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23
222화 이거 구도가 좀 이상한데?
[아무리 너라도 이번 것은 무리수였다.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세 가지 공능을 다 끌어안으려 하다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순식간에 몸이 붕괴되었을 거다!]장삼풍 사부가 야단을 치셨다.
[허!허! 사실 우리가 담금질한 몸이었다 하더라도 그걸 견뎌낸 건 놀라운 일이란다. 네 성장 속도가 경이적이긴 하나, 적어도 일 년은 더 단련을 해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놀라운…… 일…….”
달마 사부의 말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슬슬 내가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 실감이 되었다.
[목숨을 건진 건 태극무청지(太極無淸知), 대라조화심결(大羅造化心訣) 덕일 거다.]천마 사부는 내가 살아남은 요인을 짚어주셨다.
“……대라조화심결이요?”
내가 사부님들께 배운 무공이 많긴 하지만, 대라조화심결이란 무공을 배운 기억은 없다.
한데 대라조화심결 덕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천마 사부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가 청명심법이라며 배웠던 거 말이다.]“아아…….”
장삼풍 사부가 가장 처음으로 가르쳐주셨던 무공.
사실 처음 배웠을 땐 뭔가 엄청난 무공인 듯싶었지만, 그 뒤로 배운 것들이 워낙 쟁쟁하다 보니 순위가 좀 내려가긴 했다.
지금에 와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거나, 중단에 자리 잡은 삼재일기공의 기점이 되어주는 보조적인 무공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데 천마 사부는 전혀 다르게 판단하신 모양이다.
[뭔 소리야. 대라조화심결이라면 천지간의 운행마저도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인데. 그랬다면 청운이 저 녀석이 호풍환우(呼風喚雨)조차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장삼풍 사부가 천마 사부의 의견에 즉각 반박하셨다.
장삼풍 사부의 말대로라면 천상의 신선들이나 익힐 법한 것이다.
절로 장삼풍 사부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데 왜 장삼풍 사부에게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지?’
묘하게 정곡을 찔린 모습이랄까?
[아니긴. 삼재일기공을 전수하면서 은근히 밑밥을 깔아 뒀더만.] [어어?] [나도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교묘했더군. 나나 달마가 가르쳤던 무공들과 연계되도록 했으니 어지간해서는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아니…….] [뜬금없이 내가중수법 따위나 가르치는 게 이상하긴 했다만, 천라무결을 전수할 때 이미 여기까지 예상했던 거였더군. 저 녀석이 삼재일기공을 통해 외기(外氣)에 소통하는 법을 깨우치고, 중토신공과 교류하는 법에 자연스러워지면 사물과 통하는 법을 알 것이며, 내 천마무겁수의 구현을 합하는 법을 깨달으면 결국 천지간의 운행에 개입하는 법에 이르겠지. 그게 대라조화심결 초입이잖나.] [야! 자, 잠깐!!]천마 사부는 날카롭게 벼려진 분석으로 장삼풍 사부의 의도를 낱낱이 파헤치셨다.
순식간에 난자된 장상풍 사부가 크게 당황하셨다.
[왜? 굳이 멀리 돌아간 걸 보니 누가 대라조화심결만은 전수하지 말라고 협박이라도 했나?]장삼풍 사부가 대답하지 못했다.
장삼풍 사부가 말빨에 밀려 입을 다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너 이 자식! 그렇게 날 벌근(罰勤)시키고 싶냐?] [나도 밀린 휴가 좀 받으려고 그런다. 그러려면 땜빵이 필요하니까.] [……이 작자 보소?]이게 도가 극에 다다라 신선이 되신 위대한 무림 전설들의 대화 수준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쪼그라든다.
확실히 천마 사부의 예측은 납득이 되었다.
그럴 만했다.
사람이 호풍환우를 한다니.
그쯤 되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살아 있는 신선으로 받들어지고도 남는다.
쉬이 전수할 만한 것이 아니다.
“어어…… 그런데 지금 그 당부를 하신 분도 이거 보고 계신 거면…….”
[시버럴…….]깔끔한 욕 한마디가 장삼풍 사부의 상황을 대변했다.
[콰앙!] [어익후! 태을진인이 오셨군…….] [제자야, 한동안 사부가 없더라도 수련 열심히 해야…… 꾸엑!!] [이 망할 자식! 따라와, 미친놈아!!] [태을진인! 오해, 오해요! 콰쾅! 꾸에엑! 콰콰쾅!]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장삼풍 사부의 유언(?) 같은 다짐 이후 이어진 것은 어디서 개 잡을 때 날법한 소리들뿐이었다.
참고로 실시간이다, 이거.
혹여나 지금 들은 것들을 무당파에서 풀어놓으면 곱게 죽기 어려울 것 같다.
잠시 뒤 사위가 조용해질 때쯤 슬며시 입을 열었다.
“……가셨습니까?”
[멀리 갔지.]“예에…….”
그냥도 아니고 멀리 가셨단다.
저 멀다는 말이 뭔가 무섭게 들렸다.
한동안 장삼풍 사부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저 괜찮은 거 맞습니까?”
[길 가다 금덩일 주워 팔자 고친 놈이 괜찮은 건가를 따져 묻는다면 나는 그걸 기만질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만. 뭐, 기만질을 굳이 분류하자면 당사자에겐 좋은 쪽이니, 괜찮은 게 맞겠지.]“…….”
오늘따라 천마 사부의 언변이 평소보다 더 날카롭다.
장삼풍 사부의 설계에 당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하다.
더 물어도 괜찮은가 싶은데 달마 사부가 조용히 끼어드셨다.
[몸 상태가 이상하게 느껴지느냐?]“예.”
사실 내가 사부님들께 계속 문의한 이유였다.
내 몸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허허허. 그건 네가 그동안 삼재일기공을 통해 힘을 운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게다. 확실히 그동안은 우리 셋의 가르침을 공존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것이었지.]“낯설기 때문이라고요?”
[그래. 그동안 우리 셋의 가르침이 네 안에서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삼재일기공을 통한 소통에 기반을 두었다. 허나 지금부터는 네가 구사하는 힘 모두가 좀 더 한 몸에 가까운 형태가 되겠구나. 완전히 일체화되었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힘을 구사함에 있어 많은 것이 변했을 게다. 확실히 네가 그리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아아…….”
소통(疏通)이라 함은 각각 독립되어있는 것들이 연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나는 그 소통이란 과정이 기존에 비해 크게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단 소통을 위해 들이는 수고가 적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천마무겁수도 좀 더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가?’
아니, 생각해보면 천마무겁수만이 아니다.
합일권이나 이기어검 같이 세 분 사부님들의 무공을 집대성한 무공들도 일반적인(?) 무공들처럼 수월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같다.
‘어디…….’
새로 얻은 것이 생기면 써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마침 알맞은 것이 벽에 걸려 있다.
혈마를 쓰러트릴 때 썼던 검 중 하나.
평범한 청강검이지만, 불의 신력을 잔뜩 몰아넣어 신염(神炎)으로 물들였었던 탓인지 보물처럼 모셔져 있다.
힘을 끌어모아 그 검과 소통해 봤다.
스으으.
상화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들어 올려서인지 제어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좀 더 수월해진 것 같기도 하고?’
힘을 운용하는 방식이 낯설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수월하게 검이 다뤄졌다.
지금이라면 스무 자루의 이기어검을 다뤄도 수월하게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큰 문제가 없다는 사부님들의 보장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힘의 흐름이 달라진 만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얻은 것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검을 불러들였다.
“……으헛!”
퍽!
죽을 뻔했다.
내가 움직인 검 때문에.
힘의 흐름이 예민한 탓에 생각했던 것보다 검이 더 빠르고 멀리까지 움직여버렸다.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피한 자리, 방금까지 누워 있던 침구를 관통한 검이 바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하아! 이 얼간이를 정말…….] [허허허…….]천마 사부의 목소리가 차갑다.
달마 사부도 이건 다정하게 보듬어주기 힘드신지 웃음으로 얼버무리셨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지만,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세상에, 이기어검 제어에 실패했다고 얼간이 소리를 듣는 것은 무림이 아무리 넓어도 나밖에 없을 거다.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키며 나는 검을 뽑아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그때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간자를 아직도 다 색출하지 못했나?!”
밖에서 요란한 소리를 들었는지 곧장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종 노에, 이경천, 게다가 순천파에 몸담고 있던 극마존까지.
다들 이화처럼 내가 의식이 없는 사이 식음을 전폐했는지 깡마른 모습들이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그들이 내 침구에 박혀 있는 검을 보곤 눈이 뒤집혔다.
“감히! 어떤 육시랄 놈이 이런 짓을!!”
다들 이를 갈았지만, 그중에서도 극마존이 분기탱천해 외치는 소리가 가장 존재감이 있었다.
‘……어, 그 육시랄 놈이 나야.’
갑자기 자괴감이 치밀어 오른다.
이게 다 내 업보(業報)이지 싶다.
‘나는 천마다’ 같은 소리를 안면에 철판 깔고 할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이화가 가져올 미음에 콱 코를 박고 죽어버려야 할지 싶다.
문뜩 떠오른 생각인데도 당장은 그럴싸하다.
‘물론 그랬다가는 내가 처박았던 그 미음에 같이 코를 처박고 명부까지 줄줄이 따라올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겠지…….’
이런 미친 생각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는 것부터가 위험 신호다.
비교적(?) 제정신일 때 얼른 이곳을 떠나든가 해야겠다.
***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
오해를 풀고, 내 침상을 관통했던 것도 치우고, 이화가 가져온 미음도 깔끔하게 배 속에 집어넣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될 때쯤 찾아온 입천신마존에게 한 가지 통보를 받았다.
“어디부터 조지면 되겠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건 통보가 확실하다.
‘아니, 이제 이런 거 안 하고 싶다니까.’
대무장에서 저질렀던 일은 분위기에 취해 정신 오염 비슷한 거에 당한 상태였던 것이다.
쉽게 말해 정신줄을 놓았다고 해도 좋다.
그런 상태였으니 ‘나는 천마다.’ 같은 말을 당당하게 떠들고 다닐 수 있었던 거다.
“저는 그러니까…… 저기 천마의 피를 이은 이경천에게 양위를…….”
“뭐, 천마의 의견은 알겠네. 다행히 우리 천마신교에는 서로의 의견이 갈렸을 때 빠르고 확실하게 조율할 수 있는 방도가 있지. 대무장이라고.”
“…….”
보름의 약조가 깨졌지만, 한판 뜨자고 했던 약속 자체는 살아 있는 모양이다.
내가 부활시킨 대무장이 내 발목을 잡았다.
어쨌거나 이 양반이 이렇게 나오는 이상 천마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다는 건 일단 천마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건데…….
“조지겠다는 건 그럼…….”
“혈교 놈들이지.”
“아, 예.”
“천 년이 넘는 역사 동안 누구도 침범하지 못했던 천마의 성지가 훼손당했어! 그건 나도 안 한 짓이야!”
입천신마존이 진심으로 화를 냈다.
이렇게 보니 이 양반 반천파이면서 은근히 천마 사부에 심취해 있다.
‘까도 내가 깐다, 뭐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이 양반이 천마신교를 뒤집지 않은 이유가 이해될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집중할 일은 혈교다.
천마신교가 혈교를 적대시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혈교의 움직임이 위축될 것이다.
나쁘지 않다.
“혈교…… 말이죠?”
“그래.”
“혈교라면 중원 무림에서 암약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
콰앙!
입천신마존이 거칠게 발을 구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 부복하고 있던 마인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다들 천마께서 하신 말을 들었나?!!”
“예!”
“중원 진출이다!”
“““존명!!”””
……저기요?
예?
뭐라굽쇼?
“……중원 진출?”
“혈교가 중원에 있다며?”
“예, 그야…….”
“그럼 중원으로 가야지!”
“…….”
머리가 정지하는 것 같다.
정지할 것 같은 이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보자.
자!
내가(천마가) 이들과 함께(천마신교의 마인들을 이끌고) 혈교를 치러 간다(중원을 뒤집으러 간다).
아니, 이거 구도가 좀 이상하잖아?
뭔가 소림 신승 어르신께 찾아가서 사정 설명을 하면 제일 먼저 들을 말이 ‘살계를 열겠노라!’ 일 것 같은 상황인데?
무당파 허도진인께 찾아가서 사정 설명을 하면 ‘파문이다!’라는 일갈과 함께 목이 땅에 떨어져 있을 것 같은데?
“다 죽여 버리는 거다!!!”
“천마강림! 영세무궁!!”
“영세!!! 영세!!! 영영세!!!”
“…….”
오늘 저녁은 미음이 좋을 것 같다.
얼른 코 박고 뒈져야 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