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90
589화.
케일의 시선이 다시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바위 아래 있을 정보가 봉인된 신에 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현재 케일은 중심 쉘터를 빠져나와 그 근처에서 알베르, 최한과 셋이서 대화 중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알베르가 잠깐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겠어.”
“네. 말씀하세요.”
알베르는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숨처럼 내뱉었다.
“몰든을 제외한 동대륙 왕국들이 하얀 별 쪽에 붙었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내가 동대륙을 벗어나면 마계의 문 근처에 주둔한 진영을 물려야 될 확률이 높다.”
그나마 동대륙의 압박에서 버틴 것은 알베르가 그곳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대륙은 서대륙 강국의 차기 왕을 먼저 공격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만약 그리되면 잘못하다간 대륙 간의 전쟁이 벌어질 터.
“그리고 이번에 진영을 물리면 다시 엔더블 왕국에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힘들지도 몰라.”
듣고 있던 최한이 입을 열었다.
“저하, 그러면 엔더블 왕국 안에 갇힌 아군은 어떻게 됩니까?”
“에르하벤 님은 전쟁 신 신관이 함께라, 일단 그 안에서 몇 주간 더 버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는 케일을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몰란 가문과 용병 길드, 프레도 공작이 동대륙에 남아 돕기로 하였고. 엘프와 다크 엘프가 연락책을 맡기로 하였어.”
케일의 입이 열렸다.
“이미 서대륙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셨군요.”
케일과 알베르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래. 비효율적이니까.”
두 사람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너와 엔더블 안에 갇힌 아군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이건 변함없어.”
알베르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엔더블 왕국 근처에 모여 주둔하고 있는 것은 효율이 떨어져. 지금 당장 엔더블 왕국으로 잠입하려고 해도 싱크홀을 덮은 검은 막 때문에 텔레포트 마법으로도 진입 불가야. 안에 갇힌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물론 하얀 별이 동대륙의 타 왕국들과 협상을 한 것으로 봐선, 영상통신구 외에도 하얀 별 측에서는 어떻게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방도가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알베르는 그간 계속 지켜봐오기만 했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방도를 연구하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지.”
알베르가 기다리는 때.
“네가 시험이 끝나는 때 말이야.”
그때는, 케일이 시험에서 빠져나오는 그 순간이었다.
“나는 그걸 알 수 있잖아?”
그리고 그것을 알베르는 미리 알고 그에 맞춰 대비할 수 있었다.
케일은 가만히 알베르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에르하벤 님 쪽 인원이 무사하다면 그 방향으로 진행하셔도 됩니다.”
“그래.”
알베르는 슬쩍 미소를 그리며 덧붙였다.
“엔더블 쪽 아군이 위급하다 싶으면 그냥 밀어붙일 생각이야.”
웃고 있지만, 최한과 케일은 알베르의 저 말이 매우 진지한 진심임을 느끼고 있었다.
최한의 입이 열렸다.
“…저도 도와드려야 하는데.”
동서대륙을 오가며 고생하고 있을 동료들에게 최한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알베르가 난감한 미소를 지었고,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왜 동대륙이 하얀 별과 함께하죠?”
“…그걸 모르겠어.”
“몰란 가문이나 용병 길드에서 알아보고 있겠군요.”
알베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흐름을 알아채는 케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현재 서대륙 쪽은 어떻습니까?”
케일이 서대륙에 대해서 묻자, 최한도 바짝 귀를 기울였다.
집이, 또 다른 고향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최대한 우리를 지원할 수 있게, 협력을 받을 작정이야.”
알베르는 동대륙에 대해 이야기할 때보다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강자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할 것 같거든.”
“강자라…….”
“그래. 강자가 필요해.”
케일도 최한도 알베르의 확고한 어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왜 알베르가 이다지도 강자를 강조하는지 알고 있었다.
“케일. 네가 등급 외 괴물의 석상을 8마리나 봤다며?”
케일이 엔더블 왕국 지하에서 보았던 제단 위의 여덟 조각상.
“그것도 네가 보았던 가장 강한 괴물보다 두 마리가 더 셀 것 같고.”
“아마도 그렇죠.”
“그러니 당연히 강자가 필요하지.”
암흑 호랑이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다만 왕국에 몸을 담은 이들을 끌어들이려니 여러 가지로 걸림돌이 많고 시간이 부족해.”
서대륙의 왕국들은 아무리 대륙의 평화를 위해 협력한다고 하여도 왕국의 국력과 직결되는 강자들을 죽을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으로 보내는 것을 많이 망설이고 있었다.
알베르 역시도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 오기 싫다는 사람을 강제로 끌어들이기도 그랬다.
“그래서 조금 고민이야.”
케일과 최한 앞이기에 알베르는 이런 말도 내뱉을 수 있었다.
“동대륙이 뭉친 상황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전력이 모자라. 강자를 어떻게든 모아야 하는데.”
“…강자가 있긴 있죠.”
“어?”
그때, 케일이 내뱉은 말에 알베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지?”
알베르가 다그치듯이 다시 물은 말에 케일은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은. 강자들이 있죠.”
그런 자들이 있다고?
알베르의 눈이 커졌고, 그는 바로 입을 열었다.
“누구?”
그의 재촉에도 케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용.”
존재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
지상 최고의 전투 생명체.
그 존재는 용뿐이었다.
“뭐?”
“라온과 에르하벤 님 말고도. 꽤 있잖아요?”
알베르는 잠시 기가 막힌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하, 하하-”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알베르는 웃음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그거, 말 되는군.”
정말 말이 되었다.
이 전투에 용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케일은 알베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저에게는 로드 쉐리트 님과 용들의 위치를 가장 잘 아실 에르하벤 님. 그리고 로드 감이라고 평가받는 자질이 뛰어난 라온이 있죠.”
막대한 짐을 혼자서 짊어질 필요는 없다.
“형님.”
쓸 수 있는 패가 있다면 모조리 쓴다.
“용들도 끌어들이죠.”
케일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만 잘살자고 하는 짓은 아니잖아요?”
호랑이의 입꼬리도 조금씩 올라가며 그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하. 그리고 마계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쉐리트가 그랬다.
과거 진짜 마계의 문이 열릴 기미를 보이거나, 열리면 그걸 용들이 닫아왔다고.
“뿔뿔이 흩어진 용들을 찾기만 한다면. 최소한 한 번 이상 도울 겁니다.”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용까지 끌어들이려면 더 준비하기 빡빡하겠군.”
빡빡할 것 같다는 말과 달리 그의 눈동자엔 생기가 감돌았다.
활로를 찾은 눈빛이었다.
“잘될 겁니다.”
최한도 밝은 목소리로 한마디 얹었다.
그때, 케일이 툭 내뱉었다.
“빡빡하긴 하겠지만 대신 쳐들어갈 때, 든든하겠죠. 용인데.”
최한과 알베르는 케일의 말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네.”
“그렇겠군요.”
케일은 잠시 허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만약 흩어진 용들을 모으고 그들을 설득해낸다면.
“흐.”
요상한 웃음소리에 두 사람이 케일을 바라봤다.
“아마 그 흰 거도 놀랄걸요?”
하얀 별을 가리키며 말하는 케일의 표정은 오랜만에 경쾌했다.
***
로운 왕성에 자리한 왕궁 도서관.
그 지하 깊숙한 곳에 은밀히 존재하는 곳.
“왕세자야! 시작하면 되나?”
석실 벽에 기대있던 알베르는 라온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라온 님.”
“알았다! 나는 왕세자 부탁은 잘 들어줄 거다! 맛있는 쿠키 주니까!”
현재 이 공간에는 알베르와 라온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석실 한쪽 벽 대신 자리한 거대한 바위로 향했다.
바위에 적힌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
알베르는 성자 잭이 가져온 책 속에 남겨져있던 기록을 바탕으로 이 바위 아래에 묻혀있을지도 모를 태양신의 기록을 찾으러 왔다.
성자 잭과 케이지, 하나가 함께 이곳으로 오려고 했지만, 알베르는 오로지 라온만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세 사람은 다른 이들과 함께 도서관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이 남겨져 있을지 모른다.’
자신에 대한 비밀도.
크로스만 가문에 대한 비밀도.
그 비밀을 다른 것으로 위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적게 알았으면 했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래서 라온과 함께 왔다.
케일이 김록수였다는 것을 아는 라온이니까.
자신의 정체도 아니까.
최한과 케일이 없는 현 상황에서 가장 알베르가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자는 이 어린 여섯 살 용과 타샤 이모뿐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네.”
라온의 통통한 두 앞발이 바위에게로 향했다.
우우웅-
검은 마나가 라온의 앞발로 뭉쳐들기 시작했다.
알베르는 이를 보며 생각했다.
‘도서관 설계상. 저 바위를 빼내도 도서관 지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바위의 크기는 딱 석실 벽만 했기에 이걸 잘만 그대로 들어낸다면, 그 바위 아래를 보는 것은 어려움이 없으리라.
검은 마나가 바위에게로 향했다.
우우우웅-
바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층 마나 컨트롤이 상승한 라온에 의해 바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콰직!
바위와 맞닿아있는 석실 벽이 조금씩 부서지며 금이 갔다.
알베르는 그 광경을 보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이 있을까.
어떤 비밀이, 어떤 치부가 숨겨져 있을까.
“…이런.”
알베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라온도 놀란 얼굴로 외쳤다.
“왕세자야! 이거 안 움직인다!”
살짝 들썩이기만 할 뿐,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라온 님, 잠시만 물러나 주십시오.”
“알았다!”
알베르는 라온을 지나쳐 바위로 다가갔다.
양쪽 석실 벽에 금이 갈 정도이건만, 바위는 멀쩡했다.
그는 잭이 한 말을 떠올렸다.
‘서로를 마주 보는 거대한 두 절벽 사이로 태양은 떠오른다. 태양이 떠오르는 자리에 태양의 기억이 묻혀 있으리라.’
‘그리고 태양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태양의 저주를 이겨낸 자.’
‘그자만이 바위 아래에 묻힌 기억을 꺼낼 수 있으리라.’
그의 입이 열렸다.
“…나만이 꺼낼 수 있다.”
알베르는 바위를 향해 손을 천천히 뻗었다.
“음.”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바위의 따뜻한 표면이 느껴졌을 뿐이었다.
“…따뜻해?”
바위가 따뜻하다고?
알베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에 이 바위가 반응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몇 가지를 바로 해보기로 하였다.
“왕세자야!”
라온이 놀라 외치는 소리와 함께 알베르는 단검을 휘둘렀다.
촤악!
그의 손바닥에 얇은 생채기가 생겼다.
뚜욱. 뚝.
그리고 그 상처의 틈을 타고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 바위는 크로스만 가를 저주하는 바위이자, 저주를 이겨낸 자에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 바위는 알아챌까?
‘…피.’
첫 번째 가설은 피였다.
알베르는 피가 흐르는 손바닥을 바위에 대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웅!
“으윽!”
굉음과 함께 알베르는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허억!”
머리가 어지러웠다.
급격하게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두 다리에 힘이 없어졌다.
“왕세자야!”
라온이 놀라서 두 앞발로 비틀거리는 왕세자의 등을 받치려고 하였다.
“으앗!”
하지만 라온이 놀라서 손을 뗐다.
“…뜨겁다!”
왕세자의 몸이 마치 불처럼 뜨거웠다.
알베르는 숨을 고르며 라온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라온 님.”
그리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게 답인가 보네요.”
“헉!”
라온의 눈이 동그래졌다.
바위가 변하고 있었다.
바위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불처럼 뜨거운 알베르의 몸에, 피에 반응하듯이 서서히 녹아내려갔다.
알베르는 바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지워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바위가 더 이상 녹아내리지 않게 되었을 때.
“…하!”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위의 절반가량이 녹아내렸다.
속이 드러난 바위에는 또 다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알베르는 원래 바위에 적혀있던 문장을 떠올랐다.
‘저주받은 피의 자손들이여.’
‘태양신의 손길이 항시 너희들의 곁에 머물리라.’
‘절대로 하늘을 넘보지 말아라.’
‘태양은 결국 떠오르는 법.’
‘너희들의 몸에 어둠이 심어지는 순간.’
‘그 어둠을 품은 자가 우두머리가 된 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리라.’
그리고 새로이 나타난 문장을 바라봤다.
알베르의 시선이 바위가 녹아내리고 사라진 땅으로 향했다.
그곳엔.
하얀 창이 하나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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