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26
제78장 삼문협 (6)
“여기 맞아요?”
“맞을 거예요. 흑묘가 저기로 들어갔어요.”
어창에 굳게 닫힌 문에 귀를 댄 모용소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쪽에서 쇳소리가 들려와요.”
문을 당기고 밀어봤지만 요지부동.
한걸음 떨어진 모용소혜가 양 주먹을 옆구리에 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아압. 일격필살!”
쿵! 거대한 철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단단하네요.”
작은 주먹이 움푹 패인 자국을 만들었지만, 철문을 부수기에는 무리.
“그렇다면, 될 때까지 일격필살!”
쿵쿵쿵쿵!
연거푸 내지른 권격이 철문을 요란하게 두들기자, 굉음과 함께 경첩이 떨어져 나갔다.
“잘했어! 이 쌍놈들!”
백리설이 쾌재를 부른 순간, 다시 모용소혜가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일격십팔!”
쿠—우웅!
권격에 얻어맞은 철문이 안쪽으로 젖혀지며 쿵쿵 날아가 비명을 만들어냈다.
“어라? 누가 깔렸나?”
“그런 모양이야. 그런데, 소혜야.”
“네, 언니.”
“마지막 기합은 뭐였니?”
“뭐긴 뭐예요. 문짝이 교관님이라고 생각하고 내지른 거지.”
곁에서 제갈탄이 짝짝 무미건조한 박수를 쳤다.
“…살이 있는 공성병기로군.”
“제갈 오라버니. 숙녀에게 공성병기라니 실례잖아요.”
“미안하다. 그러니 주먹 좀 흔들지 마라. 교관님을 닮아가는 것 같구나.”
“윽. 그건 싫으네요.”
톡톡. 떠드는 사이 백묘가 백궁빙영대원 둘을 이끌고 달려왔다.
이내 장내를 확인한 두 사람의 주변에 작은 얼음 알갱이가 떨어졌다.
분노에 저도 모르게 빙공을 운용한 것이다.
“어디 천박한 도적놈들이 공주님을 노린단 말인가.”
“바로 놈들을 빙수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네, 알아서 하시고요.”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백리설이 철문을 밟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실례.”
쿵쿵 감정을 담아 밟은 철문 아래에서 구슬픈 비명이 들려왔지만.
“실례.”
“실례해요.”
제갈탄과 모용소혜도 빠짐없이 발을 쿵쿵 구르며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남겨진 백궁비영대원들이 기가 막힌 듯 중얼거렸다.
“정파의 후기지수들은 다들 성격이 지랄 맞군.”
“아서. 지금은 아군이라 다행이다.”
두 사람 또한 재빨리 백묘를 따라 안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
“이런 개 같은.”
당황한 찰나, 허공에서 나타난 고양이가 철편을 물어뜯어 박살 내자 쌍두교룡은 꼭지가 돌았다.
“무슨 요물인지 모르겠지만, 너도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주마.”
하지만, 그는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쿵! 쿵쿵쿵쿵!
거대한 굉음과 함께 입구를 막고 있던 철문이 굉장한 속도로 수하들을 덮친 탓이다.
“아악!”
“크악!”
뒤에 신경을 쓰지 않던 수적들로서는 난데없는 횡액.
더러는 몸을 피했지만, 뒤이어 날아온 은빛 선을 감당하지는 못했다.
차라라랑!
다섯 개의 은빛 선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무참하게 수하들을 유린했다.
이내 가볍게 날아내린 것은 화려한 외모의 소녀.
그녀가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며 외쳤다.
“남궁씨~. 살아 있어요?”
그에 쌍두교룡은 놈들의 지원군이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지원군은 한 명이 아니었다.
휘리릭.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앙증맞은 체구의 인형이 뚝 떨어져 내리고는.
“일격필살!”
사방으로 권격을 뻗어내는데, 강맹한 권격이 일어나며 수하 둘 셋이 맥없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게 무슨 조화냐.”
어찌나 날쌘지, 작은 뭔가가 휙 지나갔다 싶은 순간, 수하들이 퍽퍽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지원군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한 순간, 쌍두교룡이 일갈했다.
“놈부터 죽여! 다른 놈들은 다음이다!”
일제히 수하들이 비틀대며 분전하는 놈을 향해 달려갔다.
조금 전까지 합공에 비틀대던 녀석은 순식간에 창칼을 허용하며 사지가 꿰뚫렸다.
“흐흐. 의미 없이 죽어가라.”
하지만, 이내 쌍두교룡은 두 눈을 홉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검에 꿰인 놈이 스르륵 흩어지더니,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탓.
“후우. 간발의 차였군.”
“고맙네. 탄.”
“친구끼리 당연한 일 아닌가?”
어느새 이 장여 거리에서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쌍두교룡은 말을 잊었다.
‘그 잠깐 사이에 진법을 펼쳤다고?’
공간을 열고 나타나는 것 같은 수법은 분명 진법이었다.
그것도 모두를 속일 만큼 감쪽같은 환상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랜 수적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빠르게, 감쪽같은 진법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단연코 본 적이 없었다.
‘좋지 않다. 이대로는.’
그가 이를 악물며 다가가려 했지만, 슬금슬금 기회를 노리던 검은 범이 또다시 덮쳐 왔다.
커허허헝!
“이 육실할 괴물 고양이놈! 너부터 찢어 죽여주마!”
벼락처럼 채찍을 휘두르자, 공력을 잔뜩 먹은 채찍이 벽과 바닥, 지붕을 사정없이 할퀴며 난자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빌어먹을 야수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폴짝.
어느새 작은 모습으로 돌아간 육실할 고양이가 나른한 울음을 짓더니 실실 웃는 것이 아닌가.
쌍두교룡은 머릿속에서 뭔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났다.
‘개새끼. 아니 범새끼. 너도 꼭 찢어 죽인다.’
하지만 도무지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공주님! 속하들이 왔습니다!”
“천인공노한 놈들! 산 채로 얼려 갈라먹어주마!”
뒤늦게 가세한 북해 무인들의 손속은 가혹했다.
살수를 꺼리던 여자와 달리, 빙공으로 사람을 얼리고, 언 팔과 다리를 걷어차 부수는 모습은 미치광이나 다름이 없었다.
“채주!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제기랄!”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에,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아붙였다.
‘이 쌍두교룡이 애송이들을 피해 달아나게 되다니.’
울분을 머금었지만, 시간을 끌어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으득. 어서 이곳을 빠져나간다. 이 치욕은 물 위에서 갚아주마.”
의뢰는 삼문협을 떠나, 배를 타고 이동할 요인들의 척살.
‘꼭. 꼭. 이 치욕은 되갚아주마.’
분루를 흘리며 그가 마지막으로 복수의 대상을 눈에 담을 때였다.
취리리릭!
그는 목을 베어오는 쌍검에 재빨리 멈춰 서며, 수하의 등을 떠밀었다.
“커헉!”
은빛 선이 수하를 스치며 비릿한 피를 뿌려댔다.
그 너머 사뿐히 내려서는 소녀.
쌍검을 쥔 채 앙칼진 암고양이처럼 몸을 구부린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도둑씨. 어디를 가는 건가요?”
“으득. 넌 누구지?”
“어머. 쌍놈이시네요. 여자의 이름을 물을 때는 본인 소개부터 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크큭. 기가 막히군. 이런 꼬맹이들 따위가 내 앞에서 멋대로 떠들어대다니. 꽤나 얕보인 모양이야.”
도망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분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누워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차르륵.
그가 철편을 늘어트리며, 독기 어린 눈빛을 번뜩였다.
“계집. 죽을 자리를 찾아왔구나.”
“쌍놈이라 그런지 말도 곱게 못…. 흐읏?!”
콰가가각!
갈려 나간 지면 너머로 소녀가 비틀거리며 물러나고 있었다.
창백한 안색을 보며, 가학심이 되살아난 쌍두교룡이 이죽거렸다.
“흐흐. 감이 좋구나. 재빠르기도 하고. 나이에 비해 상당한 실력이긴 하다만. 응?”
나아가던 쌍두교룡이 두 발짝 물러섰다.
퍽!
이내 정수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린 검이 바닥에 박힌 채 징징 울어대고 있었다.
물러나던 소녀가 생긋 웃었다.
“감이 좋네요. 잽싸기도 하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감히…. 네년은 꼭 내가 찢어 죽인다.”
“어머. 머리에 피가 마르면 사람 죽어요. 그래서 네 쌍놈이 그 꼴이었군요.”
“계집!”
땅을 박차며 포탄처럼 달려간 쌍두교룡이 어지럽게 손을 놀렸다.
‘교룡승천!’
키리릭! 지면을 긁으며 일어난 편두가 거센 공력을 머금고 일장 안에 무수히 많은 잔영을 만들어냈다.
콰가가가각!
채찍이 스치는 일 장내 모든 것을 분쇄하는 가공한 일수.
“하하하하하! 맞서 싸울 생각도 들지 않는 거냐?”
기세 좋게 웃는 쌍두교룡의 전력은 무시무시했다.
어지럽게 춤을 추며 사방을 헤집는 철편은 그것만으로 거대한 재앙과 같아서, 닿는 것은 모조리 가루로 만들고, 무엇이든 튕겨낸다.
콰가가가가각!
어창의 절반이 날아가는 가공할 일격은 바닥을 기어가던 수적들마저 휩쓸며 거대한 피의 소용돌이로 화하였다.
“차앗!”
검을 날린 백리설조차, 공력으로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튕겨 나가 맥없이 주르륵 바닥을 굴렀다.
“흐흐.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어디 간 거냐?”
으스대던 쌍두교룡이 살기 어린 미소와 함께 백리설을 향해 달려갈 때였다.
“계집.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쌍놈에 변태에게는 칼이 약이랍니다.”
“어지간히도 기가 드센 여아로구나. 하지만.”
핑! 그녀가 던진 검을 고개를 틀어 피한 쌍두교룡은 크게 놀랐다.
허공에 스르륵 사라진 검이 방향을 돌려 다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진법!’
네 개의 검이 기척도 없이 날아오는데, 어찌나 귀신 같은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가 잠깐 발이 묶인 찰나.
“오라버니.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
어느새 등 뒤를 막고 선, 남궁윤호가 입가의 피를 훔치며 검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퇴하는 것만큼이나, 배우지 못한 것이 순순히 보내주는 것 아니겠니?”
“후후. 그렇긴 해요.”
넝마가 다름없는 꼴이 되었음에도 다시금 검을 세우는 기백에, 쌍두교룡은 마른침을 삼켰고.
“그리고 이제 좀 채찍이라는 것에 익숙해진 참이거든.”
폐부를 꿰뚫는 청아한 눈빛에 결국 그는 도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사생결단을 내어주마!”
다시금 이 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
다음 날.
“어이구나.”
외유에서 돌아온 초운휘는 혀를 찼다.
그가 도착한 곳은 삼문협 지부의 의당.
돌아오니 실적나무들이 죄다 붕대를 감고 약탕기 냄새를 맡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늬들 뭐 한 거냐?”
“그게요오오오….”
잘못을 아는지, 되바라진 백리설이 눈을 데룩데룩 굴린다.
슬쩍 쏘아보자 앓는 소리를 내며 외면하는 백리설.
물끄러미 모용소혜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피박쥐.”
“제가 왜 피박쥐예욧!”
“건강하니 다행이네. 이 사랑스러운 교관님께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련?”
“사랑스러운 교관님은 어디 있는데요? 사랑스러운 교관님이 오면 말할게요.”
입을 조개처럼 닫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기대도 안 했다.
‘이럴 때는.’
다시 초운휘가 고개를 돌렸다.
개중에 가장 멀쩡한 놈을 향해서.
“야. 뺀질이.”
“제가 왜 뺀질이입니까?”
“씁! 뺀질이!”
주먹을 흔들자, 제갈탄이 빳빳하게 허리를 세웠다.
“제갈! 뺀질이! 말씀하십쇼!”
아무래도 모용소혜처럼 투덜댈 모양이었지만, 폭력에 굴복하는 시간이 무척 빠르다.
“설명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말입니다.”
흘러나오는 설명을 듣던 초운휘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니까. 학관의 애송이 넷이 작당해서 수적을 쫓다 일전까지 벌였다?”
“애송이는 좀.”
“인마. 밖에서 바삐 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죄다 누워 향내 맡게 생겼는데 내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시무룩해진 꼴이 다들 할 말이 없는 모양.
“하아. 쥐똥만 한 북해의 애송이는 갑자기 달려와서 왜 자기 동생을 위험에 빠지게 했냐고 떠들어대고. 하. 내가 너희들 때문에 못 살겠다 진짜.”
죄송합니다아아-.
패기 없는 목소리로 늘어지는 모습이 어제 사달을 일으킨 놈들이 맞나 싶다.
“나 원 참.”
겉으로는 궁시렁댔지만 내심 초운휘는 놀라고 있었다.
‘정말 큰일을 해줬네.’
잡혀 온 이들이 실토한 바에 따르면, 소궁주의 일행을 습격하려 작당했다고 한다.
미리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강 위에서 수적을 만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얘들이 언제 이렇게 컸지?’
이번 일은 자신도 생각지 못한 사고였다.
또한 일을 해결함에 있어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직 아이들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이자 성공이었다.
‘장성한 자식을 보면, 어쩐지 공허해진다더니, 조금은 알 것 같군.’
심사가 복잡하면서도 대견한 이 기분은 뭐라 불러야 할까?
실소하며 초운휘가 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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