 영토.
드넓은 대평원에서 그 어떤 부족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 지역은 아이오웨이 부족이 오랫동안 터로 삼으며 살았던 영토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맑은 영혼’이 이끄는 소규모의 들소 경기병 부대가 아이오웨이 부족 마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열 기의 척후병 부대가 본대로 돌아오며 ‘맑은 영혼’에게 보고했다.
“천인장님! 아이오웨이 부족 전사들이 무기를 들고 저항할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대평원의 전통에 따라 우리를 약탈자로 생각하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