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70
00969 If You Change, One. =========================================================================
육감적인 골반은 천천히, 흡사 미식가가 진미를 음미하듯 느릿하게 내려왔다. 탐욕스런 동굴이 양물을 꿀떡꿀떡 삼킬수록 한소영의 턱도 서서히 젖혀져 흰 목덜미가 또렷이 드러난다.
“흐으으으….”
그 정도로 좋은 걸까. 가느다랗게 뿜는 숨소리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는 기색이 서려 있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앞서 두 번이나 정액을 받은 질은 한결 무르익어 기둥에 끈적하게 감겨왔다.
이윽고 두 달덩이가 사타구니로 털썩 주저앉고, 남근도 뿌리 끝까지 푹 파묻혀 음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동시에 한소영의 몸이 움찔하며 경련하더니
“아!”
달뜬 신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동작을 멈춘 것도 잠시. 앓는 신음을 흘리며 양손에 힘을 준 한소영이 배를 덜덜 떨면서도 엉덩이를 도로 올린다.
기승 위, 아니 여성 상위라고 하나? 한가득 머금어졌던 기둥에 살 주름이 진득하게 눌어붙으며 구멍을 빠져나오는 광경은,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보여 굉장히 강한 흥분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귀두가 뽑히기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들어 올리더니 아까와 사뭇 다른 기세로 거칠게 둔부를 내렸다.
쩍.
물 젖은 살이 살을 때리는 음란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들렸다.
“힉…!”
한소영은 이 체위가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를 꽉 깨물며 환희에 찬 찬 미소를 짓더니 양 무릎을 천천히 구부려 올려 쭈그려 앉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본격적으로 엉덩이를 들썩들썩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 퍽퍽퍽퍽. 희멀건 한 둔부가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할 때마다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달아 울린다.
한소영은 진정으로 온 신경을 몰두하고 있는 듯했다. 지그시 감은 눈과 조금씩 벌어지는 입. 가랑이를 활짝 벌린 채 애달픈 신음을 토하며 스스로 방아를 찧는 모습은 몹시 야릇하고 음탕하다.
무엇보다 좀 전부터 시야를 어지럽히는 젖가슴이 날 진심으로 미치게 했다. 사뿐 내려앉기 무섭게 힘껏 쳐들 리는 출렁임은 고귀한 여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율배반적이니.
“좋아…. 너무 좋아아아…!”
리듬이 이어질수록 속도도 가일층 빨라졌다. 어느새 한소영도 슬슬 신호가 오는 듯했다. 얼굴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무는 것이 그 방증이다. 게다가 비음 섞인 교성을 지르기까지.
그래. 난 저런 한소영을 보고 싶었다.
단.
“헉…! 헉…!”
문제는 내가 먼저 한계에 다다를 것 같다는 것이다. 피가 잔뜩 몰린 양물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한 사정감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질척한 속살을 가르는 느낌이나 하부에서 풍기는 진한 살 내음을 맡을 때마다 저절로 헐떡거리는 숨이 들이켜진다. 어떻게든 견디고 싶으나 귀두 끝으로 집중적으로 차오르는 쾌락의 돌진을 막을 힘은 없었다.
그때 쉴 틈 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던 둔부가 찰싹 밀착하는 걸 느꼈다. 바로 이어서 복부를 꾹 누르던 손바닥의 감촉이 서서히 멀어졌다. 흘끗 눈을 뜨자 한소영이 등허리를 젖히고 있었다. 그리고 시트에 얹은 양손을 지지대 삼아 엉덩이를 시계 방향으로 힘차게 돌렸다.
“허억!”
불시의 기습. 할 수만 있다면 악하고 있는 힘껏 소리 질렀을 것이다. 이 기술은 또 어떻게 습득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순간 참지 못하고 사정할 뻔했기 때문이다. 강제로 휘돌려진 남근이 한소영의 속살을 고루고루 맛보는 감각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으로 황홀했다. 그러자 사정할 낌새를 느꼈는지 한소영이 눈을 반쯤 내리뜨며 애절한 눈초리를 보냈다.
“머, 머셔너리 로드…!”
“예, 예에에에….”
“저, 저 곧, 으응! 그러니까, 흐으으응!”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애처롭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미루어보아 뭘 원하는지는 알겠다. 여기서 사정하면 지금껏 이어져 온 템포가 끊길 건 자명하다. 한소영은 이제 막 절정으로 치달리는 시점에서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싶을 터.
“제발…!”
“…큭.”
결국에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고 말았다.
참는다. 무조건 참는다. 설령 복상사로 죽는 한이 있어도 참는다. 곧 여인으로서 첫 기쁨을 맞이할 한소영을 위해서.
이 결연한 의지가 전달됐는지 한소영은 엉덩이를 더욱 괘씸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좌로 세 번 돌리고 우로 세 번 돌리고. 거기다 앞뒤로 미끄러지듯 왔다 갔다 하기까지.
그렇게 물 흐르듯 빙그르르 요분질을 하며 갖은 교태를 부린다. 양물이 정신없이 돌려지는 만큼 내 정신도 멀리 날아가려 했으나 가까스로 붙잡으며 최후의 기력을 모았다. 쾌락에 겨운 교성이나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리는 몸짓은 그녀가 절정이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아…, 아아…, 아아아아…!”
내 생각이 맞는다는 듯 한소영은 금세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세차게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동시에 엉덩이 놀림도 처음으로 돌아가 침대를 부서트릴 기세로 방아 찧기 시작한다.
이제는 힘들다. 난 더 버티는 건 무리라고 직감, 모으고 모았던 힘을 아래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둔부가 위로 올라갈 때를 기다렸다가, 내려오는 순간에 맞춰 있는 힘껏 허리를 쳐올렸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최후의 튕김. 이윽고 세찬 소리가 터지며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접합하는 순간이었다.
“……………………!”
불현듯 끊임없이 이어지던 교성이 뚝 멎더니 한소영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어서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고개도 뒤로 훌쩍 넘어가더니
“히야아아아아아앙!”
희열 찬 비명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적막한 방 안이 떠나가라 울렸다. 양팔과 두 다리가 뒤쪽으로 한껏 젖혀지고 허리는 앞으로 쭉 밀려나온다. 등에 작살이라도 맞았는지 온몸을 푸들푸들 떨기 시작한다.
해냈다.
마침내 한소영이 첫 절정을 맛봤다.
시야가 새하얘지며 그동안 눌러왔던 정액이 분출되는 걸 느낀 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잠시 후.
정지된 사고 회로가 활동을 재개할 즈음 난 힘겹게 눈을 떠 앞을 응시했다.
한소영은 아직도 처음 경험하는 절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까지 흐르고 있었으나 정액이 울컥울컥 토해질 때마다 움찔거리기만 할 뿐. 꼭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쉴 새 없이 경련한다. 그때였다.
쪼륵!
쉬이이이!
문득 쉬하는 소리와 함께 톡 쏘는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음부에서 뿜어지는 샛노란 물줄기가 하반신을 뜨듯하게 적시며 고여가고 있었다. 한소영도 오줌을 싸버린 것이다. 정작 장본인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것 같았지만.
예상치 못한 한소영의 실금에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그냥 웃고 말았다.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자기 자신을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는 방증이리라. 이로써 놀림당할 일은 없겠지.
이윽고 양쪽에서 오가던 정액과 소변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 난 비로소 숨을 몰아 내쉬는 한소영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아까 그녀가 왜 날 보며 손을 뻗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자 굴곡 넘치는 몸매가 살짝 한들대더니 비단처럼 빛나는 머릿결이 우수수 쏟아진다. 가슴에 찰싹 달라붙는 유방이 참으로 기분 좋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차분히 쓰다듬어주자 한소영은 그대로 잠들어버린 듯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머셔너리, 로드.”
불현듯 날 부르는 음성이 들렸다. 잠든 줄 알았던 한소영이 살포시 고개 들어 눈을 맞췄다.
“이제…. 알겠어요…. 직접 해보니까…. 겨우 알 것 같아요…. 머셔너리 로드 말고…. 절 만족시켜줄 남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러니까….”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말하는 한소영의 눈동자는 꿈을 꾸듯 몽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여운에서 깨지 못했는지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저…. 머셔너리 로드 것이 될래요. 아기 가지고 싶어요.”
“…예?”
“아기요, 아기.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
“…….”
충격적일 정도로 예상외의 말이었다. 하지만 곧 한소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예전 게헨나와 수나가 나타났을 때를 아직 잊지 못한 듯싶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 테지.
“네. 저도 좋습니다.”
난 빙긋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자 한소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더니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고마워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아니, 뭐 열심히 할 필요까지야. 이미 세 번이나 질 내 사정했는데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느닷없이 허벅지로 한소영의 다리가 착 감겨온다.
“머셔너리 로드도 꼭 절 임신시켜주세요.”
이어서 아까와 같이 조준하며 자세를 잡더니 엉덩이를 들어 올….
철썩!
…어?
*
아침이 밝았다. 동이 튼 아틀란타의 하늘은 전날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파란빛을 뿌리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이 고요히 가라앉을 정도로 맑고 평화롭다.
그러나 머셔너리 캐슬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아니. 어수선한 걸 넘어서 굉장히 소란스럽다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마치 무언가 큰일이라도 난 듯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사 층, 정확히는 집무실에서 때아닌 고성이 왕왕 울렸다. 성난 어조를 감추지 못하는 것이 매우 화가 난 듯하다.
실제로 집무실 안에서는 신재룡이 흰 점액과 누렇게 스민 자국 그리고 붉은 핏물로 더럽혀진 침대 시트를 보며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신재룡으로서는 보기 드문 감정 표현이었다.
“클랜 로드는 쉬고 싶다고 하셨고, 저도 분명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신재룡이 가리키는 곳에는 김수현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광대뼈도 살짝 드러나 있을 정도로 야위었다. 꼭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단지 간간이 흘러나오는 약한 숨소리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그러자 멍하니 김수현을 응시하던 고연주는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저, 재룡 씨? 왜 저한테 화를…? 저 언제 얌전히 잠만 잤다고요?”
“아 글쎄, 그림자 여왕님이 범인이라는 말이 아니라요. 사실 이건 그동안 제가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해서 모른 척했지만, 어쨌든 사용자 고연주는, 그…! 아무튼, 클랜 로드의 안주인 노릇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알아서 잘 단속해주셨어야지요.”
“그, 그건….”
“허 참!”
말인즉 왜 알아서 자제시키지 않았냐는 비난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연주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막말로 김수현 휘하 무수한 여인 중 한 명이 고새 못 참고 도둑고양이가 되지 않았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정말로 그렇다고 해도 억울한 건 매 한 가지였지만.
그러나 신재룡의 분노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껏 목숨을 걸고 구출해왔는데 까닥 잘못하면 존경해마지 않는 클랜 로드를 골로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결국에는 고연주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 알았어요. 이건 제가 단단히 주의 줄 테니 우선 체력 회복부터….”
“체력은 문제없습니다.”
“네, 네?”
“심신 중 신이 문제가 아니라 심이 문제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무리하셨으면 기력이 아주 심하게 쇠하셨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신재룡은 안쓰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연주는 차마 ‘그럼 복상사 당할 뻔했다는 말이에요? 저 인간이?’ 라고 묻지는 못했다. 경험자로서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결국, 그저 이마를 짚으며 끙 신음을 흘릴 뿐.
그때.
“…아.”
혼란스러운 와중, 문득 오늘 아침 집무실 문 앞에서 우연히 만났던 여인이 갑작스레 뇌리를 스쳤다.
‘한소영.’
아니, 문 앞에 있던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 자신도 김수현의 상태를 보고 싶어 잠에서 깨자마자 달려오지 않았는가.
진짜 문제는 한소영의 겉모습이었다.
땀에 흠뻑 젖어 떡이 졌으나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
뺨에 스민 발그레한 혈색과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살결.
몇 주 동안 포로로 잡혀 있던 걸 고려하면 상태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깜짝 놀라 밤에 뭐 좋은 거라도 먹었느냐고 반 장난으로 묻지 않았는가.
한데 왜인지 안절부절못하던 한소영은 배를 감싸 안으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당시는 별로 이상하다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 배, 분명히 부풀어 있었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고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눈을 형형히 빛내며 김수현을 노려봤다.
“이 양반이 진짜!”
============================ 작품 후기 ============================
어째서 또 제 여성 설이 고개를 드는지….
흠 잡힐까 봐 요즘 일부러 후기도 자제하고 있는데요…. ^^;
PS. 970회로 에피소드 1이 끝납니다.
이후 연재 예정은 내일 후기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