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17
제77장 북해행 (3)
고난의 행군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일 년 동안 일취월장한 넷은 어느 하나 낙오하지 않았다.
“누워. 누우면 편해.”
교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짐 들어 줄까?”
“교관님을 힘들게 할 수는 없죠.”
“…괜찮은데.”
눈을 질끈 감고 백리설마저 외면하자 교관은 결국 포기한 모양이다.
“에이씨.”
괜히 길바닥을 구르던 돌멩이가 발길질에 채여 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벌써 열닷새째.
말처럼 달려 도착한 가운데, 서서히 저 멀리 초록색 산맥이 듬성듬성 나타나고 있었다.
제갈탄이 검지를 들어 산과 산 사이 거리를 재더니 입을 열었다.
“곧 하남성도 끝이군요.”
하남성을 지나는 경계가 삼문협이다.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것.
남궁윤호가 뾰로통한 표정의 초운휘에게 물었다.
“교관님. 북해빙궁은 언제 합류하기로 했습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우리가 떠나고 곧 출발했으니까.”
치켜든 손가락이 허공 한쪽을 짚었다.
“우리는 흑백쌍묘를 확보하는 대로, 삼문협으로 이동한다.”
“삼문협에서 일행과 합류하는 것입니까?”
“응. 배를 타고 북상한다는 계획이니까.”
“그럼 모두 함께 움직이겠네요.”
“그럴 거야. 나름 강호행이라고 잡다한 임무를 시키는 것은 같은데, 결국은 동행을 해야 하니까.”
강호행에 참석하게 된 이들은 비밀리에 조를 짜 움직여 각자 임무를 맡았다.
마차를 호위하는 호위조.
누구는 선발대로 나가 주변을 살피는 척후조.
뒤따르며 전서구를 날리는 후방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해에 들어갈 때는, 소궁주와 함께 해야 하는 법.
삼문협에서 배를 타고 북해의 관문을 넘는다는 것이 계획이라는 것 같다.
말처럼 달린 탓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모용소혜가 풀린 눈으로 말했다.
“다들 고생했겠네요. 저희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비슷하게 도착하는 것을 보면.”
“어? 아닐걸? 나름 북해에 초대받았다고 학무원에서 이것저것 잘 지원해준 모양이니까. 말과 마차도 내어주고, 지부에서도 환대를 해준다고 하더라.”
“네? 그럼 왜 저희는 이렇게 죽어라 뛰어야 하는 건데요?”
“무공수련.”
이라고 주장하던 교관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이상하게 학무원이 나만 보면 지원을 끊어서야. 너무 하지 않냐?”
‘너무한 쪽은 교관의 업보가 아닐까?’
네 사람이 한가지를 떠올렸다.
“뭐, 어때. 어쨌든 잘 왔으면 됐지. 안 그래?”
“…….”
“인생은 긍정. 항상 행복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최고야.”
밝은 기운을 뿜뿜 뿜어내는 교관을 노려보던 모용소혜가 무릎을 꿇더니.
“바보 교관님!”
이내 모래를 거칠게 거머쥐며 빽 괴성을 질렀다.
“좋긴 뭐가 좋아요! 어딜 봐도 극심한 차별 대우잖아요! 괴롭힘이잖아요!”
“원래 강호는 냉혹한 법이야.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나한테 쌀쌀맞더라!”
“이유가 뭘 지를 생각해봐요! 인생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보라고요!”
말처럼 달리는 것도 죽겠는데, 매일 밤마다 짐을 노리는 악한 때문에 잠까지 설친 그녀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왜! 인생 멋대로 산 대가를!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건데!”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대!”
“교관님은 절대 안 하잖아요!”
연장자인 주제에 가장 어린 관도에게 혼을 나면서도 교관은 딱히 들어먹는 것 같지 않았다.
“눼에. 눼에.”
유독 짜증 나게 오리입을 하며 대답하고는.
“고양이나 회수하러 가자.”
언제나처럼 설렁설렁 앞장서 걷는다.
***
삼문협의 번화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대로의 한 가운데, 묘진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하! 초운휘 교관님이 아니십니까!”
맨발로 달려와 환대를 하는 이는 일행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묘진문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각자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수그리자, 고양이 성애자 묘진문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것 참. 낯익은 분들이 함께 오셨군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간만에 만난 묘광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넉살이 좋아 보였다.
‘염화마왕의 일로 소호가 불탔다고 들었는데.’
도시 절반을 태울 만한 사고에도 이 마음 넉넉한 사람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은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이군.’
생각하고 있자니, 곁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혹시 여기에도 냥군들이 있습니까?”
제갈탄의 두 손이 뭔가를 쓰다듬듯 허공을 만지작거렸다.
그에 묘광이 다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물론입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백묘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선 흑백쌍묘부터.”
“네. 그것부터 보시죠.”
***
흑백쌍묘.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검고 흰 고양이.
전설의 영물을 본다는 말에 모용소혜가 제 몸을 얼싸안고 감격의 울음을 터트렸다.
“으와아. 정말 그렇게 귀여워요?”
곁에서 묘광이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밤하늘을 닮은 검은 털이 어찌나 윤기가 흐르는지. 백묘 또한 백설을 닮은 흰털이 무척 근사하지요. 둘이 함께 있으면 눈 덮인 밤의 설산이 어우러진 것 같답니다.”
“헤에? 사람의 말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영물이니까요. 말을 걸면 새침한 척하며 은근히 발치에 머리를 부비는 모습이 실로 폭력적입니다.”
“우와아.”
귓바퀴를 쫑긋거리던 모용소혜가 뜨거운 시선을 교관에게 향했다.
“교관님도 봤어요?”
“그러엄. 봤지.”
곁에서 묘광이 덧붙인다.
“날쌔기가 보통이 아닌 녀석들을 포획한 것이 초운휘 교관이었으니까요. 오늘 그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초 교관 덕분입니다.”
“와아. 교관님도 쓸모가 있네요.”
“또한, 도도한 아이들의 마음을 녹인 것도 초 교관이었지요. 어찌나 아이들이 그를 따르는지 제가 질투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하하.”
“똑똑한 영물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교관님을 따라요?”
“요 녀석이?”
딱콩.
머리를 쥐어박았음에도 흑백쌍묘에 꽂힌 모용소혜는 헤헤거릴 따름이다.
“와아. 부럽다. 제가 교관님을 부러워할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내가 어때서.”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묘진문 안쪽의 고양이 사육소에 도착했다.
그 안에서도 묘광이 안내한 곳은 몹시 고급스러운 태가 팍팍 나는 안쪽의 내실.
“안에 흑백쌍묘가 있습니다.”
“방안에요?”
“귀한 아이들인데다, 워낙 손을 타는 아이들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여러분들을 무척 반길 겁니다.”
제갈탄과 모용소혜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빠질 수 없지.”
문을 열기가 무섭게, 두 사람이 쏜살같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전 백묘.”
“난 흑묘로 하지.”
하지만 기세 좋게 뛰어 들어간 두 사람이 다시 나온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 어?”
“…내가 뭘 본거지?”
어리둥절 해하는 제갈탄에 백리설이 쏘아붙였다.
“왜 다시 나오는 거예요?”
“아, 안에 웬 거대한 맹수가 있던데.”
곁에 있던 모용소혜도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횡설수설했다.
“고양이가…. 사슴을 먹어요?”
핼쑥해진 묘광이 혼자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빛처럼 튀어나오고는 문을 닫았다.
“초운휘 교관님.”
새파래진 안색은 뭔가 수상쩍었지만, 초운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소음이 들려왔다.
퍽퍽!
뭔가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와 어딘가 찢어지는 비명.
“귀여워져라! 귀여워지라고!”
살고 싶으면-!
이내 잠잠해졌을 때 다시 문이 열리고는 교관이 걸어 나왔다.
손에 하나씩 검고, 하얀 고양이의 목덜미를 붙잡은 채로.
대롱대롱.
설명대로 품에 쏙 안길만큼 앙증맞은 모습이었지만 조금 전의 모습을 목도한 제갈탄과 모용소혜는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분명 호랑이처럼 큰….”
“헛것을 본 모양이네.”
“사슴을 뜯어먹고 있었습….”
“고양이는 사슴도 늑대도 뜯어 먹지 못한단다.”
두 사람의 말을 일축하며, 교관이 빙긋 웃었다.
“얘네들이 얼마나 귀여운데.”
주장하며 교관이 두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는 으르렁거렸다.
“예쁘은. 짓. 뿌드득.”
네 사람은 흑묘와 백묘의 털이 곤두서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냐-옹!
냐아아아-옹!
바닥에 내려주자 필사적으로 바짓단에 머리를 부비는 모습은 귀엽다기보다는 살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질 정도로 처절했다.
“봤지? 얘네들 귀엽다니깐.”
“어디 한 번.”
조금 전의 참극을 머릿속에서 지운 모용소혜가 손을 뻗었지만.
캬아아아악!
갑자기 털을 부풀리며 다섯 배쯤 커지는 백묘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타악!
홱 고개를 돌린 흑묘가 꼬리를 흔들어 제갈탄의 손을 쳐낸다.
“전혀 귀엽지 않아.”
“…성격이 하나 같이.”
‘교관처럼 지랄맞네.’
악이 그저 더 큰 악에 먹혔을 뿐 아닐까?
하지만, 두 사람은 애써 말을 삼켜야 했다.
“씁-.”
교관이 혀를 찬 순간, 서로를 돌아본 백묘와 흑묘가 울적한 눈을 하더니.
냐양. 냥.
인생을 포기한 의욕 없는 울음소리와 함께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백리설을 지나쳐 남궁윤호에 어슬렁거리며 다가간 흑백쌍묘가 훌쩍 뛰어올라 양쪽 어깨에 사이좋게 자리를 잡는다.
“오. 우리 남궁이가 인기 좀 있네.”
“교관님. 이건 뭔가 자포자기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좋은 게 좋은 거야.”
어지간한 말이라면 믿고 싶지만, 희망이 꺼져가는 두 쌍의 눈동자를 본 남궁윤호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흑백쌍묘가 무사히 동행으로 허락되는 순간이었다.
***
독대를 요청한 묘광을 따라가자, 문이 닫히기 무섭게 그가 무릎을 꿇었다.
“신 묘광! 주인을 뵙습니다!”
조아리는 머리를 보며, 무표정으로 돌아간 초운휘가 한쪽의 상석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수고했다.”
“십만대산에서의 일을 들었습니다. 주군의 과업에 비하면.”
“그건 당연한 거고.”
말을 끊은 초운휘가 물었다.
“소궁주는 지금 어디쯤에 있지?”
“등봉현을 지나쳐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봉현이라. 멀지는 않군.”
어림잡아 거리를 잰 초운휘가 다시 물었다.
“나를 부른 용건은 뭐야?”
“전해 드릴 것이 있어서 부탁드렸습니다.”
“오. 벌써 성공했나?”
그가 펼쳐 보인 것은 기기한 글자와 각종 도식들.
낯익은 글자를 본 초운휘가 씩 웃었다.
“해독에 성공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모두 주군께서 알려 주신 덕분입니다.”
묘광의 눈에 한층 더 경외가 어렸다.
“과연 주인이십니다. 존재하는 것조차 잊혀진 문자에 대해서 알고 계시다니. 문무겸전이란 바로 주인님을 위해 존재하는 말이겠지요.”
“별것 아니다.”
사실 지도를 발견한 것도, 해독 방법도 전생의 기억 덕이다.
‘당시에는 황궁까지 흘러든 지도를 해독하려 각지에서 학자들이 모여들었다고 하지.’
수백 명의 학자들이 무려 삼 년에 걸쳐 해독해낸 것이 바로 이 글자였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기도 했는데, 초운휘가 알게 된 것은, 후일 백룡곡을 차지한 것이 망천회였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백룡곡에서 얻은 빙정으로 제단을 마구 만들었거든.’
덕분에 수많은 마신이 태어나며 결국 막판까지 몰린 끝에 직접 돌을 삼켜야 하기도 했고.
“이로써 망천회의 패가 하나 날아감 셈이군.”
“맞습니다. 반면에 주인께는 큰 힘이 되어주실 테고요.”
“단야에게 전해줘.”
해독본을 넘기며 일어서려는데, 묘광이 잊었던 말을 꺼냈다.
“참. 주인께 드릴 말이 더 있습니다. 바로 소궁주에 대한 것입니다.”
빙긋 웃은 묘광이 가벼운 표정을 지운 채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북해의 애송이 놈이 발칙한 고민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오호라.”
뭔가 꽤 재미있는 소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요 앙큼한 놈들이 제 놈들 뒷바라지하는 자신에게 꽤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뒈질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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