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15
벽선과의 인사도 나눈 케일은 벽선이 살벌한 눈빛으로 사천 정파인들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했다.
‘호 장로와 벽선이 나섰으니, 알아서 사천 정파는 정리되겠군.’
오늘 저녁쯤이면, 사천 정파는 완벽하게 케일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을 것이다.
융통성 있는 편인 호 장로와, 당호보다 더 벽창호 같은 벽선이 왔으니까.
‘이 두 사람이 온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아무래도 총군사가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나 보네.’
총군사 제갈미려가 정파에서 케일에게 무례를 범하는 일을 막고자, 황급히 사람을 보낸 것일 터.
‘이 정도로만 일을 처리해주면, 나야 좋지.’
케일은 벽선과 호 장로에게 말했다.
“그럼 두 분만 믿고 저는 잠시 일을 보다가 오겠습니다.”
두 사람을 믿는다는 말에 벽선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를 모른 케일은 위 상선에게 눈짓했다.
“안내 좀 부탁하겠습니다.”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사천성 성주의 집이요.”
그 말과 함께 케일이 론을 바라봤다. 위 상선은 론의 손에 들린 혈교인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 * *
“여긴 왜 왔어?”
케일의 뒤를 졸졸 쫓아오던 극마가 의아한 얼굴로 멋들어진 저택을 바라봤다.
“사천성주한테 볼일 있어? 그러면 관으로 가야 할 건데.”
케일은 극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묵묵히 이곳까지 안내를 한 위 상선에게 물었다.
“사천성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2대째, 사천성을 관리하는 자입니다. 선대 사천성주는 북경에서 고위직까지 오른 자로, 고향인 사천을 관리하고 싶다고 하여 성주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그의 아들은 과거를 통해 관에 진출, 재능의 출중함과 충성을 인정받아 선대 성주의 뒤를 이어 이곳을 다스릴 직책을 넘겨받았습니다.”
아버지는 고향을,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사천을 다스려왔다.
멋들어진 저택의 문 앞에 있던 문지기들이 멈칫하며 케일 쪽을 바라봤다.
경계를 하면서도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섣불리 날을 세우진 않았다.
다만. 극마를 알아보고는 검 손잡이를 움켜잡을 뿐. 하지만 그들은 극마가 감히 사천성주의 집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게 보였다.
케일은 극마에게 물었다.
“따라올 겁니까?”
“응?”
케일이 무엇을 할지 아주 흥미진진해하던 극마는 이어진 말에 멈칫했다.
“알아선 안 될 걸 알게 될 텐데요.”
그녀는 대번에 몸을 뒤로 뺐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네! 하하하!”
연구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을 수 있지만, 호기심에 목숨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 케일은 조금 더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
-나 찾나?
천마의 전음이 들려왔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너도 그냥 있는 게 좋을 거다.”
피식 웃는 전음 소리가 들렸다.
-혈교가 사천성주와 끈이 닿아있나 보군.
천마의 말에 케일은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할 뿐.
현재 천마는 몸을 숨긴 상태였다.
혈교에 천마와 함께하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기다리지.
천마의 대답까지 들은 후, 케일은 위 상선을 바라봤다.
“들어가지요.”
“네.”
위 상선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굳어있었다.
사천성주.
그의 저택에 청은 상단과 연결된 굴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곳과 혈교 간에 접점이 존재한다는 소리였으니까.
좋게 생각한다면 사천성주 집안에 혈교 첩자가 있거나 고용인 중 혈교 협력자가 있다는 것이었고.
최악으로 가정한다면, 사천성주와 혈교 사이에 어떠한 연결이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라도 위 상선 입장에서는 큰일이었다.
‘혈교가 관까지 선이 닿아있다는 소리니까.’
어쩌면 황궁까지도.
케일은 너무 굳어있는 위 상선의 표정을 보며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예상 못 했습니까?”
“…….”
아무 말을 못 하는 위 상선에게 케일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너무 늦게 발견해서 신기합니다만.”
시선이 마주친 위 상선에게 케일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세상에 파고들 틈은 어디든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피식.
위 상선이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하긴 그렇지요. 어디든 구멍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때, 다가온 위 상선과 케일을 보며 문지기가 반응했다.
“누구십니까?”
정중하면서도 경계심이 서린 목소리는, 제대로 훈련을 잘 받은 이의 티가 났다.
“약속을 잡고 오셨는지요?”
차분한 그 물음에 케일은 위 상선을 바라봤다.
그가 어떻게 답할까?
“공자님.”
위 상선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 누군가가 있다는 듯.
“폐하께서 일하시는 방식을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지요.”
그 목소리는 덤덤했다.
“오늘은 보고할 일이 참으로 많을 것 같습니다.”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케일은 멈칫했다.
그는 위 상선의 무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케일은 탄식을 흘렸다.
그때.
위 상선의 옷자락이 펄럭였고, 그의 두 손에서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푸른 빛깔을 띤 장이 쏘아져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저택의 대문을 박살 내 버렸다.
‘와. 나보다 더 제대로 박살 내는데?’
케일이 속으로 탄성을 터트린 순간.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정체를 밝히지 않으시면, 더는 들어올 수 없소!”
문지기들은 나름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때, 위 상선이 손을 들어 올렸다.
“헛!”
문지기 한 명이 숨을 들이마셨다.
주변 저택의 지붕 위로, 골목길 사이로 하나둘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은 평민이라면 모를 수도 있으나, 관리의 집에서 일하는 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복장이었다.
그 집의 주인이 항시 이 옷을 입은 이가 오면 반드시 알리라고, 그리고 조심하라고 말하니까.
“…동창!”
황제에게는 금의위, 그리고 동창. 두 가지의 칼날이 존재했다.
금의위가 낮이라면 동창은 그믐과 같은 자들.
위 상선의 입이 열렸다.
“샅샅이 뒤져라.”
그 순간, 혈교 조사를 위해 사천에 배치되어 있던 모든 동창들이 사천성주 저택의 담장을 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택 안에서 집사로 보이는 이가 튀어나왔지만, 위 상선은 그에게 검은 패를 하나 내밀었다.
황제를 위해 움직이는 동창을 뜻하는 패.
동시에 감찰을 뜻하기도 했다.
“…이, 이런–”
경악에 서린 집사를 뒤로하고 위 상선은 박살 낸 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뒤돌아 케일에게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공자님, 드시지요.”
케일은 갑자기 박력 넘치는 위 상선의 모습에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들어, 어정쩡한 걸음으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으아악!”
“다들, 가만히 있어! 함부로 검을 겨눠선 안 돼!”
“이게 무슨 난리야!”
사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동창들은 말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
그리고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람들은 굳어있었다.
“…….”
그때, 동창 한 명이 위 상선에게 다가왔다.
그에 위 상선은 표정 없는 얼굴로 명했다.
“관도 샅샅이 뒤져라. 한 톨의 먼지조차도 놓치지 마라.”
“…….”
동창은 말없이 사라졌다.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공자님, 여기는 저희가 맡아서 해도 되겠습니까?”
위 상선의 물음에 케일은 태연히 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이 정도로 뒤집어놔야, 위 상선도 황제에게 보고할 것이 생길 것이다.
“네. 그래도 쉬실 곳이 필요할 터이니, 사천성주의 서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집을 소개하듯 위 상선은 태연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나직이 덧붙였다.
“폐하의 성정으로 보아, 앞으로 공자님께서 하시는 일에 더 큰 협조가 있을 것입니다.”
정사마. 그들의 전쟁과 혈교의 침략으로 중원에 큰 피해가 갈까 봐 나섰던 황제.
그는 꽤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금의위와 동창을 내주고, 황궁의 보물도 건넸으니까.
하지만 혈교가 관까지 손을 뻗었다는 건, 잠자코 있던 용의 역린을 건들려는 행동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폐하께서는 본인의 영역에 날파리 하나 끼는 것조차 싫어하시는 분이지요.”
위 상선은 담담하게 말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인간아! 위 상선 웃는 게 론 할배랑 비슷하다!
케일은 라온이 본인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에 놀라며, 슬쩍 위 상선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역시, 태후의 최측근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듯싶었다.
사천성주의 저택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케일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서재에 입성했다.
많은 서책이 꽂힌 책장과 책상, 그리고 회의를 위한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내올까요?”
위 상선이 미소와 함께 말했고, 뒤를 따라오던 케일 일행 중 론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하지요.”
“좋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론과 쿵짝이 잘 맞는 위 상선을 새삼 놀라워하며 바라보던 케일은 멈칫했다.
-킁킁.
갑자기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반응했다.
현재 절반 정도 봉인이 풀린 물은 나직이 말했다.
-어디서 진한 물 향기가 나는데?
응?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책장 쪽을 그가 바라본 순간.
-킁. 저기 같은데?
케일이 좀 더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의 머릿속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왜 그러나? 보물 금고라도 발견했나?
그러게나 말이야.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갑자기 케일은 설레기 시작했다.
현재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봉인이 53% 풀렸다.
짱돌과 바람의 봉인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케일은 굳이 물의 봉인을 더 풀어야 할 필요는 못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정화에 필요한 불의 봉인을 더 풀 필요가 있지.’
아니면 부서지지 않는 방패나.
정화와 방어. 그 두 가지에 집중하고픈 케일이었다.
공격이야, 현재 그의 곁에는 나서서 해줄 이들이 많으니까.
“공자님?”
위 상선이 책장으로 다가가는 케일을 의아한 듯 불렀다가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
물론 케일은 설레서 표정이 굳은 상태였다.
“혹시, 그곳에서 뭔가 느껴지십니까?”
케일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책장 뒤에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괜히 책장을 쓰다듬었다.
-킁킁.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냄새를 맡는다.
걸쭉한 욕을 잘해서 그렇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녀석이었는데.
-월척을 앞에 둔 기분인데.
케일의 심장이 뛴다. 그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차분하게, 담담하게 말했다.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무엇이긴.
뭐가 되었든 월척 같다잖아!
‘드디어 내가 중원에서, 무협 세계에서 기연을, 보물을 얻는 건가!’
지금까지 다 누가 구해다 준 것을 사용한 케일로서는 본인의 손으로 처음 찾아낼 보물에 심장이 뛰었다.
물론 이 물건의 주인이 사천성주일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되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사천성주가 혈교 측 인사라면, 그냥 가져가도 될 것 같고.’
아니라면.
‘황제보고 사달라고 해야지.’
케일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가볍게 생각했다.
“공자님. 그곳을 살펴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위 상선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사천당주. 그가 머무는 서재에 있는 비밀 공간.
위 상선은 마음이 더욱더 무거워져 갔다.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책장 같은데.”
케일이 책장을 두드리면서 슬며시 일행들을 쳐다봤다.
그들도 상당히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최정수와 수이 칸이. 최한도.
반면에 론과 비크로스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두 사람은 위 상선에게 재촉했다.
“차를 어디서 끓여야 합니까?”
“네?”
위 상선은 당황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차를 내오려고?
그런 그에게로 케일이 태연하게 말했다.
“조금 단 걸로 부탁드립니다.”
“아, 네.”
“제가 살펴보고 있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케일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위 상선은 결국 비크로스와 론을 이끌고 서재를 벗어났다.
그때, 케일은 저를 보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론을 볼 수 있었다.
“아주 손발이 척척 맞네.”
팀장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케일이 어루만지고 있는 책장을 두드렸다.
“이 책장 뒤에 뭐가 있는 것 같아?”
“네.”
“잘라줘?”
“네.”
케일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손으로 가리켰다.
“저만큼. 딱 저 크기만큼만 잘라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냐.”
무엇이든 베어내는 능력이 있는 수이 칸에게 책장 하나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서걱.
서걱. 서걱.
그가 칼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책장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어느새 다가온 최정수가 문을 잡아당기듯, 이수혁이 베어낸 틈에 손을 집어넣어 책장을 끌어당겼다.
끼이이익-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확실히 뭐가 있나 보네.”
이수혁이 책장에 연결된 장치를 발견했다. 꽤 튼튼한 쇠를 써서 만든 장치를 그는 가볍게 검으로 베어냈다.
서걱. 서걱.
몇 번의 칼질 끝에 장치는 모두 두 동강이 났다.
최정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예전에 불법 길드 털 때 생각나네.”
그의 중얼거림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이수혁은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날 뿐.
곧 최정수가 더 문을 잡아당겼고, 그 뒤의 공간이 서서히 케일의 눈앞에 나타났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최정수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같이 내려갈까?”
케일은 그를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봤다.
‘신났네.’
죽립까지 슬쩍 내리고서 짓는 저 표정은 누가 봐도 상당히 신난 얼굴이었다.
“응?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선두에 설게!”
케일의 표정이 더욱더 떨떠름해져 갔다.
와중에 팀장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난 여기서 기다리지.”
팀장은 여유로운 태도로 의자에 앉아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그리고 웬일로 최한이 따라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케일은 의아했으나, 최정수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최한을 보고 그 속내를 짐작했다.
이는 팀장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
“그래, 그래. 재밌게 놀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