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0
59화.
케일이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이는 가족들이었다.
휙, 휙. 케일의 몸이 힘없이 좌우로 돌려졌다. 탁, 타닥. 케일의 어깨와 팔, 얼굴을 두 손이 요리조리 살폈다. 케일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크게 다친 곳은 없구나.”
데르트 백작은 한참 동안 케일을 살펴보고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영혼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데르트 백작은 매일 아침마다 검술 훈련을 하는 만큼 힘이 셌다.
“컨디션은 괜찮니? 피곤한 곳은?”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바이올란 백작 부인이 케일에게 다가왔다.
“일행이 더 늘었다 들었다.”
그 일행은 늑대족 아이들과 고래족 남매를 가리켰다. 고래족 남매는 검은 용의 마법으로 외양을 완전히 변형시킨 상태였다.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
케일은 오늘도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바이올란 백작 부인의 눈빛이 서늘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테러범들은 아직 안 잡혔다고 하더구나.”
“네.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 일단 알겠다.”
바이올란의 시선이 데르트 백작에게로 향했고 데르트도 바이올란을 마주 보며, 부부는 눈빛 교환을 했다. 케일은 그 모습이 상당히 꺼림칙했지만, 모른 척했다. 뭔 짓을 저지를 눈빛이었다.
데르트 백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케일에게 말했다.
“수도 일과 네 힘에 대한 것은 나중에 들어도 되니, 일단 쉬어라.”
“네.”
백작의 축객령에 케일은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을 잡는 이들이 있었다. 둘째 바센과 막내 릴리였다.
“형님, 몸은-”
“아, 맞다.”
케일은 두 남매에게서 시선을 돌려 부집사 한스에게 손짓했다. 한스는 곧바로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그래.”
케일은 한스에게 받은 물건 두 개를 각각 바센과 릴리에게 건넸다.
“이건 만년필이다. 이건 검이고.”
케일은 남매가 사오라던 물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선물을 전해주고 두 남매를 보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바센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정신 없으셨을 텐데.”
“정신이 없어도 약속한 건 지켜야지.”
무심히 답하는 케일을 빤히 보던 바센은 만년필이 담긴 상자를 쥐며 비장하게 말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영지의 행정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게요.”
“그래, 그래.”
네가 영주가 되어야 하는데, 행정 공부를 많이 하면 좋지. 아주 좋은 자세였다. 케일이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고 이를 보던 바센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형님이 신경 쓸 만한 일은 만들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이야?”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 뒤로 바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케일은 자세한 내용을 빼먹고 말하는 바센을 의문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릴리 헤니투스가 있었다.
7살. 어린아이는 이상하게 표정이 다부짐을 넘어 결연했다. 얘는 또 왜 이래?
“오라버니.”
“그래.”
“우리 영지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단은 내가 강해져서 이끌 거예요. 다 지킬 거예요.”
“오, 응원하마.”
바센은 행정. 릴리는 군사. 둘이면 영지가 알아서 잘 굴러갈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다짐이란 말인가. 케일은 흐뭇한 얼굴로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라면 멋진 기사가 될 거다.”
“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할 거예요.”
“그래, 그래.”
케일은 쓰다듬던 손을 치우고 걸음을 옮겼다.
“난 이만 쉬어야겠다.”
“푹 쉬십시오, 형님.”
“오라버니, 푹 쉬어야 해요! 나으려면!”
케일은 두 애들의 말에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곤 방으로 향했다. 그런 케일의 뒷모습을 남매는 한참 동안 바라봤다.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그의 방은 한동안 비어 있던 공간 특유의 허전함이 느껴질 리 만무했다.
냐아아옹.
냐아옹.
침대 위를 뒹굴고 있는 두 고양이들은 아주 살판이 났다. 하지만 고양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케일은 제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내 시중 들게?”
주방장 비크로스였다. 이젠 아예 제2주방은 두고 론의 일을 대신하려는 건가? 케일의 의문 섞인 눈빛을 모조리 무시하며 비크로스는 편지를 내밀었다.
“아버지 편지입니다.”
“아, 론.”
“보고라고 하셨습니다.”
한 번도 뜯지 않고 깔끔하게 봉해진 편지가 보였다. 론은 저번에 떠날 때는 한스를 통해 편지를 보내더니, 보고는 아들을 통해 할 생각인 듯했다.
“그래. 고맙다.”
“네.”
“메스랑 애들은 일단 주방 보조와 서빙 담당으로 보냈다.”
비크로스의 어깨가 흠칫하더니 몇 초의 뜸을 들인 후 답했다.
“…네.”
그 돌아가는 걸음이 힘없어 보였지만, 어찌 되었든 비크로스는 늑대족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었다. 케일은 방문을 닫았다. 달칵. 그 소리와 함께 검은 용이 나타났다.
“우리 집 좋아. 아주, 매우, 상당히 좋아.”
검은 용은 온과 홍이 있는 침대 위로 뛰어들며 신나 했다. 케일은 평균 7세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픽 웃음을 흘리며 여유로이 편지를 펼쳤다. 그리고 편지를 떨어뜨릴 뻔했다.
보고는 저 한 줄뿐이었다.
이런 살벌한 보고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기에 론이 보낸 편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글씨체도, 더불어 약속한 문양도 보여서란 이유도 있었지만.
똑똑똑.
“공자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양이들이 도도하게 자세를 바로 했고 검은 용은 투명해졌다.
“들어와.”
한스는 고양이들에게 줄 간식을 한가득 품에 안고 들어서며 케일에게 말했다.
“마법사가 언제든 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가지. 넌 따라오지 않아도 돼.”
케일은 한스를 내버려 두고 다시 방을 나와 영주 성으로 향했다.
-어딜 가냐? 마법사 만나?
케일은 온, 홍과 놀지 않고 투명화해 따라오는 검은 용을 위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법사라는 단어에 흥미가 생겨 따라온 것이 분명하리라.
“공자님, 돌아오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그래.”
영주 성으로 들어서자, 케일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많았다.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어. 오랜만.”
“대단한 일을 하셨더군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별로.”
그는 그 과정이 귀찮아 걸음을 빨리하며 인사들에 대충 답했다. 투명화한 검은 용은 그 모습들을 관찰했다. 검은 용은 괜히 날개를 조금 세게 파닥이며 케일의 뒤를 따랐다. 케일에게 인사하는 이들이 나타날수록 용의 귀가 쫑긋거리며 입꼬리가 위로 씰룩였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목적지의 문을 열었다. 물론 노크도 했다.
“공자님?”
“처음 보는군. 반가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지 마법 영상 통신을 담당하는 마법사였다. 보통 영상 통신은 중급과 초급 사이의 마법사들이 담당하는 일이었다.
“영상 통신은 바로 되나?”
“네. 그런데 어디로 하실 겁니까?”
마법사는 영상 통신구를 준비하면서도 힐끗힐끗 케일을 바라봤다. 요즘 영지는 케일 헤니투스에 대한 이야기로 연일 들썩였다. 그래서인지 오자마자 영상 통화를 하려는 케일의 모습이 마법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케일은 마법사의 호기심을 모른 채 담담히 답했다.
“왕궁.”
“아, 왕궁- 왕궁이요?”
“그래.”
케일은 정확한 대상을 짚어주었다.
“왕세자 저하께 연결 부탁하네.”
케일은 어버버하는 마법사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왜? 연결 안 돼? 그냥 음성만 남겨놓아도 상관없는데.”
“아, 아뇨. 됩니다. 되죠.”
수많은 영상 통신이 오고 가는 왕궁과 통신을 할 때는 그 영상이나 음성을 남겨놓는 것이 가능했다. 대기자가 워낙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은 마법사가 중간중간 필요하다는 것 빼면 꽤 편한 세상이야.’
마법사는 왠지 모르게 허둥대며 왕궁으로 수신호를 설정하더니, 이내 케일에게 보고했다.
“현재 영상 통신을 바로 하시는 건 힘들 것 같고, 왕세자 저하 수신호로 음성을 남겨놓을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일이라, 케일은 그러겠노라 답했다. 그는 마법사가 장치를 실행시켜 놓고 나가는 것을 지켜본 후, 혼자가 되자 영상 통신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하, 케일 헤니투스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용건은 간단하게 표현 가능했다.
“위퍼 왕국 마탑 살 겁니다.”
첫 번째 황금패 사용. 케일은 이 음성을 들을 왕세자의 표정이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가 결국 수락할 것도 알았다. 황당해하고 짜증 내면서도 오히려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케일은 한 가지 말을 더 남겨두었다.
“참고로 저 일주일 동안은 영상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곳에 잠시 놀러 갔다 오거든요. 미리 말씀 남겨놓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케일은 마법사가 가르쳐 준 버튼을 눌렀다. 음성이 남겨졌다는 신호로 파란 불빛이 영상 통신구에 들어왔다.
케일은 나가 있던 마법사를 불렀고, 마법사는 이내 불빛을 보고는 케일에게 말했다.
“정상적으로 음성이 남겨졌습니다.”
“그래.”
마법사는 케일이 짓는 미소를 보며 입을 열었다.
“꽤 좋은 내용을 남겨놓으셨나 봐요?”
“뭐, 그렇지.”
아마 남겨둔 음성은 내일쯤은 되어야 왕세자가 들을 것이다. 케일은 자신이 떠나고 난 후, 일주일 동안 통신을 기다릴 왕세자를 떠올리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왕세자 불쌍하다.
검은 용은 왠지 모르게 왕세자가 불쌍해졌다. 케일은 그 말을 가벼이 넘기며 마법 통신실을 빠져나와 아버지 데르트 백작을 찾아갔다. 온 김에 한 번에 일을 해치우고 싶은 그였다.
***
“해리스 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네.”
데르트 백작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친김에 고대의 힘과 해리스 마을, 두 가지를 다 말했다. 하지만 데르트 백작은 해리스 마을에 집중했다.
데르트는 아들 케일의 손에 들린 해리스 마을 사건 관련 보고서를 쳐다보다가 아들을 바라봤다. 케일의 눈빛은 담담했다. 진심이라는 소리였다.
해리스 마을.
데르트 백작은 조사대를 보내고 난 뒤, 관련 소식을 듣고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분노와 함께 슬픔을 느꼈다.
말 그대로 마을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범인의 흔적을 무엇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 관련 수사를 위해 근처 영지에까지 협력을 부탁했고 더불어 정보 길드에 의뢰도 해둔 상태였다.
“…최한이라는 청년이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이냐?”
하지만 데르트 백작은 그곳에서 싸움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것만으로도 최한의 힘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힘을 함께 생활한 아들이 모를 리 없을 터.
“뭐, 그런 셈이죠.”
케일은 데르트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변명을 댈 것이 그뿐이었다.
늑대 아이들 광폭화 및 야생 훈련을 위해. 그리고 검은 용의 성장을 위해. 더불어 고래족 전쟁의 해결 방안을 위해 어둠의 숲에 간다는 말은 할 수 없지 않은가?
케일은 고민하는 것 같은 데르트 백작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조사대가 다 조사했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하고 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걱정은 없지 않습니까? 겨울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
어둠의 숲 몬스터. 해리스 마을과 어둠의 숲 사이에는 사람들이 세운 거대한 석벽이 존재했다. 몬스터를 대비한 것이다.
물론 근 150 년간 몬스터의 침입이 전혀 없었다. 원래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면 죽는다는 소리가 많아서 그렇지 숲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튀어나왔다 하면 돌연변이에 강해서 문제지.’
영주 성에서는 150년간 몬스터가 조용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몇 번 조사대를 파견했지만 차마 어둠의 숲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주위만 둘러보다 나온 형편이었다.
마침내 데르트 백작의 입이 열렸다.
“어차피 아직 해리스 마을에 병사들도 남아 있고 안전한 편이니.”
그는 무언가를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케일에게 말했다.
“네가 거둔 이는 네가 챙겨야지.”
케일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최한은 제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최한을 거두다니. 케일은 그런 적이 없었다. 데르트는 아들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다 컸구나.”
“열여덟이면 다 컸죠.”
“그러네. 나가보거라.”
케일은 데르트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 문으로 향했다. 그때 케일의 등 뒤로 데르트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
데르트를 향해 뒤돌아서는 케일에게 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황금 거북이는 처음부터 부의 상징이 아니었다. 우리는 무가이며 지키는 가문이다. 가족이든 무엇이든 지키는 것이 사명이지.”
데르트와 케일의 눈동자가 마주했다.
“우리는 가장 단단한 껍질로 무엇이든 지키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북이다.”
단단한 등껍질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거북이.
세간에 특출한 점은 없고 다 고만고만하다고 알려진 영주 데르트 헤니투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러니 늘 무엇보다도 너를 제일 위에 두거라.”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네가 얻은 그 힘. 멋지구나.”
케일은 데르트 백작과 비슷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장난스레 답했다.
“그렇죠? 시각적으로 멋진 힘이긴 하죠. 그리고 전 늘 제 안전이 먼접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서류를 보는 데르트를 가만히 바라보던 케일은 영주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에게 검은 용이 물었다.
-너와 저 사람은 가족이지?
케일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케일은 마차에 올라타며 고래족 남매에게 말했다.
“내 새 호위로 제격인데?”
외모를 변형시킨 위티라는 채찍을, 파세톤은 검을 든 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해리스 마을로, 정확히는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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