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4
333화.
제국 수도 밤하늘에 달보다 밝게 빛나는 하얀 구.
소드 마스터 하나, 그녀는 그 빛에 눈이 부셨다. 그러나 눈을 감지 않았다.
너무 눈이 부셔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오로지 그 구 안의 검만을 응시했다.
검집부터 검날까지 모조리 하얀 검.
‘어서 가!’
오빠 잭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녀는 제가 딛고 있는 백룡의 날갯짓을 눈에 담았다.
이 하얀 뼈의 용을 조종하는 메리, 그녀의 의지를 담은 백룡이 거침없이 날아오르며 하나를 하얀 검에게로 인도했다.
“누가 잡게 놔둘 줄 아나?”
탑주 버나드가 검은 마나를 두르고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성자 잭을 향하던 그의 시선이 이제는 하나만을 좇았다.
“소드 마스터님을 보호해라!”
채앵!
하늘로 올라가던 하나는 저를 지나쳐 아래로 내려가는 기사들이 보였다.
“수호 기사님의 명이다! 백룡을 보호해라!”
하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호 기사 클로페, 그의 기사들이 와이번을 타고서 탑주 버나드에게로 검을 휘둘렀다.
쾅! 콰앙! 쾅!
아래에서 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크윽!”
성기사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와이번 뼈가 부서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하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하얀 구만을 향해 나아갔다.
보인다.
백룡의 머리에 몸을 숙이고 있던 하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하얀 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걸리적거리는 것들!”
하나는 슬쩍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와이번 해골과 북부의 기사들이 아무리 들러붙어도 굴하지 않고 뒤쫓아 오는 버나드가 보였다.
“신물과 함께 죽여주마!”
버나드의 죽은 마나가 화살이 되어 하나와 백룡을 향했다.
콰아앙!
하지만 이는 은빛 방패에 막혔다.
버나드보다 아래. 하나는 땅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케일 헤니투스와 오빠 잭이 보였다. 케일은 작게 만든 은빛 방패로 버나드의 길을 번번이 막아섰다.
“라온, 공격하라고 전해줘.”
케일은 하늘에 있을 다른 동료에게 신호를 보내라고 라온에게 전했다.
천 년을 산 리치, 그를 이길 가장 확실한 존재.
-알았다! 할배한테 연락한다!
쾅! 쾅!
은빛 방패와 버나드가 자꾸 부딪쳤다. 케일은 품에서 빵을 꺼내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린 빵을 떨어뜨렸다.
-할배가 연락이 안 된다! 로잘린한테는 잠시 어디 간다고 했다고 한다!
음?
왜?
비행선에 있잖아? 뭔 일이야?
케일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상하게 잘 풀린다 싶었더니!
“빌어먹을!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요!”
그는 라온에게 말했다.
“그럼 로잘린 씨에게 대신해 달라고 전해!”
-알았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버나드가 은빛 방패를 검은 화살로 내려쳤다.
“이 빌어먹을 고대의 힘!”
버나드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지만 하나는 다시 시선을 위로 돌렸다. 탑주가 방패를 꿰뚫을 듯 했지만 상관없었다.
“보조해라!”
하나가 비행선을 지나치는 순간, 로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로브로 모습을 가린 로잘린의 올라가는 입꼬리가 보였다.
“이 강한 언니만 믿어.”
로잘린이 싱긋 웃으며 하나에게 말을 건네자 하나는 실소와 함께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길을 터준다.
하나는 저를 위해 길을 터주는 이들의 도움을 느끼며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코앞이다.
이제 하얀 구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거리에 도달했을 때, 하나는 울음과 비슷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치이이익.
하얀 구에 닿은 그녀의 손바닥이 타들어갔다.
하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빛이라 이거지?”
태양신의 신물, 어둠의 속성을 멸하려는 신의 물건.
어둠의 속성을 거부하는 하얀빛.
“나는 어둠이니까 안 된다는 건가?”
하나는 하얀 구에 닿았건만, 저를 거부하는 듯 검은 핏줄에 뒤덮인 제 손을 공격하는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콰앙!
오러를 머금은 손이 하얀 구를 두드렸다. 손바닥이 탔다. 그러나 하나가 느끼는 감정은 단 한가지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하얀 구가 빛 속성이든 말든.
내가 어둠의 속성이든 말든.
내 손이 타든 말든.
어쩌라고?
콰앙! 쾅!
오러와 부딪치는 하얀 구에 균열이 일어났다. 하나는 계속해서 하얀 구를 두드렸다.
아니, 부쉈다.
내 가족이 나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 내 길을 터준 이들이 지금도 아래에서 싸우고 있다.
나는 염치는 있는 인간이다.
흑금빛 오러가 담긴 손이 하얀 구의 균열을 파고들었다.
콰아앙!
검은 핏줄로 뒤덮인 손이 하얀 구를 거침없이 찢어내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타들어가고 피가 흘러나오는 손이 하얀 구의 중심으로 거침없이 향했다.
치이익- 치이이익-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소드 마스터 하나의 손끝에 검이 닿았다.
검 손잡이부터 검날까지 모두 하얀 검.
그 순간, 하나는 몸이 기울었다.
백룡의 다리를 휘감은 검은 마나.
“내가 파괴할 것이다!”
버나드가 은빛 방패와 마법을 피해 검은 마나 채찍으로 백룡을 붙잡았다. 하나는 기우는 백룡의 머리를 박차며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으아아!”
하나는 울부짖듯이 외치며 손끝에 닿은 것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쩌저저적-!
하얀 구가 유리처럼 부서졌다.
동시에 눈부신 하얀빛이 밤을 뒤덮었다. 그 빛에 눈가를 가리고 있던 케일은 차분하지만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들었다.
“됐어.”
성자 잭, 그가 그리 말하며 케일에게 웃어 보인 순간, 케일은 두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은빛 방패를 거둬들였다.
왜냐고?
콰아아아앙!
하얀빛이 사라진 자리. 사람들은 굉음과 함께 백검을 든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전사가 검을 쥐었네.”
전사가 탑주를 공격해야 하니까.
거칠 것 없는 그녀에게 방패는 이제 필요 없었다.
하나는 검을 휘둘렀다.
오러는 조금도 없는 그저 평범한 백검. 그녀의 손은 이제 타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이 타들어갔다.
치이이익-
살이 타들어간다.
버나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뺨을 쓸어내렸다.
하얀 구가 터질 때, 하나의 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
“크으으- 저 신물!”
신음을 내뱉는 버나드의 뺨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타들어가는 통증에 숨을 들이마실 틈이 없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하나의 검 끝이 계속해서 버나드를 노렸다. 그때마다 버나드의 흑마법이 방어를 펼쳤다.
하지만 하나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웃으며 와이번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나를 보조해!”
“네!”
크으.
버나드가 신음과 함께 다가오는 백룡을 향해 검은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그 화살을 해골 와이번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막아냈다.
“제길!”
버나드가 황급히 흑마법 실드를 펼쳤다. 그러나 하나가 조금 더 빨랐다.
촤아아악!
백검이 실드가 생기기 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크으으!”
버나드는 신음을 토해냈다.
팔과 다리가 얕게 베였다.
분명 얕게 베였건만, 그는 신음을 참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치이이익.
백검이 베고 지나간 자리가 타들어갔다.
인간의 피부가 녹아내려 갔다.
그리고 그 피부 아래 검은 뼈가 나타났다.
하나는 그 광경을 보며 희열에 가득 차 말했다.
“이제 겉가죽이 벗겨지는구나!”
리치.
해골 모습을 한 채, 수명도 없이 살아 있는 존재.
탑주이자 리치인 버나드.
그가 뒤집어쓰고 있는 인간 겉가죽이 하나의 검에 닿을 때마다 녹아내렸다. 그리고 복구되지 않았다.
“…태양의 단죄.”
버나드는 짓씹듯이 말하며 하나의 손에 들린 검을 노려보았다.
태양의 단죄.
어둠의 속성을 멸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이자, 어둠의 속성이 본연의 모습이 되게 만드는 존재.
저 백검에 닿을 때마다 버나드의 인간 겉가죽이 녹아내리며 점점 리치로서의 모습이 드러났다.
치이이익-
그 작은 실선과 같은 상처가 지금도 타들어가며 버나드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이라면 지녀야 할 핏줄도, 근육도, 장기도 없이, 피부 아래에는 오로지 검은 뼈만이 존재했다.
“…이럴 수가, 정말로 버나드 경이 리치-!”
도망가던 제국민들도, 이들을 안내하던 빈민가 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가 베어낸 뺨, 그 뺨이 녹아내리며 시꺼먼 해골만이 보였다.
점점 검은 해골뿐인 얼굴이 드러났다.
“다들 이럴 때가 아닙니다!”
렉스 경이 멍하니 있는 이들을 일깨우며 성벽 밖으로 나가도록 지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탑주이자 리치가 되어가는 버나드보다 제국 곳곳으로 향했다.
‘대부분 빠져나왔다.’
제국민들 대부분이 빠져나왔다.
렉스는 땅바닥에 앉아 넋이 나간 얼굴로 버나드를 바라보는 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십시오.”
“…렉스 경.”
버나드에게 조종당해 방금 전까지 렉스와 싸웠던 기사였다.
그는 조종이 풀림과 동시에 리치 버나드를 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렉스는 그런 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기사에게 말했다.
“도망가십시오. 여기는 위험합니다.”
“내, 내가 따르던 사람이- 리치라니-”
기사의 얼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렉스는 그런 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말했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휩쓸려 죽습니다.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그 말에 기사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며 렉스를 바라봤다. 렉스 어깨 너머로, 버나드에게 조종당했던 이들이 다크엘프의 도움을 받으며 황급히 성벽 밖을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멀리서, 갑옷을 입고 있지만 이제는 거의 뼈만이 남은 버나드 주위로 폭풍처럼 모여드는 검은 기운들이 보였다.
심상치 않았다.
그 검은 기운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사는 제 어깨 위에 올려진 렉스 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도 대피를 돕겠네.”
그 순간 기사는 씨익 웃는 렉스를 볼 수 있었다.
“그럼 좋죠.”
짧은 대답과 함께 도망치는 제국민들과 반대 방향으로, 제국 수도 깊숙한 곳으로 가는 렉스를 쳐다보던 기사는 곧 제국민들의 대피를 돕기 시작했다.
렉스는 혹시 대피를 못한 이들이 있나 구석구석을 살피는 와중 버나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름 돋는 웃음소리였다.
“크하하하! 이거 다 들켰구먼. 하하하하!”
버나드는 두 손을 펼쳤다.
어느새 해골만 남은 그는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붉은 안광만이 존재했다.
그는 제 두 손을 쳐다봤다.
죽음을 피한 순간부터 그에게 남겨진 것은 이런 앙상하고 검은 뼈뿐이었다.
그래도 자신은 결국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런 모습까지 보이게 한 저 존재들을 살려둘 이유는 없을 터.
“죽음의 기운이여!”
그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기운들을 마음껏 날뛰게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로 하나가 백룡과 함께 쏘아져 왔다.
“가자!”
백검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버나드는 웃었다.
“나는 천 년을 넘게 살았다. 용보다 오래 살았어. 그런 나의 힘을 이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우우우우웅-
공기가, 땅이 진동했다.
검은 폭풍에 모든 것들이 흔들렸다. 잘게 떨렸다.
“모두 파괴해 주마! 싹쓸이! 신물도 그걸 쓰는 자가 인간이면 결국 나보다 약할 터!”
크윽!
다가오던 하나가 버나드를 감싼 검은 폭풍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폭풍이 너무나도 거셌다.
바람이 심했다.
“빌어먹을!”
이 백검에는 오러가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오러를 이용한 장거리 공격이 힘들었다.
그저 평범하게 싸워야 했다.
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를 지켜보던 성자 잭이 케일에게 말했다.
“저 검은 폭풍이 하나나 저희를 다치게 하지는 못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면 수도 곳곳이 모두 파괴될 겁니다!”
성벽 밖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도망갔지만.
“터전이 부서질 겁니다!”
터전. 살아가는 곳.
이제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잭이 케일에게 다급한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 순간 잭은 케일이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자님, 저기 버나드 보이죠?”
케일의 손가락이 버나드를 가리켰다.
검은 폭풍우 중심에 선 버나드. 잭이 그를 가리키는 케일을 의아하게 쳐다보자 케일이 태연하게 답했다.
“기다리던 순간이 왔습니다.”
“…기다리던 순간요?”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기다렸다.
케일, 그리고 메리가.
“뼈. 우리는 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그 순간 성자 잭은 탄성을 터뜨렸다.
검은 폭풍.
그곳을 향해 뻗어져 나가는 검은 실.
죽은 마나로 만들어진 실이 거센 폭풍을 뚫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 무슨!”
버나드는 나풀거리며 폭풍을 뚫고 저에게 다가오는 검은 실이 보였다. 저 힘없어 보이는 가느다란 선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왔다.
검은 실.
버나드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 감각은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었다.
등 뒤가,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버나드는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이 보였다.
땅에 서 있는 작은 존재.
네크로맨서 메리, 그녀의 입이 열렸다.
“기다렸습니다.”
뭐?
“당신이 뼈가 되기를.”
네크로맨서는 흑마법사보다 약하다.
그것은 진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메리가 누구보다도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뼈를 다루는 것. 그건 내가 최고입니다.”
메리는 버나드와 달리 살아 있는 존재를 조종하지 못한다.
그러나 리치는 살아 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죽음을 피해 도망쳐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시도해 보겠다고?’
‘네, 공자님. 리치를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를 막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리치의 몸은 뼈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는 누구보다도 뼈를 잘 다뤘다.
메리는 네크로맨서가 흑마법사를 이기는 법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네크로맨서가 리치를 막는 방법은 깨달았다.
“이, 이런 하찮은 힘이!”
버나드는 폭풍을 뚫고서 자신의 손가락뼈에, 발가락뼈에 닿으려고 하는 수백, 수천 개의 검은 실들이 보였다.
“크으! 이따위가!”
버나드가 마나로 검을 만들어 검은 실들을 베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너무 많았다.
가늘어서, 너무 희미해서 보지 못했던 검은 실.
그것은 자세히 보면 수천 가닥에 이르렀다.
메리는 이 가느다란 실들을 전투 내내 은밀하게 만들면서 기다렸다.
인내했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다.
“크아아, 아아악!”
버나드가 비명을 터뜨렸다.
검은 실이 리치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수천 가닥의 검은 실들이 폭풍을 뚫고 검은 해골을 붙잡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줄처럼 옭아매었다.
네크로맨서와 리치.
둘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붉은 눈동자의 버나드가 제 몸을 옭아매는 힘에 입을 벌렸다.
“크아아아아악!”
리치 버나드의 비명이, 그의 거센 마나가 일순 주위를 뒤흔들었다.
그 순간, 케일은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 헤니투스.
메리를 바라보던 케일의 몸이 멈칫했다.
에르하벤.
고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하얀 별을 내가 찾은 것 같은데.
…예?
누구요?
드물게 케일의 표정이 얼빵해졌다. 그만큼 갑작스러웠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오늘 중 가장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모고르 제국의 황궁.
밤이지만 비상시라 밝은 그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케일은 그 폭발 위로 솟구쳐 오르는 빛이 보였다.
백금빛이었다.
백금빛을 두른 고룡 에르하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케일이 이를 보고 있는 와중에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 헤니투스, 넌 가짜구나.
네? 가짜요?
도통 뭔 소리야?
케일의 얼굴이 슬슬 일그러질 때.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의 끈을 네가 이은 줄 알았더니. 네 핏줄은 용잡이 핏줄이 아니구나.
케일은 에르하벤처럼 위로 솟구쳐 오르는 또 다른 존재가 보였다.
에르하벤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얀 별이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 핏줄이었어.
하얀 별이 용잡이 가문 사람이라고?
케일은 저 멀리 황궁 지붕에 내려서는 인간이 보였다.
반가면을 쓴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케일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얼굴도 제대로 안 보이는 거리임에도 그리 생각했다.
낯선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피곤에 찌든 목소리였다.
-넌 누구지?
하얀 별. 그가 케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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