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01
00300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
“헉, 헉, 헉, 헉!”
한 남성이 숲을 죽자고 달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힘껏 달리다가 발이 꼬인 듯 앞으로 크게 고꾸라졌다. 지금껏 달려오면서 붙은 가속력이 어마어마했는지 무려 서너 바퀴는 뒹굴고서야 구르기가 멈추었다.
“큭…. 읍!”
남성은 고통에 젖은 신음을 내뱉다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절대로 입에서 떼지 않았다. 이윽고 손 떨림이 잦아들 즈음 남성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서서히 내렸다.
“하………….”
혹여나 누가 들을세라 남성은 숨을 가느다랗게 몰아 쉬었다. 그는 바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내 다시금 주저앉고 말았다. 남성은 발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꼬여 넘어졌던 탓인지 발목이 퉁퉁 부어있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일반적으로 부어오르면 발갛거나 또는 싯누런 색을 띠어야 정상인데, 그의 발목은 시퍼런 색으로 변색하여있었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새끼들….”
남성은 나직이 욕설을 뱉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게 혹시 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세심히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남성은 꽤나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두터운 가죽갑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이곳 저곳이 심하게 그을리거나 찢어져 있었다. 오죽하면 갑옷이 아니라 걸레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더구나 찢어진 갑옷 틈새로 피가 배어 나오는데 그 양이 제법 상당했다. 긁히거나 굴러서 다쳤다고 보기엔 심각할 정도라 누군가에게 고의적인 공격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읔…. 읔….”
남성은 주머니에서 꺼낸 물약을 발목에 붓고 있었다. 이윽고 붓기가 슬슬 가라앉자 몸에 난 상처에 골고루 뿌리더니, 한 모금 정도 남았을 즈음 입가로 가져갔다. 꿀꺽, 목 울대가 움직이고 그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군데군데 상처가 보였지만 전보다는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남성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달렸을까? 남성은 폭이 좁은 호젓한 길에 다다른 순간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그는 바로 자세를 낮추고 으슥한 곳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고개만 살짝 내밀더니 한쪽 방향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이윽고 그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어리는 순간, 길의 반대편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남성은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살펴보았다. 반대편에서 나타난 사용자들의 수는 총 여섯 명이었다. 시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내리다가, 일순 그의 표정에 화색이 감돌았다. 남성은 바로 몸을 일으켜 사용자들에게로 후다닥 달려갔다.
“잠시만, 잠시만요! 헉, 헉.”
“모두 정지.”
“혹시, 혹시 뮬의 대표 클랜 지상낙원의 클랜원 분들이 아니십니까?”
“…….”
사용자 여섯 명의 행동은 민첩했다. 남성이 뛰어 나오자마자 바로 경계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선두에 선 사용자는 잠시 남성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꼴을 보니 딱히 해가 되지는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많이 다치신 것 같군요. 일단 치료를….”
“아닙니다! 치료는 괜찮습니다! 일단은, 일단은 빨리 도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음….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뇨?”
“지금 숲 속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동료들은 모두 당했고, 저만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놈들이 저를 추적하기 전에 어서 이 사실을 도시에 알려야 합니다!”
남성의 처절한 외침에 사용자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때였다. 그들 사이로 “아무래도 찾은 것 같은데?” 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남성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윽고 사제가 주문을 외우며 서서히 거리를 줄여오자 그의 얼굴에 공포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주춤주춤 물러설 새도 없이, 사제의 지팡이가 남성을 겨누었다.
“───. ───. ───. 치료(Cure).”
“어…?”
남성은 의아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사제는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상냥히 말해주었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일주일 전부터 이상하게 실종신고가 많이 들어왔어요. 우리는 대표 클랜에서 보낸 칠흑의 숲 조사단이에요. 오늘 아침에 떠났는데 이렇게 빨리 단서를 잡을 줄은 몰랐네요.”
“그렇다면…!”
“네. 아무래도 실종사건에 대해서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저희에게 알려주시겠어요?”
남성은 거의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드디어 살았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말하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곳을 피하는 게 우선….”
핑그르르! 푸슉!
“깍!”
어디선가 공기를 가늘게 찢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사제의 이마가 반으로 갈라지며 날카로운 검 끝이 비죽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성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몸을 허물어뜨렸고, 남성은 반사적으로 시체를 받았다.
“희선아!”
“젠장, 습격이다! 정신차려!”
“혀, 형! 저 남자랑 희선이는….”
“남자는 빨리 데려오고, 시체는 놔둬! 빨리 움직여!”
사용자들의 이런저런 외침이 들리는 가운데, 남성은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었다. 그에 따라 사제의 시체는 바닥에 엎어졌고, 크게 터져나간 후두부가 보였다. 단순히 단검을 날린 것치고는 가히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후두부에서 흘러나온 뜨끈한 핏물이 바닥을 적실 즈음, 남성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달려오는 수십의 기척들을.
*
나는 기어이 창고까지 끌려가고 말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눈앞에서는 형이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장비를 훑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든 동생만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젖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장비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형을 보며, 나는 지금 걸치고 있는 장갑들을 설명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TOPG, 오로쓰로스 롱 부츠, 그리고 하늘의 영광과 태양의 영광까지, 나는 정말 침이 튀기도록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만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형은 내 장비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지금 내 마법 방어력이 굉장히 높다는데 까지만 설명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사족을 덧붙이고 말았다.
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럼 물리 방어는 어때?”라고 되물었고, 난 코트 오브 플레이트가 있지만 걸리적거려서 입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게 바로 실수였다. 잠시 멈췄던 형의 손이 다시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진하 누나가 중간에 빅토리아의 영광을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날 해밀 클랜의 창고에 있던 검사용 장비들은 거덜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결국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옥신각신하고 나서야, 간신히 창고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탁자 위에는 총 세 개의 장비가 아름다운 빛깔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나는 새하얀 광채가 어린 고급스러운 귀걸이였고, 하나는 은은한 금빛을 내뿜는 부드러워 보이는 티셔츠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잔잔한 바다 빛이 파도 치는, 소매 없이 어깨위로 걸쳐 둘러 입도록 만든 외투. 즉 망토였다.
세 장비에는 모두 구즈 어프레이즐이 붙어있었다. 약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드니, 여전히 불만족스러워하는 형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해밀 클랜원들까지.
뚱하니 쳐다보자 형은 금방 표정을 고치며 어설프게 웃었다. 그리고 슬쩍 눈짓을 보내는 게 일단 설명을 읽어보라는 것 같았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제 3의 눈을 활성화했다.
『빅토리아의 영광(Victoria’s Glory)』
(일반 설명 : 아득한 고대 시절, 최강국이라 불리었던 빅토리아 왕국을 상징하는 ‘왕의 검’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왕국들이 탄생하고 멸망했지만, 빅토리아는 가장 오래 장수한 왕국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왕국 사람들은 빅토리아를 가리켜 ‘전투민족’이라 부를 만큼 그들은 호전적인 국가였습니다. 비록 200년에 걸친 무리한 정복 전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분명한 것은 빅토리아는 한때나마 홀 플레인 대륙의 통일을 노려볼 정도로 융성한 국가였다는 것입니다. ‘빅토리아의 영광’은 왕가에 전통적으로 내려온 유서 깊은 검이며, 오직 왕의 자질을 지닌 사람만이 검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상세 설명 : 1. 대대로 이어진 왕의 검인만큼 검의 자존심이 굉장히 강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주인을 가립니다. 만일 주인 될 자격을 갖춘 이가 나타난다면 스스로 귀걸이의 형태를 해제해 검의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착용자가 원하면 다시 귀걸이 형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2. 체력이 2포인트 상승합니다.(다만, 처음 효과를 받아들일 때 95포인트를 초과하는 사용자가 착용한다면 효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 3. 사용자의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줍니다. 신체 활동과 마력의 흐름이 한층 자유로워지며(능력치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저주, 사기 등 악한 기운이 내부로 침투할 시 일부 저항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4. 귀걸이 형태를 해제해 본 모습을 드러냈을 경우, 착용자는 본인의 마력 능력치에 기반해 그에 준하는 위엄(카리스마)을 내뿜을 수 있습니다. 5. 귀걸이 형태를 해제해 본 모습을 드러냈을 경우, 검에 잠재되어있는 능력 ‘검광(劍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블 미스릴 셔츠(Noble Mithril Shirt)』
『푸른 용기사의 외투(Blue for the Dragon Knight’s Coat)』
‘헐.’
설명을 읽다가 나는 멍 입을 벌리고 말았다. 노블 미스릴 셔츠와 푸른 용기사의 외투는 1회차에서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빅토리아의 영광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얼굴을 들자, “어때, 마음에 들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형이 보였다.
“형 이거….”
“괜찮아. 가져. 검이 워낙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우리 클랜원들 누구도 인정받지 못했어.”
“그래도…. 나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잖아.”
“그래도 가져. 그거 귀걸이로만 착용해도 제법 효과는 좋을 거다. 아, 너 체력 능력치가 95포인트를 넘는 건 아니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체력 능력치라는 말을 듣자마자, 문득 형의 사용자 정보가 궁금해졌다. 아직 제 3의 눈은 활성화한 상태였다. 나는 곧바로 형을 쳐다보았다.
1. 이름(Name) : 김유현(2년 차)
2. 클래스(Class) : 뇌제(Secret, The Lord of the Thunder,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
4. 소속 단체(Clan) : 해밀(Clan Rank : 실적 평가 중에 있습니다.)
5. 진명 · 국적 : 천둥과 벼락을 다스리는 자, 동생 바보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6)
7. 신장 · 체중 : 180.7cm · 70.8kg
8. 성향 : 철혈 · 냉정(Blood and Iron · Cool)
1. 김수현 : 562포인트.
[근력 96(+2)] [내구 92] [민첩 98] [체력 90] [마력 96] [행운 90(+2)]
(잔여 능력치는 자유 능력치로 총 6포인트입니다.)
2. 김유현 : 533포인트.
[근력 70] [내구 87] [민첩 88] [체력 97] [마력 97(+2)] [행운 94]
(잔여 능력치 포인트는 0포인트입니다.)
‘?’
형의 능력치를 보고 맨 처음 떠오른 것은 물음표였다. 아니, 솔직히 아주 당황스러웠다. 능력치 총합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마력이 높은 대신 신체 능력치들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만큼 마법사들을 능력치 총합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마법사임을 감안하면 좀 충격적인 능력치였다.
‘이래서 그렇게 펄펄 날아다닌 건가…?’
아래 업적과 고유, 특수, 잠재 능력은 살펴볼 생각도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자, 진하 누나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도련…. 머셔너리 로드. 이미 창고에서 이야기는 끝났어요. 너무 그렇게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되요. 어차피 엘릭서를 구하러 장비들 몇 개를 내놓을 생각도 했고, 실제로 경매에 내놓은 것도 있어요. 이제 그것들을 모두 회수할 수 있게 됐어요.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나름대로 지출은 줄였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지. 솔직히 클랜 로드 장비 중에서 민첩이랑 행운 능력치 올려주는 장비는 조금 아까웠거든. 아무튼 다행이다.”
‘딱히 부담을 가진 건 아닌데…. 그런데 뭐라고?’
저기서 또 민첩이랑 행운이 올라간단 말인가? 물론 나도 빅토리아의 영광을 가진다면 체력 능력치가 올라가겠지만, 아무튼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 수현아. 오히려 형이 더 못 챙겨줘서 정말 미안해.”
“아, 아니. 이것만해도 충분해.”
“그래. 설마 이것도 받지 않으려고 했으면 강제로라도 입히려 했는데 다행이구나. 그럼 얼른 빅토리아의 영광에 손을 얹어보지 않으련? 결과가 궁금하다.”
“…….”
문득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형은 빙긋빙긋 웃으며 안 되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나를 격려하는 말을 덧붙였다. 잠시 고개를 돌리자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는 안솔과, 웃겨 죽겠다는 얼굴로 손으로 입을 가린 둘이 보였다. 왠지 형을 만나고 나서 지금껏 쌓아온 클랜 로드로서의 위엄이 와르르 무너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너무 기대는 하지마.”
“알아. 나도 거부한 녀석인데 뭐. 그래도 수현이 너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 하하.”
뭔 소리야 도대체. 부담을 가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나는 서서히 손을 들어 귀걸이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때였다.
우웅!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귀걸이는 내가 손을 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으로 모습을 변환했다. 테이블에는 어느새 새하얀 광채를 은은히 뿜어내는 매끈하고 위엄 넘치는 검이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얼떨떨한 마음에 고개를 들자, 아까 전 내 표정을 똑같이 답습하는 사용자들을 볼 수 있었다. 형을 포함해서.
*
“수현아! 형이 곧 모니카로 갈게!”
“수현. 아주버님께서 부르시는데요?”
“못 들은 척합시다.”
“수현아! 몸 조심해야 해! 꼭이야! 수현아!”
형의 목소리가 들릴수록 나는 더욱 걸음을 바삐 놀렸다.
보상 문제가 끝난 이후, 나는 곧바로 형과의 작별을 고했다. 형은 어떻게든 나를 붙잡아두려고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했지만 일이 있다는 핑계로 딱 잘라 거절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형이었고 나라고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형의 말을 받아들여 조금 더 머무를 경우 그 이후가 무서웠다. 왠지 한 번 이렇게 기대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도 기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형에게 다시 보호받기 위해서 2회차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아무튼 이렇게 형과의 해후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두어 개 남아있었다.
첫 번째는 이번에 내가 살린 사용자가 북 대륙의 수호자라는 것, 두 번째는 형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거기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았지만, 지금은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효을은 후유증을 어느 정도 회복하기 전까지 깨어나지 못할 것이고, 수호자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었다.
‘북 대륙 수호자를 살렸다. 그리고 이효을의 진명과 안솔의 진명. 마지막으로 형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당장 감정에 끌려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갖고 깊은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면한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일단은 영감님 영입부터 끝내자.’
그래. 일단은, 서로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있었는지, 중천에 떠오른 해는 서서히 노을 빛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워프 게이트로 향할 차례였다.
“수현아! 그냥 형이 바래다줄게! 응? 딱 바래다주기 까지만…!”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결국 뛰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 추가 : 300회 축하해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예. 이로써 형과의 해후 파트가 끝났습니다. 이별도 조금 상세히 하고 싶었지만 그냥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종종 만날 테니까요. 하하. 그리고 그때는 효을이도 깨어나겠지요. 이번 소제목 나비효과는 바로 이효을을 살린 것에 중점을 둔 파트입니다. 하하. 더 자세히 말씀 드리고 싶지만 이효을과 안솔이 만나는 날을 위해 여기서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뮬로 갈 차례입니다!
PS. 다시는 형을 저벅가로 깨우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형은 전역한지 3년 차 인데, 아직도 격하게 반응하네요. 일어나자마자 흉신악살의 얼굴로 저를 응시하는데 오금이 저렸습니다. 바로 끈 게 다행이었어요. 후유.
『 리리플 』
1. 미월야 : 오랜만에 1등을 하셨군요! 축하합니다. 🙂 하하. 이타치라.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동생 이마를 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ㅜ.ㅠ
2. mfsm : 에. 군만두요? 고기 반찬 주세요! 샐러드 주세요! 생선도 주세요!(퍽퍽!)
3. 플룻 : 아 플룻 님. 저번에 달아주신 코멘트가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 안솔이 삐아~. 삐아~. 하면서 대륙 수호자 역할을 한다니. 생각만해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
4. 추락한날개 : 실은 얼마 전 조아라 편집자 분한테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북 원고를 원하시더군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흑흑. ;ㅅ;
5. 고장난선풍기 : 후후. 딸 바보도 좋지요. 아마 형이 아니라 누나였다면 다른 분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
6. 유리켄느 : 쿠폰 감사합니다. _(__)_ 그 지인 분께서 혹시 코멘트를 다신적이 있으신가요? 닉네임이 궁금합니다. 하하. 아. 혹시 김유현 공, 김수현 수는 어떠신지요.(농담입니다. 농담이에요! 죄송해요!)
7. 레플리온 : 눈빛만보고 바로 굴복했습니다. 엄청 싸늘한 게 정말…. ㅜ.ㅠ
8. 虛空_달바라기 : 호. 저를 자극하시는군요? 하하하. 장소는 마련되어있습니다. 클랜 하우스에 대목욕탕도 있겠다, 우연히 마주치면…. 퍽퍽! 노, 농담입니다. @_@
9. 알리 : 엇, 정말요? 어디서 근무하셨어요? 진주인가요? 사천인가요? ㅋㅁㅋ
10. 와룡선생a : …….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그렇군요. 제 안에 잠재되어있는 그것을 깨우시려 하시는군요! 크오오오! 이렇게 된 이상! 일수다공으로…! 하아, 하아. 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자꾸 그러시니까 제가 자꾸…. ;ㅇ;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