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437
마탄의 사수 (437)
“어──── 혜인 씨────!”
‘지금이라도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올 것만 같은……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대를 내가 하는 것은 왜일까. 비이성적인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혜──인─── 씨─────!”
‘―응?’
혜인은 귀를 후볐다.
미들 어스에서 귀지가 쌓일 리는 없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건 환청? 그런데 주변 자이언트들의 분위기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늘어지게 누워 있던 NPC들은 모조리 일어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설마…….”
부표 너머의 바다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혜인은 눈을 비벼 보았다. 역시 미들 어스에서 눈곱이 낄 일은 없다. 그럼에도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이었다.
“하이하 씨?”
마치 서핑 보드를 타듯 이하가 매끄럽게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페이우나 빡빡이 팬더처럼 물 위를 달리거나, 어인들처럼 접영을 하며 다가오는 게 아니었다.
“와하하핫! 뭐야아아─── 마나 중계탑 아직도 완성 안 된 겁니까!? 어차피 늦은 거 밥이나 먹고 합시다! 용궁에서 잔뜩 챙겨 왔― 어, 어어어―”
츄와아아────……! 이하는 균형을 잃을 뻔했으나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며 자이언트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우왁!”
“거북이!?”
“바, 바다 거북이가 무슨 저렇게 커?”
할 말을 잃는다, 라는 표현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혜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하는 엄청나게 거대한 바다거북의 등껍질 위에서 뭔가를 잔뜩 짊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어떻게? 왜? 지금 이 순간 그에게서 논리와 이성은 모조리 날아갔다.
그의 마음과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하나뿐.
방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압박을 털어 내듯, 세이지 혜인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살았다──────────!”
그리곤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야말로 생명의 포효였다.
* * *
이하가 믿고 있었던 건 드레이크의 마지막 말이었다.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냐, 라고 했었지.’
선박의 속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장’ 드레이크가 직접 한 말이다. 즉, 선박을 따라잡을 속도의 무언가가 이미 있다는 뜻!
이하는 그 한 마디를 캐치해 냈기 때문에 베일리푸스에게 용궁의 해역으로 던져 달라 한 것이었고 그곳에서 즉각 인어로 변신, 용궁으로 내려가 드레이크에게 이 ‘토르투가’를 받아 오는 길이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어. 흐, 꼴을 보아하니 쭉 눌러앉을 것 같더만.’
걱정이라면 드레이크가 용궁에서 떠나 어딘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하가 용궁에 갈 때까지 그는 남아 있었다.
이하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짓던 드레이크의 표정에서 이하는 그가 용궁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굴더니, 드레이크 선장도 은근히 놀리는 맛이 있는 사람이었어.’
친밀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같이 생사의 고비를 넘겼기 때문일까.
이하는 드레이크를 대하기가 제법 편해졌고, 드레이크 또한 이하의 다급함을 십분 이해하며 ‘적절한’ 이동 수단을 내어준 셈이었다.
‘최악의 경우 인어 백 명 정도를 동원해서 자이언트들을 옮길 생각이었는데. 다행이지.’
혜인이야 드레이크의 도움이 없더라도 이하 자신이 인어로 변신 후 옮기면 된다. 그러나 자이언트들은?
그들이 있어야 마나 중계탑의 건설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 당연히 그들을 섬에 두고 올 순 없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거대한 이동수단. 그 설명까지 들은 드레이크가 흡족한 표정을 지을 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해수의 일종이지만 어인들이 크라켄 등을 조종했던 것처럼 인어들의 힘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해수, 거대 거북 토르투가를 내어줄 줄은.
‘승차감이 조금 후지긴 하지만 속도도 빠르고 넓기도 하고, 아주 딱이라니까.’
“헤헤, 하이하 님! 저도 도움되죠?!”
“응, 고마워요, 안데르송 씨.”
“고맙긴요! 해신근위대의 막내 안데르송! 부여 받은 임무대로 하이하 님을 무사 호위하여 인간들의 선박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토르투가의 목 근처에서 안데르송이 이하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이하는 지난번 인사를 못 나눈 것도 겸하여 안데르송과 시브림까지 보고 오는 길이었고, 그사이 해신근위대에 새롭게 들어간 안데르송이 이번 토르투가 조종을 담당하는 중이었다.
거대 거북은 부표의 근처까지 유유히 헤엄을 쳤다. 그의 목을 미끄럼틀처럼 타며 이하는 등껍질에서 부표로 마침내 발을 디뎠다.
“자, 혜인 씨! 얼른 마무리하고 돌아갑시다! 음식도 다 떨어졌을 것 같아서 인어들의 체력회복용 식재료도 잔뜩 가져왔다고요!”
“우오오오오, 밥이다, 밥!”
“십장! 밥 먹고 합시다! 그래도 되는 거지?”
자이언트 NPC들이 침을 줄줄 흘리며 이하를 맞이했다. 정확히는 이하가 짊어지고 있는 식재료들이었지만.
혜인은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좋습니다! 맛있게 식사하고! 다 먹고 나면 이하 씨도 건설 도와주셔야 해요!”
“엥? 도와요? 그리고 웬 십장? 혜인 씨, 못 본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이하는 어딘지 모르게 쾌남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혜인이 어색했다.
미들 어스였기에 그의 외형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피부색이 구릿빛으로 태닝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하핫! 그럼요! 남자를 성장시키는 건 건설 현장이라는 말 몰라요? 노가다 안 해 봤습니까?”
“무슨― 무슨 주임원사 같은 말을 하고 그래요? 게다가 나도 작업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해 왔던 군바리라고! 안데르송 씨! 올라와서 요리 좀 도와줘요!”
“맡겨만 주십시오!”
이하는 안데르송까지 조수로 삼으며 인어들의 식재료를 마음껏 사용했다.
깊은 바닷속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대왕조개 관자구이, 쉴드 로브스터의 집게발 찜 같은 요리는 한 입만 뜯어도 스태미너가 전부 회복될 정도의 특급 아이템이었다.
‘블라우그룬 씨도 말이야, 이럴 때 쫓아왔어야지 정작 중요할 때는 안 오냐.’
이하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어 치우는 자이언트들의 눈을 피해, 음식 몇 개를 슬쩍 가방에 넣으려 했다.
갑자기 자신의 손을 팍! 낚아채는 힘만 아니었어도 말이다.
[묭묭묭묭…….]정작 이하의 팔을 낚아챈 것은 젤라퐁이었다. 원하는 부위의 방어구로 만들 수 있다지만 현재 이하가 설정한 것은 조끼의 형태다.
즉, 가슴에서 튀어나온 세 번째 팔이 이하의 오른팔을 잡은 모양새였다.
그것을 팔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이하는 의문이었다. 팔 부분에 눈, 코, 입이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왁! 젤라퐁? 이것도 음식을 먹나?”
“하하, 아뇨. 젤라퐁은 음식 안 먹어요. 그냥 놀아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안데르송은 젤라퐁을 보며 반갑게 웃었으나 이하는 황당했다.
“아이템이 놀아 주기는 무슨……. 쉭, 쉭! 일단 조끼 형태로 돌아가 있어!”
[묭묭…….]스르르륵, 젤라퐁은 어딘지 모르게 처진 표정으로 다시 방어구가 되었다. 그사이 자이언트들은 이미 식사를 끝낸 후였다.
혜인도 입 주변을 거칠게 닦으며 주변을 독려했다.
“자, 다 먹었으면 일합시다, 일! 얼른 하고 돌아가야죠! 이하 씨도 도울 거죠?”
“진짜? 진짜 저도 도와야 해요? 이미 요리한 것만으로도―”
“에이, 에이, 그러면 안 되죠! 자, 자! 이거 들고! 마무리 자재밖에 안 남아서 가벼우니까 이것만 옮기면 됩니다!”
혜인은 무거워 보이는 금속 막대를 이하에게 건넸다.
턱, 받쳐 들기에도 이하의 팔 근육에 힘이 제법 들어가는 아이템이었다. 그나마도 남은 것 중에 ‘가장 작은 것’이었다.
‘근데 무거워. 블랙 베스보다 다섯 배는 무겁다.’
NPC 중에서도 자이언트들을 특별히 뽑을 정도로 거대하고 자재들은 무거운 것들이 주류다.
하물며 근력 스탯도 얼마 안 되는 이하가 들기에는 부담이 꽤 된다는 뜻이건만, 세이지가 들기에는 어땠을까.
이하는 혜인이 지난 일주일간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들 만하죠?”
“음, 제가 들어도 괜찮지만……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네?”
이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혜인을 향해 웃음을 보이곤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젤라퐁! 여기 보이는 거, 들 수 있는 만큼 들어 줘!”
슈와아아악─────────!
이하의 외침과 함께 이하의 가슴에서 거대한 것이 튀어나왔다.
작은 공처럼 바닥에 떨어진 젤라퐁에게서 뻗어 나간 것은 수십 개의 팔!
* * *
조그만 슬라임에게서 그 몸체보다 커다란 팔이 수십 개가 뻗어 나가는 장면은 다소 그로테스크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게 뭐여? 찌찌에서 뭐가 나왔어!”
“북방의 환수인가?”
“내가 북방 출신인데 무슨! 세상에 저렇게 형태가 불분명한 환수가 어디 있나?!”
“그럼 저건 대체 뭐야? 설마 정령은 아닐 것이고.”
자이언트 NPC들이 화들짝 놀라 웅성거렸다. 단순한 형태뿐 아니라 그 위력에서도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하가 한 개를 들기에도 벅찬 아이템을 젤라퐁은 열다섯 개 이상 들어 올리고 이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젤라퐁에 대해 파악한 것은 이런 용도로도 쓸 수 있다는 것.’
〈전설적인 메타―물의 정령: ‘젤라퐁’(근력형)〉
공격력: 사용자의 근력 + (민첩 * 50%) + (지능 * 30%)
구분: 근접
효과: 범위 내 동행 시 사용자의 체력 +30%
필요조건: 업적 〈되살아난 바다의 근원〉
설명: 해신의 정수가 포함된 물의 정령. 물의 정령을 다스리지만 그 자신은 물의 정령이 아니라 신神의 거처에서 태어난 해신의 정수가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메타―물의 정령은 사용자의 원을 들어줄 것이다.
젤라퐁의 상세 창은 마치 아이템처럼 취급되고 있었지만 아이템과는 엄연히 달랐다.
지금처럼 공격형으로 변환 사용 시 근력형/민첩형/지능형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부터 일반 아이템 따위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거지. 근력형일 때는 내 체력을 올려 주는 버프를 생성한다. 30%면 적은 것도 아냐. 하물며 젤라퐁의 자체 공격력은 또 어떻고. 캐릭터 창.’
근력형의 경우 사용자의 근력을 기준으로 민첩과 지능 스탯의 일부를 공격력으로 전환한다.
물론 민첩형의 경우는 민첩이 기준, 지능형의 경우 지능을 기준으로 타 스탯들을 활용하는 셈.
저레벨 유저에게는 오히려 있으나 마나 할지도 모르지만 이하에게는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다.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머스킷티어 / 레벨: 183 (67%)
칭호: 두려움을 모르는 / 업적: 111개
HP: 7,839(5,487)
MP: 1,385
스탯: 근력 334(+249)
민첩 2,824(+960)
지능 160(+109)
체력 215(+122)
정신력 52(+42)
남은 스탯 포인트: 78
‘아차차, 스탯!’
되살아난 바다의 근원 업적과 언더 더 씨, 그리고 레벨 업 스탯 등이 쌓인 것도 까먹고 있던 이하는 황급히 스탯을 분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