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83
182화 뜻밖의 방문자들(2)
이경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천마 사부에게서 천마신공을 전수받으며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천마 사부에게는 분명 사부가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천마신공에는 야생에서 모든 것을 홀로 터득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중간중간 다른 무공들이 접목된 부분이 있지만, 그 중심에 담겨 있는 것은 오롯이 천마 사부만의 것이었다.
천마 사부는 홀로 서 있는 자였다.
홀로 존귀하게 된 독존자.
홀로 자라, 홀로 배우고, 홀로 터득한, 오직 자신(我)만이 존재하는 천마신공은 마치 하나의 모험서 같았다.
자신에서 시작해 자신으로 끝나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외로운 연대기였다.
천마무겁수에서는 배제된, 천마 사부가 미숙하던 시절의 모든 것들.
그곳에서 나는 뜻밖의 것을 얻었다.
제천대성이 남겨준 본능을 일깨우는 혈기.
‘이게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지.’
과거 지상에서 마왕이라 불리던 시절의 그 혈기는 기이할 정도로 천마 사부의 미숙했던 시절의 야성과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천마무겁수보다 가볍게 쓸 수 있는 것이라 그런지 내가 활용하기도 편했다.
화아아아아!!
힘을 끌어올린 순간 피부밑이 간지러워지는 힘이 몸을 한 바퀴 휘돌았다.
“간다!”
들끓는 야성이 발끝에 이른 순간,
내 몸이 튀어 나갔다.
평소와 같은 능운금광보가 아니다.
능운금광보는 정중동의 극치다. 이처럼 펄떡이는 야성을 품고 펼칠 무공이 아니다.
‘본능대로.’
보고, 느끼고, 피한다!
형과 식이 없는 우격다짐!
거칠 수밖에 없다.
훅! 후욱!!
도끼질처럼 휘두르는 팔꿈치는 더 이상 내 몸에 닿지 않았다.
“무슨…….”
코앞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버리는 내 움직임에 상대가 당황했다.
“쥐새끼 같……!?!”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뻗은 내 손이 상대의 얼굴을 잡았다.
쾅!
잡아 비튼 머리를 땅으로 내리꽂았다.
“커헉!”
둔탁한 소리를 내며 패대기쳐진 상대의 몸이 단말마와 함께 튀어 오른 순간.
뻐억!!
가죽 공처럼 튀어 오른 머리가 알맞은 위치에 왔을 때 걷어차니, 정말 공이라도 된 것마냥 날아간다.
쿠웅!
마무리로 그 날아가는 머리를 뒤쫓아 가 밟았다.
내게 밟힌 머리가 땅을 파고들었지만, 강체법 덕분인지 깨진 수박이 되진 않았다.
그래도 타격이 어지간한지 바로 일어서진 못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라. 완전히 마성에 빠졌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
상대에겐 다행한 일이다.
무엇보다.
‘천마신공의 본질은 그게 아니니까.’
야성에 모든 것을 맡기고 날뛰는 건 그냥 정신줄을 놓은 거다.
천마 사부가 추구하는 무공의 본질은 그런 미친놈 칼부림이 아니다.
[그저 미쳐 날뛰는 본능만이 진실된 나인가.] [그렇다면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이성이란, 진실된 모습을 덮어버린 껍데기에 불과한 것인가.]천마신공에서 천마 사부는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자신(我)의 불완전함과 순수하지 못함을 문제로 삼았고, 그에 대한 고뇌와 참구를 통해 경지를 높이셨다.
그 끝에서 천마 사부는 비로소 깨우치고, 깨달아, 이겼다.
[나를 알고, 나를 이긴다.] [내가 주인이다.]천마 사부는 본능마저 정복하여 오롯한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
천마 신공은 나를 이기는 무공!
본능에 휘둘리는 힘이 아니다!
‘여기에서 제천대성의 심득과 어울리며 날뛰던 그 힘을 정복한다!’
펄떡거리며 날뛰는 힘이 내 손안에서 꿈틀거렸지만, 나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천마 사부가 깨달음에 다다른 경지는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수준이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천마 사부의 제자로서 미력하게나마 그 날뛰는 힘을 끌어올린 뒤 제압하여 휘두를 뿐이다!
그 힘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결치는 칠흑(漆黑).
내 손의 움직임을 따라 칠흑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는 와류를 그린다!
그 와류의 끝, 소용돌이치는 힘의 꿈틀거림이 한 점으로 집약된다!
쿠우우우!
그저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대기가 요동친다!
“안 돼!”
소용돌이치는 칠흑의 힘에 경악한 마인들이 힘을 합쳐 막아섰다.
콰아아아아아!!
“크흡!”
“버……텨!!”
“크아아아악!”
두 명이 달라붙었음에도 감당하지 못하고 끝없이 밀려나다 결국은 튕겨졌다.
쿠당탕!
거칠게 바닥을 구른 두 마인이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숨을 토해냈다.
“허! 허억! 후우……!”
차마 일어날 생각도 못 하는 마인들을 바라보며 나는 방금 내가 뻗어낸 힘을 가늠해봤다.
‘시작부터 천마무겁수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것부터 시작했을까?’
천마 사부가 천마무겁수를 창안하며 천마신공을 버린 것은, 본능대로 날뛰던 미숙한 시절의 잔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미숙한 나는 천마무겁수보단 이쪽이 더 수월한 느낌이다.
‘천마무겁수는 제어가 너무 힘들단 말이지. 그런 주제에 요즘 삼재일기공과는 묘하게 손발을 맞추는 느낌이지만…….’
무공 자체의 본질적인 성향을 고려해볼 때 그 변화를 이끈 것은 분명 천마 사부의 솜씨가 아니다.
십중팔구는 장삼풍 사부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하다.
[흐음…… 거기에서 와류, 전사라……. 좋은 수법이구나. 잘만 다듬으면 쓸 만한 게 나오겠어.]천마 사부의 무공을 평가하면서 칭찬부터 하시는 말만 들어봐도 뭔가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소림 자제가 어떻게 마공을…….”
어느 정도 정신줄을 잡은 마인들이 내가 펼친 무공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묻고 싶은 것이 엄청나게 많아 보이는 얼굴들이다.
“그만할까?”
따지고 보면 나도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다.
“……무슨 속셈이지?”
완벽한 우위를 잡아놓았음에도 휴전을 종용하는 내 말이 수상하게 들렸는지 마인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얼굴 근육들이 참으로 바쁘네.’
실시간으로 휙휙 변하는 표정들을 보니, 이따금 천상의 사부님들과 대화를 할 때 나를 향해 뭐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해가 되었다.
“침착하고 주변을 좀 돌아보라고. 슬슬 기척이 느껴질 법도 한데?”
“으음…….”
내가 펼친 무공의 위력은 얕지 않았다.
기감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 여파를 느끼지 못했을 리 없다.
그리고 여기 삼양현에는 기감이 뛰어난 사람들, 고수들이 많다.
보는 눈들이 많은 곳이라 조용히 제압하려 했는데 물 건너갔다.
다행히 모여든 것은 마교 측과 설영들이 중심이다.
마인들은 내 말에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는지 얼굴이 더욱 심각하게 굳어졌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천천히 설명해 줄 테니, 일단 따라와.”
“네 말을 어떻게 믿고 함부로 따라…….”
“고생해서 먼 길 왔는데, 성과도 없이 죽는 건 억울하지 않겠어?”
나는 차갑게 말을 끊었다.
물론 협박 맞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구제(救濟)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가 넘어가려고 해도 이화가 태워 죽이려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눈빛들이 슬슬 위험해지고 있단 말이지.’
종 노인이나, 천마수신위나 요즘 들어 이화랑 눈빛이 많이 닮아가는 것을 보면 여기에서 있었던 일이 알려졌을 시 저들의 목숨이 위태롭다.
아니, 정말로.
“따르도록 하지……. 일단은.”
마인들 중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삼양현에서 일어난 짧은 소란은 막을 내렸다.
***
다들 바쁘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 것은 무척이나 중대한 일이다.
무려 마교에서 사람이 찾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인 것이다.
보다 확실한 확인을 위해 이화와 종 노인을 불러 대면시켜 보았다.
“““마존을 뵙습니다!”””
‘일사불란하구만.’
완벽한 호흡으로 일치된 구호를 외치며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마교에서 온 이들이 맞다.
‘곤란한데…….’
어떻게 알고 삼양현으로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들이 찾아왔다는 건 다른 마교도들 역시 이곳으로 올 수 있단 이야기다.
골치 아픈 건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기에 고민에 들어갔다.
반면에 종 노인의 얼굴은 험상궂게 구겨지는 중이었다.
“너희가 교에 속해 있다면, 먼저 예를 갖출 분은 내가 아닐 텐데?”
“아!”
아무래도 종 노인은 나보다 먼저 자신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이 거슬렸던 것 같다.
나야 그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종 노인 입장에서는 다른 모양이다.
외부에서 온 마인들이 빠르게 몸을 돌려 머리를 숙였다.
“““신녀님을 뵙습니다!”””
“…….”
‘큰일 났네.’
안 그래도 종 노인 못지않게 표정이 안 좋던 이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여간 마교 놈들 대가리 수준하고는.]장삼풍 사부도 대놓고 비웃으셨다.
‘아무래도 이거 십 중 십, 천마 사부 저격하는 느낌인데…….’
조만간 천마 사부랑 장삼풍 사부가 한 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만있다간 한세월 걸리겠네.’
푸닥거리는 나중에 하라고 하고, 일단 내가 알고 싶은 부분부터 들어야겠다.
“삼양현에는 어떻게 온 거지?”
“…….”
그런데 내 물음에는 묵묵부답이다.
이건 좀 괘씸하다.
내게 예를 표하지 않는 거야 굳이 신경 쓰고 싶지도 않은 일이니 그렇다고 치지만,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는 건 다른 문제다.
당연히 내 이마에 살짝 주름이 갔다.
뿌드득!
당연한 말이지만 내 기색에 민감한 이화와 종 노인은 단번에 내 감정을 눈치챘다.
“일단 이야기부터 듣자고. 빨리 듣고 싶으니까.”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둘 중 하나다.
이화와 종 노인이 저놈들을 잡아서 족치든가, 내게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무릎을 꿇든가.
둘 다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천하에서…… 가장 인자하고, 자비로우시며, 위대한 분의 물음……에 답하세요. 당장! 빠드득!”
이화가 으르렁거리며 명령을 내렸다.
중간중간에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무척 힘겹게 말을 잇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 귀엔 당장 불 지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것으로 들렸다.
“……예에.”
마인들은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눈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뭘 실수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크게 실수한 건 분명하단 걸 깨달았을 때의 분위기.
이화와 종 노인이 대놓고 그런 분위기를 풍기니, 마인 중 가장 이성적이었던 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신녀께서 교에 사람을 보내셨잖습니까. 삼양현으로 오라고. 중도파 쪽에 접촉하셔서 흘린 그 이야기가 살짝 새어나…… 허걱?!”
말을 이어나가던 마인이 뭔가를 깨달은 듯 말을 멈췄다.
목 관절에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는지 망가진 톱니바퀴처럼 뚝뚝 끊어지는 동작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행동에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나머지 두 마인의 얼굴도 창백하게 변했다.
‘눈치챈 모양이네.’
왠지 사악! 하고 피가 식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즐기냐?]쓸데없이 남 괴롭히는 취미는 없지만, 이 녀석들이 괘씸하긴 했다.
“왜? 계속해.”
그러니 이 정돈 즐겨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