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04
그 정도 양이면 아주 가뿐하지.
-맞다, 케일. 피 한 방울도 안 흘릴 양이구나.
-맞습니다, 형님!
-하하. 막내야, 오늘은 편하게 있자고!
짠돌이와 울보 노인네의 대화를 케일은 깡그리 무시했다.
-인간아, 무리하지 마라. 걱정 안 해도 된다. 내가 중원이랑 합의 봤다. 내 부탁을 안 지켜주면 중원이 조각상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알아서 내 부탁을 들어줄 거다.
살벌한 라온의 말에 조금 케일은 쫄았지만, 일단 그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곧 케일의 두 손에서 흘러나온 적금빛의 전류가 두 생강시의 등에 닿았다.
“음!”
“윽!”
두 생강시는 동시에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꾹 눌러 참았다.
동시에 사람들은 뒤로 물러섰다.
파아앗-!
은빛의 반투명한 막이 생강시와 케일, 천마를 감쌌다.
그에 정파와 사파 사람들이 멈칫했을 때, 뇌마가 최한과 론 쪽을 보며 물었다.
“이것이 그 ‘보호막’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론이 인자한 미소를 띠며 답했고, 라온이 케일에게 말했다.
-인간아! 죽은 마나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건 걱정하지 마라!
그 말이 끝난 순간.
우우우—우우우—-
기이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두 생강시의 눈, 코, 입, 귀에서 뿜어져 나왔다.
반투명한 은빛 막으로 그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를 보던 제갈미려와 곤륜파 장문인은 멈칫했다.
딱 봐도 사이하고 불쾌감이 드는 기운이었으니까.
‘음.’
곤륜파 장문인은 제 팔을 내려다봤다. 소름이 돋았다.
정파에서 정순하기로는 소림과 무당에 버금가는 내공을 쌓아오는 곤륜파에게 있어, 저 검은 기운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파지직-!
그러나 그 기운들은 곧 사라졌다.
김해일 공자.
그의 몸에서 솟구쳐오른 적금빛 벼락이 검은 연기 속을 자유롭고 난폭하게 움직이며 다 없애고 있었다.
“허-”
그 모습이 마치 적금빛의 용이 검은 구름을 모두 잡아먹어 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곤륜파 장문인은 탄성을 흘렸다.
저 순수하고 자연 그 자체인 불의 힘.
그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용이 구름 사이를 노니는 것에서 착안한 보법. 운룡대팔식. 그것이 곤륜의 정체성이었다.
그런 곤륜과 달리, 검은 구름을 잡아먹고 자유롭게, 난폭하게 노니는 저 적금빛은 용의 형상이 아님에도 용처럼 보였고.
곤륜파 장문인은 생각했다.
‘저것 또한 용이구나.’
그는 회색의 재가 눈처럼 흩날리는 광경을 보며 그 적금빛이 다시 김 공자에게 스며들고, 그 후에 붉은 연기가 작은 난로에서 뿜어져 나오며 신비로운 광경으로 변해가는 것을 눈에 담았다.
‘경이롭구나.’
김 공자와 천마.
두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이 은빛 막을 넘어 모두에게 느껴졌다.
‘싸우면 필히 진다.’
천마의 무공 경지를 실감한 곤륜파 장문인은 입술을 깨무는 것과 별개로 두려움을 느꼈다.
‘저런 천마를 생강시로 만든 것이 혈교라고?’
더불어 그는 강한 적대감과 용기가 치솟아 올랐다.
‘중원을 지키기 위해선 혈교와 싸워야 하겠구나.’
곤륜파는 오랜 시간 동안 마교와 부딪쳐왔다.
이는 그들 나름대로 정파와 중원을 지킨다는 소명 의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마교만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든 정파와 중원을 노린다면, 곤륜은 기꺼이 그들이 가진 바를 쏟아낼 수 있었다.
그것이 타 문파에 비하면 가난함에도 그들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근간이었으니까.
장문인의 눈빛에 결연한 빛이 어린 순간.
“아-”
그는 탄성을 흘렸다.
“커억-!”
“크억!”
덜덜 떨며 땀에 흠뻑 젖어가던 두 생강시가 잿빛 액체를 왈칵 토해냈다.
“성공이다!”
장문인은 옆에 있던 호 장로가 주먹을 꽉 쥐며 나직이 뱉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케일의 몸에서 적금빛이 사라지고, 천마가 검붉은 기운을 거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안색은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전과 같았다.
그때, 장문인은 벽선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다행이군. 이번에는 피를 토하지 않았어.”
하지만 곧 총군사 제갈미려가 하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강시는 이제 위협이 아니군요. 혈교를 치러 가도 되겠습니다.”
제갈미려는 가뿐한 모습으로 천마에게 다가가는 김 공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 눈빛을 모른 채 케일은 천마를 보며 툭 내뱉었다.
“너 꽤 쓸모가 있는데.”
천마는 자그마치 천마인 자신의 쓸모를 논하는 케일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심하지 않았고, 가벼운 정도였다.
“어떤가?”
그가 묻는 대상은 두 생강시였다.
아니, 이제 원래대로 돌아온 두 사람은 바로 일어나 외쳤다.
“천마께서 하신 말씀대로, 강대한 기운 덕에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표 각주의 말대로, 김 공자님께서 저희를 위해 남겨주신 기운 덕에 오히려 더 몸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응?
케일이 멈칫했다. 그는 자신에게로 집중되는 정사마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천마는 태연히 말했다.
“김 공자는 자네들의 심장. 삿된 기운이 머물렀던 그곳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기운을 남겨두었네. 그 기운을 잘 갈무리하면 신체와 내공을 회복하고, 나아가 내공을 운용함에 있어 전보다 반걸음 정도 더 내디딜 수 있을 걸세.”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천마는 여전히 담담했다.
“김 공자가 자네들의 혈도를 모두 깨끗이 청소해줬으니까. 이건 기연이네. 그러니 김 공자에게 고마워하도록.”
혈도. 내공이 흐르는 길.
그곳은 늘 노폐물이 쌓인다. 그러나 그 길을 케일의 파괴하는 불이 지나가며 삿된 기운은 물론 탁기까지 모두 없애버렸다.
그 말은 그전에는 1차선으로 내공을 운용하던 사람이 이제 1.5차선 혹은 2차선으로 내공을 운용할 수 있게 됨을 뜻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엄청난 기연이었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웬만한 경지를 이룬 고수들도 하기 힘든 일을 케일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했다. 그것도 가뿐하게.
나아가, 삿된 기운을 없애느라 쇠할 것이 틀림없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기운을 남겨두어 심장을 보호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
곤륜파 장문인은 두 손을 꽉 맞잡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그야말로 의인이시구나.’
김 공자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일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사이로 혈도의 탁기를 없애준 케일의 그 뛰어난 능력을 보고 탐욕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금 당당하게 요구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
김 공자가 가진 힘이 두려웠으니까.
더불어 김 공자 주위에 서는 권왕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도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욕심을 가졌던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김 공자님이 바로 기연이었구나.”
케일은 저를 보며 과하게 눈을 반짝이는 이들을 외면했다.
특히 사도련주 사마평의 둘째 아들. 사파의 망나니 사마정이 실실 웃으며 저를 향해 윙크를 하는 것은 바로 무시했다.
그러자, 침을 질질 흘리며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마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듣기로는 천마가 후계자로 내심 정해둔 인재라고 들었는데.
‘쟤도 이상하네.’
케일은 그냥 못 본 척했다.
대신 천마에게 말했다.
“사천, 운남성 부근까지는 소수로 움직일 거다.”
“그래, 나를 포함해서 2명 정도만 같이 움직일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케일은 괜한 소리를 내뱉은 천마를 불퉁한 시선을 바라봤다.
“왜 그러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묻는 천마의 모습에 더 그 시선이 살벌해져 갔다. 그에 천마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김해일. 자네는 좀 스스로 한 희생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어.”
“내가 무슨 희생을 했다고.”
케일이 코웃음을 쳤다.
파괴하는 불 기운이 천마를 비롯한 두 생강시에게 남은 듯했으나, 그건 나눠준 게 아니다. 케일은 내공처럼 기운을 몸에 쌓아두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케일이 손해 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오늘은 가뿐해서 좋았다. 그렇기에 탐탁지 않은 것과 별개로 천마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생강시 탐지기인 신관 더스트.
생강시 정화 도우미인 천마.
든든한 두 명을 데리고 다닐 생각을 하니 케일은 기분이 좀 좋아졌다.
천마는 제 기운을 나눠주고도 웃는 케일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다음 날, 케일은 마교를 나와 곤륜으로 향했다.
그리고 곤륜파의 정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이를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이를 보았다.
“아부지!”
사파의 유명한 망나니 사마정이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며 두 팔을 벌렸다.
“하하하!”
그리고 그 사람.
사도련의 현 우두머리 사마평은 부채를 들어 올려 움직였다.
“크억!”
부채는 사마정의 머리를 후려쳤고, 사마정은 날아가 버렸다.
-인간아, 어, 엄청나다!
라온의 감탄을 들으며 케일은 사도련주 사마평을 바라봤다.
왠지 망나니와 도박꾼, 술주정뱅이의 아버지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사마평은 케일에게 곧바로 인사했다.
“아이구, 우리 김 공자님을 드디어 뵙는군요! 비단결 같은 흑발 사이로 달빛을 머금은 듯한 뽀얀 피부, 그리고 중원의 절경을 떠올리게 하는 깊고 깊은 그 눈빛에 이 사마평은 개안하는 듯합니다! 헤헤.”
뭐지, 이 인간?
케일은 주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21장. 그냥 쓰윽, 싹! 어떻습니까?
사도련주 사마평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똑똑하다.
얍삽하다.
자부심이 강하다.
자존심이 없다.
케일이 황실에서 전달된 보고서들을 통해 파악한 사마평 관련 기록은 정반대의 것들을 여러 가지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명확하게, 모든 보고서에 기록된 사마평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정파에 비상한 두뇌로 무림맹의 역대 총군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인 제갈세가. 하지만 무공 그 자체로 이름을 날린 적은 극히 드물었다. 제갈세가 출신은 대개 두뇌만큼 신체적 능력이 따라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곳과 비견되는 가문이 바로 사파에서는 사마가였다.
그리고 그 사마가 출신임에도 사도련의 주인이 된 자. 그 사람이 바로 사마평이었다.
‘물론 지금은 녹림의 우두머리와 사도련주 자리를 놓고 권력 다툼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그래서 현재는 사마평에 대한 평가가 이전보다는 조금 떨어진 상태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케일은 사마평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느껴야 했다.
“하하. 제가 너무 갑자기 인사를 드렸지요?”
스윽.
케일이 물러난 만큼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아니다.
두 발자국 다가온다.
“아유, 이렇게 뵙게 되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 사마평이가 주책을 부리고야 말았습니다. 하하!”
세 발자국 다가와서 케일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무림맹, 마교.
어느 곳에서도 이런 우두머리는 없었다.
솔직히 어느 무능한 왕 옆에 붙어서 아첨이나 해대는 간신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염소수염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김해일이라고 합니다. 사도련주인 사마평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이쿠!”
사마평이 케일이 슬쩍 내민 손을 두 손으로 덥썩 잡아 악수했다.
사도련주가 이렇게 무게감이 없어도 될까.
순간 케일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 듯싶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천마가 뒷짐을 진 채 사마평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희한하군.”
사람을, 그것도 사도련주를 보고 희한하다고 평가한 천마였다. 그런데 웃긴 것은 반박하는 인간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를 뵙습니다.”
“잘 지내셨죠?”
그의 아들과 딸. 사마공과 사마단조차도 별다른 반응 없이 사마평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히려 분위기가 날카로워져 있었다.
현재 케일 일행은 그 세력별로 분리되어 일정 거리를 둔 채 이동해왔다.
정파. 사파. 마교. 그리고 케일 측.
중심에 케일을 둔 채, 그 셋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따라왔고 가끔 앞으로를 위한 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화도 없었다.
기묘한 대립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대립이 사도련주가 나타난 순간 강해졌다.
‘마교는 아니고.’
뇌마와 천마. 그리고 공 각주까지. 이 세 사람은 사마평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렇다면 날을 세운 쪽은 어디일까.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은 두 곳이었다.
당연히 한 곳은 정파이고.
‘의외군.’
다른 한 곳은 녹림의 2인자 하문이었다.
사마정, 툰카와 함께 의형제라도 맺은 것처럼 굴던 놈이 지금은 사마평을 향해 아예 대놓고 날을 세우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심지어 총군사 제갈미려마저 웃고 있지만 선을 두는 것이 느껴졌다.
“련주.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셨군요.”
“얼른 와야지요. 총군사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구려.”
사마평은 총군사와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눴다.
문제는 케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으음.”
케일이 슬쩍 손을 빼려고 했으나.
“아유, 공자님! 가까이서 이렇게 뵈니 피부가 어쩜 이렇게 아기 피부처럼 뽀얗고 귀티가 줄줄 흐르시는지. 역시 이 중원의 주인 핏줄을 이어받으신 분답게 태에서부터 고귀함이 철철철 흘러넘치십니다! 하하!”
케일은 잘 먹고 잘 잤지만, 여전히 김록수 젊을 적이라 썩 좋은 외양은 아니다.
아직도 좀 말랐다.
고귀함보다는 삐딱함과 불경함이 철철 넘치는 외양이었다.
-인간아. 사도련주 이 인간 사람 볼 줄 안다.
라온의 진지한 말은 무시했다.
“저도 사도련주님을 뵈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일단 지금 막 마교에서 온 터라, 잠시 뒤에 대화를 나눠봐도 되겠습니까?”
케일은 슬쩍 다시 손을 뺐다.
하지만 실패했다.
“아! 숙소에서 쉬셔야겠지요?”
사마평이 한쪽을 가리켰다.
곤륜파와는 반대되는 마을 방향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을 하나 사두었습니다. 하하!”
응?
“거기서 제가 연회를 준비해 놓았으니, 그곳에서 식사도 하시고 여독도 푸시지요. 아무리 일이 중요하고 급하다고 하여도 일단 사람이 좀 쉬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이 사람, 좀 괜찮은 인간 같은데?
-인간아. 나 툰카 친구 아빠 마음에 좀 든다.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
사마평은 케일의 손을 놓고는 천마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천마가 뒷짐을 진 채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악수하려고 내민 손으로 박수를 쳤다.
“이야! 이번 대 천마의 경지가 지고하다고 하더니, 그 눈빛에서도 강함이 느껴집니다! 하하하!”
저놈, 왕세자는 가볍게 이길 놈이다.
아주 혓바닥에 기름칠을 한 게 아니라, 저 혀가 그냥 기름이다.
“자, 마교 분들을 위한 자리도 함께 마련해 두었으니, 가시지요!”
오.
케일은 조금 감탄했다.
사마평이 이곳에 와 봤자, 빨라도 어제였으리라. 그런데 케일뿐만 아니라 마교까지 함께 들일 만한 집을 구해놓았다니. 그 수완이 대단했다.
“크흠.”
그때, 곤륜파 장문인이 슬쩍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김 공자님께서는 본문의 손님이시니, 저희 쪽에서 모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만.”
“하하!”
사마평은 웃으면서 곤륜파 장문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장문인이 진심으로 놀라는 게 보였다.
“곤륜파에서 나오실 분을 위한 방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하하!”
“…우리 것도?”
저도 모르게 장문인이 되물었을 때, 사마평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곤륜에서 마교와 사파. 우리를 들일 수 있겠습니까?”
웃으면서 사마평이 건넨 말에 장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케일은 팔짱을 낀 채 묘한 표정으로 사마평을 바라봤다. 조금 전 사마평은 마교와 사파를 ‘우리’로 묶어버렸다.
“재밌네.”
천마가 흥미로워했고. 케일은 총군사가 웃으며 장문인과 사마평 사이로 끼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를 위한 방도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총군사님과 안 그래도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우리 김 공자님과 대화를 나눌 영광을 누릴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지만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케일을 추켜세우는 사마평. 그를 케일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묘한 음성을 들었다.
-응?
라온이었다.
-인간아, 저 사도련주 뭔가 이상한데?
케일은 흠칫하며 더스트를 바라봤다.
“후후.”
눈이 마주친 신관 더스트는 ‘씁, 하! 씁, 하!’를 반복하며 아주 상쾌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기에 생강시는 없다.
적어도 사도련주는 멀쩡하다.
“공자님.”
제갈미려가 온화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사도련주님의 제안대로, 우리는 그곳에서 머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호오.
천마가 감탄했고, 사마평이 물끄러미 총군사를 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었다.
총군사는 김 공자와 정파를 우리라고 묶었다.
케일은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문득 사파라면 아주 이를 가는 벽선이 저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 뜨거운 눈빛에 케일은 그 시선을 못 본 척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도록 하죠.”
“좋습니다! 어서 오시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