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79
180. Love yourself (6)
***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저택 주변에는 본래 거대 유적지가 있었다. 그 사적(史蹟)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아는 슈탄은 없다.
후라이팬은 귤레쉬의 기억을 만지작거리며 설명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기록상 옛사람들 증언도 좀 엇갈렸다는 겁니다. 대략 천 년 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당시 이 근방에 살던 슈탄들은 이 유적지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시절, 까마득한 고대부터 계속 있었다고 주장했다지요.=
하지만 거기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이 지역에 와 본 적 있던 외지 사람들은, 원래 여기엔 유적지가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났다며 기절초풍한 기록도 있어요. 상반된 주장을 하는 그들은 도저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했다는군요. 어느 한쪽이 귀신에 홀린 게 분명하다면서요.=
비록 유래와 역사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 유적지는 절대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될 귀신 들린 장소라는 점이었다.
=당시 건재하던 유적지에서 벽돌 한 장이라도 빼 간 사람들 말로는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는군요. 피부에 치명적인 곰팡이가 슬어 비늘이 다 빠져 버리거나, 소변에 아주 고운 유리 조각이 섞여 나오거나, 설명할 수 없는 충동 때문에 자기 꼬리를 씹어 먹거나··· 어라? 어째 다 어디선가 한 번씩 본 것 같은 저주입니다. 제가 아주 잘 아는 분 솜씨 같은데요. 그때도 취향은 비슷하셨나 봅니다?=
민준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노려보았다. 후라이팬은 움찔하는 기색도 없이 경쾌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여긴 저주받은 유적이라고 소문이 나고 누구도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는군요. 슈탄 왕실에서도 접근 금지를 명했구요.=
그리된 것이 대략 천 년 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8백 년 전 이 세계의 종족 전쟁이 끝날 즈음 상황이 바뀝니다. 그 무렵부터는 여기에서 무슨 짓을 해도 횡액을 당하지 않았다는군요. 저주가 사라진 거죠.=
8백 년 전이면 민준이 ‘아시프-666’이라는 이름을 받고 수감자로 눈 뜬 그 쯤이다.
=아시다시피 전쟁은 슈탄의 패배로 끝났죠. 다른 일곱 종족이 힘을 합해 슈탄을 두드려 패는 모양새였으니까요. 그 뒤로 슈탄 왕실의 재산은 연합 왕국 감시를 받는답니다. 지금까지도요.=
그래서 왕실은 비자금이 필요했는데, 저주가 사라진 유적은 좋은 타깃으로 보였다.
=왕실에서는 대리인을 내세워 근방 토지를 사들입니다. 그리고 유적을 야금야금 분해해서 팔아 치웠··· 다네요?=
후라이팬은 이 말을 하며 오늘 처음으로 움츠러드는 기색을 보였다.
팔아치웠다는 말이 나올 때 민준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봤기 때문이다.
창조주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며 아시프-1은 설명했다.
=그런데 벽돌이나 기둥, 장식품 같은 것을 떼서 팔아도 대단한 돈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보물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던 것 같구요. 그래서 연합 왕국의 감시도 비교적 느슨했···.=
“아니, 거짓말이야.”
=······?!=
민준은 후라이팬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귤레쉬의 기억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왕실이 고의적으로 흘린 거짓 정보를 귤레쉬 역시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이다.
“저렇게 헤집어 놨는데 ‘보물’ 같은 걸 발견 못 했을 리 없어. 대리인을 통해 싼 건 시장에 처분하고 정말 가치 있는 물건은 은밀하게 왕실에서 가로챘겠지.”
=아, 그럴 수 있겠군요.=
“다른 것은 다 부숴 팔아 치웠는데 이 저택 지하에 있는 건 손을 못 댄 건가?”
=귤레쉬는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이 집을 지은 걸로 생각하죠. 정작 그 이유도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진 터라, 지금 와서는 왕실을 지지하는 비밀 결사의 안가(安家)처럼 활용하고 있구요.=
설명이 끝난 뒤, 민준의 결정은 빨랐다.
지하 3층의 결계 앞에서 했던 고민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더군다나 솔라다도 약에 취해 혼수 상태라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민준은 건조한 목소리로 명령한다.
“검.”
후라이팬은 손잡이 윗부분을 단검으로 바꿨다. 귤레쉬의 입에서 그를 뽑아낸 민준은 거침없이 자신의 손등을 그었다.
촥!
허공에 흩뿌려진 선혈은 순식간에 기화(氣化)되어 핏빛 안개가 되었다. 그리고 방 밖으로 천천히 나아가더니 이지를 지닌 것처럼 저택 곳곳으로 움직인다.
공기와 섞인 피는 저대로 문틈으로 스며들어 저택 사람들을 중독시킬 것이다. 그대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깨지 않을 깊은 잠을 선사할 터.
저주가 완전히 먹힌 것을 확인한 후 민준은 말했다.
“잠시 뒤에 집이 좀 흔들릴 건데, 놀라지 말고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그리고 하은성에게는.
“넌 지금부터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절대로 유체이탈 하지 말고.”
“······?!”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하은성은 순순히 알겠다고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방에 둔 채 민준은 거침없이 지하실로 다시 내려갔다. 결계를 부수기 직전 멈췄던 그 장소로.
거기에는 여전히 민준이 아닌 다른 누군가 만든 자물쇠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작 내가 만든 결계는 없어졌군.’
주변에 걸어 둔 저주와 결계가 함께 사라지며 한때 뚫렸을 통로. 그 문을 누군가 다시 막아 둔 것이다. 이 아래에 있는 것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새로 만든 벽.
구조를 보면 수도 없이 많은 마력막을 겹쳐 놓은 것이라 무식하기 짝이 없지만, 때로는 이런 정공법이 더 다루기 어렵다. 교묘하게 해제하는 대신 힘으로 때려 부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꽤나 요란하리라.
이미 각오한 민준은 주저 없이 아시프-1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빈 오른손은 허공을 쥔다. 그러자 그곳에, 영롱한 은빛으로 빛나는 마도구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오리할콘제 후라이팬을 든 민준은 단호한 시선으로 눈앞 결계를 보았다.
***
한편, 그가 일행들 방을 비운 사이.
“그런데 말이에요.”
하은성이 윰투스에게 물었다. 그들은 지시대로 방에 남아 델과 귤레쉬를 지키는 중이었다.
“여기는 왜 온 건지 아세요? 이 집 말이에요. 단순히 저 공주님 간호하려는 목적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오밤중에 깨서 놀라기는 했지만, 이 암살 시도는 민준도 예상 못 했던 일이며 여길 온 이유와도 직접적 연관은 없는 것 같았다.
오늘 유적지에서 민준이 지었던 표정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잔뜩 굳어 있던 얼굴.
유령은 더 먼 과거를 돌이켜 보았다.
그가 본의 아니게 달란트를 조금 날려 먹은 사실을 알았을 때도, 요원은 화를 내긴 했지만 얼어붙지는 않았다. 독일에서 윰투스를 비롯한 외계인들과 마주쳐 싸움을 시작할 때도, 죽자 살자 달려들던 그 외계인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그의 발 앞에 엎드릴 때도, 전 여친으로 추정되는 촉수 나라 공주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도 침착을 잃지 않은 부동심(不動心)의 상징, 어떤 사건사고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남자가 바로 예민준이다.
그런데 여기 와서는 왜 그리도 놀랐을까?
“글쎄요.”
윰투스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그것’을 들고 나가신 이유는 알 것 같군요.”
“네?”
“그분께서 집이 좀 흔들릴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준비하십시오.”
이해 못 한 하은성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
우주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지하로부터 울려 퍼졌다.
***
어떤 징조도 없이, 갑작스레 바닥이 춤추기 시작했다.
지진은 저택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미리 대비한 윰투스는 침구 위 델이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았다. 입을 틀어막힌 채 의자에 묶인 귤레쉬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그륵! 소리를 냈다. 하은성은 미친 듯이 요동치는 바닥 위에서 균형을 못 잡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간신히 비명을 삼킨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땅의 뒤틀림은 강렬하고도 짧았다. 실제로는 몇 초에 불과했지만, 심리적으로는 그 몇 배나 되는 것처럼 느껴진 지진이 마침내 멎었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하은성은 온갖 장식품이 떨어져 뒹구는 바닥을 보았다. 틈새가 토해 낸 돌가루와 먼지가 곳곳에 수북했다. 옷과 머리카락에 묻은 그것들을 털며 하은성은 콜록거렸다.
그리고 걱정했다.
‘이래도 안 깨어난다고?’
주변에 다른 민가가 없으니 당장 여기까지 달려올 슈탄은 없겠지만, 저택 내의 솔라다를 비롯한 다른 슈탄이 걱정이었다.
이 정도면 깨지 않았을까?
하지만 유체이탈을 금한다고 엄포를 놓았으니 명령을 어기고 살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하은성은 질린 표정으로 눈을 끔벅거리다,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요원님이 대체 뭘 하신 거죠?”
윰투스는 은은하게 웃을 뿐이었다.
같은 시간, 하은성의 의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침착한 시선으로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민준의 앞에는 공간이 뒤틀리고 찢어져 틈을 드러낸 구멍이 보였다.
방금 전, 오리할콘 후라이팬을 휘둘러 결계를 억지로 터뜨린 것이다.
=그 은색 팬, 정말 만능이군요. 왠지 모르게 경쟁심이 생기는데요?=
헛소리를 무시하며, 민준은 주변에 자욱한 먼지를 걷어 냈다. 그러자 가려졌던 주변 모습이 드러났다. 후라이팬 풀 스윙의 부산물인 지진은 등 뒤 지하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처음에는 위장용으로 만들었을 터나, 지금은 정말 창고 용도로 쓰는 듯한 이곳의 선반이 모두 넘어지고 건조 식량과 계절을 타는 도구 등이 박살이 나 뒹굴고 있었다.
그는 오리할콘 팬을 집어넣은 뒤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돌로 만든 긴 통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검으로 모습을 바꾼 흑색 팬이 감탄한다.
=호오? 꽤나 깊게 이어지는군요.=
여기서부터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다.
민준은 일부러 하은성에게 이 너머를 정찰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길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영체 상태의 그가 저 아래의 것과 어떤 상호 작용을 일으킬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은성의 영혼이 지닌 비밀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전까지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18만 달란트가 증발해 버린 사건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어··· 라? 조금 이상한 느낌이.=
저택 최저층 아래로 이어지는 미로는 매우 복잡했다. 거미줄처럼 길과 길이 만나고 제멋대로 갈라졌다가 다시 모여 기괴한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간간이 마주치는 교차로는 항상 수평적인 선택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종종 깊은 우물 바닥에 떨어진 듯한 원통형의 큰 방이 나타났는데, 그 벽에는 빼곡하게 통로 역할을 하는 구멍이 층층이 위아래로 뚫려 있었다. 각각의 통로로 향하는 계단은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잘 가다가 끊겨 있거나, 계단의 기능을 잃은 채 본래의 출발한 자리로 다시 이어지거나 했다.
하지만 그 미궁은 민준의 발걸음을 조금도 늦출 수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고 창조물은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이상합니다. 제가 여기 와 본 적이 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이라구요? 그렇겠죠. 그런데 익숙해요. 저 아래에서 무언가···.=
“널 부르는 느낌이 드나?”
아시프-1은 정신파로 긍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그곳에서.
=······!=
아시프-1은 그답지 않게 한참 동안 말을 잃고 있었다.
민준의 목적지, 미로의 끝에는 제단을 연상시키는 거대 구조물이 있었다. 그것의 표면에는 푸른 빛이 일렁이며 끊임없이 흘렀고, 파동이 모이는 중앙에는 반투명한 수정 구슬이 위치했다.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갈 듯한 충동을 느끼며 아시프-1이 말했다.
=이것도 직접 만드신 겁니까?=
민준이 답했다.
“그래.”
기억을 더듬는다.
아직 자신에게 자유가 남아 있던 나날.
그러나 요즘 꿈에서 보았던 그 시절보다는 비교적 현재에 가까운 시간대를.
“네가 위원회에 붙잡혀서 가장 흉악한 죄인, ‘아시프’의 이름을 받았을 때. 놈들은 최초의 수형자가 된 너를 유용한 도구로 써먹으려 했지.”
아시프-1은 민준이 말하는 대상이 후라이팬에 깃든 파편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영혼이 조각나기 전, 온전한 상태였던 창조물을 지칭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아예 영혼을 소거하려고 한 거다.”
허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아시프-1의 영혼은 소멸되는 대신 산산조각이 나서 차원계의 변방으로 흩어져 버렸으니.
“네 창조주가 나라는 사실을 놈들이 알아차리는 건 시간문제였어.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지. 이제 와서 말하지만, 넌 엄청난 희생을 대가로 만든 작품이었거든. 내 창조물 중에도 특별했어. 네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로 여기겠지만, 사실 지성체의 자유 의지를 마음대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야.”
민준은 단검으로 변한 아시프-1의 손잡이를 꽉 쥐며 되뇌었다.
“그래서 널 되찾으려고 했어.”
아시프-1의 영혼 파편은 필사적으로 더 먼 곳으로, 더 구석진 변방으로 질주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과거의 민준은 그것들을 다시 모아 결합하려는 안배를 남겼다.
“이 주변 유적지는, 지금은 사라진 그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은 보물 창고를 가리는 위장막 기능도 했지만 그 자체로도 사실 기관(機關)의 일부였어. 저기 보이는 제단을 가동하기 위한 기계 장치였지.”
아시프-1은 유적지 터 중심에 위치한 제단의 역할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것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이 ‘도구’에 깃들지 않았다면 저기에 홀려서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저 제단은 주변 부품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에서도 미미하게 작동하고 있군요.=
“하지만 제대로 된 기능은 잃은 거나 마찬가지야. 너도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야 간신히 느끼잖아? 원래는 훨씬 먼 거리에서도 영향을 끼쳐야 해.”
민준은 회상에 잠긴 채 말했다.
“저 제단은 일종의 등대야. 네 영혼 파편들이 멀리서도 확인하고 가까이 오게 유인하지. 동시에 그물이기도 해. 한번 다가온 파편이 다시 흘러나가지 않게, 계속 그 안에 붙잡아 놓는 수단.”
아시프-1은 완전히 이해했다.
저 제단은, 흩어진 영혼 조각을 불러 모으기 위해 창조주가 차원계 곳곳에 남긴 장치였다.
“그런데.”
민준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흔적이 있다. 이 제단은 주변 유적이 엉망이 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한 번, 제대로 ‘낚았군’.”
=네? 그 말씀은···.=
“그래. 옛날에 이미 파편 하나가 여기에 끌려들어 와서 잡혔던 거야.”
후라이팬에 깃들었던 파편이나, 검에 깃들었던 파편과는 또 다른 편린.
그것이 여기까지 유도되어 제단에 포획된 것이다.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요?=
“지금은 저기 없으니까.”
민준은 이를 갈았다.
“누군가 꺼내 간 거다.”
=위원회일까요?!=
“그럼 지금처럼 잠잠할 리 없지.”
그렇다고 누군가 그걸 위원회에 제출하여 현상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 없다.
이 상황에서 유추 가능한 결론은.
“누군가 여기 낚인 파편을 회수한 다음, 위원회에 제출은 하지 않고 어딘가 숨겨 놓았던 것 아닐까?”
제일 유력한 범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슈탄 왕실이었다.
민준은 결심을 굳힌다. 그들을 털어 보기로.
창조주가 생각에 잠긴 사이, 여간해서는 말을 조심하는 법이 없는 후라이팬은 질문 하나를 감히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담아 두었다.
그 내용은 이것이었다.
‘이런 일까지 미리 준비할 능력이 있던 분이··· 대체 그래서 어떻게, 왜 잡히신 겁니까?’
그때였다.
=화신이시여!=
지상의 저택에서 급박한 정신파가 전해졌다.
윰투스였다.
‘무슨 일이야?’
사제가 답했다.
=엔델리온의 공주가 의식을 되찾는 기미가 보입니다!=
***
그 시각.
델은 희미한 의식을 유지한 채 주변을 살폈다. 감각이 엉망이고 몸에 기운이라고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영혼이 아직 몸에 단단히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살아 있다. 죽지 않았다.
두 명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는 힘겹게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진짜 죽는 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