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202
마탄의 사수 (1202)
그의 덩치는 이하보다 컸다. 그러나 기습으로 움직인 속도는 카렐린이 연상될 만큼 빨랐다.
“음? 이하―.”
갑작스런 소음에 뒤를 돌아본 김 반장은 즉시 자신의 무기를 쥐었다. 장전을 하려던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미소년 미야우는 괜스레 뒷짐까지 지며 여유를 보였다.
그 모습까지 보고 나서야 이하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자가 공격할 목적이 있었다면 김 반장이 저렇게 행동할 리가 없지 않은가.
‘젤라퐁, 멈춰. 날 공격하려는 게 아니야.’
젤라퐁이 저항을 멈추자 괴인은 이하의 입에서 손을 뗐다.
여전히 이하의 팔을 붙잡고 이동 중이었지만 이하도, 김 반장도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는 주점의 2층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바텐더 겸 주인 NPC는 그를 한 번 흘끗거렸을 뿐,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이하와 김 반장은 앞선 자가 이 주점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성스러운 그릴? 아니, 정보원이야 곳곳에 퍼져 있겠지만 굳이 이런 행동을 하진 않을 텐데…….’
하물며 정보원쯤 되는 NPC라면 샤즈라시안 소속 국가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계단을 올라간 자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후드를 조심히 벗자, 그곳에서 고운 선의 얼굴이 드러났다.
“여성?”
처음부터 목소리가 중성적이라고 느꼈으나, 후드를 뒤집어 쓴 체격이 이하보다 조금 더 컸고 힘도 강했으므로 당연히 여성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하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크면서도 훨씬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하야?”
김 반장은 이하를 바라보았으나 이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 얼굴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눈앞에 있는 여성은 이하로서도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창가로 향해 창밖을 바라보았다.
2층 창문을 잠시간 응시한 후, 그녀는 커튼을 쳤다.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두 분의 대화를 저도 듣고 있다가 그만, 말씀드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곤 이하와 김 반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정작 두 사람은 서로 눈빛 교환만 두어 번 했을 뿐, 여전히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저기, 혹시 제가 아는 분인가요? 그, 유저……?”
애초에 유저인지 NPC인지도 구분하기 힘든 이 여자는 누구지?
이하를 바라보던 여성의 얼굴이 곧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 그러시죠! 저를 모르실 겁니다, 죄송해요, 제 소개부터 했어야 했는데 너무 마음이 급해서―.”
“괘, 괜찮습니다.”
발까지 동동 구르는 거구(?)의 여성을 보며 이하는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잠시간의 소란을 떤 후에야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우선 사과부터 드릴게요. 하지만 밖에 국경 수비대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하이하 님을 주점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었어요.”
“네?”
“국경 수비대? 이하, 너 뭐 잘못했냐?”
“아, 아뇨. 지난번에 수도도 같이 다녀왔고 그 이후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카렐린 씨가 뭘 했나? 아니, 아닐 거예요. 아무리 저희를 방해하려고 해도 그랬을 리가…….”
김 반장의 물음에 이하는 도리질을 쳤다. 적어도 동맹국 샤즈라시안에서 자신이 미움을 샀던 기억은 없지 않은가.
이하가 엘리자베스를 사살하는 걸 막기 위한 카렐린의 술책이라고 보기에도 조금 황당했다.
“맞습니다. 카렐린 때문은 아니에요. 하지만…… 하이하 님은 샤즈라시안에서 함부로 돌아다니실 수 없어요.”
여성은 이하와 김 반장의 대화를 들으며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집중하자 여성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말해 주었다.
“적어도 샤즈라시안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민족, 자이언트 ‘크라바비’에게는 톡톡히 미움을 사셨으니까요.”
“아……!? 아아! 그거―.”
“샤즈라시안 연방 정부의 공식 감시 대상이라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다른 민족들이야 크게 관심 갖지 않더라도, 크라바비 민족들은 기를 쓰고 하이하 님의 행보를 조사, 보고할 거예요.”
이하는 황급히 업적 창을 열었다.
〈업적: 샤즈라시안 연방 정부의 감시 대상(A+)〉
보상: 민첩 +8, 체력 +5, 정신력 +5
해당 국가 모든 영토에서 경비병 이상 NPC에게 적발 시 매 공적치 -500
‘경비병 이상의 NPC……. 그렇구나. 그때야 카렐린 씨가 함께 있어서 봐줬던 거고― 나 혼자 샤즈라시안을 돌아다닐 때는 문제가 되는 거야!’
이 업적을 획득한 후로 샤즈라시안의 도시다운 도시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알 수가 없었다.
피로트-코크리의 흔적을 찾으러 샤즈라시안의 최북단을 넘어간 적은 있었지만, 그때에도 작은 마을 단위, 경비병도 없이 치안대나 민병대 몇몇이 있는 마을을 거쳤을 뿐이니까.
“이 셰끼, 아주 수배범이구만?”
“어후우우, 이렇게 적용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국경 수비대라면 일반 경비병 이상의 NPC다. 이하도 살금살금 다가가 창문 너머를 살폈다.
단순히 수비대만 있는 게 아니라 갑주부터 다른 자를 확인했을 때는 더욱 우울한 감정이었다.
‘수비대장급……. 그 정도의 ‘요직’이라면 당연히 절대 다수를 차지한―.’
크라바비 민족의 자이언트라고 봐야 한다.
호들갑을 떠는 이하를 보며 김 반장은 혀를 찬 후, 다시금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런 수배범 셰끼를 도와주는 그, 아가씨는…….”
“제게는 영웅이시죠.”
“영웅? 아가씨도 자이언트 같은데? 그, 크라― 어쩌고 아뇨?”
“아! 그러게요.”
창가에 있던 이하도 김 반장의 말을 들으며 여성을 바라보았다.
자이언트 종족치고는 오히려 작은 편(?)이라 ‘키가 큰 여성’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여성 유저나 NPC 중 이 정도 체격을 자랑하는 자는 없었다.
여성도 딱히 부정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짓고는 이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하프 자이언트예요. 마리예츠 민족의 하프 자이언트 ‘다므라’라고 합니다.”
“하프 자이언트…….”
그제야 이하도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하를 향한 친밀도가 90%를 상회하고 있을 테니까.
〈업적: 샤즈라시안 소수 민족의 영웅(S-)〉
축하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과거 연방이 되기 전, 소국가 출신 민족들에게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샤즈라시안 연방의 패권을 쥔 대다수의 자이언트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알게 모르게 그들이 자행하던 핍박과 차별을 철폐시키기 위해 노력한 자로서, 소국가 출신 민족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보상: 근력 +7, 민첩 +7, 지능 +7
샤즈라시안 소속 자이언트 외 인종 NPC의 환대
샤즈라시안 소속 자이언트 외의 인종 NPC와 친밀도 +30%
〈샤즈라시안 소수 민족의 영웅〉 업적의 첫 번째 등록자입니다.
효과: 근력 +14, 민첩 +14, 지능 +14
샤즈라시안 소속 자이언트 외의 인종 NPC와 친밀도 +60%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던 업적에 의해 방해를 받고 또 도움을 받게 된 이하였다.
* * *
“허어, 하긴 니 셰끼가 시모와 싸운다고 까분 적이 있었지. 맞아, 그 직후에도 난리가 났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김 반장도 이하와 다므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시모와의 저격전을 대비하기 위해 이하는 김 반장을 찾았고, 김 반장은 이하가 어떻게 일을 마쳤나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흐음, 그 정도라면 공적치만 깎이는 정도가 아니라 때에 따라선…….”
“수감……까지 갈 수도 있겠죠. 다만 시기가 시기니 카렐린 씨한테 이야기하면 풀어는 주겠지만―.”
“대신 협상안을 들고 오겠지. 자기 이름으로 엘리자베스를 죽여 달라고.”
“굳이 이런 권모술수까지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굴러들어 온 떡을 놓칠 사람도 아니니까요.”
카렐린은 아마 이하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하가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다.
이하도, 김 반장도 팔짱을 끼곤 고민했다. 향후 엘리자베스 사살을 위한 추적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당초 먼 거리도 아닌 곳에서 저격을 할 그녀이기에 당연히 도시 근방에서 잠복하는 형태가 될 확률이 높은 지금, 경비대 이상의 NPC에게만 걸려도 수감 가능성이 있다면 상당한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내가 홀로 보고, 이하 놈이 때에 맞춰 와야 하나…….’
‘당장 1순위 타깃만 셋인데, 반장님 혼자 세 도시를 다 커버할 수는 없을 거야.’
두 사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잡고 있었으나 쉬이 입을 떼지 못했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김 반장이 먼저 다므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프 자이언트라는 종족도 있습니까?”
“아, 그러게요. 저도 처음 들어 보는데…….”
이하도 그제야 다므라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므라는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많지는 않지만…… 샤즈라시안에는 있지요. 아버지가 인간이세요. 제가 알기로 인간과 미야우, 인간과 우드 엘프의 혼혈도 있다고 들었는데.”
“흐음, 하프 엘프는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김 반장의 혼잣말에 이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수가 많지는 않으나 혼혈 종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이하의 퀘스트 흐름상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을 뿐.
당연히 플레이어블 종족은 아니었다. 오직 NPC로만 존재할 수 있는 소수 종족이었던 것이다.
‘엄밀히 보자면 크라벤 왕국의 드레이크 선장도 비슷한 경우지. 인간과 인어의 혼혈이니까. 심지어 그 인어도 물의 정령왕의 화신 같은 개념이니, 원.’
가장 유명한 혼혈 NPC에 대해선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일반 NPC 중에는 없을 거라고 단정 짓다니.
이하도 새삼 자신의 좁은 식견을 반성했으나, 김 반장이 다므라에게 하프 자이언트 운운하며 말을 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아마 이 셰끼가 국경 수비대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한 거 보면― 어느 정도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기도 하다는 의미 같은데. 맞나요?”
엘리자베스 사살 건에 대해 아느냐.
김 반장의 질문에 다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반장은 재차 질문했다.
“즉, 이번 일을…… 이 셰끼가 무사 처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지금 한 건에 대해서 돕는 것이냐, 끝까지 돕는 것이냐.
다므라는 김 반장의 질문을 받고는 곧 이하를 바라보았다.
“물론 끝까지 도울 겁니다. 그것도 저희 마리예츠 민족뿐만이 아니라, 샤즈라시안의 모든 소수 민족이 하이하 님을 도울 거예요. 적어도 저희 마리예츠와 판린드를 비롯하여, 교류가 있는 33개 소수 민족의 원로들의 동의는 받았습니다.”
“서른 세 개 소수 민족이요? 갑자기 왜……?”
이하는 잠시 이해할 수 없었다. 미들 어스의 친밀도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에 갖는 의문이었다.
90%의 친밀도로 이 정도의 호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다므라는 빙긋 웃었다.
“하이하 님께서 얼마 전, [선언]을 해 주셨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