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6)
#재능만렙 플레이어 446화
“소문이 틀리지 않았네, 여름군주.”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조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혁진이 이센을 인벤토리에 회수했다. 편안한 상태로 말했다.
“기습을 모르고 있다가 당하면 당황스럽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기습을 알고 있다면? 그 것은 더 이상 기습이라고 할 수 없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습을 했을 때. 기습 때의 그 살기는 느낄 수 있거든.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얼마든지 방어가 가능하지. 선화. 너도 날 지켜주려고 했지?”
“네. 그렇지만 생각보다 살수가 빨랐어요.”
“어쨌든 느끼기는 했다는 거네.”
“네. 모르면 몰랐으되, 아니까 딱 한 타이밍 느낄 수 있었어요.”
그 한 타이밍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생사가 갈린다. 살수와의 전투는 그렇다. 김선화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에 아지랑이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천장을 향해 말했다.
“다음 공격은 없나 보네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려왔다.
“여름군주. 네가 일부러 날 꾀어낸 건가?”
“그렇지.”
쇼비도비를 통해서 그렇게 했다. 조커(훗날 무색살왕)와 독점적으로 계약한 ‘없는’을 불러내고, 그를 통해 조커를 불렀다.
“내 존재를 어떻게 알았지?”
“내가 널 모를거라 생각했나?”
김혁진도 천장 위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수준급의 은신이었다.
이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데, 감각안으로도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저 아지랑이는 일부러 보여주고 있는 거다. 내 실체가 이곳에 있다. 이 정도는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야. 너는 나를 어디까지 알고 있지?”
“여름군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놈이라는 것 정도.”
“뿐만 아니라 검은 나비를 능가하는 정보력도 가지고 있지.”
“…….”
헛소리! 조커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실제로 김혁진은 ‘없는’을 통해 자신을 여기까지 불러내지 않았는가.
“나는 네가 독점계약을 누구와 했는지도 알고 있고, 그 것을 통해 너를 이곳으로 유인했다.”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어떻게 확신했지?”
“아까도 말했잖아. 오지 않았다면 실망했을 거라고.”
“…….”
조커는 말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저쪽의 페이스에 놀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네가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살왕의 재목을 찾아냈을 것이다.”
“…….”
“네가 첫 번째 후보인 것은 확실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도 존재하니까.”
“너는 내게 살왕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가?”
판단하고 말 것도 없다. 조커는 훗날 실제로 ‘무색살왕’이라 불린다. 살수들 중 최고봉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아까까지는 긴가민가했는데. 지금은 확실해졌어.”
“뭐가?”
“첫 번째 공격 이후로, 후속 공격을 하지 않았잖아. 나는 살수로서의 살인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상황판단 능력 역시 살수의 기본덕목이라 생각하거든.”
“…….”
“첫 번째 기습이 실패로 돌아간 시점에서, 후속타를 노렸다면 너는 후보군에서 삭제되었겠지.”
“네가 날 판단할 자격이 되나?”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두 팔을 벌려 가슴팍을 내보였다. 마치 공격할 수 있으면 공격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첫째. 나는 군주다. 군주로서 계략을 통해 내게 필요한 인재를 이 자리에 불렀고.”
“…….”
“둘째. 실제로 너는 이 자리에 나타났지. 내 뜻대로.”
“…….”
“셋째. 나는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조커(무색살왕)는 살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바란다. 그것이 무색살왕의 꿈이자 비전이다. 단순히 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살수로서의 플레이. 그것 자체를 사랑하는 인간이다.
“넷째. 나는 내가 불러낸 이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
“다섯째. 내가 이토록 빈틈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공격하거나 죽이지 못했다.”
“…….”
“이 정도면 너를 판단할 정도는 되지 않나? 결국 너는 내가 짜놓은 판 위에서 놀아났고, 내 뜻대로 이곳에서 내게 시험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시험 결과는 통과고.”
김혁진의 말이 맞았다. 김혁진이 짜놓은 판 위에서 움직였다. 조커도 그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김혁진은 군주고 자신은 살수다. 군주는 군주로서의 플레이를 하면 되고, 살수는 살수로서의 플레이를 하면 된다.
김혁진이 말했다.
“어때? 나와 함께 서버급 퀘스트에 동참하지 않겠어?”
* * *
침대에 누운 강상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을 옆으로 돌렸다. 저만치 멀리 침대에 김혁진이 누워 있었다.
“나는 네놈처럼은 못해.”
척 보기에도 아주 위험한 살수를 불러들였다.
“그 정도로 인기척이 안 느껴지는 놈은 처음 봐. 그런데 거기에 가슴을 내밀고 손을 잡자고 제안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선화가 대기중이었잖아.”
“그래도.”
아무리 최상급 탱커가 대기중이었다고는 해도, 살수는 무섭다. 일대일 전투에서는 약하지만 기습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강상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어차피 급소에 맞아도 한 방은 버텨낼 것 같긴 하지만.”
저놈이 보통 괴물인가. 어쩌면 선화보다 탱킹을 더 잘하는 괴물 같은 놈이다. 내가 누굴 걱정하냐. 으휴. 저놈은 괴물이고, 나는 사람이고. 아무튼 나는 저렇게는 플레이 못 해. 강상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첫 번째 퀘스트인 ‘광저우의 무덤’을 클리어하기 위해 거신길드가 모였다. 살수들의 공격은 이제 ‘조커’가 막아줄 것이다. 살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살수니까. 퀘스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광저우의 무덤은 ‘화성 광장’이라 불리는 광저우의 명소에서 시작되었다. 광저우 타워가 잘 보이는 공원형태의 넓은 광장.
강솜이가 단서를 하나 찾았다.
“아. 저기 나무랑 나무 사이에 작은 무덤 같은 게 보이네요.”
실제 무덤은 아니었다. 눈으로 클릭이 가능했다.
[광저우의 무덤]게이트 자체는 찾기 쉬웠다.
[게이트. ‘광저우의 무덤’에 입장하시겠습니까?]거신길드원 전원이 광저우의 무덤에 입장했다. 순식간에 필드가 바뀌었다.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안개가 가득 낀 곳이었다. 안개가 어찌나 짙은지 바로 옆 사람의 얼굴조차 희미하게 보였다.
강상구가 투덜거렸다.
“태초의 안개보다 더 심각한데, 이 정도면.”
튜토리얼 필드에서 등장했던 태초의 안개보다 농도가 훨씬 짙었다. 앞이 안 보였다. 김혁진이 말했다.
“상구야.”
“왜? 또 무서운 거 시키려고 그러지? 나 위험한 거 싫다. 나 최대한 안 위험한 거 시켜줘.”
“이 안개. 모조리 증발시켜버려.”
“증발시키면 뭐 위험한 거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싫다. 무섭다. 전면에 나서서 하는 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강상구는 거신길드의 플레이가 늘 무섭다. 이놈의 길드는 뭐만 했다하면 위험천만한 퀘스트와 시나리오가 뒤따르는 괴물같은 길드니까. 그렇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강상구는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화염마나가 손가락에 일렁거렸다.
“불폭풍.”
화마가 이곳 전체를 집어삼켰다.
치이이이-
강상구가 안개를 모조리 불태웠다. 그제서야 시야가 밝아졌다. 잡초가 무성하게 피어 있는, 관리가 안 된 공동묘지였다.
“으으으으억!”
강상구가 비명을 삼키며 신연서의 등 뒤로 숨었다.
“여, 연서야!”
신연서가 검을 내뻗었다. 신연서의 검 끝에는 사람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가 꽂혀 있었다. 강상구는 늘 그렇듯 벌레를 무서워했고, 그중에서도 바퀴벌레를 가장 무서워했다.
신연서는 대놓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야. 무서울 수도 있지. 난 벌레가 제일 무섭다고.”
한편, 김혁진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잠행하고 있는 ‘조커‘는 두 가지 이유로 황당했다.
‘강상구가 저 정도의 화염마법사였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강상구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말만 들었지, 이 정도 능력을 갖췄을 줄이야. 이 정도 안개를 순식간에 불태워 버리다니. 조커가 판단하기로 전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건……. 이들 중 그 누구도 강상구를 높이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 ‘미소검객‘은 강상구를 한심하다는 듯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지 않은가. 보통 이 정도의 마법을 저렇게 신속하게 사용하면 감탄하는 게 우선 아닌가. 그런데 이들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결국 이들에게는 일상이라는 것.’
김혁진과 손을 잡은 것이 잘한 선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진입부터 말이다.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진심으로 ‘살왕’이 되고 싶다. 그 것이 그가 가지는 클래스의 최종 목표이다.
김혁진과 거신길드에게 큰 관심이 생겼다.
‘내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냐.’
자신 역시 김혁진의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도구가 되면 된다. 그 사이, 살수들이 은밀히 침투한 것이 느껴졌다.
‘실력은 하수.’
실력은 별 볼 일 없었다. 중국 쪽 놈들인 것 같았다.
‘숫자는 셋.’
이 정도 은신능력이라면, 김혁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내색하지 않고 있다.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김혁진은 ‘조커’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적어도 기습과 관련해서는 말이다. 조커는 그게 조금 이상했다.
김혁진은 자신의 신상정보조차 묻지 않았다. 신뢰할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했거나. 내 약점을 정확하게 쥐고 있다는 뜻이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둘 다 만족스럽다.
‘만족스러운 군주로군.’
은밀히 움직였다. 살수는 알아서 처리해주기로 했다. 그 사이, 강솜이가 품에서 작은 삽을 꺼내 무덤 하나를 파헤쳤다. 한 무덤 안에 세 개의 관이 놓여 있었다.
“관이 있네요. 비교적 최근에 파묻은 것 같아요. 무덤 하나에 세 개의 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네요.”
강솜이는 이상하다고 육성으로 말하면서 손가락으로는 가운데 관 하나를 가리켰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운데 관.
그 안에 사람이 있다. 숨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기세를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혁진이 가운데 관 앞으로 걸어갔다.
“숨어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적들이 앞에 있다. 그런데 관 안에 있는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관 밖에서 공격하면,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니까.
“아마 관 안에서는 특별한 힘으로 보호받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러나 스스로는 나올 수는 없는 제약이 걸려있는 것 같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이 관을 열어야 퀘스트가 진행되는 것 같긴 한데.”
아마 그럴 것이다. 저 관 안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내면 퀘스트가 진행될 거다.
“근데 너희가 준비한 판 위에서 뛰 놀 생각은 없어서.”
김혁진이 가차 없이 몸을 돌렸다. 강솜이를 힐끗 쳐다봤다.
“다른 진행법. 찾을 수 있죠?”
“맡겨만 주세요.”
예전에 이미 무명안을 경험했다. 한 필드 안에도 수많은 클리어 법과 히든 피스들이 존재한다. 강솜이라면 그중 하나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상현에게 말했다.
“관. 다시 묻어.”
관 속에서 쾅쾅! 소리가 들렸다. 관 속의 플레이어가 관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김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시지가 전해졌다.
[‘속삭이는 악마’가 즐거워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악마의 타임워치’를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