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84
183화 마교로
벌벌 떨고 있는 마인들을 보며 나는 나름대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정리를 해 봤다.
‘생각해 보니 이화는 쭉 나를 따라다녔지. 그럼에도 종 노인과 천마수신위 등이 삼양현에 왔다는 건, 그들을 불러낼 방법이 있었다는 소리일 것이고.’
아무래도 종 노인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삼양현에 대해서 알려진 것 같다.
[마교가 내분 중이라더니, 그쪽도 꽤나 심각하구나.]장삼풍 사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며 상황을 헤아렸다.
‘이들이 무작정 찾아올 정도라면 마교 내에서도 종 노인의 소재가 알음알음 알려져 있단 뜻.
종 노인 정도 되는 고수가 마교를 나왔는데도 지금까지 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마교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내가 듣기로 종 노인은 중립 파벌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방관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힘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간 손해가 클 터이니 방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부에서 파벌이 갈린 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양측 간에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다는 소리다.
종 노인을 치기 위해 전력을 움직였다간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이는 내 추론일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마인들은 종 노인을 잡으러 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나름 한 수가 있긴 하지만, 이래서는 평범한(?) 절정 고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왜 여길 왔는지부터 들어야겠는데. 아무래도 싸우러 온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아…… 예! 맞습니다!”
‘쓸데없는 신경전은 안 해도 되겠네.’
말과 태도가 반듯해졌다.
이젠 듣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금강철마존 어르신을 모시러 온 겁니다.”
“이제 와서?”
마교에서 종 노인을 원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 당연한 일이 행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교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신교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현…… 천마님을 모시는 순천파와 그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천파의 대립은 여전합니다. 중도에서 양측 간의 균형이 되어 주시던 금강철마존님이 빠진 후로 분쟁이 심화되긴 했지만, 선을 넘진 않은 상황이고요.”
마인이 ‘현 천마’라는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웃겼지만, 그보다 더 웃긴 건 마교의 상황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그냥 막장이었다.
이게 한때 중원 무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마교의 현 상황이라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지옥에서 마인들 튀기시는 천마 사부 심정이 갑자기 이해가 되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보다 현 천마의 장악력이 낮을지도 모르겠는데?’
온전한 천마신공을 잇지 못했다고 하지만, 현 천마위에 올라있는 자는 명목상으로는 마교의 지배자다.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서 휘하의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종 노인이 다시 돌아와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모래주머니라도 되어달란 건가?”
“그게 아닙니다!”
마인이 격양되어 소리쳤다.
누구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건지 깨닫곤 금방 고개를 푹 숙이긴 했지만, 그가 보인 반응은 분명 진심이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내부의 문제가 아닌 거군.”
“……예. 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서장?”
생각지도 못한 세력이 언급되었다.
‘어? 지리상으로 보면 서장은 마교 영역과 맞닿아 있는 곳이긴 하지?’
“교에서 경계할 정도인가?”
“서장에서 엄청난 강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자의 손에 의해 서장의 절대 강자였던 포달랍궁이 무너지고 통합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웃이던 서장 쪽 무림이 갑자기 나타난 절대 강자의 손에 의해 통합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거다.
서장 무림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포달랍궁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상 서장 무림의 지배자로 알려져 있다.
그 정도 무림 세력이 무너졌다는 건 서장은 하나의 세력으로 일통되는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
‘녹림도 그렇고 서장도 그렇고. 요즘은 통합이 유행인가?’
이곳저곳에 끼어들어 분탕질 중인 학 놈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의심부터 생겼다.
이것도 피해망상인가 뭔가 하는 증상 같은데…….
‘아무튼, 대충 정리는 됐네.’
말한 내용대로라면 마교가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 손에 뭔가가 들어오면 쓰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교는 이를 명목 삼아 길었던 내부 문제를 수습하려는 것이다.
“세 가지만 더 물어보지.”
“예.”
“자네들은 순천파인가?”
“……예.”
대답이 꽤나 늦다.
그럴 만하다.
신녀인 이화와 마존 종 노인이 내 옆에 있으며, 이화는 나를 두고 천하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라 칭했다.
이화와 종 노인이 삼양현으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마교 내에 돌았다는 건, 그 사유 역시 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순천파에서 사람이 왔단 말이지. 현 천마라는 작자도 꽤나 대범하네.’
나 정도는 제어할 자신이 있단 건지, 아니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건지.
어느 쪽이든 현 천마위에 있는 자도 평범하진 않은 것은 분명하다.
“내가 천마다. 부정하겠나?”
“…….”
이번엔 침묵이 길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지금까지 나와 대화를 나눴던 마인이 입을 열었다.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나는 크게 웃었다.
마인의 대답에서 중요한 내용을 추론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교 내에서 이화와 종 노인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높네.’
순천파라면 현 천마를 따른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내 물음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 천마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걸 수도 있지만, 이화와 종 노인의 선택을 신뢰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을 거다.
‘이건 생각보다 크다.’
순천파에도 이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반천파에게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단 소리다.
이화와 종 노인, 그리고 천마수신위들에게 언젠가 십만대산에 함께 오르자는 말을 했었지만, 여전히 내게 마교는 위험한 적지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마냥 적지라고만 생각하고 들어갈 곳이 아님을 알았다.
생각보다 할 만했다.
온전한 천마 사부의 무를 이은 나는 현 마교에 있어 그곳의 주인을 결정지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
‘정했다!’
“이화.”
“예.”
“채비를 꾸려. 긴 여정이 될 것 같다.”
“……이화가 위대한 분의 명을 받듭니다.”
늘 어른스러운 척하는 이화답지 않게 감정이 묻어나왔다.
“종 노.”
“하명하십시오.”
“천마수신위들, 불러 모으세요. 그리고 이경천 그 양반도요.”
내(천마 사부)게서 제대로 된 천마신공을 배우고 있는 이경천이다.
본신의 실력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니 데려간다면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다.
“이경천 하나면 됩니까?”
그런데 종 노는 평소답지 않게 한 번 더 내 의중을 물었다.
달리 더 부를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묻고 있다.
“문제라도?”
“명을 받듭니다.”
분명한 내 의중을 확인한 종 노가 그제야 몸을 움직였다.
‘백무호, 그 녀석을 말함이겠지.’
하늘에 닿은 재능으로 천마 사부의 검마저 터득해버린 녀석.
소주행을 제외하면 언제나 함께했던 친구.
함께 목숨을 걸어줄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던가?
그렇다면 내 인생은 꽤나 성공한 인생이 맞을 것이다.
‘천마 사부의 검을 얻은 만큼 동행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이경천보다 더 크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완전하게 지웠다.
지금 마교로 향하는 것은 정파의 후기지수 소천룡이 아니다.
천마 사부의 모든 유산을 이어받은 당대 천마(天魔)여야 한다.
강하고 당당한.
어둠을 밝히는 불꽃처럼 활활 타올라야 한다.
‘미안해, 친구.’
“저, 저기…….”
나름 결심을 굳히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쩔쩔매는 세 마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 가지를 물어보신다고…….”
골려주는 건 여기까지 해야겠다.
“한 명씩 이름이나 말해 봐. 여로 내내 야, 너라고 부를 순 없잖아?”
***
눈 밑에 짙은 음영이 그려진 백무호가 책상 위로 사람 키만 한 서류 뭉치들을 쌓아 놓은 채 보고를 듣고 있었다.
“갔다고요?”
“예.”
삼양현은 백가표국의 텃밭이다. 마을 전체에 그 영향력이 뻗어 있고, 눈과 귀가 깔려 있다.
설영의 보고를 전해 들은 백무호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얕은 신음을 흘렸다.
“……망할 놈. 조만간 끌고 와서 일 좀 시키려고 했더니.”
연청운을 씹으며 투덜거리던 백무호가 이내 쌓여 있는 서류뭉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차라리 검을 쥐고 백만 대군에게 달려드는 게 속 편하지.”
“하하…….”
“웃겨요? 같이 이것 좀 해 볼래요?”
“……나가 보겠습니다.”
설영이 정색을 하며 후다닥 도망쳤다.
홀로 남은 백무호가 다시 한번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단 건 알았지만…….”
마인들이 삼양현에 방문했고, 연청운과 부딪쳤으며, 이내 함께 떠났다고 한다.
삼양현에 머물던 마교의 마인들과 함께.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상황상 함께 행동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새끼, 서운하게…….”
그래도 함께 가자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을 삼키며 백무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
서장을 굴복시킨 주체. 강대한 힘의 주인은 멀리 중원에서 날아온 소식에 살포시 미간을 구겼다.
“녹림의 일도 반쪽짜리 결과라…….”
“송구합니다.”
소식을 가져온 자는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듯 머리를 땅에 박았다.
서신을 바라보던 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인은?”
“신승이 개입했다 합니다.”
“신승…… 소림인가.”
목소리에는 짙은 불쾌함이 감돌았다.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감정을 대변하는 기운의 일렁임이 손에 들려 있는 서신을 불태워버렸다.
“사천에서는 무당파 허도라는 녀석이 개입해서 방해하더니, 이번에는 소림의 신승이라. 구파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두 곳이 나란히 날뛰었군.”
“송구합니다.”
“쯧! 운이 좋구나. 혈교로 간 대양무절기의 계승자에게 감사하도록. 그 녀석으로 내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네 머리는 없었을 것이다.”
“…….”
사죄를 받는 것조차 짜증이 나는 상황이다.
땅에 머리를 박은 이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올곧게 자라지 못하도록 비틀어 놓았건만, 구파는 구파인 모양이다.”
“썩어도 준치 아니겠습니까.”
“선도라는 게 그런 것이긴 하지.”
힘의 주인은 선도를 깊이 이해하는 것처럼 말했다.
잠시 그의 얼굴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떠오르더니 결정을 내린 듯 기립해 있는 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구파를 찢어 놔야겠다. 균형을 맞춰 가며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자꾸 방해를 한다면 손을 쓰는 수밖에.”
“준비한 것을 터트리면 되겠습니까?”
“그리하라. 녹림과 수로채도 준비를 하라 전하라.”
K22
“존명.”
지시를 받은 이가 부복한 이를 추려 밖으로 향했다.
“신은 하늘에 있으니, 세상은 태평하구나. 흥!”
혼자가 된 강대한 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웃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