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
난 ‘세찬 눈보라’가 공손하게 건넨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목욕탕을 나섰다.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이 나를 중심으로 재빨리 호위 진형을 갖췄다.
“마을 회관으로 간다.”
* * *
“왜 이렇게 소식이 없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우리가 미리 방문한다고 연락도 했는데.”
성벽 밖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대기하고 있던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한 기색을 내비쳤다.
방문단 인원은 이백 명 정도.
‘하늘의 태양’과 우호적인 관점에서 친교를 맺자는 도시 부족은 여섯.
방문단의 인원을 최대한 줄인다고 했지만, 각 도시 부족마다 대추장이나 장로들이 한 명씩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나무로 만든 가마를 각자 타고 있었다.
“가마가 흔들리잖아!”
“다른 대추장들도 있다! 똑바로 잡아라!”
가마를 들 수 있게 만든 기다란 통나무는 총 네 개.
한 통나무마다 도시 부족 전사가 다섯 명씩 총 이십 명이 가마를 메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물 가죽이나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그런 가마가 여섯 채.
꽤 오랫동안 기다려서 그런 걸까?
가마를 멘 도시 부족 전사들은 연신 거친 호흡을 내쉬며 아주 미세하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또 움직인다!”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 체통을 지켜라!”
또 한 번, 대추장이나 원로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시 부족 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머지 도시 부족 전사들이 돌창과 곤봉을 든 채 가마들을 앞뒤 좌우로 호위하며 방문단을 에워싸고 있는 ‘하늘의 태양’ 전사들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무거운 긴장감과 함께 찾아온 침묵.
철로 된 갑옷으로 중무장한 ‘하늘의 태양’ 전사들도 무서운 기세를 날리며 예고 없이 이 마을을 찾아온 도시 부족 방문단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마치 백인장이 명령이라도 내리면 도시 부족 방문단을 단숨에 벨 듯한 눈빛과 표정.
도시 부족 전사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성문이 열리며 이 마을을 다스리는 추장과 대의원, 수도에서 파견된 행정기구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뭐하는 짓이지? 손님들이다. 정중하게 모셔라!”
추장은 일부러 도시 부족 방문단이 보란 듯이 ‘하늘의 태양’ 전사들에게 혼내듯 소리쳤다.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이끄는 백인장은 좀 전과 다른 추장의 지시에 눈치껏 행동했다.
“손님인 줄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도시 부족 방문단의 추장들과 원로들에게 사과를 건넨 백인장은 재빨리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러자 가마에 타고 있던 도시 부족 추장들과 원로들이 그제야 긴장감으로 굳어 있던 얼굴을 풀며 한마디씩 말했다.
“중간에 오해가 있었나 보군.”
“이해하네. 마을을 지키는 전사들이니.”
“기분은 나빴지만, 사과했으니 용서해주겠네.”
그들의 허세에 속으로 비웃음을 날리던 대추장과 대의원, 주요 인사들은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을 성문 쪽으로 안내했다.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시 부족 추장들과 원로들은 여전히 가마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지 그 상태로 쭉 성문을 향해 이동했다.
“성벽이 얼마나 높은 거야?”
“저 수많은 돌을 어떻게 옮긴 거지?”
“성벽의 돌들이 하나같이 정교해.”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보는 성벽은 아예 느낌부터가 달랐다.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은 성벽의 높이와 크기에 압도되어 여기저기서 감탄만 내뱉었다.
심지어 성문까지 이어진 도로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나 바닥도 돌이야.”
“자세히 봐봐. 돌처럼 보이는 것일 뿐, 돌이 아닐 수도 있어.”
도로에 깔린 돌은 모두가 일정한 형태와 모양을 가진, 자연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돌들이었다.
충격과 충격의 연속.
‘하늘의 태양’ 전사들의 무장한 모습에 놀라고, 성문과 성벽에 놀라고, 심지어 도로에 깔린 돌을 보고 놀라워했다.
모든 것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것들이라 그들 눈에는 전부 다 신기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특히나, 도시 부족들의 회담장에서 ‘하늘의 태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자고 주장했던 아홉 번째 도시 부족 추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판단과 결정이 옳았어.’
‘하늘의 태양’과 척을 지면 절대 안 된다.
그 결정은 더 굳건해지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아홉 번째 도시 부족 추장 머릿속은 온통 ‘하늘의 태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청나게 발전된 ‘하늘의 태양’의 문물을 최대한 받아들여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홉 번째 도시뿐만 아니었다.
방문단에 포함된 다른 도시 부족들도 저마다 ‘하늘의 태양’과 어떻게 교류할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어느새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이 일리노이 연맹 2구역 중심 마을 안으로 들어오자 또다시 신세계가 열린 듯 여기저기서 감탄과 탄성을 자아냈다.
“세상에나! 이런 도시가 있었다니!”
“저기 봐. 들소가 뭔가 끌고 있어.”
“저 건물들도 돌로 만든 건가.”
“저 옷은 무슨 재료로 만들었을까? 가죽은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들 밝아 보이는군.”
* * *
마을 회관.
도시 부족 방문단을 만나기 전, 마을 회관에 미리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협상을 준비 했다.
정보감찰부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훑어보며 현재 ‘하늘의 태양’ 남쪽 국경지대에서 일어나 정세를 살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찬란한 노을’이 건의 내용도 확인했다.
“도시 부족끼리 화합하는 것은 꼭 막아야겠군.”
그래야 우리 ‘하늘의 태양’이 여러 가지 이득을 가져갈 수가 있었다.
대략 도시 부족 방문단과 어떻게 협상할지 정리가 끝나갈 때쯤 최상층 대의원 집무실 문이 열리며 ‘세찬 눈보라’가 들어왔다.
“황제 폐하!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네. 황제 폐하!”
“방문단의 분위기는 어때?”
“······전사들이나 신분이 높은 자들이나 상관없이 모두 마을의 규모와 화려함에 기가 눌린 듯합니다.”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좋아. 삼십 분 뒤에 방문단을 만나도록 하지.”
“네. 그럼, 그렇게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 * *
마을 회관 회의장으로 들어온 도시 부족 방문단의 주요 인물들은 주눅이 잔뜩 들었다.
평상시에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회의하며 나눴던 긴 원형의 탁자는 회의장에 없었다.
바닥은 빛이 나는 대리석이 되어 있었고, 중앙 바닥은 정교하게 말린 동물 가죽이 깔려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화려한 문양으로 세공된 촛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촛대 위로 장작불이 아닌 꽤 커다란 초들이 회의장 안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더구나 회의장 양쪽으로 오와 열을 맞춰 두 줄로 길게 서 있는 친위대 전사들이 완전무장한 채 자신들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은 또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살벌하군.’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겠어.’
‘신의 무기라···.’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이 말없이 눈빛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늘의 태양’을 이끄는 대추장을 만나는 자리.
‘하늘의 태양’ 사람들은 그를 대추장이 아닌 황제 폐하라고 부르고 있었다.
“······.”
무거운 침묵 속에 황제 폐하를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지나갔다.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은 황제 폐하가 앉을 상석을 초조한 기색으로 힐끔 쳐다봤다.
그때, ‘하늘의 태양’의 전사 중에 한 대전사가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을 향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오십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 사이에서 목이 마른지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 * *
좌우로 ‘우직한 곰’과 ‘세찬 눈보라’를 대동한 채 회의장에 들어섰다.
“황제 폐하께 경의를 담아! 충!”
“충!”
회의장 안에 나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친위대 전사들이 마을 회관 전체가 떠날 갈 듯 힘찬 목소리로 경례했다.
“충!”
화답으로 나도 가볍게 가슴에 오른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눈앞에서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본 도시 부족 방문단 주요 인물들이 순간 움찔했다.
피식!
‘제대로 쫄았군.’
일부러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연출한 계획은 지금까진 성공적이었다.
난 전에 만났던 다른 부족 사람들에 대한 것과 다르게 아주 거만하게 행동했다.
당당하게 걸어가서 상석에 앉은 나는 고개를 세운 채 그들의 인사를 기다렸다.
그때, ‘하늘의 태양’ 사람들한테 미리 예절 교육을 받은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이 일제히 두 무릎을 꿇고 바닥에 바짝 엎드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
난 일부러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도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래. 반갑군.”
반갑다는 말과 달리 내 목소리는 무척이나 퉁명스러웠다.
“황··제 폐하의 넓··은 자비로 우리의 방··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도시 부족 방문단을 대표해 말하는 대추장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난 도시 부족 방문단을 썩 달가워하지 않은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따지듯 말했다.
“감사는 됐고. 웃으면서 대화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군.”
“······.”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는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이 날이 선 내 말에 당황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며 서로를 쳐다봤다.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 영토를 왜 침범했나? 그 이유로 협상하러 온 거라면 당장 돌아가. 내 넓은 아량으로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감정의 변화가 심한 폭군은 아니었지만, 일부러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당혹감과 두려움에 휩싸인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이 다급히 변명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뭔가 큰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황제 폐하! 다른 도시 부족들이 ‘하늘의 태양’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사실도 저희로선 솔직히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저희 도시 부족은 그들 도시 부족과 전혀 다릅니다.”
“그들 도시 부족과는 다르다?”
“네, 황제 폐하! ‘아주 큰’ 강에는 저희 여섯 개 도시 부족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부족이 더 있습니다.”
난 호기심이 생긴 듯 화를 누그러뜨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주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군.”
그 말에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하고 이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았던 도시 부족 방문단 사람들이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앞다투어 도시 부족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각각의 도시들은 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 *
도시 방문단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현재 ‘하늘의 태양’과 친교를 맺고 싶은 도시 부족은 총 여섯.
중립 둘.
방어 동맹을 맺은 도시 부족이 여섯.
“그렇다면 그대들이 다스리는 도시 부족들은 우리 ‘하늘의 태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네, 황제 폐하!”
도시 부족 방문단을 대표하는 추장이 힘차게 대답하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난 고민하는 척 뜸을 들이며 더 많은 선물과 성의를 바라는 듯 그들을 초조하고 애타게 했다.
“뭔가 부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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