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10
110. 뽑기.
교통비가 공짜.
모두가 즉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바꿔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을 교통수단으로 삼은 사람의 수가 적었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무시무시한 저주가 사람들의 발길을 막는 건가.
그 저주의 영향을 받느니 매일 몇천 원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모발 건강을 챙기는 편이 낫다. 이것이 사람들의 결정인가.
농담이다.
그런 저주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난 촉수는 있어도 머리카락은 없으니까!
교통수단을 변경한 사람이 적은 이유.
사람은 관성적으로 사는 면이 있다.
새로운 도전을 피하고 익숙한 대로 살아간다.
특히 시간적인 여유가 적으며 걸려 있는 바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이 있다.
출퇴근, 등하교, 미팅, 약속.
전부 시간적인 제약이 있으며 늦으면 상당히 손해가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때는 도전하기보다 익숙하고 검증된 수단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대신 평소에 이용하던 교통수단의 서비스가 악화한다거나, 문제가 자꾸 터져서 지각하게 되거나, 기존에 품었던 불만이 개선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발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발을 돌리기 전에 내가 기존 대중교통들이 지녔던 문제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무척 흥미를 느낄법한 모습으로 바꿨다.
‘지금도 괜찮은데 굳이 바꿔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틈에 이 유료화가 됐다.
더욱 바꿀 이유가 없어졌다.
그 덕분에 의 유료화에 반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히려 올 게 왔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슬라임랜드도 언제 유료로 바뀔지 모르니까 지금 즐기자.] [슬라임랜드 필수 코스] [추천하는 「절교 코스」. 싫은 사람과 인연을 끊자.]목적지가 슬라임랜드라면 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 들어온 장소와 가는 장소가 다른데 슬라임랜드 내부에서의 체류 시간이 일정 이하면 교통 요금을 때리는 식이 됐다.
안 내고 버텨?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슬라임랜드에 올 때도 이용료를 받을 수 있고, 슬라임랜드의 입장료와 놀이기구의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슬라임랜드에 찾아오는 손님은 더 늘었다.
당분간은 슬라임랜드가 미어터지···지는 않겠구나.
여유 면적은 여전히 크니까.
한스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지시는 내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 정신 상태가 그리 온전한 것 같지는 않아서 당분간 슬라임랜드의 운영에서는 손을 떼기로 했다.
대신 뽑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슨 뽑기?
A 클래스 아티팩트 뽑기.
세계 각국에 정식으로 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부가 결국 을 수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아마 몇몇 을 수입하겠다는 제안 자체는 예전부터 해왔을 거다. 다만 한국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뤄졌겠지.
한국 정부를 통과했다는 것은 각국의 정부가 외교적으로 상당히 굽히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뜻한다.
내게 한국 지하를 주고서 얻어낸 외교권이다.
내게서 본 손해를 벌충하려고 아주 독하게 뜯어내려고 하고 있었을 테니까.
갑자기 각국의 정부가 대폭 양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스가 분석하기로는 크게 세 가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나는 을 태우는 의 미국 일주.
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니 그 효과를 몸으로 느껴본 사람이 매우 많아졌다.
게다가 현재 거대한 인파가 주변을 행렬하고 있다. 그 모습은 각국의 뉴스에 나왔다. 호기심을 품고 찾아가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의 효과는 전 세계에 퍼졌다.
그것만이라면 이 대단하다는 것으로 끝났겠지만, 의 불꽃은 을 태울 때와는 질이 다르다는 증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게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순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증명한다.
저주는 실체가 없기에 더욱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
이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단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
은 미국의 보물. 타국 순례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세상에는 이라는 대체품이 있다. 효과는 약해도 계속 가까이하면 저주를 쫓아내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을 찾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졌다.
또 하나의 이유는 슬라임랜드.
슬라임랜드 내부에 있는 호텔에서 을 마음껏 즐기고 상점에서 을 사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을 체험하고 간 사람들이 지속해서 을 손에 넣을 수단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그들에게서 을 선물 받은 사람들까지 있으니 각국에서 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국의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게 분명하기에 의 바라지 않던 국가 수장도 있었을 거다. 많은 회사가 도입을 반대하기도 할 테고.
을 바라는 목소리가 소수였을 때는 무시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
자국의 산업 여론이 을 수입하자고 굳어지면 정부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연금 제품이니 위험성을 이유로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있었을 거다.
여기서 한스가 추측한 세 번째 이유.
내가 S 등급 연금술사로 올라갔다는 사실이 그 이유를 못 쓰도록 막는다.
S 등급 연금술사가 만든 제품을 믿을 수 없으면 대체 누가 만든 것을 믿어야 하는데?
내가 만든 제품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순간 전 세계 연금술사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금술사와 사이가 틀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한국이 아주 잘 보여줬다.
그런 선택을 하고자 하는 국가는 없었다.
결국 문은 열렸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관세를 왕창 때려 가격을 폭등시킨 나라가 많다. 이 대중적으로 퍼지지는 못할 거다. 아마 미국처럼 여유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 되겠지.
지금은 일단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퍼졌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어차피 나도 전 세계에 한국 수준으로 물건을 풀 수 있을 만큼 만들어낼 수는 없고.
내게 들어오는 돈이 부쩍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사람을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 고용할 수 있다.
슬라임랜드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그건 한스에게 맡기고.
한국 정부를 통과한 것은 통과한 거고 내게도 계약금을 내야지.
계약금으로 받을 수 있는 거라고는 A 클래스 아티팩트가 한계.
+가 붙은 스킬을 그 이상으로 성장시키기는 어려울 거다.
+가 붙지 않은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겠지.
마침 올리고 싶은 스킬 가운데 +가 붙지 않은 스킬이 있다.
[정화] 스킬.아무래도 정신이 저주의 영향을 받는 것 같은 지금 [정화] 스킬을 성장시켜 저주의 힘을 줄여야겠다.
저주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의 판매량을 늘리고 을 판매하는 대가로 각국에서 정화 관련 A 클래스 아티팩트를 받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오래 써서 상태가 시원치 않은 것들이기는 한데 내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내 목적은 사용이나 수리가 아니라 먹어서 정보를 얻는 거니까.
정화 관련 A 클래스 아티팩트라고 반드시 [정화] 스킬을 올려준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 먹은 과 은 엉뚱한 스킬을 올려줬으니까.
확실성은 없어도 괜찮다.
세상에는 뽑기 필승법이 있으니까.
당첨이 나올 때까지 뽑으면 된다.
첫 번째 A 클래스 아티팩트가 도착했다.
[분해+ 스킬의 레벨이―]꽝.
두 번째 A 클래스 아티팩트가 도착했다.
[흡수+ 스킬의 레벨이―]꽝.
세 번째.
[변질 스킬이 변질+ 스킬로 성장합니다.]꽝?
아니, 성장한 것은 고마운데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라고.
팔아야 하는 물건의 수가 부쩍 늘어났는데 그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역시 쉽지 않네.
***
수집 방송인은 슬라임랜드에 발을 디뎠다.
‘오늘은 꼭 찾아야지.’
슬라임랜드는 개인 방송인의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많다.
1m에 달하는 도.
1.2m가 넘는 도.
입으로 호로록 빨아먹을 수 있는 거대 도.
그 하나하나를 먹는 것만으로 짧은 영상 한 편은 나왔다.
어디 그뿐인가.
「절규 코스」의 네버엔딩 풀오토 내구처럼 단기적으로 할 콘텐츠도 있고.
「탐험 코스」의 아이템전 우승이나 「내가 바꾸는 이야기」의 성좌전 우승처럼 장기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콘텐츠도 있었다.
조금 더 차분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수집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슬라임 코스」에 과연 총 몇 종류의 슬라임이 있을지 알아보려는 사람이 있다.
슬라임랜드 내부에서 몇 종류의 간식이 있으며 각각 몇 종류의 맛이 있는지 하나씩 먹어보는 사람이 있다.
몇 종류의 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려는 사람은 정말 많고.
슬라임랜드에는 정말 다양한 들이 있다.
기본인 펭귄 모습에 가벼운 문양을 그리는 정도로 가볍게 꾸미는 마스코트들도 있으나 작정한 마스코트들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취했다.
조류만 해도 비둘기는 물론이고 까마귀나 닭도 있다.
조류를 벗어나 고양이, 강아지, 호랑이, 사자 같은 모습을 취한 마스코트들도 있다.
자판기를 들고 다니거나 선물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등 소품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마스코트들도 있고.
마치 포X몬을 모으듯 다양한 마스코트 슬라임들을 찾아내 사진을 찍는 게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수집 방송인은 환상의 가발 펭귄을 찾아 슬라임랜드 내부를 헤맸다.
가발 펭귄은 주로 분쟁이 있는 장소에 나타나 경관 역할을 하는 펭귄이었다.
그래서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건을 일으키면 그 순간 방송이 터진다.
터진 뒤에 잔해만이 남아 가끔 조롱하는 사람만 찾아오는 채널이 되겠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몰래카메라를 주로 하는 해외 방송인이었는데 평소에도 민폐라고 말이 많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슬라임랜드에 찾아와서 일부러 분쟁을 일으켰고 찾아온 가발 펭귄에게 사진을 찍자고 요구했다.
바로 슬라임랜드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분노하며 항의하는 영상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는데.
그들을 옹호하기는커녕 채널이 통째로 불타올랐다.
평소라면 이마저도 노이즈 마케팅을 삼았을 사람들이지만.
그 뒤로 어떤 소식도 올라오지 않는다.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납치당했다는 소문이 있다.
-어그로 잘못 끌면 무서운 형님들이 찾아오니까 자극적인 방송을 원하면 「절규 코스」로 가라.
그 사건 이후 이게 방송인들 사이에는 철칙이 됐다.
수집 방송인은 그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슬라임랜드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슬라임랜드 내부에서는 이동이 쉬운 것이 참 좋았으나 마스코트들도 신출귀몰한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그래도 힌트는 있다.
지금까지 올라온 가발 펭귄의 사진을 보면 평소에는 「슬라임 코스」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보통 이런 곳에 이 많거든요? 이렇게 무거워 보이는 슬라임은 힘으로 치우려고 하지 말고 머리를 써야 해요.”
그냥 찾으면 방송이 심심해서 수집 방송인은 을 찾는 팁을 함께 찍었다.
“보통 간질이는 방식이 가장 무난한데 안 통하면 콕콕 찔러보세요. 그래도 안 통하면 특이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 된다고···.”
그때 갑자기 수집 방송인의 앞을 가로막는 바위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매우 공교로운 타이밍 덕분에 방송 각은 나왔으나.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나?’
방송인은 살짝 서글퍼졌다.
그 뒤로 수집 방송인은 도 찾고, 특이한 도 찍으며 「슬라임 코스」 내부를 계속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무언가 발견하고 발걸음과 숨을 멈췄다.
‘불사조 슬라임?’
히어로 쇼에 난입하며 불꽃의 날개를 피워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슬라임 레인저 핑크.
그 쇼는 전설이 됐지만, 핑크는 그 뒤로 히어로 쇼에 출연하지 않았다.
다른 슬라임 레인저들은 종종 목격되는데 핑크는 목격담조차 없다.
전설 수준이 아니다.
희귀한 수준으로 따지면 신화에 버금간다.
“저기 오빠랑···.”
턱.
무언가 수집 방송인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것만으로 마치 바위 사이에 끼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고개만을 돌려서 확인하니 마스코트 슬라임들의 날개 부분이 어깨에 올려져 있었다.
고개를 반대로 돌리니 가발을 쓴 펭귄 머리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형씨. 우리 핑크 공주님에게 무슨 용건일까.”
귀여운 외견에서 상상할 수 없도록 묵직하고 무서운 목소리였다.
“사, 사진을···.”
“사진? 좋지. 카메라 꺼내. 내가 함께 찍어줄게.”
스마트폰을 꺼내 위쪽으로 드는 방송인의 손이 덜덜 떨렸다.
“왜 그리 손을 떨나.”
가발 펭귄은 함께 그 카메라를 들어줬다.
“웃어야지?”
방송인은 경련하는 표정으로 가까스로 촬영 버튼을 눌렀다.
“잘 나왔네.”
가발 펭귄은 스마트폰의 사진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방송인에게 돌려줬다.
“다행이네. 의사를 묻지 않고 카메라부터 들이댔으면 조금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눴어야 했는데.”
가발 펭귄은 방송인의 어깨를 툭툭 도닥여준 뒤 불사조 슬라임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안은 뒤 함께 사라졌다.
수집 방송인은 화면에 남은 사진을 봤다.
무척이나 얻기 힘들다는 가발 펭귄의 사진이 찍혔다.
결과적으로는 목적을 이뤘다.
제대로 가발 펭귄과 사진을 찍었다.
그 대가로 수명이 10년은 줄어든 것 같았다.
‘은퇴한 헌터들을 마스코트로 고용해 슬라임 탈을 씌웠다는 소문이 있는데. 설마 진짜인가?’
일반인이 뿜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박력이었다.
‘앞으로는 마스코트라도 꼭 의사를 묻고 사진을 찍어야겠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는 더 확실히 의사를 물어야겠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
그렇게 다짐한 수집 방송인은 장난삼아 바위 슬라임에게 물어봤고.
바위 슬라임은 포즈를 취해줬다.
“···.”
오늘도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주는 슬라임랜드였다.
***
[증식 스킬이 증식+ 스킬로 성장합니다.] [분열 스킬이 분열+ 스킬로 성장합니다.]와···. [정화] 스킬이 진짜 귀하기는 한가 보네.
받기로 한 A 클래스 아티팩트의 절반 이상 먹어 치웠는데 엉뚱한 것만 성장하고 아직도 [정화] 스킬은 성장하지 않았다.
정화 관련 아티팩트로 받았는데도 이렇다.
세상 사람들은 진짜 다채로운 방법으로 저주를 정화하고 있었네.
저주를 변질시켜서 무력화하는 방식의 아티팩트도 있었고.
정화의 힘이 담긴 생물의 세포를 증식시켜서 저주를 정화하는 아티팩트도 있었고.
커다란 저주를 자잘한 저주로 분열시키고 약화해서 저주를 정화하는 아티팩트도 있었다.
그 덕에 [변질+], [증식+], [분열+] 스킬을 얻었다.
덕분에 늘어난 주문량을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생산할 수 있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확률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물욕 센서야?
어쩌면 저주가 [정화] 스킬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걸지도.
“어휴···.”
이러다가 레벨 50을 먼저 찍고 새로운 스킬부터 얻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