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58
마탄의 사수 외전 (707)
‘어라, 근데 어떻게 세 기를―.’
분명 외곽 마을에서 처음 천사들과 조우했을 때만 해도 영령 반응은 ‘두 개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하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
투콰아아아───────……!
의 지속 시간이 끝나 또 다른 비행형 몬스터의 날개까지 달고 피하는 데다 기본적으로 젤라퐁이 이하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끔 해 준다지만,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사라져라, 에서.”
“네 녀석을 살려 둘 수 없다, 인간 하이하.”
‘위대한 옛 존재’ 중 하나인 ‘바이티스’의 쉴드가 이하를 감싸기 무섭게, 천사들의 공격이 그곳을 엄습해 왔다.
─────────────!
이하의 총성 외에도 그들의 공격에서 비롯되는 폭발하는 듯한 소음, 거기에 더해 쉴드와 공격이 맞부딪치며 나는 마찰음이나 파쇄음 그리고 그 후폭풍이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 등, 도대체 얼마나 요란하고 시끄러운 소음이 퍼지고 있는가.
애초에 그들이 눈치채게끔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었으니, 영령들이 슬금슬금 이쪽을 향해 관심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끌벅적하게 쇼를 하긴 했어도 제법 빨리 이쪽의 의도를 눈치채긴 했구만! 그래서? 영령 세 기와 대화는 한 겁니까? 왜 세 개체인지도 파악했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령들의 반응이 제법 빨랐다는 게 이하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세 개체나 되는 영령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삐뜨르는 그들과 대화를 나눴을까.
단순히 발견만 한 게 아니라, 그들을 붙잡아 설득까지 할 수 있었을까.
―부흐흐흐, 물론이지. 아니, 애당초 간단한 논리이기도 하더군. 이곳에서…… 천사들의 감시망을 뚫고 어딘가를 탈출하려면, 그들에게서 숨으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니 말이야.
―응? 그게 무슨……. 아니, 잠깐. 설마!?
삐뜨르는 의뭉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때야 이하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므라가 말했듯 사방에 있는 대문大門은 최소 중품 천사 이상의 허가가 있어야 드나들 수 있다.
함부로 출입하려다간 방어막에 걸려 그 영령 자체가 소멸해 버릴 위험까지 있다.
그런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어떠한 능력이 필요했을까.
―전대前代 단장! 전대 단장이 있었구나? 그,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이미 [영계]에서 만났었으니까!
―뿌히히힛! 그렇지! 인생이란 소설보다 기이하고 영화보다 낯선 법이라더니!
―푸핫, 잘됐네! 삐뜨르 씨,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에 올라온 보람이 있구만!
―부히히힛, 이래서 내가 모두에게 서프라────이즈를 계속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지?
삐뜨르는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말했다.
이하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역시나 더 이상 대화할 여력은 없었다.
영령들을 찾아냈다면 더 이상 천 여기가 넘는 천사들과 티격태격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럼 영령들 잘 데리고 저기, 서쪽! 서쪽으로 한 10km 떨어진 곳에서 만납시다. 최대한 빨리, 15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지?
―부, 부힛? 나도 영령들을 데리고 가면 속도가 늦어질 테니 아무래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게 될 텐데, 하물며 하이하 당신이 천사들까지 따돌리고 올 걸 생각하면…….
애당초 삐뜨르가 갖고 있던 의문 중 하나도 바로 이 점이었다.
설령 ‘대서문’ 밖으로 탈출한 영령들을 발견한다 해도,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동 속도가 아무리 느려도 천사들은 비행을 통해 다가온다.
높은 곳에서부터 관찰하는 그들을 떼어 내려면 또다시 시간이 한참은 걸릴 터, 하물며 삐뜨르와 떨어져 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건 나한테 맡기고! 하여튼 지금 바로 움직이쇼, 최대한 빨리!
이하는 삐뜨르의 말을 끊으며 외쳤다.
“, , !”
삐뜨르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이하의 스킬 몇몇 개.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종류의 보다 캐스팅 시간도 짧은 확실한 도주기 또는 이동기 스킬은 당연히 이하도 갖고 있지 않은가!
투콰아아아───────……!
이하는 거침없이 서쪽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조금 전까지 이하가 있던 자리에서 구름이 몇 번 폭발한 후에야 천사들도 알게 되었다.
“……인간 하이하 도주, 영령의 존재 확인 불가능합니다.”
그들이 포위하고 있던 이하의 모습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천 여기의 천사들이 모여 있다면 그 눈은 수만 개가 넘는다.
그들의 눈동자 전부가 껌뻑껌뻑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이하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대천사님들께서는 확실히 제거하라고 하시지 않았나?”
“제거하지 못한다면 구속이라도 시킨 후 보고하라고 하셨는데…….”
특히나 중품 천사들은 당황하여 웅성거렸다.
하품 천사들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권한이 더 많은 만큼 책임 또한 막중할 거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보고는……. 보고는 드려야 한다. 하이하가 사라졌음을 보고드리는 동시에―.”
“하이하가 결단코 대문과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 특히 대문의 방비를 강화한다.”
“대천사님들께서는 그와 동시에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 제거하라’고 하셨으니…….”
백 기가 넘는 네 겹 고리의 중품 천사들의 눈동자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 전체의 눈이 동시에 향한 곳은 대서문大西門 쪽이었다.
“수색조를 편성하라. 대문 ‘안’으로 [소집 명령]에 따른 자들 위주로…….”
“대대적인 수색 및 박멸 작전을 입안하여 보고드린다.”
“또한 인간 하이하가 발견된 이상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도 없으니―.”
“그렇군. 모든 농업팀도 1시간 내 전투팀으로 전환, 인간 하이하를 발견 즉시 보고 및 제거하도록 전파하자.”
지금까지의 ‘기다리는 방식’에서 ‘찾아 나서는 방식’으로의 전환.
물론 그 주主가 되는 건 그들 중품, 하품 천사들 외에 ‘또 다른 전력’, 현재 대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영령들이 되리라.
* * *
이하는 ‘동쪽’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자신의 가방 속을 뒤적거렸다.
대서문 인근에서 또 한 번 ‘서쪽’으로 도주한 것이니, 조금 전 이하 자신이 싸웠던 방향은 상대적으로 동쪽이 되기 때문.
“에이, 업적도 못 따고. 탄환 보급도 안 되는데 말이야. 역시 몇 명 정도는 그냥 죽였어야 했나.”
순식간에 10km 거리를 이동해 버린 자신을 곧장 뒤쫓는 천사는 물론 없을 터.
그럼에도 서쪽 방면으로 사라졌다는 것 정도는 금세 눈치챌 수 있을 테고, 느린 속도라도 수색을 하고 있을지 모르므로 경계를 하며 자신의 탄창 재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격력도 대~충은 확인했으니 다행이긴 한데…… 쩝,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중품, 하품 천사들의 공격력도 이하 자신이 직접 스치거나 맞아 가며 어느 정도 확인은 되었다.
놀라운 점이라면 [절망의 미래]의 감염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
즉, 이하 자신이 공격을 하지 않은 건 어떤 의미로는 다행스러운 결과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여 기뻤지만, 지상에서 수만, 수십만 단위를 넘나들던 감염체보다 천사들이 약하다는 건 어쩐지 아쉬운 점이기도 한 것이었다.
‘오히려 영령들이 더 강했어. 엘리자베스 선배의 …… 오랜만에 맞아 봤지만―. 과거 언데드 엘리자베스일 때보다 훨씬 더 세졌었지.’
브라운의 폭발력이나 엘리자베스의 단일 공격력이 오히려 이하에게는 더욱 위협적이었다.
그것 또한 이곳에서의 특수한 상황이라 봐야 하는 것일까.
NPC도 레벨 개념은 있다지만 그들은 ‘죽은 개체’들이다. 적어도 사망이 확인된 시점에서부터 레벨이나 NPC로서의 업적 획득 등의 변화는 발생해선 안 되어야 맞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 이후 강해진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사안은?
‘라서……. 버프가 지상에 작용된 것처럼―. 영계에서부터 올라온 영령들에 한해서는 어떤, 그런 류의 버프가 적용되었을 수도 있다.’
천사들이 약한 것 또한 애당초 에서는 적을 상대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강력한 셈이다.
‘그렇지. 그리고 [절망의 미래]는 의 콘텐츠라 그 안에 포함된 감염체들이 강한 거지만! 생각해 보면 에서 주로 상대했을 적……. 과거 대천사들이 한 말도 그렇고, 여기 천사들이 아직 ‘지상’에 남아 있을 시절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싸우고 상대했던 적은 의 마魔다.
아직 신神과 마魔가 지상에 모두 남아 있을, 까마득한 태초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에얼쾨니히와 들, 그리고 그 들이 만들어 낸 몬스터들.
푸른 수염 레, 키메라 둥지 기브리드, 모든 언데드의 여왕 피로트―코크리.
그들이 만들어 내고 다스렸을 몬스터들이 어느 정도의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는지 떠올려 보자면, 중품/하품 천사들은 당시 지상에서 해당 적들을 상대로 충분히 위력을 과시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는가.
“뭐, 그래도 천사들의 수가 워낙 많으니…… 에서도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심해야 할 건 역시 [대천사]들, 그리고―.”
과거 에서 명성을 떨쳤던 영령들이 되는 걸까.
“적……이라기보다는 장애물에 가깝군. 젠장, 이미 죽은 분들인데! 죽어서 영계에 있다가 여기로 올라온 분들을 내가 또 죽일 수는 없지 않나? 아니,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적이라면 죽이면 된다. 방해가 된다면 없애면 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몬스터든 또는 지형/지물이든 지금까지 이하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또 다르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을 마주한 채 이하는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엘리자베스 선배뿐만이 아냐. 삐뜨르 씨가 말했잖아. 곧 이곳으로 의 전대 단장이 온다. 물론 그 사람이야 ‘목걸이’가 없으니 강제로 우릴 공격하진 않겠지만―.’
이곳에 있는 NPC들의 급이 얼마나 높은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면이다.
만약 [영계]를 기준으로, 이하 자신도 보았던 전대의 교황과 같은 NPC가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미치겠네. 결국 최대한 안 들키고 도망다니면서 아흘로만을 만난다……. 이게 최선? 아니, 근데 그게 가능할까?”
이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 될 것도 아니다. 에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아흘로를 만날 각오는 버리는 게 좋다.
‘차라리…….’
쏴 버리는 것.
더 큰 대의를 향해, 에 올라온 영령이 어찌 되든 그들을 향해 격발할 수 있는 각오를 갖추는 게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후우우우, 우선 만나서 얘기라도 들어 봐야겠지. 하물며 전대 단장급 NPC라면 이곳, 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봐야 할 테니까.”
이하는 스멀스멀 떠오르는 모든 잡념들을 떨쳐 냈다.
당장 고민만 가지고 될 게 아니다. 우선 현재 시점 의 정확한 사항들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정보들이 기반이 되어야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
즉, 삐뜨르가 영령 세 기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빠른 걸음에 가까운 운동으로도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는 이하와 삐뜨르지만 영령들은 어떠할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이하는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까 영령이 세 개체라고 했잖아? 하나는 전대의 단장이고……. 나머지 둘은 누구지?’
대서문大西門 밖으로 나왔다던 영령 세 개체의 정체는?
의 전대 단장이라면 그 능력에 대해 새삼 의심할 필요도 없다.
로보에게 적발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영계의 거리를 10시간여 돌아다닌 것만으로도 그는 직업적 특성과 그 능력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니까.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그래도…… 목걸이, 그 목걸이를 어떻게 막 해제하고, 벗어 낼 수 있다? 아닌데, 그게 가능했으면 엘리자베스 선배나 브라운 선배가 그냥 당하고 있었을 리가 없지! 분명 뭔가―. 뭔가 특수한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했을 테고……. 아냐, 잠깐! 애당초 왜―. 애당초 엘리자베스 선배는 왜 대서문으로 가서 영령을 만나라고 했지?’
대서문 밖으로 영령이 빠져나갔음을 어떻게 확신하고 있었지?
대남문 밖의 다므라조차 그 일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결코 그럴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은 어떻게 그것에 대해 확신했고 또 이하에게 그쪽을 향하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 설마.”
이하는 갑작스레 등줄기가 찌릿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알 수 있을 경우의 수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무엇인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 또한 [영계]에서 봤던…….”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이 ‘아는 영령’이 대서문 밖으로 탈출했으니까.
“부흐흐흐, 서프라─────이즈!”
순간, 이하의 등 뒤에서 삐뜨르의 목소리가 울렸다.
화들짝 놀라 돌아본 이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삐뜨르의 뒤에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는 한 명의 영령과, 발이 닳도록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영령.
“어!?”
한 명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이 어째서 대서문 밖으로 탈출한 영령에 대해 확신했는가.
“카, 카일! 역시―. 아니, 근데―.”
자신들의 자녀가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전대 단장과 카일이 전부 ‘목걸이’를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를 통틀어 최고 수준, 최고 경지에 다다른 드워프.
“이런, 제기랄! 성주! 진짜 성주가 온 거야!? 총소리는 분명 가 맞는 것 같은데, 이 미친 미야우 놈의 말을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보틀넥이 세 명의 영령 중 하나였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