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52
00951 If You Change, One. =========================================================================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장내를 가득히 물들였던 흙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잠시 후.
점차 드러나는 괴조 군단의 위용과, 괴조의 등에서 뛰어내리는 새로운 사용자들을 확인한 순간, 나는 헛바람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멀리서 펄럭거리는 깃발에는 분명히 황금 사자 클랜을 상징하는 금빛 사자가 그려져 있다.
한데, 그뿐만이 아니다. 깃발은 하나가 아니었고, 황금 사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제껏 북 대륙의 전성기는 크게 보면 총 두 번이 있었다.
한 번은 구 북 대륙을 호령했던 황금 사자 클랜을 필두로 바바라를 공략했을 때. 또 한 번은 우리 머셔너리 클랜이 선봉에 서서 아틀란타를 공략했을 때.
그러할진대.
황금 사자는 물론, SSUN, 발해, 북녘, 스텔라, 아크로스 바이노, 멸화랑, 아이리스, 미르, 한울, 높새바람, 싸울아비….
과거 북 대륙을 이끌며 영광을 이룩했던 클랜들이 이 자리에 총 집합했다. 당장 내가 알고 있는 클랜 상징 기(旗)만 해도 무려 열 개가 넘는다. 거기다 중간중간 예전의 십 강이 보이는 것도 전혀 착시가 아니리라.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단 몇 분 만에 북 대륙의 인원이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하지만 어떻게….
“아.”
아니, 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GP로 소원을 이용하면 죽은 사용자도 거주민으로 되살릴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형은 저만한 인원을 모조리 GP로 부활시켰다는 건가? 전쟁을 치르고, 나를 구하겠다고?
“하아아아….”
그때 누군가가 탄식에 젖은 긴 한숨을 흘렸다. 아스타로트가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관문에서 막아야 했다고…. 왜 여기까지 들여서는….”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리자, 가장자리에 여전히 굳은 듯이 서 있는 에르윈이 보였다. 얼굴빛은 창백하기 짝이 없으나 표정만큼은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마침내 에르윈이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
이어지는 말에 아스타로트가 에르윈을 흘끗 흘겼다.
“어차피 일만 명도 안 되는 수준. 그냥 쓸어버리고,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래. 애초야 그랬어야 했다고. 제기랄!”
욕설을 뱉은 아스타로트는 갑갑해 죽겠다는 듯 단상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동시에 불현듯 하늘에서 까르르 웃어 젖히는 소리가 사방을 왕왕 울렸다. 왜인지 낯설지 않은 소리 같아 눈을 이리저리 돌릴 무렵, 누군가가 갑작스레 훌쩍 옆으로 뛰어내렸다.
그 정체를 확인한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치뜨고 말았다.
“타나토스…!”
*
‘수현아.’
약속의 신전에 도착한 이래, 줄곧 단상을 올려다보던 김유현의 눈이 가늘게 이지러졌다. 적의 동태가 갑작스레 이상해지는 기척이 느껴졌으나, 왜인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이곳까지 무사 입성하는 건 성공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오기만 했을 뿐, 아직 무엇 하나 이루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으며,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해야 하나.
“이봐.”
암담해지려는 기분을 애써 떨치는 찰나, 문득 누군가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왼쪽 어깨를 툭 짚는다. 돌아보는 곳에는, 겉보기로 한 마흔 살쯤 되려나. 서글서글한 눈매가 특징인 멋들어진 중년의 사내가 빙긋 웃고 있었다. 예전 북 대륙을 호령했던 클랜, 황금 사자의 클랜 로드였다.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친구.”
친근한 음성에 김유현이 가는 숨을 흘리며 머리를 끄덕거리는 찰나였다.
“그래서, 저놈들이 그때 서 대륙을 움직여서 전쟁을 걸어온 놈들이요?”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잔잔한 음성이 물어온다. 언제 왔는지, 전 고려 로드가 팔짱을 낀 채 담담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김유현은 침착히 입을 열었다.
“예.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악마는 강철 산맥 공략 때도 타 차원의 존재를 소환하는 수작을 부렸지요. 그것만 아니었다면, 아틀란타를 목전에 두고 고려 클랜이 멸망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 말에 고려 로드의 안색이 딱딱히 굳었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문득 옆을 흘깃거렸다.
“그나저나 참 의외요.”
“예?”
“아니, 당신 말고. 황금 사자 로드.”
“…응?”
오른팔을 붕붕 돌리고 있던 황금 사자 로드가 옆을 돌아보자, 고려 로드가 싱겁게 웃는다.
“설마 당신이 참전을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나야 함께 했던 부하들의 원한을 갚는다손 쳐도.”
“아아…. 간단해. 살려줬으니까. 그리고 부활도 약속했고. 부탁 한 번에 이 정도면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
“뭐, 그렇기는 하지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서로 으르렁거리지 말자고. 나 참, 고작 내분으로 황금 사자가 멸망했다니…. 대강 듣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가.”
“허! 꼭 당신은 잘못 없다는 것처럼 말하는구려.”
“뭐야?”
고려 로드가 빈정거리자 황금 사자 로드가 발끈하며 외쳤다. 그러나 곧 흠칫 놀라며 물러서고 말았다. 홀연 굉장히 긴 지팡이 하나가 코앞으로 불쑥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거 뭐가 이렇게 시끄럽나!”
약간 쉬었으나, 마력이 충만한 목소리가 거세게 호통친다. 이내 지팡이를 거두고 휘적휘적 걸어오는 이는, 다름 아닌 전 북 대륙의 수호자이자 대모라 불렸던 사용자, 손분례였다.
손분례가 주름진 눈으로 노려보자 쯧쯧 혀를 차자, 황금 사자 로드가 머쓱히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 저놈이 먼저….”
“시끄러워! 기껏 살아나 놓고서, 지금이 투닥투닥 싸우기나 할 때야?”
“살아나기는 그쪽도 마찬가지….”
“이 영감태기가! 조용히 안 해!”
버럭 외친 손분례가 돌연 위협적으로 휘두르던 지팡이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윽고 동시에 머리 젖힌 세 사내의 시야에 공중으로 우수수 떠오르는 마족 군단이 밟혔다.
크롸롸롸롸롸롸롸!
그러자 괴조 우두머리 또한 힘찬 괴성을 토하며 힘껏 날개를 펼쳤다. 이미 상대가 공중을 점거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터라, 지체 않고 움직이려는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
“저, 적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전방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적진으로부터 치솟은 무수한 화살이 허공을 가득히 메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아까부터 화살을 겨냥하고 있던 궁수들이 명령을 받고 모조리 시위를 놓은 것이다.
말인즉.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 방어 마법을…!”
쏜살처럼 쇄도해오는 화살 비를 보며 고려 로드가 황급히 외쳤다.
그러나 북 대륙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디펜시브 매트릭스!”
휘이이잉!
홀연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시퍼런 빛을 띤 바람이 사방을 광범위하게 감싸더니, 삽시간에 둥그스름한 형태를 갖춰 거대하게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머리카락이 펄펄 나부낄 정도의 강풍 속에서, 백한결은 이를 악물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한 번 더 외쳤다.
“되비침!”
그 순간 바람으로 이루어진 장막이 새하얀 빛을 발하는 것과, 곡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화살이 막에 부딪히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오호…!”
황금 사자 로드는 숨기지 않고 탄성을 터뜨렸다. 당장에라도 북 대륙을 뒤덮을 것 같던 화살의 향연이, 모조리 장막에 가로막힌 것이다. 거기다 날아오던 속도 적진으로 튕겨 날아가기까지. 물론 개중에는 보호막을 부수고 들어온 것도 없잖아 있었지만, 마법사나 사제의 방어 마법으로 충분히 막을만한 수준이었다.
그리하여 한 차례 공격이 끝난 후.
“…시작됐군.”
하늘로 우르르 솟구치는 괴조 군단을 보던 손분례는 멍하니 서 있는 김유현의 등을 쿡 찔렀다.
“자네!”
“예?”
“이미 적들은 움직이고 있어. 그리고 이 전장의 지휘관은 바로 자네고. 한데, 계속 멍 때리고 있을 건가?”
“물론 아닙니다.”
김유현은 담담히 대답했다.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지, 머릿속은 이미 맹렬하게 회전하는 중이었다.
현재 적의 전력은 총 넷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 대륙, 남 대륙, 마족, 요정.
이 중 서 대륙과 남 대륙은 어떻게 해볼 수 있다손 쳐도, 나머지 둘이 문제다. 괴조 군단만으로는 공중에서 공격해오는 중급 이상의 마족들을 막기 부족한 감이 있으며, 요정의 정령 소환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기자….’
이길 수 없다면 애초 오지도 않았다.
아니, 그랬다면 그냥 얌전히 협상에 응했을 터.
‘이겨야 한다…!’
하지만 이길 자신이 있으니 여기까지 왔다.
“적의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서 대륙과 남 대륙이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입니다!”
“마족들이 공중으로…!”
“요정의 정령 소환이 감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연달아 보고가 들어왔다. 화살 공격이 막히자 드디어 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는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어, 김유현은 빠르게 입을 열었다.
“우선 두 분께서는 서로 힘을 합쳐 정면으로 들어오는 적을 막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응? 막기만 하면 된다고? 겨우?”
“겨우 인지 아닌지는 붙어보시면 알 겁니다. 단, 할 수만 있다면 밀어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허 참!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데…. 뭐, 좋아. 한 번 해보자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황금 사자 로드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린다. 그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 창을 치키며 우렁차게 외쳤다.
“황금 사자 궁수 부대! 앞으로!”
그러자 서른 남짓한 인원이 움직이는 걸 시작으로, 전방의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진을 짜기 시작한다.
김유현이 구 북 대륙 사용자를 살리겠다고 결정한 건 총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은 전투 경험이 현재 정예 사용자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호 클랜에 한해서이기는 하나, ‘황금 사자’ 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명령 체계가 통일돼 있다는 점이었다.
즉 일단 전장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얼뜨기처럼 우왕좌왕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구 북 대륙 인원은 실제로 김유현의 계산에 기대 이상으로 부응해주고 있었다.
“뭣들하고 있나! 활줄이 늘어질 만큼 마음껏 퍼부어줘라!”
익숙하게 지휘하는 황금 사자 로드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김유현은, 이윽고 품속에서 통신 구슬 하나를 꺼냈다. 곧장 마력을 흘려 넣자 구슬이 말간 빛을 뿜으며 영상이 생성된다.
잠시 후, 영상 속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네. 큰아버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음…. 예. 실은 방금 요정이 정령을 소환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보고 있어요.)
(…정말 자신 있습니까?)
김유현은 반 박자 늦게, 그리고 약간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무엇이 자신 있느냐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여인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마구 끄덕거렸다.
(그럼요. 저번에는 있는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알고 있는 이상, 확실하게 가능해요.)
(하지만….)
(믿어주세요. 제발. 저는 그들의 여왕입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시선은 저희가 최대한 끌어볼 테니까, 적당한 기회를 보다가 접촉해주십시오.)
간절하기 그지없는 청에 김유현을 결국 미안하다는 투로 부탁하고 말았다.
그러나 여인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같은 시각.
바야흐로 전조 없는 최후의 전쟁이 막 기지개를 켤 무렵.
연합군의 진영은 악마 십사 군주는 물론, 대 악마까지 모조리 전장으로 나가 있었으나, 에르윈만큼은 여전히 단상에 남아 있었다.
하기야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전쟁이든 명령을 내릴 지휘자는 필요하며, 이 높은 단상은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적격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재 에르윈이 하달한 명령은 금번의 전쟁에서 북 대륙을 깨트렸던 전략과 거의 비슷한 골자였다.
우선 서, 남 대륙과 하급 마족으로 정면에서 공격하고, 중급 이상의 마족은 최대한 빠르게 괴조를 처리한 후 공중에서 지상군을 원호한다. 그리고 상대 진영이 차차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면 요정과 정령을 시켜 측면에서 친다.
예전과 상황이 달라진 이상, 이대로라면 악마의 승리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윈의 두 눈은 까닭 모를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지…?”
사탄의 장점 중 가장 큰 하나는 바로 어느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지…?”
말인즉 그 정도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먼저 선전포고를 날릴 정도라면 분명히 모종의 수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두 눈은 공격 지시를 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정확히는 상대 진영에서 느닷없이 툭 튀어나오는 한 명을 발견한 순간,
“…뭐, 뭐?”
사탄으로서는 드물게도 말을 더듬었다. 왜냐면 그 여인은 사탄도 익히 알고 있는 이였으니까.
어찌 모를 수 있으랴. 김수현 다음으로 요주의 인물에 올랐던 사용자인데.
한데, 서둘러 방진을 짜던 북 대륙 진영에서 웬 여인이 홀로 달려 나왔다.
“혼자서…. 나온다고…?”
전장 한복판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실로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아차!”
날카롭던 에르윈의 눈동자가 부지불식간에 찢어질 듯 치떠졌다.
바로 이 순간, 사탄은 통한의 실수 두 개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김유현의 선전포고와 갑자기 출현한 괴조 군단에 정신이 팔려, 안솔의 존재를 뒤늦게 떠올렸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제 막 안솔에게 시선을 집중해버려, 다른 방향으로 몰래 빠지는 여인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죽여어어어어어어!)
어찌나 급했으면 에르윈은 포효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고성에 멈칫한 마족들은 이내 홀로 달려 나오는 안솔을 발견, 곧장 선회를 멈추고 땅을 향해 쏜살같이 쇄도했다.
그러나 늦었다.
늦어도 이미 한참이나 늦었다.
“에이이잇!”
안솔은 앙증맞은 비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장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한 자루의 검을 하늘 높이 치켰다.
이윽고 순백의 검은 눈 부신 햇살을 반사하며 땅으로 힘차게 내리꽂혔다.
그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항상 월요일에 쉬다 버릇하니 몸이 영 따라주지를 않았습니다. ㅜ.ㅠ
계속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억지로나마 연재를 마치니 뿌듯하기는 하네요.
저는 월요병에 이긴 것입니다. 하하.
…그런데 말이죠.
실은 코멘트 하나가 제 멘탈을 완전히 붕괴시켰습니다.
동x 님 : 로유진을 로유미로 부르면 싫어하는 게 당연합니다. 예로부터 진선미 라고 해서 미 보단 진이 여성대회에서 일등을 의미했죠.
…….
………….
…………………….
……………………………….
…네. 인정합니다.
아뇨 진선미를 인정한다는 말이 아니라, 참 참신한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확실히 신선하기는 해요. 그런데 한 번 여쭙고 싶습니다.
꼭 이러셔야 했는지요.
사실 로유미는 제 아이디와 다르니 인정을 안 하면 그만인데, 이 코멘트를 보고 로유진이라는 닉네임 자체에 부담감이 생겼어요.
로그인할 때마다 제 닉네임을 보면 저 코멘트가 떠올라요. 그리고 모니터에 머리를 박죠. 진짜로 바꾸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데, 재밌다고 같이 웃으신 독자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제 곧 완결이니 그만 좀 하자고 말려주는 독자 님은 한 분도 안 계시던데!
…좋습니다.
저 코멘트는 제 정신을 산산이 조각 낸 아주 훌륭한 선전포고였습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건만, 그렇게나 원하신다면, 제 3차 로리 전쟁,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선공을 받았으니, 응당 돌려드려야 도리이겠지요.
아, 독자님들. 깜빡 잊고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는데요!
실은 게XX, 수X 등장 예고는 이벤트성 출현이었습니다.
말인즉 그 둘이 없어도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작품의 흐름상 게XX와 수X의 등장이 정말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심도 깊이 검토해볼 예정입니다.
절대로 저 코멘트 때문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