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21
제78장 삼문협 (1)
“이놈들!”
한소리 외침과 함께 복마신니의 검이 신들린 듯 움직였다.
팍! 파파팍!
스쳐 지나가는 검격에 고꾸라지는 세 명의 살수들.
“신니 어르신!”
“자리를 지키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매홍을 향해 일갈한 그녀가 검을 세웠다.
‘표설천봉공.’
웅웅.
정순한 진기를 머금은 검이 영롱한 빛을 뿌리며 사방으로 빛살처럼 퍼져나갔다.
콰가가각!
일수에 달려들던 살수들이 육편이 되어 쪼개졌지만, 복마신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자들이…
갑자기 어둠에서 튀어나왔다.
흡사 자신들이 이곳에 나타날 것을 짐작이라도 한 것처럼.
“좋지 않군.”
숲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인기척을 가름하며, 그녀가 검을 세웠다.
아무래도 한적하리라 생각했던 강호행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모양이다.
‘극비 임무라더니,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나?’
뇌까리며 그녀가 다시 검을 세우며 몸을 날렸다.
검 끝이 향하는 것은 관도를 향해 살검을 쑤셔 박는 살수의 등판이었다.
“아앗!”
“우측 삼 보. 뒤로 일 보! 몸을 숙이거라!”
촤악!
등판을 쑤시며 진동한 검신이 상대의 신형을 박살 내며 피분수를 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저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
아슬아슬한 나무 끝.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 육중한 체구의 사내가 오롯이 서 있었다.
고작 어린아이 손가락 두께의 얇은 가지임에도 그는 평지에 선 것처럼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예리한 독안으로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던 이, 독고율의 입이 열렸다.
“잘하고 있군.”
편하게 놀고먹던 정파의 잡것들이 불에 놀란 메뚜기처럼 날뛰는 꼴이 참으로 볼만했다.
솔직히 온갖 이유를 들어 따라올 때까지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칼침을 맞고 울부짖는 정파 애송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간의 고생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동행에 대한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무려 한 달 치의 업무를 마쳐야 했지.’
서류 작업을 하던 중, 무림맹주의 목을 따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던가.
필사의 인내심으로 이를 악물며, 서류 작업에 몰두했더니, 하늘도 감동했는지 진귀한 구경을 하게 해주었다.
“과연 주군이시다. 업무에 지친 부하에게 근심을 날려버릴 통쾌한 모습을 보여 주시는구나.”
의외로 세심한 구석이 있는 주인이라 생각하던 그가 독안을 꿈틀거렸다.
어둠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가운데, 한 살수가 몰래 뒤로 돌아, 관도들을 지키는 교관의 옆구리를 찌르려 하기 때문.
관도들의 보호에 열중했는지, 은밀한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
“백팔십이 번은 안 된다. 이놈들아.”
피익!
손가락을 튕기자 맹렬한 지풍이 일어나 야공 속을 꿰뚫었다.
“키-힉!”
쓰러지는 살수를 보며, 독고율이 몇 번 검지를 튕겼다.
“흡.”
“큭!”
“헉.”
뱉는 소리와 함께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했네. 여 교관!”
“신니 어르신! 뒤에!”
“후후. 본녀가 얕보인 모양이야.”
복마신니가 놀라운 검법으로 남은 살수들을 쓸어버린다.
한번 번쩍이면 두셋의 목이 걸리는데, 쉬지 않고 이어지는 피분수가 과연 아미파의 여걸다운 모습이었다.
“저것이 표설천봉공인가?”
주군의 말대로 놀랍도록 신묘한 검법이었다.
아미파의 쭉정이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하지만 다소 아쉽군. 완성도가 부족해.”
미간에 걱정이 어렸다.
“너무 도와준 건가? 벌써 끝나면 맥이 빠지는데.”
주군은 분명, 복마신니를 극한까지 몰라고 하였다.
여매홍의 위협을 구하려 살수들을 죽인 것이, 애석하게도 복마신니가 숨을 돌릴 틈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
어둠을 쏘아보던 독고율이 입술을 달싹였다.
[단야.] [흐흐흐. 언제 신호를 주나 기다리고 있었어.]정실부인을 은밀히 뒤따르던 단야가 반응하며, 어둠 속에서 몇 개의 붕대가 흐느적거리며 일어났다.
순식간에 복마신니를 노리는 살수들을 베어 버린 채, 나타난 사막살수들이 그 자리를 꿰찬다.
‘단야라면 아미파 년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여 주겠지. 맡겨두면 되겠군.’
생각한 독고율이 짧은 서신을 적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푸드덕.
허공에서 훼를 차고 날아내린 전서구의 다리에 쪽지를 묶어 날리며 그가 신형을 튕겼다.
“그럼. 다른 녀석들을 돌아볼까?”
아직 둘러봐야 할 곳이 많이 남았다.
참고로 주군을 욕한 놈들을 내버려 둘 생각이다.
***
한밤중에 살수의 방문을 받은 것은 한둘이 아니었다.
당연히 초운휘와 일행들도 마찬가지.
“꺄악!”
퍼억!
살수의 가슴에 일권을 박아 넣은 모용소혜의 주먹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꺄악! 꺄악!”
퍽퍽퍽!
뒤로 밀려나는 와중에 연거푸 세 방의 주먹질에 당한 살수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는 몇 번 꿈틀거리다 축 늘어졌다.
지켜보던 초운휘가 따분하게 귀를 후볐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네가 아니라, 저 살수 쪽 아니냐?”
“시끄러워요! 도와줄 것이 아니면 입 다물고 계세요!”
“예이. 예이.”
두 손을 털어 보이는 모습에, 살수들의 찌르는 듯한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뭘 꼴아봐. 시벌 놈들이.”
파팟! 살수들의 시선이 다시 흩어졌다. 바로 깐족거리는 이의 발 치에서 피떡이 된 조장을 일견한 후였다.
‘제길.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났지?’
‘이번 임무는 간단하다고 들었는데.’
‘저게 어딜 봐서 말단 교관이야.’
극한의 훈련을 받아 인성이 말살된 살수들조차도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완전한 무시.
‘싸움에 개입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굳이 먼저 공격할 필요는 없다.’
애송이들을 처리하고 일제히 합공을 하는 쪽이 실리적이다.
생각하며 살수들은 어린 관도들을 처리하려 하였지만, 그마저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챙! 채채채챙!
다섯 자루의 검이 허공을 나는 가운데, 빗살처럼 움직이는 옷자락이 코끝을 스친 순간.
촤악!
“쿨럭!”
살수 하나가 고꾸라졌다.
촤악! 촤악!
또다시 둘이 허물어진다.
두려운 적은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춤을 추듯 움직이는 소녀뿐이 아니었다.
“문답무용.”
단단히 서서 일검을 크게 휘두른 순간.
“큭!”
“으윽!”
검이 ‘기역’ 자로 구부러지며, 밀려난 살수들이 비척비척 물러섰다.
‘엄청난 강검이다. 아니, 분명히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살수조의 부조장은 웅웅 끊임없이 떨리는 검을 보며 눈을 홉떴다.
“중검(重劍).”
이제야 자신들의 검이 속절없이 튕겨 나가는 것도 모자라 깨지고 휘어지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나이에 중검이라니.”
물속에서 천천히 휘두르는 것처럼 느릿느릿한 검은 공력이 극도로 응축되어 발생하는 현상이 분명했다.
끊임없이 진동하는 검은 언제 어느 각도로 찌른 공격이라도 튕겨내고 쪼갤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
‘말도 안 되는 천재로군.’
각종 영약으로 공력만 무턱대고 쌓아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지고한 검도의 경지다.
공력을 제어하고, 검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가능한 수법.
‘이번 임무는 실패다.’
고작 신무학관의 관도를 처리하는 손쉬운 일이라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제갈아! 계속 숨어 있으면 내가 간다?”
“…시발.”
허공이 투명하게 일렁거리며 불쑥 튀어나온 청년이 살수의 등을 푹 찔렀다.
“큭!”
파르르 떨다 고꾸라지는 모습에, 결국 부조장은 호각을 꺼내 불었다.
삐익!
‘철수다.’
많은 손실을 봤지만 어쩔 수가 없다.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가 봐야 손실만 늘어날 뿐.
파팟!
호각 소리에 맞춰 움직이는 수하들을 보며 부조장이 한쪽에서 팔을 휘두르며 싸움을 독려하는 놈을 노려보았다.
‘넌 내가 기필코 죽인다.’
싸늘하게 뇌까린 그가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다행히 추격할 것 같지는 않군.’
안도하는 그는 앞으로 누구를 만나게 될지 알지 못했다.
***
살수들이 퇴각하자, 관도들이 무너져 내렸다.
핼쑥하게 질린 꼴을 보니, 조금 전의 싸움이 꽤나 아슬아슬했던 모양이다.
백리설이 비실비실 손을 들었다.
“저…. 교관님.”
“응? 왜?”
“제, 제가 할게요.”
“아, 이거?”
바닥에 쓰러져 피를 울컥울컥 흘리는 것은 백리설이 벤 살수.
“아서. 아직은 아니야. 최대한 살인의 경험은 늦는 것이 좋아. 오늘은 반만 죽인 것으로 만족하자.”
살수의 멱살을 잡아 올린 초운휘가 우둑 목을 돌려 버렸다.
툭.
싸늘하게 식어가는 살수들을 착잡하게 보는 양이 꽤 심란한 것 같았다.
“그보다. 피박쥐.”
“…제가 왜요.”
“넌 무슨 사람을 죽일 듯이 패냐?”
“소, 손에 사정을 뒀어요.”
“아, 그러셨어요?”
마지막 살수에 다가간 초운휘가 위아래를 살피더니 음 턱을 긁적였다.
“갈비뼈가 일곱 개 나가고, 내장이 뭉개졌네. 야. 너 진짜 끔찍한 여자로구나.”
“우, 우엥.”
“조금 늦었으면, 네가 첫 살인을 할 뻔했네.”
눈물이 번져가는 모습에, 살수의 가슴에 발을 올린 초운휘가 힘을 주자, 우득 소리와 함께 축 처졌다.
“막타는 내 몫이지.”
“…교관님은 괜찮으세요?”
“나야, 뭐. 매번 하는 일이니까.”
딱 죽기 직전의 놈들만 직접 숨통을 끊고, 나머지는 모아 적당히 한군데 모아 두었다.
“이러면 알아서 정신을 차리고 돌아갈 거다.”
굳이 모두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아직 까지는 건실한 교관을 연기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직접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처음 보았는지 창백해진 안색에 혈색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 이제 복기해야지.”
“…네.”
일제히 대답하는 넷을 보던, 초운휘가 모용소혜를 노려보았다.
“실수를 알겠어?”
“…네. 교관님.”
모용소혜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물에 빠져 흘러온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그래. 딱 그렇게 보였지.”
시작은 길을 가던 모용소혜가 강가에서 시체를 발견하면서다.
물에 얼굴을 처박고, 물살에 흔들리는 형체를 보면 십중팔구 물에 빠져 죽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죽은 사람인가 싶어서 확인할 생각으로 다가갔는데.”
“시체가 벌떡 일어나 칼질할 줄은 몰랐지?”
“분명히 숨도 쉬지 않았고, 몸도 차가웠는데.”
“귀식대법이라는 거다. 대게 숨을 때 쓴다고 알고 있지만, 변칙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
엄밀히 말하자면 모용소혜의 실수는 강호에서 너무 인정이 넘쳤다는 것이다.
“놀라서 몸이 굳은 사이, 입으로 암기를 뱉으며, 검을 찔렀지.”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요.”
“한순간의 판단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 강호야. 조심하는 것이 좋아.”
“…네.”
“백묘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거다.”
냐~옹!
칭찬을 알아들었는지 백묘가 꼬리를 말며 간식을 요구했다.
육포를 던져주며 초운휘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 놀라서 주먹부터 나간 것은 칭찬한다.”
비명을 질렀다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묘가 바람처럼 달려 살수를 물어뜯는 사이, 본능적으로 주먹을 내질렀고, 막강한 권격이 암기를 튕겨내고, 상대의 안면을 뭉갰다.
“잘했다. 자아아아-앙하다.”
“칭찬 맞죠?”
“흐흐. 글쎄?”
이어 다른 녀석들에게도 지적을 이어갔다.
“백리설 너는 언제나 검을 뿌리는 것이 문제야. 다급할 때는 먼저 손에 잡히는 검으로 찌르고 봐야지.”
“남궁아. 넌 보법이 없어. 몰매 맞는데 익숙한 것은 알겠는데, 가끔은 찾아가서 쳐죽일 생각을 해.”
“제갈. 넌 이 새끼야. 혼자 튀면 장땡이냐? 기껏 얻은 환상검이 도주용이야?”
한차례 윽박지르자 축 처진 녀석들의 눈에 다시 총기가 돌아왔다.
‘정신이 흔들릴 때는,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이 최고지.’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 다들 정리했으면 어서 움직이자.”
“막 싸움을 끝냈는데, 쉬지 않고요?”
“살수가 한 번 물러나고 끝일 것 같냐? 분명 제 동료들을 이끌고 다시 올 거다.”
“히익.”
‘뭐. 오늘 간 놈들은 굳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지만.’
적어도 흥건한 피바람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니 떠나는 것이 맞다.
“영원히 쉬고 싶으면 퍼질러져 있던가.”
여기서 살아! 엄마는 집에 갈 거야! 를 시전하자, 핼쑥한 와중에도 하나둘 일어나 뒤를 따른다.
‘그럭저럭 사람 구실 하게 되었네.’
대부진 모습에 픽 웃고 마는 초운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