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4)
#재능만렙 플레이어 54화
오크전사가 코를 벌렁거리며 일어섰다. 일반 오크들보다 몸집이 거의 2배 가까이 컸다.
“취익?”
맛 좋은 냄새가 났다. 피 냄새였다.
“취이이이익!!”
오크 전사의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지금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동족인 오크인 것은 보이지 않았다. 피 냄새에 완전히 취해버렸다.
김혁진은 오크 전사의 눈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됐다.’
오크 전사는 피 냄새에 약하다. 눈과 정신이 한 번에 돌아버린다. 이제 미친듯이 제 동족들을 사냥하기 시작할 거다.
꽈드드득!
오크 전사가 오크 한 마리의 팔을 뽑아내고서 통째로 씹어먹었다. 뼈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꾸에에에에엑!”
팔을 뜯긴 오크가 비명을 내질렀다. 오크 전사는 그 오크의 허리춤을 잡아챘다. 머리부터 우적우적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혈향(血香)에 취한 오크 전사는 더욱 발광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것!
맛있는 것!
맛있는 것!
오로지 ‘먹이‘만이 오크 전사의 본능을 지배했다.
오크 전사가 포효했다. 포효하는 오크 전사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오크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취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오크 전사의 고유 능력. ‘오크 피어’가 발산되었습니다.]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나왔다. 오크 피어.’
사실상 이것은 오크 전사만의 고유 능력은 아니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들은 가지고 있는 기술이다.
‘보통은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묶거나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드는 능력.’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맛 좋은 먹이인 오크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야.’
이 ‘오크 피어’는 플레이어인 자신들이 아니라, 도망치고 있는 오크들을 향한 것이다. 덕분에 김혁진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크 전사는 그렇게 상위 보스 몬스터가 아니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오크 피어’를 또다시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쿨타임’이 굉장히 길 테니까. 아예 상위급 몬스터로 넘어가면 시도 때도 없이 피어를 발산해서 플레이어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오크 전사는 아니다.
‘쿨타임이 매우 길다는 건 곧, 놈이 가진 고유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
그러면 이제부터는 상대하기가 훨씬 쉬울 거다.
“꾸에에에에에엑!”
오크들은 오크전사의 제물이 되었다. 오크 전사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 닥치는 대로 오크들을 씹어 먹었다.
[오크 전사가 ‘상급 오크 전사‘로 성장하였습니다.]신연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김혁진에게 물었다.
“진짜 저대로 내버려둬도 돼? 몸집이 더 커졌는데?”
안 그래도 비대한 놈인데 더욱 커졌다.
“형님. 근육의 선명도가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힘이 엄청 세졌을 것 같은데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전사가 이끄는 다수의 오크들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상급 오크 전사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게 훨씬 나아. 우리에게는.”
병사 수백과 싸우는 것보다는, 장군 한 명과 싸우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 김혁진의 선택은 그러했다. 약한 다수보다, 강한 하나를 선택했다.
‘이 방법이. 우리가 살 길이다.’
놈의 한계도 파악하고 있다. 어차피 하이 오크까지 성장할 수는 없다. 저기서 성장을 멈춰주면 땡큐고, 조금 더 성장하더라도 ‘오크 대전사’ 정도로만 성장할 거다.
‘어차피 위험한 놈이라면…… 오크 대전사급까지는 성장해도 될 것 같은데.’
체감 난이도는 비슷할 거다. 어차피 공략을 모르면 현재 자신과 파티원들 레벨로는 못 잡는다. 상급 오크전사나, 오크 대전사나. 둘 다 강한 놈들. 체감 난이도는 비슷한데, 드랍하는 아이템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이왕이면 ‘오크 대전사‘까지 성장하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꽈드드드득!
오크 전사. 이제는 상급 오크전사가 된 놈은 동족들을 살해하고 잡아먹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또 다른 오크 한 마리를 뼈째로 씹어 먹었다.
플레이어인 김혁진과 파티원들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맛 좋은 냄새(피 냄새)가 굉장히 옅었으니까.
“꾸에에에에에에엑!”
막사 안. 마지막 남은 오크 한 마리가 상급 오크 전사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배가 부른 모양이다. 이제서야 ‘오크 대전사’는 플레이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돌발 퀘스트. ‘오크 대전사를 사냥하라’가 생성되었습니다.]──────────
[오크 대전사를 사냥하라]퀘스트 주체 : 용맹한 사자왕
오크 대전사를 사냥하십시오. 현재의 능력만으로는 오크 대전사를 사냥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용맹한 사자왕은 당신의 담력과 용맹을 지켜볼 것입니다.
퀘스트 보상 : 특수 능력 ‘패기(霸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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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에게만 주어진 퀘스트는 아니었다. 마상현. 신연서. 김선화에게도 주어졌다.
‘패기.’
패기(霸氣)
사전적 의미로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나 정신을 뜻한다.
‘이게…… 여기서 나왔어?’
이 능력을 얻게 되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다. 김혁진도 이후, 패기를 얻을 계획을 짜놓았다. 랭커들의 필수능력 중 하나가 이 ‘패기’니까. ‘패기’를 가지면 정신계열 공격 저항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보스 몬스터들의 ‘피어‘에도 상당부분 저항할 수 있게 된다.
‘…해낸다.’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좋았다.
‘용맹충이 웬 일로 이렇게 도움이 돼?’
하여튼 패기를 얻을 수 있단다.
‘저 놈을 잡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
레이드는 언제나 반반이다. 쟤가 죽느냐. 혹은 내가 죽느냐. 몬스터가 죽든, 플레이어가 죽든, 그 하나는 이루어져야 끝이 난다.
‘크네.’
크기는 약 3미터 가량. 거인급의 마상현이 왜소하게 보일 정도다. 김혁진을 중심으로 하여 마상현과 신연서가 양옆에 섰다. 그리고 김선화가 김혁진 바로 앞에 섰다.
“대장. 혁진아. 이거…… 괜찮은 거지?”
“…….”
김혁진도 모른다.
“우리 계획이 잘 먹혔길 빌어야지.”
안 먹혔다면? 그럼 이곳에서 죽는 거다. 방법이 없다. ‘천마산의 진주’ 때문에 이곳의 내용이 변경 된 시점에서, 이 방법 외에는 살아나갈 방법이 없었으니까.
신연서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볼을 타고 내려와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오크 대전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폭풍 전야. 격돌과 격돌 전의 대치 상태.
두근!
두근!
심장이 떨려왔다. 신연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의 이 상황이, 김혁진이 그려온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
‘혁진이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
김혁진의 전략 가운데 분명히 이 그림이 존재했다. 김혁진이 말했다.
“내가 접근한다.”
“오빠. 제가 접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더 단단하잖아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단단한 건 의미 없어. 어차피 한 방 컷일 테니까. 나한테 레벨 표시도 물음표로 떠.”
오크 대전사의 레벨은 37 내외. 지금의 선화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거다.
“그럴 거면 조금이라도 피할 가능성이 있는 내가 낫지.”
김혁진이 걸음을 옮겼다.
‘과연. 먹혔을까.’
여태까지 오크 대전사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간은 먹힌 것 같기도 하다.
‘급격하게 많이 먹어서 배도 많이 더부룩할 테고.’
그리고 아마.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가 제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 김혁진이 튜토리얼 당시부터 꾸준히 모아왔던 아이템이다. 튜토리얼 필드에서 거의 최초로 획득한 아이템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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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몸에 독성을 가진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입니다. 치명적인 ‘마비독’을 가진 독 송곳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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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전사는 오크들을 뼈째 씹어 먹었다. 김혁진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오크들 몸 곳곳에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를 박아 넣은 상태다. 오크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이유. 굳이 이 막사 안까지 끌고 들어온 이유. 굳이 잡아먹히게 만든 이유. 이 그림을 위해서였다.
“형님. 진짜로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었겠지만.’
오크 대전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네놈이 삼킨 송곳니가 적어도 70개는 될 거다.’
놈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로 무려 ‘오크 대전사’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는 없다.
‘다만.’
놈의 움직임을 아주 많이 느리게 만들 수는 있을 거다. 김혁진이 몸을 조금 낮추었다.
오크 대전사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플레이어 하나를 봤다. 몸이 어째서인지 둔하게 느껴졌지만, 괜찮았다. 저런 작은 인간 따위. 씹어먹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오크 대전사는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김혁진은 칭호 스위칭을 통해 특수 스킬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놈은 자신의 속도에 반응할 수 없을 거다.
후웅-!
오크 대전사가 약 1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방망이를 휘둘렀다.
‘생각보다 빠르다.’
이형환위에 약간은 반응했다. 확실히 고레벨 몬스터다.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생각보다 빠를 뿐, 감당할 수 없는 속도는 아니었다. 김혁진은 이형환위를 통해 ‘오크 대전사’의 뒤를 점했다.
“신연서!”
신연서에게 신호를 주면서, 김혁진은 오크 대전사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크 대전사는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마냥 왼 발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서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마비독에 당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의 공격을 꽤 수월하게 피해냈다.
그 사이. 천마비보를 펼친 신연서가 가까이 접근했다.
‘저 자식이 혁진이를 노리고 있어.’
등이 비었다.
‘내 목표는 옆구리.’
한 번에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다. 조금씩, 조금씩, 공략해 나가야 했다.
‘벤다!’
그런데 그 때. 오크 대전사가 팔을 내렸다.
깡!
오크 대전사의 팔이 신연서의 검을 막아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닌데,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몸이 뭐 이렇게 단단해?’
현재 신연서의 레벨과 공격력으로는 놈의 피부를 뚫을 수 없는 듯했다. 특히 단단한 팔 부분은.
김혁진은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의 눈빛이 변했다.’
저 것은 사냥당하는 사냥감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지금 놈은 자신감에 가득찼다. 지금 오크 대전사는 자신이 포식자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데도, 인간들 따위는 얼마든지 잡아먹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포식자의 눈빛.’
이때를 기다렸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의 기회가 올 거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이 상황을 설계하고 그려왔다.
‘이때다.’
기회가 왔다. 김혁진이 기적을 그려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