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30
130. F 등급 연금술사
F 등급 연금술사는 뜨거움을 참으며 주걱으로 솥을 저었다.
연금술사의 눈에는 피로만이 가득했다.
눈그늘은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요즘 덕에 십 년씩은 회춘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F 등급 연금술사는 하나 살 여유조차 없었다.
연금술사로 막 각성했을 때는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각성자인 연금슬라임과 똑같이 연금술사가 됐으니까.
을 팔아 하루 매출이 수백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는 못돼도 그 100,000분의 1. 하루에 수십만 원씩은 벌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E 등급? 그런 것쯤은 껌이지.”
한 달에 200만 원어치만 물건을 팔면 됐다.
누구는 하루에 그것의 만 배를 넘게 버는데. 1분에 그 수십 배를 버는데.
매우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나만의 제품을 만들겠다?
어림도 없었다.
스킬이 이끄는 대로 만든 물건은 전부 쓰레기.
안전성 검사 단계에서 죄다 컷 당했다.
하는 수 없이 연금센터와 상의해서 제조법을 받았다.
매우 기초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안전성 검사를 돌파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겨우 통과하여 연금상점에 올라가더라도 팔리지를 않았다.
돈을 벌기는커녕 재료비만 펑펑 날아갔다.
이렇다 할 성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첫 달이 지나갔다.
수수료가 없었을 때도 막막했는데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가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막막해하는데 연금센터에서 제안해 왔다.
다른 연금술사의 제자로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자존심과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F 등급 연금술사는 그 제안을 받았다.
노예 생활의 시작이었다.
제자는 무슨.
공방의 책임자라는 연금술사는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주방 뺨치도록 위계질서가 잡힌 공방에서 잡일만 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연금술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 기회는 있지도 않았다.
재료 손질.
도구 손질.
창고 정리.
하는 일은 많은데 배우는 것은 없고 돈은 쥐꼬리만큼 받았다.
연금술사로 각성했는데 일반인 아르바이트생보다도 못한 생활이 이어졌다.
더는 이러고 못 살겠다고 때려치우고 싶을 때면.
“야, 너희가 연금슬라임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 꿈 깨. 그거 다 스킬빨이야. 타고난 스킬이 없으면 어림도 없으니까 포기해.”
한 달 매출 200만 원조차 못 올렸던 기억이 떠올라 홀로 설 용기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다른 공방으로 옮기자니.
“야, 이 업게 좁다. 이 공방에서 나간 뒤에 다른 공방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냐? 나가고 싶으면 나가. 대신 한국에서도 나가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어차피 연금술사 공방은 다 똑같아.”
협박이 발을 묶었다.
저딴 소리 하는 꼰대는 경력이 15년이 넘었다는데 아직도 D 등급 연금술사였다.
타고난 스킬이 없는 평범한 연금술사는 저런 꼴이 되는 길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참다 보면 언젠가는 E 등급으로 올라가고 D 등급으로 올라가면 연금약을 만들 수 있게 될 테니까.
언젠가 C 등급으로 올라가면 개인 공방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요즘 화염 계통 재료 상태 좋던데 누가 손질했어?”
“제가 했습니다!”
“아, 그래? 너 이름이 뭐였지?”
“하현준입니다!”
“아, 그래. 그 이름 기억해둘게. 앞으로도 잘하도록.”
이 공방의 책임자인 C 등급 연금술사가 잠깐 지나갔다.
그러면서 요즘 재료 손질을 하는 사람을 물었고.
뒤늦게 들어온 연금술사들의 꿈을 꺾는 것 말고는 제대로 하는 일도 없는 D 등급 연금술사가 모든 공로를 독차지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서 참견할 틈도 없었다.
“화염 쪽은 제가 했잖아요!”
“야. 죽을래? 앞으로도 편하게 일하고 싶으면 어디서 그런 헛소리하지 마라. ”
항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협박뿐.
F 등급 연금술사는 어이가 없었다.
세계 시장에 나가면 명함도 못 내밀 C 등급 연금술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젠체하는 것도.
D 등급 연금술사가 실력을 키우기보다 성과 빼앗기나 하는 것도.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몇인데 그런···.”
“이 녀석 편들어줄 인간 있냐?”
그리고 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모습에 죄다 눈을 돌리는 E 등급 이하 연금술사들의 태도도.
전부 어이가 없었다.
해외에서 보면 죄다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할 텐데.
‘아 제기랄. 더는 이렇게 못 살아.’
F 등급 연금술사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내던졌다.
“때려치워.”
“뭐?”
“때려치우겠다고.”
“야! 이딴 식으로 나간 뒤에 다른 공방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아, 그래 네 인맥 참 잘났다. 앞길 막을 테면 막아봐. 지금 당장 연금슬라임 님을 찾아갈 테니까.”
“뭐, 뭐? 연금슬라임? 연금슬라임이 네까짓 것을 받아줄 것 같아?”
”안 되면 해외로 뜨거나 연금술사를 때려치울 거다. 이딴 곳에서 더 일을 할까 보다.“
F 등급 연금술사는 바로 슬라임랜드를 찾아갔다.
입구에 들어가기 무섭게 냅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했다.
“제게 연금술을 알려주십시오!”
연금슬라임이 나타날 때까지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까짓것 며칠이고 버텨주마.’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거의 바로 땅이 꺼지고 연금술사는 이송당했다.
도착한 장소에는 고양이랑 놀고 있는 펭귄 슬라임이 있었다.
진짜배기 연금슬라임을 본 순간 연금술사의 머리는 표백되기라도 한 듯 새하얗게 변했다.
그 반응에 연금슬라임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연금슬라임이 손뼉을 딱 치는 순간 공기가 가벼워졌다.
압박감에서 벗어난 연금술사는 겨우 숨을 쉬었다.
“감각이 꽤 좋네요?”
“네, 네?”
“감각이 좋다고요.”
“가, 감사합니다.”
“연금술을 가르쳐달라고 했죠?”
“네, 네! 그렇습니다.”
“고용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죠?”
“정말 괜찮습니까?”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의 조건은 매우 좋기로 유명하다.
들어갈 수만 있다면 가족을 팔아서라도 들어가라고.
테스트는 워낙 유명하여서 그걸 가르치는 학원까지 있다.
“고용하는 건 괜찮아요. 미안하지만 직접 가르치는 건 안 되겠네요.”
“역시 그런가요···.”
S 등급 연금술사의 제자로 들어가겠다는 건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욕심이기는 했다.
“당신의 수준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에요. 제 방법은 일반적인 연금술사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거든요. ”
연금술사가 실망했다.
역시 고유 스킬이 없으면 안 되는가.
“읽어보고 사인하세요.”
연금술사는 두꺼운 계약서를 받았다.
어떤 내용이 섞여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노예 생활보다는 나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봉급은 궁금하니까 찾아서 봤다.
‘숙소, 월급, 무제한 이용, 슬라임랜드 내부에 내가 만든 제품을 진열할 수 있는 데다가 수수료를 이것만 떼어간다고?“
즉시 사인했다.
“김수현 연금술사 축하해요. 지금부터 알케미슬라임 컴퍼니 연금부서의 직원이네요.”
“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숨을 바칠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거 좋은 이야기를 들었네요.”
“네?”
“이제 도망 못 치니까요.”
도망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저 말로 갑자기 불안해졌다.
“세계 최고의 연금술사 애쉬 프라멜은 이런 말을 했어요. ‘진정한 연금술사란 연금술 스킬을 가진 자들을 뜻하지 않는다. 미지를 탐구하여 발견한 것을 현실 세계로 가지고 와 구현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자야말로 연금술사다.’ 그러니까 일단 부딪혀 깨져보죠.”
“네? 네?”
김수현의 몸이 가라앉았다.
도착한 곳은 연금술을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와 각종 소재가 잔뜩 준비된 방이었다.
연금술사라면 언젠가 갖추고 말겠다고 꿈을 꾸는 그런 공방이었다.
“실패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는 법이죠. 자,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갑자기 던져진 과제에 김수현은 당황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실패하면 돼요.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있고 스킬 레벨도 오를 테니까요.”
“그건 맞지만···.”
연금술사는 마치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로 운전 연습을 하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혁신을 가져온 유명한 예술가들도 기초를 확실하게 다지죠. 기초를 쌓지 않고도 성공하는 건 극히 예외적인 천재들뿐이니까요.”
김수현은 순간 ‘내가 그런 천재인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몰랐지만, 연금슬라임의 눈은 자기 잠재력을 알아챈 것인가 싶었다.
“아, 당신이 그런 천재라는 건 아니에요.”
피어오르려는 꿈을 연금슬라임은 단숨에 꺾었다.
“기초는 중요하죠. 하지만 기초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흥미와 즐거움. 역사에 남는 예술가들도 시작은 자유분방하게 했을 거예요. 그 흥미와 즐거움의 불길이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고 계속 불타올랐으니까 역사에 남는 작품을 만들 때까지 계속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미···.”
“육체와 정신을 성인일지도 몰라도 연금술사로서는 아직 발걸음도 못 뗀 아이잖아요. 자유롭게 능력을 풀어놓아 보세요. 아무것도 없는 지금이기에 얻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기초는 그 뒤에 배워도 좋아요.”
그 말만을 남기고 연금슬라임은 떠났다.
그저 연금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 준 뒤 떠났다.
김수현은 막막함을 느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발톱을 들어 올리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거 내가 평생 번 돈을 다 합쳐도 못 사는 거 아니야? 아니, 확실히 넘기는 하겠다.’
연금술사로 활동하면서 번 돈은 그야말로 푼돈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내가 연금술사로서 활동하면서 평생 벌 돈 보다 비싼 거 아니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무서웠다.
발톱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이건 어떻게 다루는 거야?’
생전 처음 보는 도구들을 앞두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갑자기 슬라임 한 마리가 위에서 떨어졌다.
이어서 쪽지가 한 장 떨어졌다.
“어···. 안녕?”
은 팻말을 들어 올렸다.
[안녕하세요.]“정말 여기에 있는 재료 써도 돼?”
[써도 되는 게 아니라 써야 합니다. 내부에 있는 재료를 다 사용할 때까지 나갈 수 없습니다.]“진짜?”
[네. 그러니까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겁니다.]“그렇게 말해도···.”
[여기에 있는 재료 가격을 다 합쳐도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니까 부담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그, 그렇구나.”
[어차피 비싼 것을 줘도 못 다룰 테니까요.]“그건 그렇지만···.”
분명히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래도 마음은 많이 편해졌다.
김수현은 이것저것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건 좋은데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는 재료가 단 하나도 없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맡고, 느끼세요. 그거 하나하나가 전부 재산이 될 테니까요.]“아니,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독성이 있는 재료도 많다.
만지는 것만으로 화상을 입는 소재도 있고.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치료할 방법이 있습니다. 저 재료를 다 쓸 때까지는 죽음으로도 도망칠 수 없습니다.]“무서워! 무섭다고!”
[농담 아닙니다.]“농담···. 아니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는 공방에 갇힌 김수현은 하는 수 없이 소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고, 씹어보고, 두드려보고.
여러 가지 수단으로 소재들을 확인했다.
그러자 조금씩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이건 성질이 뜨거워. 이것도 뜨겁고.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데 둘을 합치면 몸을 뜨겁게 하는 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두 개를 솥에 넣으려고 하다가 김수현은 멈췄다.
‘약을 만드는 게 맞을까?’
지금까지 계속 연금약만 만들었다.
연금센터에서 준 제조법이 연금약이었으니까.
도구도 솥 정도만 있어도 만들 수 있으니까 문턱이 낮았다.
여기에는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는 도구가 잔뜩 있다.
약이 아니라 연금 도구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금약만 만들어왔는데 갑자기 연금 도구 제작을 시도하는 게 맞을까.
‘어차피 제대로 된 연금약을 만든 적도 없는데 뭐.’
연금약이나 연금 도구나 제대로 만든 적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김수현은 인두처럼 생긴 도구에 다가갔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은 사용법을 알려줬다.
사용법을 알려줄 뿐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김수현은 느낌이 가는 대로 도구를 다뤘고.
‘어? 뭔가 그럴듯한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 연금 도구는 불안정하게 떨리더니.
펑! 폭발했다.
그 찰나에 이 끼어들어 상처는 없었다.
명백한 실패.
평소였다면 지금 날아간 재룟값부터 생각이 들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반응이 있었어. 불안정해서 폭발하기는 했어도 소재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작용을 끌어냈어.’
짜릿함과 흥분이 먼저 찾아왔다.
방금의 폭발이 선명하게 깃든 눈으로 수현은 다른 소재를 살폈다.
***
은 나와 아이들이 있는 동안에만 생산된다.
나와 아이들이 없어지면 인간은 이 없던 시절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활동하는 동안 퇴화하는 기술 분야도 있을 테니 그때만도 못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나 지금 20대라고?
슬라임이 된 이후로 따지면 얼마 전에 돌이 지났다.
한 살 아기다.
벌써 내가 죽은 이후를 생각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
나는 최소 80년은 더 살 작정이라고.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80년이면 강산이 8번 바뀌는 시간이다.
80년 전부터 작년 초까지 일어난 변화.
그동안 일어난 변화를 생각하면 80년은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시간이다.
앞으로 80년이 지나도록 나 같은 존재가 또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바꾼 것을 생각하면 내가 죽기도 전에 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80년 뒤를 대비하는 건 너무 막연하다.
80년이라는 시간도 내가 평범한 인간처럼 100살 전후에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
지금 내 육체에 과연 수명이 있는가 미심쩍다.
저주가 섞였다고는 해도 내 육체는 악신의 파편으로 인해 변이한 거니까.
물론 그것을 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니까 진짜 신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일반적인 생물을 초월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 존재가 100년 만에 사멸할 것 같지는 않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그 아이들에게 과연 수명이 있을까?
수명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죽을 걱정도 별로 없다.
온갖 스킬로 무장한 나를 죽이려면 기수가 그 금빛 불길로 나를 불살라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 어지간한 암살자로는 내 촉수 하나 자르지 못할 거다.
헌터든, 연금술사든, 아티팩트든, A 이하가 붙는다면 내게 해를 끼치기는 어렵다.
이건 은퇴 헌터들과 함께 검증했다.
S 등급 이상의 헌터가 S 클래스 이상의 아티팩트를 들고 나를 죽이러 오는 사태라.
세계 경제와 인류의 생활에서 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나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나를 죽이든 죽이려다가 실패하든 그 뒤에 발생할 후폭풍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집단은 시도할 생각도 안 들 거다.
계산기를 두들겨볼 이성이 있는 자라면 시도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이유로 죽을 걱정은 기수의 습격을 제외하면 없다.
적어도 수십 년 사이에 내가 죽을 일은 없다.
그러니까 연금술사를 고용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은 적다.
그래도 미래를 대비하는 게 아니라 연금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다.
연금술로 내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사가 절대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직접 슬라임랜드에 찾아와 제자로 받아달라고 소리친 의지를 존중해 도전할 기회는 줘야지.
김수현 연금술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폈다.
역시 감각이 좋다.
본능적으로 각각의 소재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파악한다.
보아하니 손재주도 꽤 좋고.
발상과 도전 정신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 두 가지는 아직 조금 굳은 것 같은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훨씬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겠지.
남에게는 발전하라고 잔소리하면서 나는 농땡이만 피운다면 좋은 본보기가 안 된다.
나도 멈춰 있을 수는 없지.
이제 곧 초복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니까 슬라임랜드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워터랜드를 만들 생각이다.
물론 재미를 가장 우선할 생각이지만, 이 워터랜드에는 살짝 스파이스를 더할 생각이다.
바다 밑바닥에 있는 인공 던전을 클리어하는 체험이라든가.
내가 해저 던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국제기구도, 헌터도, 길드도 아닌 내가 해저 던전에 손대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알아서 좀 처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