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65
664화.
“설마 그 꼬챙이를 여기다가 쓰는 건가?”
세계수가 힐러 엘프 펜드릭을 통해 건넨 검은, 검이라고 하기에는 젓가락 정도 길이와 크기를 가진 나무 꼬챙이였다.
케일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갔다.
‘세계수는 이 상황을, 환생자 하얀 별을 없앨 때를 내다보고 그 검을 나에게 준 건가?’
그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세계수는 고대의 힘을 지닌 자의 미래는 잘 볼 수가 없다고 했었다.
케일은 세계수의 검을 전달받았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조피스 왕녀와 함께 몰든 왕궁으로 쳐들어갔던 때였다.
엘프들과 협력하여 가짜 세계수 문제를 처리함과 동시에 하얀 별의 수하인 엘리스네 1세를 물리치고 그 자리를 조피스 왕녀가 차지하는 계획으로, 몰든 왕궁 지하에서 꽤 큰 전투를 치렀었다.
한창 전투 중이었던 와중에 정령술을 쓰지 못하는 엘프이자 힐러로서의 힘을 지닌 펜드릭이 케일에게 은밀히 다가왔었다.
그는 비단으로 감싼 무언가를 건네며 케일에게 말했었다.
‘공자님. 세계수 님께서 내어주신 검입니다.’
‘…검이라고? 이게?’
‘이건 그냥 세계수 가지 아냐?’
‘아닙니다. 검입니다.’
펜드릭은 세계수가 은밀히 그를 불러다가 건넨 말을 케일에게 전했다.
‘공자님. 세계수 님이 위급할 때 쓰라고 하셨습니다. 이걸 생명체의 심장에 찔러 피를 묻히면 위대한 무기가-’
‘세계수께서 공자님의 피가 특별하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생명력이, 활력이 넘치는 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생기, 활기에 약한 존재에겐 케일 님의 피가 직빵이라고 했습니다.’
기억을 떠올린 케일의 입이 열렸다.
“세계수도 몰랐을 확률이 높아.”
세계수가 준 검은 가짜 세계수와 죽은 마나와 관련된 이를 상대할 때 사용하라고 준 것이었다.
환생자를 처리하는 경우까지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정확한 바는 알 수가 없지.’
케일은 헤니투스 영지를 떠나 다음으로 갈 곳을 정했다.
“일단 세계수를 만나봐야겠어.”
“인간아, 그럼 북쪽으로 갔다가 퍼슬시 가나?”
“그래.”
라온은 케일의 대답에 다음 행선지를 머릿속에 넣어두며 두 앞발을 꽉 쥐었다.
‘인간이랑 안 떨어진다!’
꼭 붙어 다닐 것이다.
그래서 혹 인간이 무리하려고 하면 못 하게 막을 작정이다.
라온은 굳게 결심했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추신으로 남겨둔 내용들을 읽어 내려갔다.
“추신 내용이 더 기네.”
사락사락.
페이지를 넘기는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환생자를 없애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단생자, 빙의자, 불멸자 등을 나이테 능력을 이용하여 상대하는 방법이 일기장에 다 나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읽은 케일은 결심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태워버리든가 해야겠어.’
자신과 최한에게 상당히 좋지 못한 내용이었다.
‘나야 빙의자라기보다는 빙의를 당한 사람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최한에게는 위험한 내용이야.’
단생자의 특징을 읽을수록 그 대상은 최한을 가리켰다.
케일은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더 높은 단계?”
설마?
천계와 마계. 그 위는 아마도 신계일 확률이 높았다.
“…이야.”
최한이 죽으면 신이 될지도 모른다?
케일은 왠지 모르게 뒷목이 싸하게 식어갔다.
주르 템스의 일기장을 볼수록, 등 뒤가 서늘해지는 것이 그에게 강한 확신을 하나 안겨다 주었다.
“이 일기장은 위험해.”
일기장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정보가 많았다.
그 정보들을 알면 알수록 템스 가문이 얼마나 위험한 가치를 연구해온 곳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이가 케일 혼자일 확률이 높아서.
라온이 조금 보기는 했지만, 라온은 케일과 함께이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만약 맛이 간 놈이 이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어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얀 별은 아주 우습게 여겨질 만한 거대한 일이 펼쳐졌으리라.
그때야말로 천계와 마계까지 엮여서 일이 진행될지도 몰랐다.
‘위험한 싹이 내 손 안에 가장 먼저 들어와서 다행이야.’
그는 제 손에 들린 일기장을 보며 안도했다.
최한의 이야기였다.
그 뒤로 나이테를 이용하여 단생자를 상대하는 법이 적혀 있었다. 그 외에도 쭈욱 위험하고 절대 알려져선 안 되는 내용들이 이어졌고, 이를 모조리 머릿속에 기록한 케일은 머리에 열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상의 단추 하나를 풀었다.
“이제 마지막만 남았군.”
추신의 끝에는 주르 템스가 남긴 고대의 힘 일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케일은 약간 의문이 서렸다.
‘미래를 볼 수는 없는 건가?’
그는 거기까지 읽은 후에 유독 잉크가 많이 남은, 망설임을 한껏 담은 한 글자를 보았다.
말할까 말까 고민이 가득 담겨있는 한 글자.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묘하게 저 말이 케일은 찜찜하게 다가왔다.
“으음.”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침음을 흘리며 일기장 마지막 글자에서 시선을 떼었다.
케일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한 무덤 주변을 살펴보며 천천히 일기장을 닫았다.
“그래서 고대의 힘 시험은 어떻게 하는 거야?”
탁.
일기장이 닫힌 그 순간이었다.
“어, 어-!”
“이, 인간아!”
케일과 라온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고.
쿠우우우웅—!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덤들이 있는 언덕에 진동이 울리며 울음을 토해내었다.
그 소리는 헤니투스 영지 전체에 들릴 만큼 컸다.
“형님!”
바센은 그 소리에 놀라 밑에서 기다리란 말을 들었음에도 다시 케일이 있는 곳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뒤를 릴리가 따르고 있었다.
“오라버니!”
바이올란 공작부인에게 생떼를 부리다가 케일 얼굴이라도 보려고 온 릴리였다. 그녀는 이미 바센을 지나쳐 더 앞에서 달렸다.
그리고 막 이 언덕 밑으로 텔레포트 해온 이들이 있었다.
“다치면 안 되는데!”
“어서 가야 하는데!”
온과 홍이 놀라서 저 멀리 보이는 바센과 릴리의 뒤를 따랐다.
동대륙 세즈 왕국 넥스산에서 텔레포트를 해온 동료들은 도착하자마자 어머니 무덤이 있는 언덕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 언덕에 케일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 위대한 이 몸께서 가봐야 하나?”
“난 갈 거야!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분홍 뽀글머리 용 도도리는 이미 온과 홍, 뒤이어 달려 나가는 론과 비크로스를 가리키며 그 뒤를 따랐고, 한숨을 내쉬던 반삭발 용 라쉴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끄어어… 끅.”
그의 손아귀에 멱살이 잡힌 채, 엉망이 된 꼴의 도르프가 힘겹게 가는 신음을 토해내었다.
“어휴. 이 위대한 몸이 한낱 인간을 보러 가야 한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라쉴은 투덜거리는 말과 달리 히죽 웃으며 도르프를 질질 끌고서 달렸다.
도르프의 신음이 더 깊어졌으나 라쉴에게는 조금도 신경 써줄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보나마나 이 몸을 칭송하겠지. 후후.’
라쉴은 도르프를 철저하게 쥐어팬 자신을 칭찬할 케일을 기대하며, 서둘렀다.
“야! 여기냐?”
그의 눈에 멈춰선 일행들이 보였다.
“여기 케일 헤니투스가 있-”
케일이 여기 있냐고 물으려던 라쉴은 멈춰 서자마자 보인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쿠우우웅–
거대한 굉음. 언덕이 진동하며 펼쳐진 결과물이 바센과 릴리, 온, 홍 등 어머니 무덤을 찾아온 이들 앞에 펼쳐졌다.
콰와악, 콰악.
케일의 친모. 주르 템스의 무덤이 있던 자리에는 더 이상 무덤이 없었다.
“…나… 나무……?”
무덤이 있던 자리. 그곳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성인 여러 명이 둘러싸야 할 것 같이 큰 기둥을 지닌 나무는 흙 밖으로 살짝 드러난 뿌리조차 우람했다.
나무껍질은 윤기가 흐르는 짙은 고동색이었고, 뻗어나가는 줄기들은 계곡의 거친 물살처럼 힘찼다.
“…허.”
“…어?”
무덤이 있던 자리.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잎이-”
그리고 그 가지에서 돋아난 잎사귀들이 붉었다.
겨울이건만 이깟 추위는 우습다는 듯 돋아난 수많은 잎사귀들이 풍성하게 나뭇가지들을 감쌌다.
그 빛깔은 마치 노을을 닮은 듯 붉었다.
마치 케일의 머리카락 색처럼.
홍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반짝이는데.”
붉은 잎사귀들은 반짝였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잎사귀로 뒤덮인 나무의 중심으로 향했다.
한껏 붉은 잎이 아름답게 빛나는 곳.
“도련님……?”
그 중심엔 케일이 잎사귀들에 감싸인 채 드러누워 있었다.
여기저기 옷가지가 구겨진 것으로 보아, 론이 보기엔 갑작스러운 상황인 듯싶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어… 음.”
케일은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무덤이 갈라지며 거대한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 나무는 케일을 감싸더니 같이 위로 치솟아 올랐고, 얼떨결에 케일은 붉은 나뭇잎들에 둘러싸인 채 공중으로 올려졌다.
“음음!”
라온은 다가오는 이들과 케일을 번갈아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이내 해맑은 목소리로 결론을 내렸다.
“이, 인간아! 이쁘다!”
온과 홍이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데!”
“붉은색이 잘 어울리는데!”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뭔 소리야?”
갑자기 나뭇잎에 떠밀려진 케일로서는 이 상황이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무덤이 갈라지는 상황은 상상도 못 한 그였다.
‘이건 뭐, 어떻게 고대의 힘을 얻으란 거야?’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로, 10대 중후반쯤 될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음? 넌 누구니?
케일은 자신에게 건네오는 물음을 들으며 일기장에 적힌 글귀 일부를 떠올렸다.
‘일단 여기에 남겨진 힘은 주로 내 젊었을 적 사용하던 힘이다.’
‘고대의 힘은 영혼의 기억에 영향을 받아, 그 힘을 얻을 방법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케일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했다.
‘주르 템스가 젊었을 적 사용하던 힘이라, 그 힘과 시험도 젊었을 때의 영향을 받을 것 같댔지?’
그는 자신의 얼굴. 케일 헤니투스를 알아보지 못하는 목소리 주인을 떠올리며 그 가정이 맞겠다 싶었다.
‘힘이 반으로 나뉘면서, 남겨진 영혼도 반으로 나뉜 건가?’
케일은 하얀 별과 버드에게 고대의 힘 주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젊을 적 주르 템스로 추정되는 이의 목소리가 먼저 머릿속에 들려왔다.
-넌 누구길래 나처럼 이렇게 깜찍하게 생겼니?
“예?”
저도 모르게 어벙한 목소리가 튀어나온 케일이었다.
‘내가 지금 뭘 들었지?’
그는 순간 자신의 귀를 매만졌다.
-너 말이야, 너. 참 깜찍하게 생겼네.
케일은 멍하니 두 눈을 깜박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소리는 산뜻하게 이어졌다.
-이상하게 정이 가게 생겼다! 묘하네, 데르트 그 얼빠진 놈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또 우리 첫째 오라버니랑 비슷하게 잘생겼어!
아?
케일의 동공이 흔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이 데르트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주르 템스가 맞는 것 같다. 그의 예상대로 젊은 시절의 주르 템스인 듯싶었다.
그런데 일기장이나 진짜 케일 헤니투스를 통해 느낀 주르 템스 이미지와 너무나도 달랐다.
조금 더 무게감 있고 진중할 줄 알았다.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잘생기고 깜찍하게 생긴 거니?
“예?”
그저 케일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희한하게, 얼빠져서 ‘예?’하는 게 데르트 멍청한 얼굴이랑 똑 닮았어! 아, 귀여워!
“예?”
-어쨌든 넌 통과!
“예?”
당황한 케일이 데르트를 닮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통과라고?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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