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29
00228 파국 =========================================================================
흑 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장소는 아카데미의 교관 회의실이었다. 나를 인도한 사용자들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곧장 회의실 내부로 걸어 들어가자 왼쪽 테이블을 삼분지 일 정도 채우고 있는 동부 클랜 교관들이 보였다.
“아. 머셔너리 로드도 오셨군요.”
회의실을 가득 메우던 수군거림이 멈추고 몇몇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심각한 얼굴로 서진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성현민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는 체를 해왔다. 그가 안내해주는 자리에 착석하자 성현민의 기다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정신 교육 중에 갑자기 호출을 받았습니다. 조금 당황스럽네요.”
“네….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 알고 계신가요?”
“후….”
그는 대답 대신 한번 더 한숨을 내뱉었다. 보아하니 모르는 눈치는 아닌 것 같은데, 말하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항상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 성현민이 이 정도로 혼란스러움을 내비치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에, 뭔가 중대한 일이 터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었다. 박현우와의 대화, 고연주와의 만남 그리고 방금 전 성현민의 반응으로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은 회의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저 가만히 앉은 채로 기다리고 있자 회의실에 들어왔을 때 보이지 않던 사용자들이 속속히 도착하기 시작했다. 내 뒤로 도착한 인원들은 대부분 남부 클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네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불쾌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이윽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털레털레 들어온 김덕필을 마지막으로, 비 참가 클랜들에서 파견 나온 교관들이 전부 모이게 되었다. 나는 차분히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남부 클랜 교관들은 전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에 반해 동부 클랜 교관들은 일부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동남부 클랜들의 반응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었다.
“아 짜증나. 간만에 교육 없어서 쉬고 있었는데 이게 뭔 꼴이야.”
“하여간 요새 좀 잠잠~하다 싶더니 또 이러는구먼. 아주 지들 멋대로야, 멋대로.”
연혜림이 발칵 짜증을 내자 김덕필은 곧바로 말을 받으며 걸걸한 목소리를 터뜨렸다. 그리고 한 명 두 명 동조하는 것을 보며 역시나 갈등은 더욱 깊어지면 깊어졌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황금 사자의 호출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가던 도중, 외부서 수십 명의 사용자들이 걸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에 있는 사용자들 모두가 한가락 하는 만큼, 모두들 쏟아내던 말들을 멈추고 문 쪽으로 시선을 쏘아 보냈다. 그리고.
쾅!
문 앞에 다다랐다 싶을 즈음 부서질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성현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짐과 동시에,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남성 사용자가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거만한 눈길로 우리들을 훑더니,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흥.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군.”
“…….”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들어온 남성이 입을 여는 순간 왼쪽에서 날카로운 기세들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성은 그에 아랑곳 않는 얼굴로 중앙을 휘적휘적 가로지르더니, 맨 위쪽에 위치한 상석에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엉덩이를 붙였다.
“뭐해? 안 들어오고? 아. 그림자 여왕도 들어오시지요. 그건 중앙에 놔주시면 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말이죠.”
남성의 문 쪽을 향해 손짓하자 그 동안 바깥에 서있던 인원들이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두에 황금 사자를 필두로 서부, 북부의 교관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앙에 고연주가 보였는데, 그녀는 양 팔에 길고 넓은 나무상자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천으로 감싼 뭔가를 들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입장함으로써 조용하던 회의실에 발자국 소리들이 왕왕 울렸다. 나는 이 틈을 타, 재빨리 상석에 앉은 남성을 향해 제 3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1. 이름(Name) : 도영록(7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
4. 소속 단체(Clan) : 황금 사자
5. 진명 · 국적 : 구제불능의 지저분함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56)
7. 신장 · 체중 : 184.8cm · 88.3kg
8. 성향 : 비열 · 더러움(Low – Down · Stain)
‘아. 도영록. 기억났다.’
조금 긴가민가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사용자 정보를 본 후에야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 잠시 동안 허공에 떠오른 정보들을 응시한 후, 나는 다시금 고연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은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고연주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녀는 도영록의 말대로 품고 있던 두 물품을 중앙에 내려놓은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곧장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내 어깨에 슬며시 머리카락을 기대었다. 체취가 진하게 풍겨져 오는 걸로 보아 2주 동안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더욱 내어주었다.
이윽고 방금 전 한꺼번에 입장한 중앙, 서부, 북부 클랜 소속 사용자들이 오른쪽 테이블에 모두 착석했다. 왼쪽은 원정 비 참가 클랜이, 오른쪽은 원정 참가 클랜이 앉음으로써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뭐 대부분 내 얼굴을 알고 있겠지만, 새롭게 보는 사람도 있을 터이니 간단히 소개를 하도록 하지. 아.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말은 살짝 높이는 게 좋겠군. 나는 황금 사자 클랜의 대 간부이며, 현재 클랜 로드 직을 대리 수행하고 있는 도영록이라는 사람이올시다.”
“…….”
“아마 다들 궁금할거요. 아카데미서 열심히 일들하고 계시는데, 왜 이리 갑작스레 여러분들을 호출했는지.”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불렀겠죠. 안 그래요? 사용자 도영록씨.”
이미 문을 거칠게 열고 거만한 태도로 상석에 앉았을 때부터 기세 싸움은 시작되었다. 아니, 황금 사자에서 나온 도영록이 저런 말투를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싸우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도영록이 고자세를 보이자 가뜩이나 심사가 비틀려있던 연혜림이 비꼬듯 대답했다. 도영록은 그런 그녀를 보며 빈정대는 웃음을 짓고는 이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있고 말고.”
“사용자 도영록. 잠시 진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훗. 진정하라고?”
“지금 당신의 태도는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합니다. 당신의 그 동안 쌓아온 실적과 지위는 인정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당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
연혜림에 이어 서진우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10강 중 2명이 지적했으면 아무리 황금 사자라 해도 찔끔할 법도 한데, 도영록은 오히려 적대감을 내비쳤다. 그 반응에 서진우의 표정이 굳어질 즈음 도영록은 거세게 몸을 일으켜 중앙으로 나섰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중앙에 놓인 곱게 쌓인 천을 걷어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물건이 드러난 순간, 싸늘한 침묵이 왼쪽 테이블로 내려앉았다.
“이게 뭔지 알고 있나?”
“그건…. 대모님의…. 설마.”
풀려진 천 위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빛 바랜 로브와 여러 조각으로 나뉜, 평소 대모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들어있었다. 누군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리자, 도영록은 이번엔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상자에는 뭐가 들어있을 것 같나?”
“…….”
“이유는 지금 말해주도록 하지. 어제 동부 산맥으로 파견을 나간 조사단이, 대모님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뭐라고? 믿을 수 없다! 갑자기 뭔 개 헛소리….”
“김덕필. 그럼 이리 와서 확인해보던가? 아니, 내가 직접 열어주도록 하지.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보시라고들.”
도영록을 말을 마친 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기다란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개봉했다. 문득 내 어깨에 기대어있는 고연주의 숨소리가 거칠어짐을 느꼈다. 이윽고 상자가 개봉되고 내부가 드러난 순간,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오른쪽 테이블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이럴 수가!”
“아…!”
“읏….”
대모의 시체는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일부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고, 또한 끔찍했다. 한동안 그들의 반응을 보던 도영록은 다시 상자를 닫고 천을 감쌌다. 마치 신주 단지를 모시듯 소중하게 끌어 모으며,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를 뱉어냈다.
“이래도 내가 진정할 수 있겠나? 대모님의, 대모님의 시체를 눈 앞에 두고 내게 진정하라고?”
도영록의 공격적인 말투에 서진우는 어두운 얼굴로 입술만 짓씹었다. 하지만 이내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모님의 사망은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가라앉히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꽤나 담담하게 말하는군. 마치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저희 또한 통신을 통해 한발 앞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난 조사단에게 여기저기 떠벌리라고 명령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지?”
“조사단 분들은 대모님의 사망을 확인한 후 저희가 관리하는 도시로 들어왔습니다. 저희 한(韓) 클랜에서 그들에게 숙소를 제공했고, 그때 알 수 있었습니다. 함부로 떠벌리고 다닌 점은 죄송합니다만 괜한 오해는 받기 싫군요.”
서진우와 도영록의 대화가 오가는 도중 성현민이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잠시 지긋한 눈초리로 성현민을 응시한 도영록은, “구변 하나는 좋군.” 이라는 말과 함께 끌어안은 것들을 들고 자리로 되돌아갔다.
다시 상석에 앉은 그는 기다란 한숨을 내쉬며 양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누가 봐도 대모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불편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전신을 엄습했다.
‘그런데 한창 대모가 활동했던 시절 둘 사이가 엄청 나빴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애초에 대모를 축출하는데 앞장선 것도 저놈이라 들었고.’
1회 차의 기억을 더듬자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몇몇은 얼굴을 미묘히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영록은 한두 번 크게 심호흡을 했고,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후…. 그래. 아랫사람 대하듯 말한 건 사과하도록 하지. 그럴 의도는 없었으니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대모님이시니까요. 그런데 혹시 사망 사인을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흔적이라던가….”
“모르겠다. 애초에 1차 조사단은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머셔너리 로드가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그림자 여왕의 도움으로 대모님의 시신은 발견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게 다야. 그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왜 갑자기 태도를 진정시켰나 했더니 도영록은 나와 고연주를 언급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우리들이 용의자에서 벗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머셔너리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때였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던 도중, 우호 클랜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마 대모님께 원한을 가진 사용자가 저지른 일이 아닐까요?”
“원한이라…. 무슨 뜻이지?”
“뭐, 대모님의 귀환을 반기지 않는 어디어디의 조직적인 소행이거나….”
“뭐라고요?”
SSUN 클랜 소속 여성 사용자가 머리를 배배 꼬며 말을 흐리자, 허유리가 곧바로 발끈하며 되받아 쳤다. 맨 처음 나온 말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뒤에 이어진 말이라는 소리였다.
“방금 그 말은 우리들은 겨냥한 말인가요?”
“어머?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당신들이 저질렀다고 말하기라도 했나요?”
성현민은 얼른 허유리를 향해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에 결국 입은 다물었지만, 그녀는 전방을 노려보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회의실에는 일촉즉발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트리고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도영록이었다.
“그러고 보니 대모님께서 돌아오시고 사용자 아카데미를 판단하겠다는 보고를 들은 것 같군.”
“사용자 도영록!”
“그 동안 아카데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박현우한테 세세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진득하게 참고 있던 서진우는, 도영록의 말에 크게 노호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도영록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늘한 얼굴로 왼쪽 테이블을 훑었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개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 그러나 참았다. 그리고 참으라고 했다. 황금 사자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아카데미에서 입맛대로 휘두른 일은 참고 넘길 수 있다. 솔직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어느 클랜 말마따나 우리들은 강철 산맥 원정을 실패했고, 북 대륙에 악영향을 끼친 주범이라 해도 할 말이 없었지. 내가 그때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당분간 자숙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도영록은 아픈 부분을 교묘하게 찔러 들어오며 서진우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진우를 비롯한 비 참가 클랜들이 할 말이 없는 부분이었다. 그가 이 자리에서 굳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마도 주도권을 잡기 위함일 것이다. 그 말인즉슨, 지금부터 그의 본심이 나온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지금 와서 밝히는 거지만, 대모님의 신체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클랜 로드를 치료하기 위해, 불완전한 몸을 이끌고 동부 산맥으로 들어가신 것이다.”
“몸이 불완전하셨다니….”
“그래. 하지만 대모님은 사망하셨고, 클랜 로드를 치료할 희망은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그나마 남아있던 클랜의 정신적 지주를 잃어버렸고. 이 명백한 적대 행위에 대해 황금 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범인을 잡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겠지요.”
도영록의 물음에, SSUN 클랜 소속 여성 사용자가 곧바로 대답했다. 잠시 동안 회의실 내부는 술렁거림으로 가득히 차 올랐다. 이윽고 소란이 천천히 사그라지자 바로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모인 모든 클랜이 대모님을 살해한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군. 정말로 자신들이 결백하다면 설마 거절할 리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배후를 밝히고 범인을 잡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말씀대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전에 서로 오해가 생길만한 말들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직 결백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지요. 현재로서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큭. 그 말은 협조를 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건가?”
“여기 있는 교관들 중에서는 결정 권한을 가지지 못한 이들도 몇 명 있습니다. 최소한 각자 소속한 클랜에 이번 사건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할 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진우의 논리 정연한 말에 도영록은 고개를 주억였다.
“좋다. 그럼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도록 하지. 참고로 말하자면, 황금 사자 산하 클랜들은 모두 이번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있으면 좋겠군. 박현우! 나는 곧바로 클랜 하우스로 돌아가겠다. 나머지는 네가 마무리를 짓도록.”
“예. 알겠습니다.”
자신의 할 말만 끝내고 몸을 일으킨 도영록은, 대모의 유해를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며 중앙을 가로질렀다. 이윽고 막 문 앞에 다다랐을 무렵, 그는 비척거리던 몸을 똑바로 가누며 걸음을 멈췄다.
“사용자 아카데미는 참았지만 이번 일은 절대로 참을 수 없다. 아니 참지 않을 것이다. 황금 사자는 대모님의 사망에 관해 철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며, 배후를 밝히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배후를 밝히는 그 순간.”
잠시 말을 멈춘 도영록은 절반 정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누군가를 씹어먹을 듯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들에게, 아직 황금 사자의 이빨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켜주도록 하겠다.”
곧장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자 왼쪽 테이블에 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방금 전 도영록의 말은, 황금 사자가 비 참가 클랜들에게 경고하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네, 많은 독자 분들께서 걱정을 해주신 점,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한꺼번에, 여러 일들이 터지겠지요. 클랜간의 갈등도, 한별이도, 박환희와 백한결(+차유나)도, 신규 인원들도, 부랑자도. 물론 수료 이전에 모두 터지지는 않습니다만, 대부분 터질 겁니다. 이제 아카데미에서 남은 기간은 앞으로 2주~3주 가량 되는데, 최대한 어지럽고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하나씩 진행하지 않았습니다.(하나씩 하면 저도 편하긴 하지만요.) 그래서 묵묵히 복선만 깔고 있었어요. ㅜ.ㅠ 아카데미도 후반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끌고 온 것,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그리고 독자 분들이 최대한 이해하시기 쉽게 최선을 다해 사건을 배열하고, 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_)_
『 리리플 』
1. 센서티브 : 오호라. 다시 센서티브님이 1등을 탈환하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하하하.(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ㅋㅋㅋㅋ.)
2. 이슬며르 : 에헤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부끄러워요. 저, 저도 이슬며르 님이 참 좋, 좋습…. @_@
3. 리메르스 : 쿠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내용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_(__)_
4. GODTOP : 아하하. 아니요. 물론 농담이었습니다. 이제는 지금껏 깔아둔 복선들을 대부분 회수해야죠. 🙂
5. 현오 : ㅋㅋㅋㅋㅋㅋㅋㅋ. 메모라이즈 고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뒤에 별표 보고 한동안 혼자서 킬킬 웃었습니다. 😀
6. 개차반왕자 : 헐. 쿠폰 감사합니다. _(__)_ 저, 절단 마공은 실은 패시브 스킬 이어서 말이죠. 제 본의와는 상관없이 나온답니다!(퍽퍽!)
7. 오피투럽19 : 오피투럽19 님. 실은 그것은 말이죠, 홀 플레인의 연금술사들 중 애연가들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속닥속닥.)
8. 순수혈통 : 구상은 마친 상태입니다. 이 구상이 독자 분들에게 잘 와닿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9. 창궁무한 : 수현의 비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 후후후. 아, 한별이는 아마 곧 크게 터질 예정입니다. 아마 그때 많은 독자 분들이 저와 한별이를 질타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껄껄!
10. BlackJoey : 미안해요! 엉엉엉! 아카데미가 단순히 박환희가 중점이 아니라, 차후 홀 플레인의 흐름에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역할을 하는지라 어쩔 수 없었어요! 엉엉엉!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ㅜ.ㅠ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