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97
마탄의 사수 (897)
이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으나 키드는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쐈다고? 뭘?
키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뱀파이어 떼가 있는 후방을 살폈다.
“Holy…… Shit.”
벌어진 상황을 보니 말을 하다 덜컥 끊어 버릴 정도로 황당해하는 이하가 이해되었다.
“도대체 뭘 쏜 겁니까?”
또한 사우어 랜드 내부에서 루거가 방방 뛰며 흥분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카일은 분명 대단한 사수다. 그가 사용했던 총기에 아직 풀지 못한 비밀이 산더미처럼 많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럼에도 루거는 카일을 이길 수 있다며 방방 뛰지 않았던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달빛을 받아 거뭇하게 보이는 뱀파이어 박쥐 떼.
그들의 중앙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주변의 오염된 흑색과 달리 그곳은 순수하고 깨끗한 밤하늘만이 남았다.
‘무언가’가 그곳을 지났고, 그곳 인근에 있던 박쥐 떼를 모조리 죽여 버렸다는 의미였다.
키드는 루거의 새로운 스킬에 경악했다.
“관통……인가?”
하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한 자들의 경악은 키드의 것보다 수배…… 아니, 수십 배는 강력했다.
* * *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알렉산더가 폭성에 반응을 하기도 전, 베일리푸스는 이미 회피 기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
물리적 방어에 대비해 쉴드까지 강화했으나, 베일리푸스도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크아앗!? 바, 바람이―”
[꽉 잡아라, 알렉산더!]후우우우우─────……!
그것은 엄청난 강도의 바람이었다.
압도적인 속도의 물체가 대기를 찢어발겼을 때 그곳에서부터 퍼져 나오는 충격파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바람술사가 있는 건가?”
알렉산더는 자신이 물으면서도 바람술사의 힘이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건 압축된 공기가 쏘아지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살상력이 느껴지는 충격파였다.
무엇보다 그의 눈에, 충격파가 사라진 뒤의 광경이 들어왔다.
뭉쳐 있던 박쥐들의 한가운데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만약 이 공격이 자신에게 쏘아졌다면 어땠을까?
‘막으려면 못 막을 리 없다.’
다만,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한다면? 완벽한 방어를 자신하기 어려움을 알렉산더는 인정했다.
그만큼 알렉산더는 아군의 공격에 감탄하고 있었다.
“과연 사우어 랜드인가. 공격을 할 수 없다더니 이런 기술력을―”
[아니, 공룡 종족의 짓이 아니다.]“응?”
알렉산더와 달리 베일리푸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루거 녀석…….]지금의 공격을 누가 행한 것인지.
베일리푸스의 읊조림에 알렉산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컨셉조차 잊어버린 표정이었다.
“루거? 설마! 아무런 공격 효과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의 공격이라면 폭발이 있었을 텐데!?”
스킬 이펙트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스킬이 아닐 것이라는 단정.
유저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알렉산더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었다. 실제로 루거의 스킬은 그래픽 효과가 없는 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다, 알렉산더, 나의 교우여. 지금 ‘저곳’에 난 틈은……. 그의 공격이 뚫고 지나간 후폭풍일 뿐이다.]다만 알렉산더가 뒤늦게 발견한 ‘거대한 구멍’이 스킬과는 관계없이 생성되었다는 게 문제일 따름이었다.
알렉산더는 베일리푸스의 메마른 목소리를 들으며 침을 삼켰다.
“……방금 그 소리가 소닉붐이었단 말인가? 아니, 소닉붐이라 할지라도…….”
알렉산더가 최초에 들었던 소리는 바로 그 힘이 뿜어 대는 소리의 진동이었다.
하지만 고작 충격파 따위가 숱하게 모여 있던 박쥐들 사이에 구멍을 낼 정도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큰 탄환이 쏘아졌기에? 집채만 한 바위라도 쏜 것인가?
‘말도 안 되지. 그렇다면 말 그대로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으로 그저 지나갔다는 말이 되겠군.’
알렉산더는 피식거리며 웃었다. 더 이상은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이지원이나 이고르, 페이우가 문제 될 게 아니었군.”
[음?]알렉산더는 창을 거머쥐었다.
루거의 공격은 에인션트 드래곤의 목소리조차 떨게 만들었다.
거리낌 없이 자신들을 견제하던 뱀파이어 떼조차 적잖이 당황하여 비행의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그게 ‘타인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렉산더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베일리푸스와 함께 행동함에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던 뱀파이어 떼가 ‘타인의 힘’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알렉산더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삼총사, 그들이었다. 교우여…… 그것을 실행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 그것은 더 강한 힘을 보여 주는 것.
[알렉산더, 그대는 내가 인정하는 인류의 정점이다……. 그러나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명심하고 실행해야―]“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이 필요한 것이다, 교우여.”
알렉산더의 각오를 들은 베일리푸스는 더 이상 그를 말리지 않았다.
“모든 것에 대한 그대를 알고, 그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
뱀파이어를 직접 나서 요격하던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의 몸에서 빛이 샘솟았다.
알렉산더의 2차 전직명은 용기사Dragon Knight다.
드래곤을 파트너로 삼아 그와 함께 선善을 유지하고 또 보호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드래곤과 파트너가 되는 건, 굳이 용기사가 아니어도 됨을 알렉산더 또한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올라타 공격을 할 수 있다거나 드래곤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면, 이하나 람화정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알렉산더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용기사만이 가지는 특이성은 무엇인가?
최초의 용기사이자 최초의 드래곤 파트너인 나만이 가지는 특별함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알렉산더는 물었고, 바하무트는 답변을 주었다.
‘이제야 때가 되었군’이라는 말과 함께 메탈 드래곤의 수장이 선사한 스킬.
“이것은 다음 단계로 Step―up 하기 위한 그대와 나의 새로운 형태.”
그간 콤비로 플레이하며 쌓아 왔던 친밀감 너머의 유대감이 충족되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드래곤의 파트너가 아니라 진정한 용기사Dragon Knight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융합Mash―up〉.”
────────────……!!!!
두 개로 나뉘어 있던 빛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하나로 녹아드는 빛의 덩어리는 곧 에인션트 드래곤도, 인간도 아닌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 * *
키드에게 루거의 공격에 대해 일러 준 후 이하는 즉각 루거에게 물었다.
“뭐야, 레일 건이라니! 언제부터? 언제부터 그런 걸 썼지?”
“캬하하핫! 내가 네놈한테 일일이 보고라도 해야 하나?”
루거는 억지로 웃음소리를 내었으나 이하를 향해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무심한 척, 멋진 척하는 말투와 달리 해당 스킬에 대해 그 누구보다 당황한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미친 인간인 건 확실하다니까! 리치 드래곤 때는 왜 안 쓴 거야? 방금 쓴 거 보니 스킬 캐스팅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런 건가?”
“크크, 리치 드래곤 따위는 이게 없어도 이길 수 있으니까!”
루거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마나가 3,000 이상이어야 하며, 3,000 이상의 마나라면 마나가 얼마나 있든 1회에 전부 소모? 캐스팅 시간도 짧지 않은 주제에―’
마나가 3,001이든, 5,000이든 관계없이 1회 스킬 사용에 모든 MP가 사라지는 스킬.
일격필살의 순간에만 사용해야 하며, 한 발을 반드시 적중시켜 적을 없애야만 하는 스킬.
그럼에도 캐스팅 시간이 긴 데다 조준까지 어렵다?
‘뱀파이어들이 몰려 있지 않았다면…… 못 맞췄을 거다.’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거리였으나 루거는 자신 없었다.
레드 체펠린의 거체를 통째로 흔들 정도의 압도적인 반동은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흐흐흐…… 그래서 좋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뭐?”
“아니! 네 할 일을 하라는 거다! 나도 이렇게 싸우고 키드도 날뛰는데 네놈도 뭘 보여 줘야 할 거 아냐― 음?!”
“어?”
─────────────…….
루거가 간만에 잡은 꼬투리로 이하를 괴롭히려 할 때, 뱀파이어 떼 인근에서 거대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빛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다만 빛이 퍼지며 지워진 게 아니라 한 점으로 수렴하며 새로운 형태를 갖췄다는 게 묘한 이질감을 만들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새로운 스킬을 완전히 사용했을 때, 이하를 비롯한 인간들은 물론 울렉과 지엠까지 놀란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그곳에 있는 건 인간이 아니었다.
드래곤도 아니었다.
“저게…….”
“뭐냐…….”
리자디아를 20배 정도 크게 만들면 저런 모습이 나올까.
그러나 그의 피부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기운과 뿔부터 날개, 발끝까지 이르는 완벽한 황금 비율은 감히 리자디아 종족 따위와의 비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유저들은 그 모습에서 어딘지 기시감을 받았다.
단순히 그의 정체가 베일리푸스라고 추측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알렉산더가 쓰던 창을 역시나 20배 정도 크게 만들어 쥐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설마 베일리푸스 입니까.
―……키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죠? 무슨 조각상 같은 완벽한 신체 비율은…….
드래곤 폼도 아니고 인간의 모습도 아닌 생명체.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인가. 빌어먹을, 그럼 지금은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 아니, 인간과 드래곤이 하나로― 젠장, 내가 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중언부언하긴 했으나 루거는 사냥꾼의 본능으로 그것을 잡아냈다.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에 맞는 황금율로 날개를 그려 넣는다면 저 생명체와 비슷할까?
이하 또한 그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드래곤과 인간 그리고 하나로 된 생명체.
“……합체구나?”
“뭐?”
“젠장. 합체! 알렉산더랑 베일리푸스가 합체한 거라고!”
루거와 이하의 합동 추측을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NPC였다. 그것도 보통의 NPC와는 격이 다른 NPC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역시 그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드래곤의 지식과는 조금 다르군.”
“울렉 님도…… 울렉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적어도 사우어 랜드의 정보 자료에는 검색되지 않았던 현상이다. 우리의 선조들조차 보지 못했던 것을 외부의 인간들은 이루어 냈단 말인가.”
“그러니까 나중에― 그, 국왕님 설득 좀 도와주세요! 이제 사우어 랜드 밖으로 나오셔도 손해 보지 않을 거라니까요?!”
울렉이 진심으로 감격하자 이하는 ‘틈새 영업’을 해 보려 했으나,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지금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다, 하이하! 알렉산더가 절대 다수를 붙잡고 있지만 여전히 다가오는 놈들이 많아!”
루거의 타박을 들으며 이하는 블랙 베스의 노리쇠를 당겼다.
울렉을 향해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대화를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있었다.
“루거, 알렉산더…… 대단한 인간들이야.”
“뭐?”
“본능적으로 행동한 거겠지만, 그래서 더 무서워.”
이것은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니다. 동화율을 극한으로 올렸다면 모든 감각을 현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겁이 나겠지.’
따라서 방어적인 본능이 드러나는 게 당연했다.
뱀파이어 박쥐 떼를 학살하고 또 그들의 발을 묶는다는 점에서 루거와 알렉산더의 연이은 스킬 조합은 아주 효과적이고 또 치명적이었다.
그렇다면 뱀파이어 박쥐 떼의 내부에 있는 ‘유저’는 그것을 어떻게 느꼈을까.
전략적으로 움직이던 그들의 진형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이하는 가장 방어선이 촘촘해지는 한 무리를 보았다.
이하의 기준에서 레드 체펠린의 후방으로 돌아가려는 박쥐 떼가 꼭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거기 있지, 치요? 〈다탄두탄〉”
투콰콰콰콰콰―!
이하는 즉각 블랙 베스를 들어 스킬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