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91
마탄의 사수 외전 (740)
를 겨눴음에도 대천사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 하나하나가 차라리 죽음으로 몸을 내던지며,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이하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을 로부터 추방당하게끔 만들려는 속셈이었고, 그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었기에 이하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라 예상했으나…….
“, .”
───────────……!!!!
은하와 같은 마나 알갱이를, 즉, 의 스킬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블라우그룬의 힘 앞에서는 열둘의 대천사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는…….] [뭐지……? 어떻게―. 인가?] [가 아닌가?]분명 이하 자신의 눈앞에 있으면서도 대천사들은 허우적거리거나 또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듯, [상태 이상: 실명]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하는 물론 키드나 루거, 람화정조차도 그러한 대천사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도중, 이하는 목소리를 줄인 채 물었다.
“오오, 새로 배운 기술인가요, 블라우그룬 씨?”
“예, 하이하 님. 저들을 새로운 차원Dimension의 경계로 보낸 후 그 차원에 존재하는, 제가 설계한 집Mansion에 가두는 것이죠. 그들은 분명 이곳에 있지만 이곳에 없는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아, 그리고 이제 대천사들은 저희를 볼 수도, 저희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으니 크게 말하셔도 됩니다.”
단순히 차원을 ‘분리’하는 것과 ‘괴리’시키는 건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이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작은 동작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키드와 루거는 달랐다.
혹시나 대천사들이 다시 회복할 일은 없는 것인지.
“저들이 자력으로 회복은 가능한 겁니까.”
“그렇지 않다. 내가 만든 맨션은 완전히 미로처럼 설계된 것, 저들이 이라도 행하는 게 아닌 이상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키드.”
다시 한 번 싸우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인지.
“큭큭, 결국 방법은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라도 했다가―.”
“그럴 리는 없다, 루거. 결단코.”
그들의 물음에 블라우그룬은 강단 있게 답했다.
제아무리 대천사라도 이러한 성질의 것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 스킬이 얼마나 독특하고 특별한 성질을 지닌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태도였다.
이하는 그 짧은 문답에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탄했다.
“와…… 뭔가……. 엄청나네요. 으로 변하더니 진짜 강해졌구나, 블라우그룬 씨.”
“아,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대략 깨닫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적을 공격할 정도는 아니고……. 대체로 ‘이런 느낌’으로 힘을 운용한다는 걸 알게 됐을 뿐이니까요. 하이하 님의 공격력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조금 전까지 키드와 루거에게 보였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근엄한 블라우그룬이지만 역시나 이하에게만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보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손사래를 치는 블라우그룬을 보며 이하는 흐뭇한 목소리로 답해 주었다.
“아뇨, 아뇨, 대단한 거죠. 오히려 무식하게 데미지만 세다고 센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는데. 이런 특수 상황까지 완벽하게 적응하고, 그 와중에 대천사들을 제압해 놓는 블라우그룬 씨가 저보다 강한 거예요.”
그것 또한 이하 자신의 진심이었다.
그저 공격력만 세다고 될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강한 공격력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로 인해 적을 제대로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단순히 공격력이 부족했을 때보다 더욱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던가.
“흥, 그러니 블라우그룬도 그렇고 우리와 함께 다녀야 한다는 거지. 아까 봤지? 내 화학탄, 새로 배운 그것만 있으면 나도 웬만한 디버프는 이제 지지 않을뿐더러! 공격력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 뭐야, 하여튼! 엉!?”
“어, 어?”
그런 이하와 블라우그룬 사이에 끼어든 건 루거였다.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하는 쉬이 이해하지 못했으나 키드는 조소를 띠며 모자챙을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루거의 말은……. 결국 하이하 당신은 그대로 있어 주면 된다는 겁니다. 당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 루거 자신을 떼 놓지 말라는―.”
“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그런―. 그, 의미가 비슷해도! 뉘앙스가 달라, 뉘앙스가! 내가 있어야만 비로소 완벽해지는, 그, 어떤―.”
“하여튼 그렇답니다.”
“이 자식이 근데?!”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이하도 결국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핫!”
루거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루거처럼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키드 또한 어떤 마음인지.
그 점이야말로 이하가 에서 줄곧 느꼈던 감정이 아닌가.
‘그래, 저격은…… 저격은 분명 혼자 하는 거겠지. 하지만 전쟁은 달라. 나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내면 물론 좋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욱 많다.
서로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존중하며 힘을 합쳐야만 한다는 점.
그럴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또한 최고, 최선, 최효율의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엄밀~히 따지자면 저격도 관측수가 필요하고, 통제관이 필요하긴 하지. 흐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동시에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놓치는 사실을, 에서의 일들을 겪으며 이하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 각인시키는 셈이었다.
“뿌흐흐흐, 그러면……? 이제 다 같이 손잡고 아흘로에게 쳐들어가면 된다는 건가?”
물론 그런 감동이고 뭐고, 곧장 박살 내는 삐뜨르의 발언에 이하의 감각은 즉각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을 뿐.
“그러고. 싶지만.”
람화정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블라우그룬을 올려다보았다.
블라우그룬은 난감하다는 듯 이하에게 말했다.
“저희는 갈 수 없을 겁니다. 저희는 을 열고 이곳에 난입한 것……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아마 상급 천사와 대천사들이 그 사실을 알고 처음부터 거리를 두어 물러섰다면, 지금 이런 상황도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아, 아, 그렇구나. 하긴…… 생각해 보면 ‘자격’ 운운했던 게 있는데, 자격이 없는 일행이 이곳에 있기에는 힘들겠죠.”
제아무리 의 힘을 발현했다 할지라도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는 뜻.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블라우그룬은 당부의 말을 담아 삐뜨르에게 말하려 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뿌히히힛, 다행이군. 업적 경쟁자가 생긴 줄 알았는데 말이지.”
“……빌어먹을, 나도 아흘로까지는 보고 싶었는데―.”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루거와 키드는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 삐뜨르를 노려보았고, 삐뜨르는 그들을 놀리는 표정을 지으며 까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웃음을 자아내어 일종의 안정과 여유를 느끼고서야 이하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각자 해야 할 일’을 하죠.”
이하와 삐뜨르는 아흘로에게로.
블라우그룬을 포함한 키드, 루거, 람화정은 대천사 및 상급 천사들을 조금 더 제압하여 시간을 번 후 지상으로.
“형부. 곧. 봐.”
“화연이한테도 금방 간다고 전해 줘요, 람화정 ㅆ…… 처제. 고생했어요.”
“응. 선물은. 홍콩에서. 밥.”
“아? 크흐흐, 오케이. 맛있는 걸로 쏠 테니까 제일 비싼 곳으로―. 아니다, 근데 홍콩은 진짜 비싼데……. 하, 하여튼! 응, 홍콩에서! 만나요.”
아직도 ‘처제’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은 이하는 람화정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키드나 루거, 블라우그룬과는 굳이 ‘어설픈 작별 인사’ 따위를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실패하면 넌 등신이야.”
“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힘내십시오, 하이하 님.”
각자의 성격을 담은 짧은 한마디.
이하는 셋을 보며 씨익, 웃고는 그저 손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헤어지며 에 올라온 지 그래 봐야 몇 시간이나 되었을까.
그들과 다시 만난 건 고작 몇 분 남짓밖에 되지 않거늘.
그 짧은 헤어짐과 그보다 더 짧은 만남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갑작스레 목이 메는 기분이 들다니.
“크흠, 흠! 다들 기다리고 있어. 다음에 볼 때는…… [절망의 미래]가 끝난 다음이니까.”
“뿌히히힛, 서프라─────이즈를 할 수 없게 된 게 유감이겠군.”
“음, 음, 그러네. 딱 끝내고 완전 멋있게 확 등장해야 했는데. 그럼…… 갑시다, 삐뜨르 씨.”
이하와 삐뜨르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열둘의 대천사는 모두 제압했다.
육백육십육의 상급 천사도 모두 제압했다.
더 이상 에 이하와 삐뜨르의 앞길을 막을 만한 존재는 없었다.
* * *
상급 천사 이상의 거주구, 그 형형색색의 건물들 사이에서 오직 새하얗게 존재하는 구체球體의 건물.
그곳은 이하와 삐뜨르의 빠른 걸음으로 대략 10여 분을 걸어 당도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거대한 구체를 올려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과연…….”
“부흐흐흐, 주신이 산다고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
창문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그란 건물에는 단 하나의 틈도, 단 하나의 흠도 없어 보는 이의 눈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매끈하게 된 건물이라니.
그들의 정면에 있는 불투명한 유리문 하나를 제외한다면 건물이 아니라 조각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그곳을 향해, 이하는 손을 뻗었다.
지이이잉───────…….
“얼라리? 자동문이잖아?”
“부히히힛, 서프라──이즈 정도는 아니지만.”
완전한 현대식 건물에 어울릴 법한 자동문이 열리고, 둘은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두 사람이 입장하기 무섭게 자동문은 닫혔다.
내부는 외부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거리감을 잃을 정도의 밝은 흰색의 조명이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투명하여 거울처럼 비칠 정도의 바닥.
“……삐뜨르 씨?”
“느껴지는 건 없는데. 저 앞에 보이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으음, 그니까. 뭔가……. 크기는 엄청 크지만 검은색 바둑알 같은 게 있는데.”
그 전방에 보이는 것은 검은 무언가였다.
잠시 동안 ‘검은 바둑알’과 같은 것을 바라보다 이하가 먼저 걸었다.
이하의 부츠 굽에서 울리는 또각, 또각 소리.
삐뜨르는 뒤를 따라가고 있었으나, 단장의 발소리는 역시나 울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곳 자체는 일반적인 건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하가 몇 걸음이나 걸었을 무렵.
───────────……!!!!
“읏?!”
“부흐흐흐, 또 한 번 난리를 쳐야 하나?”
그들의 전방에 있던 커다란 ‘검은 바둑알’의 위로, 역시나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혹여나 전투를 해야 하는지. 전투는 아니더라도 ‘테스트’라는 명목이라며 이하 자신을 언제든 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하는 를 움켜쥐고 언제든 반격의 준비를 갖췄다.
“설마 니알라토텝은…… 아니겠지?”
무엇보다 ‘검은 바둑알’ 위로 솟아나는 그 기운은, 현재 지상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으므로 이하와 삐뜨르가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
삐뜨르조차도 이하의 혼잣말에 ‘그거야말로 서프라이즈군’ 따위의 반응도 못 할 정도로 바짝 그 털을 곤두세우고 있기를 몇 초나 되었을까.
푸슈우우우우…….
마침내 검은 기운은 모습을 갖추어 갔다.
여전히 검은색 그대로였으나 이하는 어쩐지 그 모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검은 바둑돌’ 위에 걸터앉아,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로 가부좌를 튼 후 한쪽 다리는 자연스레 늘어뜨린 모습.
그리고 팔로 ‘머리’에 해당할 법한 검은 기운을 다소곳이 받치고 있는 모습.
그저 새카맣기만 했지만 그 형태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이하는 알 수 있었다.
“……반가사유상?”
“부힛? 그게 뭐지?”
“아, 아니. 어쨌든 긴장은 풀지 마. 만약 니알라토텝처럼 또 뭔가 다른 거라면―.”
빠밤―!
“―음?”
“응?”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하와 삐뜨르의 머릿속에 업적 팡파르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인간 하이하, 미야우 삐뜨르, 기다리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하는 존재를 여전히 경계하는 이하와 삐뜨르였지만, 그를 향해 누구냐, 라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신 존재 증명, 아흘로와의 인터뷰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아흘로를 직접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눴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업적이 두 사람의 눈앞에 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