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증명
녹림마인들의 뒤를 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바닥을 살피던 상후가 길을 안내했다.
배신한 척 도적 연맹의 녹림도들을 따라나선 녹림 마인 중 하나가 일정 걸음마다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긴 덕분이었다.
낮이었다면 흔적을 남기는 것을 들켰을지도 모르지만, 밤이었기에 쉬이 숨길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흔적을 따라 움직이자, 녹림마인들과 도적 연맹 녹림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중 셋은 멀리서도 기세가 느껴질 만큼 주변의 다른 녹림도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고수다.
“누군지 알겠나?”
상후에게 물어보니 긴장한 얼굴로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끼를 들고 있는 놈이 삼거태부입니다. 신력을 타고난 놈으로 들고 다니는 도끼는 백이십 근이 넘는다고 합니다. 쌍편을 들고 있는 놈은 괄력편주라는 별호를 쓰는 놈으로 무거운 철편을 회초리처럼 다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수공권인 놈인 독사비권은 사술로 보일 만큼 눈을 어지럽히는 사권의 달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강하지?”
“……악군패에 필적할 것입니다.”
거록채주 악군패.
나와 남궁세가의 완숙한 고수 둘이 합공한 것으로 겨우 물러나게 할 수 있었던 고수다.
천자산에서 다시 붙었을 땐 이겼지만, 당시에는 조건이 평등하지 않았다. 제대로 붙었다면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악군패 정도의 고수가 셋이나 있다.
하지만 그다지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 뒤로도 계속 성장했다.
오히려 삼단의 통합을 앞에 두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저, 저거…….”
“나서야겠네.”
포위당한 녹림 마인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보고 나는 돌멩이 하나를 들어 힘껏 던졌다.
파각!
내력이 실린 돌멩이가 녹림마인을 조롱하던 도적 연맹 녹림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니 대가리나 잘 간수하세요.”
[하하하! 제자가 삼풍에게 일거리를 던져주는구나!]천마 사부가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셨다.
‘어어……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지옥에서 사부님을 뵙거든 일거리를 늘려서 죄송하다고 전해라!”
‘사부 힘내세요!’
오늘 일거리를 좀 많이 만들어낼 것 같아 나는 마음속으로 사부를 응원(?)하며 몸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하던 놈들이 빠른 속도로 전투 준비를 갖춰 갔다.
“정리는 내가 한다! 너희는 한 놈도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망을 갖춰라.”
“존명!”
내 명령에 상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녹림마인들을 지휘하여 포위망을 갖춰 갔다.
그런 가운데 나는 저들 사이에 있는 녹림마인들을 살폈다.
‘나름 연기력이 있는 놈들이란 말이지.’
멀리서 지켜본 것이지만, 도적 연맹의 녹림들을 잘 속아 넘겼다. 모르고 봤다면 정말로 배신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어디 즉흥적으로도 잘 맞추는지 볼까?’
잘만 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
“거기 있는 ‘배신자’들은 옆으로 빠져라. 이번 일에 대한 처벌은 이 일이 다 마무리된 차후에 할 것이다.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니 각오해라.”
나는 일부러 ‘배신자’라는 말에 무게를 두며 이를 갈았다.
그런 내 말에 배신자들이 눈을 번쩍 떴다.
“칼 들어! 싸워라, 병신들아! 네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어! 싸우라고!”
삼거태부라 불린다는 거한이 크게 목청을 키웠다.
“아, 알겠소.”
“함께 싸울 테니, 우리를 버리지 마시오!”
“……우리 마음은 변하지 않았소.”
육중한 도끼를 들어 나를 겨눈다.
배신자들은 도적 연맹의 녹림도들과 함께 원진을 만들며 사방을 경계했다.
“포위당했다! 정신 차려!”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둥근 포진.
녹림마인들에게 훤히 허점을 드러낸 상태다.
‘표정 좋고!’
배신자들은 누가 봐도 궁지에 몰려 있는 얼굴들이다.
연기력도 좋고, 순간 판단력도 있다.
여기서 내가 틈을 만들어주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틈을 만들기 위해 몸을 날렸다.
“어딜 겁도 없이!!”
나 홀로 돌진하는 모습에 쌍편을 든 무인, 괄력편주가 정면으로 부딪쳐왔다.
스하학!
날이 서 있지 않은 쌍편을 휘두르며 만들어내는 바람 소리가 예리했다.
무거운 철편 두 개를 회초리마냥 휘두르는 자라고 했던가?
선명하게 형태를 갖춘 강기가 허공을 헤집는다.
‘느린데?’
하지만 느렸다. 감각을 끌어올린 내 눈에는 어지럽게 움직이는 쌍편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였다.
“편주(鞭主)는 무슨.”
이런 작자에게는 아까운 별호다.
나는 괄력편주가 그리는 궤적 속으로 손을 넣었다.
시퍼렇게 타오르는 강기에 손이 닿는 순간 내 몸에서 흘러나온 천라무결의 기운이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부님들이 전수한 무공들은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대라조화심결로 삼단의 합일이 점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당시보다 더욱 앞으로 나아가있는 상황이다.
내 손짓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달마 사부의 극강격이, 장삼풍 사부의 천라무결이, 천마 사부의 무극육식이 담겨 있다.
투웅!
“……커헉!?!”
천라무결의 힘이 풀숲을 헤집는 뱀처럼 단번에 괄력편주의 강기를 찢고 내부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쌍편에 어린 힘이 붕괴되었다.
더 이상 괄력편주의 쌍편은 위협이 되질 못했다.
경악으로 부릅뜬 눈이 괄력편주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냥 회초리나 휘둘러라.”
콰륵!
괄력편주의 쌍편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미, 미친!!”
눈앞에서 펼쳐진 무지막지한 광경에 경악한 괄력편주가 당황해서 몸을 빼려 했지만 늦었다.
빠각!
‘사부! 한 놈 더 보냅니다!’
내가 더 빠르다.
무극육식의 묘리가 담긴 일장이 단번에 괄력편주의 머리통을 부숴 놓았다.
“괄력!”
경악한 삼거태부의 외침이 산천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나는 머리를 잃고 허물어지는 괄력편주의 몸을 낚아채 적진을 향해 던졌다.
모시던 채주의 시신이 날아오기 때문일까?
“받아라!”
도적 연맹의 녹림도들은 날아오는 시체를 받아냈다.
다섯이나 나서서 받았음에도 뒤로 크게 밀려날 정도였다.
그 순간!
푸푸푹!
“으악!”
“어억!”
예정되어 있던 배신(?)의 칼날이 그들의 등을 덮쳤다.
“이, 이놈들이”
삼거태부가 반사적으로 커다란 대부를 휘둘렀다.
일격에 싹 쓸어버릴 생각이었는지 크고 넓게 휘두른 일격을 녹림마인들은 어떻게든 피해냈다.
하나만 노렸다면 모를까, 동작이 너무 컸다.
“으아아아아아악!!”
거하게 허공을 가른 삼거태부가 악에 받친 괴성을 질렀다.
“이 멍청한 것들아! 저놈이 너희 같은 배신자들을 용서할 것 같으냐!!”
삼거태부가 배신자(?)들의 행동을 몰아세웠다.
‘풉!’
나는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녹림마인들은 대놓고 웃었다.
“하하하하! 너야말로 멍청이거든?”
“푸하하하! 우린 처음부터 배신한 적이 없어, 벼엉신아!”
“니 대가리는 이런 생각 못 하지?”
“……뭐, 뭐라?”
한 녹림마인이 삼거태부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놀렸다.
삼거태부의 얼굴에 당혹감이, 그다음으로는 분노가 차올랐다.
“죽인…….”
“어딜 보냐?”
크게 드러난 삼거태부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이제는 경지에 다다른 능운금광보가 순식간에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기세를 실어 뻗어내는 권격에는 자연스럽게 극강격의 묘리가 담겼다.
“으아아!!”
분노로 눈이 돌아가 있던 삼거태부가 뒤늦게 거대한 도끼의 방향을 틀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들어 올리지도 못할 큰 도끼를 방패마냥 세운다.
내 주먹이 도끼의 중심 한가운데를 후려쳤다.
쩌어어엉! 파캉!!
삼거태부의 거대한 도끼가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커억!”
부서진 도끼 파편이 삼거태부의 몸에 틀어박혔다.
삼거(三巨), 세 개의 큰 것을 가졌다는 별호대로 거대한 몸이었기에 박힌 파편들도 많았다.
나는 그중 하나를 표적으로 다시 주먹을 뻗었다.
퍼어억!
물통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삼거태부의 몸통에 아이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모든 것이 큰 자.
태산처럼 거대하던 것이 모래처럼 무너졌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놀라긴.’
아직 싸움은 안 끝났다.
나는 마지막 남은 고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적사비권이라는 적수공권의 고수가 붉은 강기로 두른 두 손을 뻗어온다.
“응?”
그런데 그 느낌이 묘했다.
사천당가에서 당영진을 상대할 때 느꼈던 묘한 감각이 가슴을 두드린다.
‘섭혼술?’
다만 당영진과는 다르게 이자가 펼치는 손짓에서 사이함이 느껴졌다.
‘기운으로 눈을 속이며 마음을 흩트린다?’
어지간히 심지가 굳건하지 않으면 이 무공을 눈앞에 두었을 때 환각이나 환청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뻗어오는 손이 세 개, 네 개로 보인다든가. 아니면 손에 맺힌 저 강기가 더욱 크고 강하게 보인다든가.
내게는 통하지 않는 재주다.
타탁!
나는 간단하게 적사비권의 두 손을 낚아챘다.
천라무결의 묘리가 짜증 나는 붉은 강기를 단번에 깨트렸다.
“어, 어떻게?!!”
“같잖은 수를 깬 걸 가지고 뭘.”
우득! 우드득!
낚아챈 두 손을 으스러트렸다.
“아아아악!!”
“너 혈교냐?”
“어, 어떻게?”
방금까지 나약한 비명을 지르던 적사비권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그 눈동자의 빛이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정체가 드러난 놈이 즉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괜히 혈교냐고 물어봤다.
“……쯧! 사로잡았으면 캐낼 것이 제법 있을 것 같았는데.”
생기가 사라진 눈동자가 바라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득!
나는 적사비권의 머리를 돌려버렸다.
“아주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구만.”
천자산에서 본 것으로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녹림 곳곳에 혈교의 손길이 묻어있었다.
안휘에서 직접 부딪치기 시작하면 이런 놈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올 것이다.
제 목숨 알기를 우습게 아는 놈들이 날뛰는 전장일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
상후는 가까이에서 천마 연청운의 힘을 보았다.
“아아… 아아아…….”
엄청났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천마신공을 펼친 것도 아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며 걸리적거리는 것을 치워버린 것에 불과했다.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된 자들은 녹림칠십이채의 채주 중에서도 나름 강자로 분류되는 고수들이다.
상후의 가슴 속에 누를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두려움과 경외가 온몸을 지배했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천마께서 내린 지시가 우선이다.
상후는 지시를 이루지 못해 저분이 실망하는 것이 죽음보다 더 두려웠다.
마 중 마!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만마의 주인이 함께하신다!
“놓치는 놈이 나오면 죽여 버린다!!”
상후가 날뛰기 시작했다.
녹림마인들 역시 미쳐 날뛰었다.
모두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천마를 따르는 마인들은 마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