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661
#1660.
돌입하다 (5)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현수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러 댔다.
강진호가 그런 이현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진정 좀 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저 미친 새끼들이! 아니, 진짜 생각이라는 게 없나?”
이현수가 눈을 까뒤집었다.
다짜고짜 공대공미사일을 날리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기관포 사격도 전투기를 격추시키기에는 충분한 화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도 위협사격이 아닌 조준 사격이다.
이러다가 비행기가 한 대라도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 새끼들은 푸차르가 무섭지도 않나?”
“차르 대 황상이라……. 멋진 승부가 되겠군.”
“농담할 일이 아니라니까요!”
이현수가 떨리는 눈으로 멀어져 가는 전투기 편대를 바라보았다.
‘진짜 미친놈들인가?’
조금 전 그가 본 것이 맞다면, 전투기의 동체에 기관포가 명중했다. 이건 정말 까딱했다가는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놈들은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선회하며 다시 이쪽을 노려오고 있었다.
“미친놈들이!”
평소에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이현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말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미친놈을 미쳤다고 하지, 뭐라고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거리는?”
“거의 다! 예! 거의 다 왔습니다!”
“흠.”
강진호가 아래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빌린 비행기에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으니, 예정보다 조금 빠르게 내려가 볼까?”
“안 됩니다! 그 조금 때문에 100㎞ 밖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전투기는 지금 초당 1㎞씩 가고 있단 말입니다!”
“……그렇게나?”
“1분만 일찍 일탈하면 서울에 떨어져야 하는 사람이 대전에 떨어집니다!”
이현수가 입이 바짝 마른다는 듯 연신 입술을 핥았다.
“버텨야 합니다! 빌어먹을 전쟁이 벌어져도 차르랑 황상이 알아서 하겠죠. 우리는 죽어도 마지막까지 매달립니다.”
“어, 그런데…….”
“예?”
“……너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는데?”
“…….”
아니, 이 양반이?
이현수가 막 눈을 부라리려는 순간, 강진호가 손을 뻗어 아공간에서 적루를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이현수의 등 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카카카캉!
뭔가 튕겨 나가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방금 자신이 벌집이 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현수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두 번 다시 이런 미친 계획을 짜면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상황이 항상 고려할 수 있는 최악으로만 흐른단 말인가.
“얼마 남았지?”
“아직!”
“그러니까, 얼마 남았냐고.”
강진호가 담담하게 물어오자, 이현수도 이성을 되찾았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 이현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재빨리 거기를 계산했다.
“일 분! 일 분만 더!”
“그럼 기다릴 것 없지.”
강진호가 눈을 빛냈다.
일 분이면 60㎞. 그 정도는 다리로 커버할 수 있다. 공중에서 전투기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백배는 더 수월한 일이다.
강진호가 허공으로 검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앙!
그러자 그의 검기가 솟구쳐 오르며 주변을 환히 밝혔다.
동시에 강진호가 와이어로프를 미련 없이 잘라 버리고는 전투기에서 이탈하여 아래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악! 낙하산! 낙하사아아아아아안!”
이현수가 기겁을 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혹시 몰라 와이어로프를 낙하산째로 몸에 묶어두었다.
“이거 잘라주십시오! 빨리! 빨리 잘라주십쇼!”
발악하는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도움이 되라고 데리고 왔더니, 이건 숫제 짐 덩어리가 아닌가.
“필요 없어.”
“예?”
“그거 펼치고 있다가는 벌집 된다.”
“…….”
이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내 강진호의 말이 그리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 이현수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뒤흔들었다.
“그, 그럼 어쩌시려고?”
“괜찮아. 안 죽어.”
저기요?
누가 봐도 죽습니다만?
만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닙니까?
강진호가 슬쩍 위를 바라보았다. 전투기를 쫓던 중국의 편대는 이탈한 강진호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두 사람을 찾아내고 추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저 속도로 날고 있는 전투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위쪽은 이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겠지.
강진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조금 빨리 가볼까?”
“네?”
이현수의 멱살을 움켜잡은 강진호가 허공을 걷어차며 아래로 돌진하듯 속도를 높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바람이 미친 듯이 귀를 스쳐 지나간다. 풍압에 얼굴이 아파올 정도의 속도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
이현수는 거의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낄낄대며 웃었다.
딱히 괴롭히려고 한 짓은 아닌데, 이성을 놓아버린 이현수를 보니 뭔가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걸 즐길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지어지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안 죽는다니까.”
“회주님은 안 뒈지시겠지! 지옥에 떨어져도 염라대왕 모가지 뽑아버리고 돌아올 사람이니까! 그런데 저는 연약하단 말입니다!”
“안 죽어, 안 죽어. 괜찮아.”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아래를 바라봤다. 바닥이 광속으로 그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낙하산을 펴고 내려가면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적에게 그들의 위치를 들킬 확률이 높다.
그러니 지금은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쪽이 맞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래쪽을 바라보던 이현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건 우는 게 아니다. 과한 바람이 눈에 들어가서 눈물샘이 자극되고 있는 것뿐…….
“아 사, 살려 달라고요오오오오!”
“쯧.”
강진호가 귀찮다는 듯 이현수를 자신 쪽으로 쭉 끌어당기더니, 반대 손으로 적루를 움켜잡았다.
“낙하산 펴는 게 백배는 더 안전하겠구만! 이렇게 떨어지면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날 텐데!”
“거, 말 많네.”
슬슬 바닥이 생생하게 보일 위치까지 강하한 강진호가 아래를 향해 적루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공기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미칠 듯이 울려 퍼지며 그들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이현수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뭐…….”
“앞에서 오는 바람을 막는 건 당연하게 여기던 놈이 아래로 떨어질 때는 왜 그리 오버야?”
“아…….”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기막은 날아드는 돌풍도 막아낸다. 그리고 낙하산의 원리는 공기의 저항을 이용하여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기막을 아래로 전개하면 당연히 낙하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 아니, 씨발. 생각 못하는 게 당연하지.’
그 상황에 생각을 하면 그게 사람인가.
어쨌거나 이현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의 몸이 바닥에 내려섰다.
쿵! 쿵!
가볍게 착지한 강진호와는 다르게 이현수는 발을 헛디뎌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끄으으응.”
이현수가 우는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
그러고는 미묘한 표정으로 살짝 자신의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혹시?”
“아닙니다! 이상한 오해 하지 마십시오!”
약간 샌 것 같기도 한데…….
땀이겠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현수가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다, 다른 이사님들은요! 방 이사님이나 바토르 님은 이런 걸 하지 못할…….”
그때였다.
우우우웅.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그들의 앞에 위긴스와 바토르, 방진훈과 장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내려오신?”
“빤한 소리를 하는군.”
위긴스가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이현수를 바라봤다.
“공중에서 텔레포트를 이용해 합류한 다음, 아래로 전송을 했지.”
“…….”
“그러고 나서 회주님을 찾아서 이동한 것뿐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전송이요?”
“그래.”
“어…… 그럼 네 분은 안 떨어지셨겠네요?”
“그렇지. 그런데 너는 어떻게 내려왔느냐? 낙하산도 안 편 것 같던데.”
“…….”
말씀드릴까요?
뭔 일이 있었는지 제 입으로 말씀을 드려요?
제가요?
이현수가 넋이 나가 말을 잇지 못하자,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강진호에게 말했다.
“GPS로 확인해 본 결과, 목표 지점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지점입니다. 방향을 수정하여 장자커우로 바로 진입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희의 목적은 창왕계를 격멸하는 것이 아니라 홍왕을 구출하는 겁니다. 홍왕의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고, 저들과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조용히 홍왕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소란을 피워 홍왕이 제 발로 나오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강진호가 슬쩍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선택?”
“예, 로드.”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닌 것 같군.”
“예?”
강진호가 앞쪽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창왕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 위쪽에서는 전투기로 환대를 해주더니, 아래쪽은 개 떼처럼 사람을 깔아놨군.”
그 말에 위긴스가 안색을 굳혔다.
“발각된 겁니까?”
“그런 모양이야.”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장자커우로 간다고 해서 홍왕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창왕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다를 게 없지.”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후자로 간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모두…….”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사들을 바라보았다.
“최단거리로 장자커우에 간다. 막아서는 건 모조리 죽이고 부순다.”
바토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간만에 정말 제대로 몸을 풀어보겠군.”
장민이 부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존이시여, 제가 마존의 길을 열겠나이다.”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될 수 있으면 후방 지원을 하며 마력을 아껴두고 싶습니다. 나중을 대비해서 말이죠.”
방진훈이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뭐 이렇게 되는 거지. 어차피 각오하고 온 것 아닙니까.”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는 이사들을 보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다만…….
“……저두요?”
“…….”
저건 왜 데려왔을까?
바짝 움츠러들어 있는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못하겠으면 그냥 돌아가.”
“……사람도 아니야, 사람도.”
중국 땅 한복판에서 그 혼자 무슨 수로 돌아가겠는가. 한 시간도 지나기 전에 포로가 되어서 공안이 정성 들여 준비한 108고문을 당하게 될 것이다.
“다 불어도 됩니까?”
“주둥아리는 놓고 가든지.”
“……최선을 다해 싸워보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앞쪽을 바라보았다.
저 앞쪽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무인들의 기감이 느껴졌다.
“한 번 날뛰어보자고.”
강진호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천천히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 자리한 섬뜩한 미소를 본 이사들이 저마다 전의를 다지며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