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축제도 신경 끄나, 인간?”
라온이 케일을 쳐다봤다. 온과 홍도 비슷한 눈빛으로 케일을 올려다봤다. 케일은 라온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론에게 말했다.
“이틀 뒤에 백작가로 다녀오지.”
“네, 도련님. 애들 축제 구경시켜 주려면 서둘러야겠지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로잘린 씨 모셔와.”
“네, 도련님.”
인자한 척과 장난기가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론은 방을 나갔다. 케일은 씨익 웃는 라온과 온, 홍을 외면하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인간, 떠날 준비 하나?”
“지금 안 간다.”
“알았다! 떠난다고 소식 전하고 오겠다!”
라온은 열려진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온과 홍이 그 뒤를 따라 창문을 훌쩍 넘었다. 세 아이는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케일은 자신을 찾아온 로잘린에게 소식을 전했다.
브렉 왕국 왕자들 중 한 명이 왕세자 알베르에게 로잘린의 소식을 물었고 케일에 대해 물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알베르와 그 왕자가 함께 제국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차례대로 전하였다.
“로잘린 씨, 이 소식들 전하려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말이 끝났을 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로잘린을 볼 수 있었다.
“4왕자겠네요.”
“그런가요?”
“싸가지를 드래곤 레어에 두고 왔을 법한 녀석이죠.”
…뭐를 어디에 두고 왔다고?
케일은 로잘린의 저런 어투를 처음 겪었다.
“어릴 때면 뭐만 하면 징징거리는 아이였어요.”
“그렇습니까?”
일단 맞장구는 쳤다.
“네. 그래서 제가 늘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왕자라서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징징거린다고 들어주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상큼한 미소를 짓는 로잘린이었다.
“그래서 제가 세상을 알려주었답니다.”
무슨 세상일까. 왠지 무시무시한 세상이었을 것 같다.
“어쨌든 4왕자든, 누가 오든, 오면 제가 잘 돌려보낼게요.”
케일은 왠지 모르게 잘 돌려보낸다는 말이 무섭게 들렸지만 그 내용에 대해 묻지 않기로 하였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창문에서 검은 뭉텅이가 빠르게 날아왔다.
“문 열어라, 인간!”
여기저기 나뭇잎과 흙을 묻혀서 온 라온을 쳐다보던 케일은 한숨을 삼키며 문에 대고 말했다. 보나마나 검은 용이 데려왔을 인간은 뻔했다.
“들어와.”
달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용보다 더 시꺼먼 물체가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메리였다. 오늘도 역시나 기계적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그녀였다.
네크로맨서 메리. 그녀는 해리스 마을에서 잘 적응했다. 처음에는 낮이고 밤이고 하늘만 쳐다보던 그녀를 꽤 신경 썼지만 이제는 아주 잘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 용이랑 잘 놀아주고 있었다.
“인간, 들어봐라. 나와 저 착한 아이가 하나 발견한 게 있다!”
로잘린이 빙그레 웃으며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케일은 뚱한 얼굴로 물었다.
“왜? 또 신기한 돌이나 구멍 많이 뚫린 나뭇잎이라도 발견했나?”
검은 용은 메리를 데리고 어둠의 숲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케일은 메리가 지상 위의 자연을 라온을 통해 배우는 게 조금 찝찝했지만, 귀찮았기에 그러려니 했다.
라온은 메리를 데리고 나가 신기한 돌이나 나뭇잎을 볼 때마다 케일에게 보고했다. 처음 용이 신기한 걸 발견했다고 했을 땐 보물인 줄 알고 얼마나 설렜던가.
“아니다! 그냥 고만고만한 걸 발견했다!”
돌이나 나뭇잎보다 고만고만하면, 흙인가? 케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며 메리에게 자리를 하나 가리켰다. 메리는 검은 로브를 끌면서 다가와 의자에 앉았고 그런 그녀에게 로잘린은 다과를 내밀었다.
검은 용은 그 와중에 외쳤다.
“그래! 뼈 발견했다!”
뼈?
“수백 개는 되는 것 같다!”
케일은 메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략 이백여 구의 시체 더미가 발견되었습니다. 모두 땅에 파묻혀 있었고 대부분이 죽은 시체 그대로 묻힌 것인지 뼈의 보존 상태가 좋았습니다. 아마도 길어봤자 2년 정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최한이 아마 어둠의 숲 안에서 지들끼리 싸우다가 다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어둠의 숲에서 이따금 죽은 몬스터나 동물을 발견하면 메리는 그것으로 네크로맨서 연습을 하였다. 메리는 사람과 엘프족 시체는 사용하지 않았다.
“뼈를 맞춰봐야 정확히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지상 몬스터와 비행 몬스터 소수 종족간의 싸움 같습니다.”
그 순간 로잘린은 보았다. 갑자기 케일의 표정이 달라지더니,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인간, 그 뼈다구 착한 아이가 써도 되나?”
로잘린의 표정이 묘해졌다. 매번 라온과 메리는 어둠의 숲에서 발견한 것들을 케일에게 보고하며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깨끗하게 쓰겠다!”
“부수지 않겠습니다.”
케일은 검은 용과 검은 로브, 검은 세트가 하는 말에 답하지 않고 찻잔을 들었다. 그는 여유로이 차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하지만 케일의 입꼬리가 자꾸 씰룩였고 그는 웃음을 참느라 차를 마시지도 못했다. 그는 결국 차를 포기하고 메리에게 물었다.
“비행 몬스터 뼈는 쓸 만하던가?”
“네. 조립을 하고 군데군데 부러진 부분을 복구시켜야겠지만, 그 정도면 꽤 튼튼할 것 같습니다.”
“숫자는?”
“지상 몬스터에 비하면 좀 적습니다. 대략 70여 구 될 것 같습니다.”
“크기는?”
“변종 몬스터 같은데-”
“와이번만 해?”
“조금 작습니다.”
갑자기 와이번 이야기가 나왔지만 메리는 착실하게 답했다. 케일은 그 막힘없는 대답에 심장이 쿵쿵거렸다.
북쪽의 와이번 기사단.
그에 대해 생각할 때면 케일은 불벼락과 마법으로 대응해야 하나, 그러면 우리도 많이 부서질 텐데, 온갖 고민을 했었다.
“메리.”
“네.”
“나한테 고맙나?”
“정말 고맙습니다.”
메리는 케일의 질문이 뜬금없었지만 이를 느끼지 못하고 성실히 답했다. 딱딱한 목소리였지만 메리는 진심이었다.
비록 인간 마을 속에서 사는 것도, 카로 왕국도 아니었지만, 가끔씩 영주성에 보내주었고 지상의 아름다움을 편한 환경에서 느끼게 해주었다.
나중에 이 밤하늘과 푸르른 하늘, 광활한 자연, 그리고 이 집이 보고 싶을 것 같았다.
“그래. 나중에 내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그 고마움을 보답하고 싶겠네?”
케일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로잘린은 찝찝했다. 문제는 그녀만 그랬다.
“네, 맞습니다.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의 입가에 오랜만에 활짝 밝은 미소가 어렸다.
“그럼 내가 부를 때 한 번 영지로 오도록.”
“네. 여기는 언제든 또 오고 싶습니다.”
케일의 머릿속에선 지금 하나의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그 상상을 유지하며 메리에게 말했다.
“몬스터 뼈로 얼마든지 연습하도록. 다만 반납하고 가야 되는 건 알지?”
“당연합니다. 떠나기 전에 깨끗하게 반납합니다.”
“역시 인간! 넌 쓰게 해줄 줄 알았다!”
로잘린이 ‘무슨 이런 거래가 있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케일은 라온과 함께 떠나려는 메리에게 한마디 더 건넸다.
“비행 몬스터 시체면 하늘을 날 수도 있겠어?”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행 몬스터는 처음이라 연습이 좀 많이 필요합니다.”
와이번 기사단.
북쪽에 그게 있다면.
케일은 한 가지 상상을 떠올렸다.
해골 비행단.
이름부터 좀 멋지지 않은가?
케일은 심장이 쿵쿵 떨려왔다. 그의 떨림을 더 크게 만드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는 떨림을 누르며 메리에게 다정히 말했다.
“메리, 나중에 비행 몬스터가 익숙해지면 말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빨리 갔다 온다, 인간!”
메리와 라온이 방을 떠났다. 케일은 창을 통해 어둠의 숲으로 날아가는 라온을 보며 생각했다.
드래곤은 와이번 따위는 압살하겠지?
드래곤 시체. 그것도 성룡의 뼈가 케일에게는 있었다.
어둠의 숲, 검은 늪에서 발견한 그 시체.
케일은 드래곤 뼈와 비행 몬스터 뼈들이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하늘을 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뛰었다. 상상만 해도 자신이 안전해지는 행복한 기분이었다.
“로잘린 씨.”
“…네.”
로잘린은 케일의 음흉한 표정에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참 사람은 착한데, 이따금씩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는 이였다.
“브렉 왕국은 군사력이 어떻습니까?”
“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사안은 극비입니다.”
로잘린은 케일의 얼굴에서 서서히 표정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왕세자 알베르는 결코 아무 이유 없이 타국의 왕자와 함께 움직일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다크엘프 쿼터라는 신분을 숨겨야 하는 이가 타국의 주요 인사와 함께 다니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마 지금 그는 간을 보고 있을 것이다. 브렉 왕국이, 왕자가 괜찮은 자인가.
중요한 정보를 함부로 발설할 수 없어, 그는 지금 브렉 왕국 왕자를 관찰 중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괜찮다면 알베르는 움직이리라. 그는 이득을 좇아도 대의가, 왕국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북쪽 3국이 연합하였습니다.”
“…네?”
그리고 케일은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이 먼저였다. 안전하고 편안한 거.
“그리고 이는 비밀이죠. 몇몇만 알 겁니다.”
“케일 공자, 그게 무슨-”
달칵. 마시지도 않고 들고 있던 찻잔을, 케일은 차탁 위에 다시 올려두었다.
“로잘린 씨, 그런데 말이죠.”
로잘린은 케일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로잘린을 라크처럼 자신의 일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전 위치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건 왕가를 뛰쳐나왔지만 아직 동생 이야기를 하며 웃는 그녀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케일은 로잘린, 왕녀는 버렸지만 브렉 왕국에 가족을 둔 그녀에게 말했다.
“연합은 거기만 하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로잘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뒤로 다른 대화 없이 두 사람의 티타임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날 밤.
“저하, 4왕자가 여기로 온답니까?”
-귀신같은 놈, 모르는 게 없구나. 그래, 4왕자가 간다.
“저하.”
영상 통신구 위로 나타난 왕세자의 얼굴이 영 좋지 못했다. 케일을 탐색하듯 바라봤다.
케일은 왕세자에게 자신이 북쪽 연합에 대해서 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해야 할 순간이 오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순간이 왔다.
“북쪽 3국이 연합했다지요?”
알베르는 케일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모른 척했던 거군. 그래서 마법사 빼돌리는 걸 도왔던 거고. 해안가 군사 기지도 도왔고.
케일은 부정하지 않았다. 왕세자 알베르는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던 듯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로잘린 씨가 동생과 만난답니다.”
-그녀도 이 정보를 알겠군.
“제 동료입니다.”
알베르는 그 대답에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비밀 유지.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래서 지금까지 저하께도 말 안 했죠.”
씩 웃으며 짓는 능글맞은 표정에 알베르는 세상에 이리 보기 싫은 표정은 없다는 얼굴로 영상 통신을 껐다.
-그럼 다음에 보지.
“네. 저하.”
영상 통신이 끝났다.
***
헤니투스 백작가의 황금 거북이가 찍힌 마차가 영주성 앞을 지나치며 그 뒤편의 백작가로 향하고 있었다.
“곧 축제라는 게 실감 나는군요.”
케일은 최한의 말에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창밖을 내다봤다. 성안 곳곳이 꾸며지고 있었고 시끌시끌했다.
특히 조용하고 경직되어 있던 영주성 앞이 북적였다. 영주성 문앞에는 기다란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다.
“영주성 앞에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봅니다.”
“맞다! 나도 처음 본다!”
케일은 은근히 라온과 온, 홍만큼 들뜬 최한을 볼 수 있었다. 하긴 저 녀석은 제대로 된 축제를 즐기는 것이 처음일터.
“나도 처음 보는데! 나도 줄 서보고 싶은데!”
케일은 기다란 줄을 보며 홍이 하는 말에 피식 웃으며 작은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헤니투스 영지에서는 축제가 되면 특별히 펼쳐지는 대회가 많았다.
요리 대회, 그림 대회, 조각 대회 등등 바이올란 백작 부인이 주도하는 대회로 부상이 꽤 컸다.
“약한 인간! 그런데 왜 다들 저렇게 줄을 서 있나?”
“축제 대회 신청이나 예선 참가하려고 다들 모인 것 같네.”
그때 최한이 작게 감탄을 흘리며 관심을 보였다.
“어쩐지 실력 있는 무사들이 두셋 보이더군요!”
…어?
“검투 대회도 하는군요!”
아닌데?
요리, 조각, 그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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