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단서를 잡다
남궁세가를 장강에서 밀어낸 도적 연맹은 당연하다는 듯 상인들과 손을 잡았다.
육로와 달리 수로는 대량으로 물산을 옮길 수 있다.
그렇기에 부피가 크고 대량으로 운반해야 하는 곡식 등은 수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궁세가와 도적 연맹의 싸움은 안휘의 상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장강을 끼고 있는 안휘는 상업이 발달했다.
꽃이 있는 곳에 벌이 꼬이듯 안휘에는 수많은 상단이 자리했다.
만물상단은 그런 안휘에 자리 잡고 있는 상단 중 하나였다.
만물상단의 상단주 황금산은 휘하의 상인에게 올라온 보고를 듣고 있었다.
“물건이 잘 도착했다고?”
“예. 문제없이 잘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하하하! 이거 괜한 걱정을 했었구만!”
만물상단의 상단주 황금산은 앞에 놓인 탁자를 탕! 탕! 두들기며 기뻐했다.
“도적놈들이 장강을 먹었다고 해서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
상단의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도적놈들이 장강의 물류를 장악한 상황이다.
통행료라는 명목으로 이런저런 문젯거리를 만들며 물건을 약탈하려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황금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도적 연맹은 한탕 해 먹고 말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암! 그래야 하고말고!”
장강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와 다름이 없다. 어지간한 병신이 아닌 다음에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도적 연맹이 제대로 장강을 관리할 생각이라면 굳이 물건을 약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황금산은 이번에 그것을 확실히 확인했다.
“남궁세가는 끝났군. 도적 연맹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남궁세가로서는 재기할 기회조차 사라진 꼴이지. 이젠 도적 연맹의 시대라고 봐야 할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푸흐흐흐!”
맞장구치는 수하의 말에 황금산은 기분 좋게 웃었다.
황금산은 앞으로 이어질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해 봤지만 역시나 결과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남궁세가는 무너진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성세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천하상단은 아직도 도적 연맹과 거래를 트지 않았나?”
“천하상단 소속 선박들이 그대로 정박해 있는 것을 봐선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시류를 읽을 줄 모르는군. 멍청한 놈들.”
황금산은 머릿속으로 그린 안휘의 미래에 아직까지 남궁세가에 대한 의리와 신용을 지키고 있는 천하상단의 모습을 추가했다.
필시 비참하게 몰락할 것이다.
천하상단이 멍청한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동안 그들이 소유한 선박을 인수한다면 장강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황금산으로서는 굳이 만류할 이유가 없다.
“웃기는 일이야. 도적놈들이 물류에 뛰어든다니. 저쪽 호북에서는 도적 연맹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놈들이 역참을 준비 중이라며?”
“그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만.”
세상이 격동하고 있었다.
낡은 과거가 쓸려나가고 새 질서가 열리려는 정황이 보였다.
어떤 거대한 힘이 그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았다.
황금산은 탐욕스러웠지만, 흐름을 읽는 눈만큼은 날카로웠다.
“필경 누군가가 배후에 있어. 우리는 그 흐름을 타야 해!”
“예…….”
“아마 관리들을 움직인 존재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돼. 이건 도적놈들이 안휘의 관리들에게 돈을 처먹였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아니야. 어쩌면 제일 큰 도적놈은 관리들을 움직인 그놈일지도 모르겠어.”
황금산이 재차 탁자를 탕! 하고 내려쳤다.
“반드시 알아내! 반드시!”
“예.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으니 조만간 실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만물상단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기에 수하의 눈에도 뜨거운 열의가 어렸다.
큼지막한 안건이 마무리되자 황금산은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흥! 도도하게 굴던 것들이 박살 나는 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군.”
그야말로 몰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세가 줄어든 남궁세가를 향해 황금산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처지가 궁해지면 팔아야 할 것이 생기는 법이지. 소중하게 지켜 왔던 보물이든, 계집이든 떨어져 나오기 마련이야. 그렇군. 남궁세가 계집이라…….”
황금산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몰락한 남궁세가의 부산물은 그야말로 황금향이 따로 없었다.
반병신이라도 상관없으니 확보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잘 구슬리든 고문을 하든 무공을 빼돌리기만 한다면 무인을 육성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상단 역시 무인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도한 남궁세가의 계집이라면 굴복시키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도적 연맹에 포로로 잡힌 년이 있으면 몇 명쯤 빼돌릴 수 있으려나?”
황금산이 가능성을 고려해 보며 입맛을 다셨다.
반면 조금 전까지 열의를 보이던 수하는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아무리 남궁세가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고 해도 남궁세가 사람을 빼돌리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지…….”
다른 부분들이야 간접적으로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이번 건은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허나 황금산의 생각은 달랐다.
“걸리지 않으면 없는 일인 것이야. 알려지지 않으면 문제없어. 증거가 없다면 힘을 잃은 남궁세가는 우릴 건드리지 못해. 사파 놈들이라면 몰라도 정파 놈들은 상인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아. 다 죽어 가는 주제에 자존심만 남아서 청승 떨다 뒈지는 게 정파 놈들 속성이야.”
황금산은 남궁세가의 무력이 남아 있다 한들 무림인이 아닌 자신들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명분 없이 힘을 쓰는 건 정파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남궁세가 사람을 몰래 잡아 오는 것은 선을 넘는 일임이 분명하지만, 증거만 남기지 않는다면 남궁세가는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건재할 때의 남궁세가라면 영향력만으로 만물상단을 찍어 누르고 증거를 토해내게 만들겠지만, 지금의 남궁세가라면 해볼 만했다.
“여차하면 도적 연맹 쪽에 돈 좀 찔러주고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야.”
“……예.”
황금산의 말에 수하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심을 하지는 못했다.
수하가 보기에 황금산의 말에는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대세를 읽어내는 때와는 달리 남궁세가를 대할 때는 황금산의 해석에 편의적인 부분이 강했다.
분명 황금산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기색을 읽은 황금산이 얼굴을 찡그렸다.
“만물상단이 안휘 제일 상단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야!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놓치는 놈이 병신인 거고! 시키는 대로 해!”
“아, 알겠습니다.”
“쯧쯧! 멍청한 녀석. 과거의 허명에 지레 겁먹는 모습이라니.”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얼간이라고 생각하는 황금산이었다.
***
현재 안휘 관리들의 행동은 명백히 이질적이다.
남궁한은 그런 관리들의 행동을 상인들과 연관 지었다.
아주 틀린 판단은 아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직이 거대해지면 거대해질수록 재정적 안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주에서 용린대와 함께 움직일 때 파악한 정황을 고려하면 학은 재물의 흐름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할아버지 친구분의 조언에 따르면 자금의 흐름은 물줄기와 같다고 했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남궁한이 목표로 잡은 곳은 만물상단이었다.
장강에서 남궁세가가 밀려나자 가장 먼저 도적 연맹과 거래를 튼 상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상단주의 능력이 좋든가.
아니면 학의 휘하에 있는 자였기에 미리 도적 연맹과 합을 맞춘 것이든가.
발품을 팔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게 만물상단으로 향하던 중 이따금 남궁한의 시선이 이화에게 머무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화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아, 그게…….”
남궁한이 잠시 말끝을 흐렸다.
“뭔가 낯이 익은 것 같아서요…….”
‘이거 남자가 여자한테 작업 걸 때 쓰는 말 아닌가?’
남궁한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짜게 식었다.
같이 움직이고 있는 남궁세가 무인들과 용풍개도 비슷한 모습이다.
남궁한이 당황하며 크게 손을 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진짜로요.”
왠지 그 모습에서 과거 유유자적하던 시절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 낯이 익어서…… 아!”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남궁한이 손바닥을 내리쳤다.
“장강 용왕! 이전에 장강 용왕이 현신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화공이 그렸던 용왕의 무녀와 닮았……네요?”
남궁한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긴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용왕이라 밝히는 건 멋쩍은 일이라 슬며시 넘어갔다.
일단 나는 그렇게 납득을 했지만, 다른 일행에게서는 여전히 묘한 기색이 남았다.
“혈연 동맹을 고려하는 건가?”
그나마 용풍개는 다른 식으로 해석을 했는지 조용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풍개는 이화를 내 여동생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안 줄 거거든요!’
어느덧 우리는 목적했던 만물상단에 다다랐다.
“이쪽이네.”
개방도답게 지리에 빠삭한 용풍개가 선도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숨어든 뒤 가장 먼저 만물상단 내부를 파악했다.
‘흑기를 쓰는 놈들은 안 보이고.’
고수라 할 만한 무인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학이 배후에 있는 자들은 아닌 듯하다.
‘쯧! 하긴 한 번에 당첨되길 바라는 게 잘못된 일이지.’
운이 없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것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지붕을 지나는데 때마침 안쪽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반드시 알아내! 반드시!”
“예.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으니 조만간 실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성과가 있다고?’
과연 상인이라고 해야 할까?
정보가 곧 이득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업이다.
이들이 가진 정보력은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
‘잘하면 뭔가 나올지도…….’
“처지가 궁해지면 팔아야 할 것이 생기는 법이지. 소중하게 지켜왔던 보물이든, 계집이든 떨어져 나오기 마련이야. 그렇군. 남궁세가 계집이라…….”
그런 가운데 뒤이은 만물상단 상단주가 한 말이 신경을 긁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저 상단주 놈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빠득!
역시나 남궁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괜찮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궁한이 전음으로 대답했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 애써 참는 모습이다.
뭔가 더 건질 만한 것이 나올 수도 있기에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 자체로 고행이었다.
그다음 이어지는 것들은 하나같이 남궁세가를 씹어대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쯧쯧! 멍청한 녀석. 과거의 허명에 지레 겁먹는 모습이라니.”
아무래도 더 이상 엿들어도 나올 것이 없어 보였다.
이젠 실력 행사만 남았다.
“가죠.”
“바라던 바입니다.”
콰앙!
남궁한이 참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으헛!?!”
일거에 지붕을 부순 남궁한이 쏟아지는 잔해와 함께 제멋대로 지껄이던 만물상단 상단주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