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26)
323화 >
마을 중앙, 둔덕 위에 지어진 웅장한 나무집.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이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천 명의 전사들이 친위대처럼 그를 넓게 에워싸며 호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들로 보이는 여자 오백 명이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 주변에서 무릎을 꿇은 채 ‘하늘의 태양’의 사절단을 벌레 보듯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함정이라는 걸 다들 알 거야. 평소처럼 침착하게 행동하고, 내 신호에 맞춰 두 번째 작전을 실행한다.”
“네, 사단장님!”
오십 명밖에 되지 않은 사절단이 자연스럽게 위치를 잡으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차가운 나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차분하게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며 퇴로를 찾았다.
그때,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이 탐욕의 눈빛으로 꿈틀거리며 새 깃털로 장식한 봉으로 명령했다.
“저들에 가지고 온 물건, 입고 있는 옷, 차고 있는 무기까지 나에게 다 가져오라! 반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나머지는 노예로 삼고!”
“네, 최고 추장님!”
열대 우림 지역이라 중요한 부위만 가리고 온몸에 다양한 문신을 한 칼루사 부족 전사들이 ‘차가운 나무’가 이끄는 사절단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뼈 창이나 나무 창, 갈고리, 나무 곤봉, 활 같은 원시적인 무기들이 쥐어져 있었다.
게다가 ‘하늘의 태양’의 사절단을 포획하려는 듯 열대 나뭇잎으로 엮어 만든 그물을 든 전사들도 중간중간 보이기도 했다.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님! 그대가 정식으로 초대한 우리에게 무슨 짓입니까?”
‘차가운 나무’가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하지만, 사절단에 포함된 통역을 맡은 아이스 부족 사람은 두려운 듯 그 분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위···대한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하···늘의 태양’ 황···제께서 우리 사절단을 핍···박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크···게 분노하실 겁···니다. 그리고 조만간 지···금의 이 결···정에 대해 아주 크게 후회하게 될 거다.”
“······.”
‘차가운 나무’가 말하는 동안 사절단에 포함된 전사들과 상인들은 칼루사 부족 전사들한테 순순히 잡힐 생각이 없다는 듯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상단 책임자는 손에 쥔 깃발 창을 높게 들었다.
첨예한 대치 속에서 칼루사 부족 전사들은 포위를 풀지 않고, 조금씩 압박해왔다.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누구 하나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질 살벌한 분위기였다.
그때,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이 광기의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신의 아들이라고? 뭐? 이 땅의 주인인 내가 후회할 거라고?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얘기를 들어보는군. 좋아. 너는 내가 특별히 목숨을 살려주겠다. 다들 뭐해? 어서 저들이 가진 물건을 가지고 와.”
“네, 최고 추장님!”
칼루사 부족 대전사가 힘찬 대답과 함께 전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공격!”
플로리다 반도에 정착하는 원주민이 그렇듯 키가 난쟁이처럼 작은 칼루사 부족 전사들이 사절단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창을 던져서 노예들의 방어를 무너뜨려!”
“빈틈이 보이며 머리를 때려 기절시켜!”
다행히, 칼루사 부족 전사들의 목적이 생포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방어하기 힘든 활 공격은 없었다.
“방패를 들고 방진으로 막아!”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쇠뇌로 처리해버려.”
사단장을 호위하는 대전사가 ‘차가운 나무’를 대신해 사절단 전사들과 상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좌측으로 열 걸음!”
“정지!”
“그물이 날아온다! 칼로 베어버려!”
어느새 수백 명으로 늘어난 칼루사 부족 전사들에 맞서 아직까진 ‘하늘의 태양’ 사절단이 잘 버티고 있었다.
무턱대고 덤벼든 칼루사 부족 전사 수십 명이 팔다리 하나가 싹둑 잘려나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비명과 신음이 뒤덮이며 바닥에 피로 낭자했다.
“내 팔이···.”
“아아아아! 내 다리!”
칼루사 부족 전사들이 사절단이 휘두른 무기에 많이 놀랐는지 멈칫거렸다.
하지만,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은 전사 수십 명이 참혹하게 죽었는데도 오히려 탐욕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다.
“어서 저 반짝이는 무기를 가지고 와라!”
그렇게 퇴로가 없이 전투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차가운 나무’의 시선은 둔덕 위에 있는 한 남자에만 꽂혀 있었다.
거리와 각도.
‘충분할 것 같군.’
‘차가운 나무’는 어느새 황제 폐하께서 직접 하사한 각궁을 쥐고,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때, 마을을 둘러싼 거대한 울타리에서 땅이 진동할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동시에 ‘차가운 나무’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놓았다.
그의 손에서 날아간 화살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바람을 갈랐다.
슈우우우욱!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연사.
두 개의 화살이 둔덕 위에 있는 칼루사 부족 전사들을 지나 굉음에 놀라 몸이 얼어붙은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을 덮쳤다.
정확히 심장 부위에 두 개의 화살이 박힌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그의 아내들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댔다.
가뜩이나 마을 전체가 굉음과 화염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녀들의 비명이 칼루사 부족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도···망쳐!”
“신···이 노하셨다!”
처참하게 부서진 울타리 문, 불길에 휩싸인 울타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생전 처음 본 광경에 칼루사 부족 전사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겁에 질린 채 마을 안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또다시 재장전한 화포에서 포탄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칼루사 부족 마을 한복판, 정확히는 최고 추장이 거주하는 둔덕.
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목조 건물이 포탄에 얻어맞고, 지붕 한쪽이 주저앉으며 불타올랐다.
게다가 포탄 안에 화약과 함께 있는 쇳조각이 날카로운 예기가 되어 칼루사 부족 전사들을 덮쳤다.
얼굴 반쪽이 날아가고,
가슴에 구멍이 나고,
팔다리에 깊은 상처가 났다.
또다시 신음과 비명이 둔덕 위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걸 참혹한 광경을 직접 목격한 다른 칼루사 부족 전사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좀 늦긴 했지만, 어쨌든 살았다!”
“대포의 위력이 엄청나네요.”
“난장판이 따로 없군.”
사절단 포위한 칼루사 부족 전사들은 화포 몇 방에 전열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칼루사 부족 전사들 대부분이 포위를 풀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다들 뭐해? 지금 아니면 탈출 못 해.”
“네, 사단장님!”
‘차가운 나무’의 외침에 사절단이 지금의 이 이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고 무너진 울타리 입구를 향해 바삐 움직였다.
“저것들 치워버려!”
그들 앞에 막아서는 칼루사 부족 전사들이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휘두른 무기에 짧은 비명만 지르고 힘없이 쓰러져갔다.
“다친 사람은?”
“경상자 두 명이 나왔지만, 이동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좋아. 약속 장소로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네, 사단장님!”
어느새 사절단을 이끌고, 칼루사 부족 마을에서 나온 ‘차가운 나무’가 둔덕 쪽을 힐끔 쳐다봤다.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군.’
자신이 죽인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을 떠올리며 ‘차가운 나무’는 앞으로 칼루사 부족 지역을 어떻게 평정할지 머릿속이 벌써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주둔지로서 이 마을이 딱 제격이긴 해.’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중하류 서쪽.
캐도 부족 최남단 영토, 나체스 부족 왕국과 제일 가까운 캐도 부족 마을에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이끄는 개척부대 전사들이 보름째 주둔하고 있었다.
“오늘은 오려나?”
“글쎄!”
울타리와 감시탑, 함정, 방책과 목책을 마을 곳곳에 설치하며 방어 태세를 갖춘 채 중간중간 경계를 서고 있는 개척부대 전사들이 지루한 표정으로 잡담을 나누었다.
“마을에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으니 썰렁하네. 캐도 부족 처녀라도 있으면 즐거울 텐데.”
“아서라! 마을이라고 해도, 고작 백 명밖에 살지 않는 촌이야. 그리고 캐도 부족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전에 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네가 마음에 드는 처녀는 없을 거야.”
“참나! 네가 내 이상형을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나 빼고, 미리 캐도 부족 처녀들을 조사하러 다닌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너는 그때 야간 근무 조에 속해 있었잖아.”
난처해진 ‘하늘의 태양’ 개척부대 전사가 급히 변명하며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그 순간, 뭔가를 발견했는지 그 전사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잠깐만! 망원경 좀 줘봐.”
“짜식! 할 말 없으니까 말 돌린다. 여기.”
동료 전사에게 건네받은 망원경으로 자세히 본 개척부대 전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북을 울려. 나체스 부족 전사들이 약탈하러 쳐들어온다!”
“뭐? 알았어.”
작은 마을에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막사에 휴식하고 있던 개척부대 전사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각자의 자리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기습이다!”
“전투 준비!”
“각자의 위치로!”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감시탑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인원이 고작 천명도 안 되네. 푸하하하! 죽을 자리로 미친놈처럼 알아서 달려오는군. 맑은 영혼! 오랜만에 몸도 풀 겸 출격해서 그냥 쓸어버릴까?”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진한 살기를 내뿜는 ‘우렁찬 천둥’을 보고, ‘맑은 영혼’이 상부에 내려온 임무를 꺼내며 그를 진정시켰다.
“참으세요. 사단장님! 전쟁 명분을 만드는 게 우리 임무라는 거 잊지 않으셨죠? 어차피 이 마을을 저들의 전력으로 뚫을 수 없을 것 같고, 적당히 상대해서 쫓아내자고요. 사상자 없이.”
“그래, 알았어. 아무래도 사상자 없는 게 제일 중요하지.”
* * *
드디어 ‘우렁찬 천둥’의 입에서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아예 울타리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저격으로 상대해.”
“만일 화살 아깝게 빗나간 놈들이 있으면 내일부터 빡세게 다시 훈련한다!”
그의 경고와 협박이 먹혀들어갔는지 개척부대 전사들이 쏜 화살은 결코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저격으로 화살에 맞은 나체스 부족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마을 주변에는 나체스 부족 전사들의 시체가 늘어났다.
기세가 완전히 꺾인 나체스 부족 전사들은 개척부대 전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에 아예 접근도 못 한 채 후퇴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바보 같은 놈들! 다친 놈들 구하려다가 또 죽어나겠군.”
또다시 매서운 화살들이 날아가 나체스 부족 전사들의 숨통을 끊었다.
그것도 시간을 두고 네 번씩이나 일어났다.
전투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잠시 후,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큰 피해를 본 나체스 부족 잔당들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끝난 거야? 재미없게.”
‘우렁찬 천둥’이 비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하늘의 태양’
‘아주 큰(미시시피 강)’강 하류, 열네 번째 도시 부족.
시간은 빠르게 흘러 지도 창에 표시된 계절도 어느새 겨울로 바뀌어있었다.
1411년 겨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큰 공을 세웠다. 다들 고생했고, 수고했다.”
이 도시의 대신전을 회의장을 사용하고 있는 나는 여기에 참석한 모두에게 크게 치하했다.
열네 개의 도시 부족 중 하나만 빼고, 큰 사상자 없이 빠르게 복속했다.
물론, 홍수라는 천운도 따랐고, 각 도시 부족에 잠입한 정보감찰부 전사들의 첩보 활동과 선발 부대와 후발 부대의 유기적인 체계가 딱딱 들어맞아서 이루어낸 결과였다.
더불어 상황에 맞게 본국의 아낌없는 지원과 적절한 대처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일일이 그런 내용을 열거하며 다시 한 번 회의장에 참석한 수하들에게 치하하자, 그들도 나름 뿌듯한지 어깨를 활짝 폈다.
“······이제 남은 도시는 ‘태양의 그림자’ 도시 부족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그들이 언제 백기를 들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용감한 늑대’를 비롯해 회의장에 참석한 수하들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임무는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된다. 나머지 행정 절차나 지원 상황 등 여러 가지 문제는 본국의 각 행정기구들이 처리해야 할 테니까.”
잠시 뜸을 들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마음 같아서 당장 승리의 축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은 만큼 그 선언은 잠시 미루도록 했으면 한다.”
“네. 황제 폐하!”
그들의 힘찬 대답에 흡족한 미소로 화답하며 이번 두 개의 전쟁 작전에 관해 얘기했다.
“······지금부터 두 개의 부대로 나눠 편성한다. 플로리다 반도에 있는 칼루사 부족은 내가, ‘아주 큰’ 강 하류 서쪽에 있는 나체스 부족 왕국은 ‘용감한 늑대’가 맡는다.”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