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27
제79장 북해행 (1)
삼문협 지부에 하나둘 교관들이 합류했다.
지친 기색으로 지부에 들어서는 이들 중에는 능풍운도 있었다.
“여어. 친구.”
“후우. 자네가 먼저 와있었군.”
피로에 찌든 능풍운은 죽은 생선 같은 눈을 하며 다가왔다.
“꼴이 말도 아니네.”
“말도 말게. 오는 중에 몇 번이나 위기가 닥쳤는지 자네는 모를 거야.”
“나야. 선발대로 움직였으니까.”
“먼저 출발한 자네가 운이 따랐어. 우리는 물론이고 뒤에 출발한 후발대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더군.”
혀를 내두르며 그가 머리를 싸쥐며 죽는소리를 한다.
“낭인에 살수들이 극비임무를 어찌 알고 따라붙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더군. 실제 강호의 일이었으면 목숨이 날아가고도 남았어.”
“소궁주가 행적을 흘렸다지? 애먼 놈이 사람 여럿 잡네.”
“소공주의 경솔함을 탓하는 이들이 많네. 솔직히 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일들이 사고를 불러온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너무 과해. 낭인과 살수를 대거 고용할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미래의 무림맹주를 위해 절찬리 준비한 접대가 생각보다 강력했던 모양이다.
“이만한 금력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이들이 달리 누가 있겠는가?”
“철사련.”
“오직 그들만이 가능할 것일세. 무림맹과 북해의 협력을 누구보다 꺼리는 자들이니까.”
오해까지 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착실하게 동료들의 근황과 위치를 팔아넘긴 보람이 있네.’
능풍운이 심각하게 덧붙였다.
“벌써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낙오되었네. 극비임무는 이미 절반은 실패야.”
“이게 절반이나 낙오된 수라고?”
지부에 속속들이 들어오는 이들을 지켜보던 초운휘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대체 내 욕을 하는 놈이 얼마나 많았던 거야?’
이번 강호행의 참가자들은, 일부 친분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독고율의 살생부에서 뽑은 이들이다.
절반이 낙오되고도 상당한 수인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놈들이 음해를 꾸몄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젠장할 정파 놈들. 더 끔찍한 지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구나.’
저주를 퍼붓고 있자니, 여매홍이 관도들을 이끌고 지부의 문턱을 넘다 이쪽을 향해 뿅 고개를 들어 반색을 한다.
“초 교관님!”
“여 교관님.”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오오.”
“여 교관님도 고생을 꽤 하신 모양이군요.”
“이번 강호행은 저주받았어요.”
언제나 상냥한 여매홍이 저주를 입에 담았다.
“그나마 저희는 나은 편이에요. 복마신니께서 도중에 저희를 도와주셨거든요.”
“오.”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낙오되지 않았죠. 고생한 만큼 얻은 것도 있었어요. 신니께서 펼치는 무공을 보며 작은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축하할 일이군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얻어낸 깨달음이라니, 좋다고 해야 할지, 불운하다고 해야 할지.”
그녀가 침울하게 어깨를 늘어트릴 때였다.
속속들이 합류하는 인원을 점검하던 심의 교관이 마지막으로 들어서는 복마신니의 일행을 보며 안색을 밝혔다.
‘색시다.’
중년 여인의 곁을 따르는 소녀가 이쪽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것은 수만 송이의 꽃이 만개하는 느낌이라, 심장에 무척이나 해로운 웃음이었다.
‘천국이다. 죽어도 좋아.’
하지만, 감격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복마신니와 심각하게 말을 나누던 심의 상급 교관이 박수를 치며 교관들을 소집한 탓이었다.
“교관들은 어서 모이게. 아무래도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해야 할 것 같으니.”
“어서 가요, 초 교관님.”
“가세. 친구.”
감격스러운 해후도 하기 전에, 옷깃을 잡아채는 손길에, 초운휘는 진설향을 아쉽게 흴끔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하늘은 연애 사업을 두고 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
지부의 회의실에 모인 교관들을 돌아보던 복마신니가 짧게 질책했다.
“소궁주. 그대의 경솔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자존심 높은 설소백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하나같이 시선이 곱지 않자 한걸음 물러섰다.
“신니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가 사과를 하자 심의 상급 교관이 좌중을 향해 무겁게 말을 꺼냈다.
“다들 몸소 겪어봤으니 알 것이네. 우리의 움직임이 탄로 난 마당에 기존의 계획을 고수하는 것은 어려울 듯하네.”
“…….”
누구 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온 모든 이들이 동감하는 일이었으니까.
여기에 심의 교관이 말을 보탰다.
“또한, 얼마 전에는 불손한 무리가 또다시 개입했다더군.”
“상급 교관. 그건 어떤 일입니까?”
대답을 한 것은 지부장 무결개였다.
“장강수로채가 개입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장강수로채.
예상치 못한 세력의 등장에 교관들의 안색이 허옇게 떴다.
“행운이 따라 저들의 음모를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들에 따르면, 삼문협을 떠나는 즉시, 북해로 가는 길목에서 요격을 하려 했다고 하더군요.”
짧게 적벽채의 개입과 수적들에게 입수한 정보를 알리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쌍두교룡이라면 흉폭한 자가 아닌가? 적벽의 악마라 불린다지.”
“모르고 있었다면 강 위에서 난적을 만날 뻔했어.”
자존심 높은 정파의 무인들은 장강수로채를 수적이라 폄하하긴 하지만, 물 위에서 만났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까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얼마 전, 철사련을 동정호에서 격파한 일로 장강수로채는 망천회, 혹은 그들의 주구로 인식되는 상황이었으니.
“작년에 겪었던 염화마왕의 참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철사련이 아니라, 망천회가 이번 일의 배후에 있을지도 모르네.”
“혹 작년에 있었던 염화마왕의 참극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까?”
“설마. 아무리 그들이라도.”
철사련에 이어, 망천회의 이름까지 나오자, 한층 더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어수선한 장내를 지켜보던 무결개가 주변을 환기할 요량으로 이쪽을 보며 과장되게 포권을 해보였다.
“초운휘 교관과 그 휘하 관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큰일을 당할 뻔했습니다.”
“또 그대가 활약한 건가?”
복마신니도 활짝 웃으며 치하를 늘어놓았다.
“역시 내가 눈여겨보든 사람답군.”
“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애들이 다 했지요.”
“자네는 참 겸손해 좋아. 교관을 보면 관도들을 아는 법. 자네가 가르친 관도들 또한 자네를 닮아갈 테지. 기대가 된 다네.”
쌀쌀맞기로 유명한 복마신니의 찬사에 교관들이 오리입을 하며 궁시렁댄다.
“또 저 작자인가?”
“운이 직살나게 좋군.”
“가만히 앉아서 공을 독식했다지 않는가.”
불손한 놈들만 모아둔 탓인지 뒷담도 강렬하다.
‘너희들 딱 기억해 둔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의 계획에 먹잇감으로 던져주자.
속으로 음험한 흉계를 꾸미고 있자니, 심의 상급 교관이 설소백을 향해 물었다.
“장강수로채까지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닐세. 어쩌면 철사련에 이어, 망천회의 주구들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니.”
“그럴 리는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임무를 포기하고 떠날 기색에 설소백이 진땀을 흘렸지만.
복마신니의 날카로운 시선이 설소백의 폐부를 헤집었다.
“철사련은 동정호에서의 패배로 장강수로채와 전쟁을 천명했네. 수채가 움직였다면 또 다른 배후 세력이 있다는 뜻. 자네는 어찌 안전을 자신하는가?”
날카로운 지적에 설소백은 북해의 치부를 어느 정도 알리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가 조심스레 입술을 달싹였다.
[신니.] [어찌 전음을 보내는 겐가?] [본궁에 내밀한 일이라 공개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공손한 목소리로 설소백이, 복마신니와 심의를 향해 번갈아 가며 전음을 속삭였다.
[이번 일은 망천회가 아니라, 본궁의 역도들이 벌인 짓 같습니다.] [역도들이라니. 갑자기 무슨 일인가?] [얼마 전, 본궁의 궁주께서 주화입마를 당해 쓰러지셨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뭔가 흉계를 꾸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가 아닌가. 본녀와 관도들이 북해에 도착한 순간, 저들의 흉수가 아이들을 향할 수 있음이야.] [북해의 대부분의 귀족은 아버지, 궁주님을 여전히 권좌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를 대신해 대소사를 맡아주시는 분은 충직한 신하이지요.] [으음….] [소수의 역도들이 흉계를 꾸민다 하나, 고작 한 줌의 무리입니다. 그들이 직접 움직였다면 저와 백궁빙영대가 모를 리가 없지 않습니까? 또한, 궁주께서 쾌차하신다면 어차피 새벽안개처럼 흩어질 자들입니다.]전음을 엿듣던 초운휘는 내심 실소했다.
‘아직 소궁주는 궁주대리가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을 몰라.’
여전히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애송이가 단단히 구슬림에 넘어간 것 같았다.
[그대가 천년빙정을 찾는 것도….] [천년빙정은 빙공을 익힌 사람에게는 절세의 영약과도 같습니다.] […너무 낙관하는 것 같긴 하지만.] [본궁의 정예가 저희를 마중 나올 것입니다. 세도가의 후계자들까지 불러 모은 마당에, 흉계를 벌이지는 못할 테지요. 북해의 주인은 여전하니까요.] [한 번 더 그대의 말을 믿지.]시시각각 변하던 복마신니와 심의의 안색이 크게 누그러졌다.
“오해는 풀었어요. 하지만 다시 경솔한 행동으로 피해를 준다면 본녀는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신니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이에 심의 교관이 무결개를 향해 물었다.
“지부장.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미 노출이 된 이상, 대선을 타고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결개가 말했다.
“소선을 수소문해 두었습니다. 빠른 소선이라면 수적들을 만나도 바로 따돌릴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생각이군.”
‘예상보다 잘 풀렸네.’
이어지는 논의를 귀동냥하고 있자니, 문득 예리한 눈빛이 느껴졌다.
바로 설소백의 뒤에 시립한 호위무사 일영이었다.
[그대가 바라는 대로 했소. 만족하시오?] [수고했어.] [이제 그대가 말하던 신출귀몰한 계책을 설명할 때가 아닌가 싶소만.]소궁주가 한발 물러선 것이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일영의 눈빛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절단을 내겠다는 수준이었다.
‘이것 참.’
북해에 가까워져 오니, 처박힌 자신감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다.
‘북해에 도착하면 아주 잡아먹으려 들겠는데?’
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던가?
개보다 크고 양심도 없는 새끼라 그런지, 한 세배쯤 먹고 들어갈 작정인 것 같다.
‘기다리던 바야.’
마침 도움도 안 되는 것들이 고개 빳빳이 들고 있어 마뜩잖던 마당인데 잘 되었다.
[북해에서 보자. 개새끼야.]간단한 도발에 일영의 눈빛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남궁윤호는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북해로 떠나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부상 때문에 발이 묶였으니 자책이 상당한 것 같았다.
초운휘가 대답했다.
“됐어. 굳이 먼저 갈 필요도 없고.”
“하지만, 북해에 먼저 도착하면, 공적을 세울 기회도 많을 텐데.”
“지금은 그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 우선이야.”
이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도 사도가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모른단 말이지. 궁주대리라는 놈도 그렇고.’
“남궁아.”
“네, 교관님.”
“탈인경의 고수와 싸워보니 어땠냐?”
갑작스러운 물음에 남궁윤호가 우물우물 대답했다.
“강했습니다.”
“상대가 불가능했냐?”
“어려운 상대인 것은 맞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백리설도 동의했다.
“확실히 교관님을 상대할 때에 비해서는 만만했어요.”
“하지만, 언니. 심후한 공력과 힘, 속도 어느 하나 밀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요.”
“뭐, 그렇긴 한데. 아니, 탈인경의 고수라면 그게 맞는데.”
다들 알쏭달쏭한 얼굴이다.
초운휘는 속내를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나 같이 천재들이니, 초식이나 무공의 기본적인 깊이는 오히려 이놈들이 앞서는 면이 있지.’
하지만 힘과 속도에서 밀렸다는 것은 딱 하나.
세월로 쌓은 공력과 기본적인 육체적인 능력이 밀린 것이다.
‘원래라면 차근차근 기초를 쌓듯 나아가는 것이 좋겠지만, 이번은 좀 예외를 둬야겠군.’
사도와 궁주대리가 어떤 꿍꿍이를 펼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낙관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좋아. 선심이다.”
초운휘가 손마디를 꺾었다.
“내가 너희들의 알을 깨주마.”
“…교관님. 어째서 주먹을 드시는 겁니까?”
“말했잖아. 알을 깨준다고.”
원래는 알 속에서 성장한 새끼 새가 콕콕 부리로 알을 깨기를 기다리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단 말이지.
“그런데 넌 왜 다리를 오므리고 있냐?”
“괜찮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스스로 나아가겠습니다.”
“안돼.”
끼아악! 우악스러운 손에 깔린 남궁윤호가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살려주십시오.”
“야. 야.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다고 그래?”
“모르겠습니다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됐고.”
퍽퍽! 주먹을 꽂아 넣자 남궁윤호가 비명을 질렀다.
‘시끄럽네.’
곁에 뒹구는 붕대를 입에 말아 넣고 몇 대 쥐어박자 금방 꼬로록 정신을 잃었다.
“교관님이 남궁씨를 살해했어!”
“악당! 악당이 여기 있어요! 읍읍!”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던 모용소혜의 뒷덜미를 잡아 내팽개치며, 초운휘가 다시 손마디를 꺾었다.
“괜찮아. 추궁과혈이야. 들어봤지 추궁과혈? 치료의 일환이라니까.”
“살려! 살려 주세요!”
“괜찮다니까.”
모용소혜와 백리설에게 추궁과혈을 하는 모습에 제갈탄이 환상검법을 펼치며 도망치려 했다.
“넌 어디 가냐?”
“전 다친 곳이 없는데요?”
“없긴 무슨.”
뻐억! 주먹이 틀어박히자, 제갈탄이 꺼어억 비명을 질렀다.
“봐. 살짝 만졌는데도, 아파하잖아? 너도 다쳤네.”
“지금 교관이 절 죽이려 한….”
“시끄러워.”
퍽퍽! 몇 대 정성껏 추궁과혈을 하자 제갈탄도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정성껏 관도들을 향해 추궁과혈을 베푼 초운휘가 픽 웃었다.
“정신을 차리면 꽤 다른 세상을 볼 거다. 기대해도 좋아.”
그럼 이제.
북해로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