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 [제25장] 자업자득 3
“마교 태상호법 황명 그놈을 처단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자뿐만 아니라 악양으로 가는 뱃길을 막고 있던 마교 함선들을 모조리 침몰시켰습니다.”
백리사초의 말에 비룡검객과 묘약란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의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두 사람은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통성명도 했다. 무엇보다 백리사초는 이전에 장사성에서 두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강조해주었다.
이는 녹림칠십이채 산적들과 겨루기 전 비룡검객과 묘약란 두 사람이 비룡문 무사라는 것을 말했기 때문으로,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기 위해서였다.
비룡검객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무튼 이렇게 저희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무명객께서 문주님의 복수까지 해주셨다니 조금이나마 울분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보다 두 분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장사성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예정대로 악양으로 갈 겁니다. 장사에 있는 본문 총단에는 몇 명의 무사밖에 없고, 이번에 살아남은 본문 무사가 만약 있다면 그들 역시 악양에 가 있을 테니까요.”
“사전에 약속하셨군요.”
“네. 무엇보다 마교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악양에 가서 힘을 보태려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본문 재건의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옳으신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지요. 비룡문은 역사가 오래된 문파이니 분명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두 분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중이었습니까?”
“저희 역시 악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지금 속도로는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것 같은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저희야 좋지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고개를 조금 숙였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가 답례를 했다.
“자, 그럼 바로 출발하시지요. 두 분 경공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네. 한데 아까 저쪽에 백호채 놈들이 타고 다니는 말들이 묶여 있는 것을 봤습니다. 말을 타고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비룡검객의 말에 백리사초와 백화선자가 반색했다.
아무리 고수라 해도 종일 경공술을 펼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었다.
언제 흑반선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간의 내력 소모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얼마 후 비룡검객과 묘약란을 따라간 곳에는 정말로 말 십여 필이 나무에 매여 있었다.
백호채 산적 중에서도 지휘부 고수들이 타고 다니던 것 같았다.
백리사초 일행은 그중 가장 튼튼한 말 네 필을 골랐다.
나머지는 풀어주었다. 돌볼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두면 자칫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네.”
네 필의 말에 올라탄 네 사람이 일제히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
* * *
“아무래도 악양성 전체가 놈들에 의해 포위된 것 같습니다. 특히 육로는 이미 녹림칠십이채 놈들이 포위망을 형성해 진입이 어렵습니다. 물론 수로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말입니다.”
비룡검객이 성 외곽에 주둔하고 있는 천여 명의 녹림칠십이채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묘약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밤사이 쉬지 않고 말을 몰아 새벽이 되어가는 지금 겨우 악양성 외곽에 도착한 그들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녹림칠십이채 무사들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악양 무림에 지원하러 가는 무림인들을 막겠다는 것.
이제 곧 전면전이 벌어질 것인데 외부 무림인들의 가세를 확실히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른 진입로를 찾아볼까요?”
“아닙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행히 외곽이라 성채는 없으니 조용히 은잠술로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후 성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백화선자를 쳐다봤다.
백화선자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하려다가 아미를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백리사초가 뭔가를 느끼고 급히 천리지청술을 펼쳤다.
그러자 녹림칠십채 무사들의 막사 쪽에서 부녀자들의 비명이 들렸다.
최소한 백여 명 정도.
수백 장 넘게 떨어진 거리였지만 분명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백화선자가 말했다.
“놈들이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려 하는군요. 필시 인근 마을에 있는 부녀자들을 납치해 욕심을 채우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출해야겠어요.”
“저도 들었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두 분은 여기 기다리고 계십시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저도요.”
비룡검객와 묘약란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녹림칠십이채 병력은 천여 명 정도.
놈들을 처치하는 것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준비를 못 한 상태에서 자칫 이곳의 전투를 계기로 전면전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동정호를 장악하고 악양성에 상륙하는 것을 틈틈이 노리고 있는 마교와 장강수로채 함대들이 문제였다.
아무리 녹림칠십이채 병력을 소탕해도 그 사이 적의 함대가 상륙을 개시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병력의 차이가 컸다.
영웅회 병력은 일만 정도인데 비해 적들은 무려 십만여 명이었다.
이들 중 마교 병력이 사만 정도였는데, 백리사초 역시 그 정도 병력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전황의 유불리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결단이 늦어지면 자칫 부녀자 중 단 한 명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소탕하지요. 이미 전면전 직전이라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듯합니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소리가 들려오는 막사 쪽으로 몸을 날렸다.
백화선자가 그림자처럼 붙어 함께 갔다.
두 사람의 경공이 워낙 빨라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허겁지겁 따라갔다.
가는 도중 백리사초는 놈들을 향해 펼칠 무공을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백호채 산적들을 제거하면서 무형지기로 놈들의 심맥을 끊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무형검의 고수만이 펼칠 수 있는 상승무공 중 하나로, 그 원리는 검기상인(劍氣傷人)과 비슷했다.
그 차이점은 굳이 검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무형의 기운으로 상대를 살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날이 갈수록 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던 백리사초가 백화선자와 무학 담론을 벌인 후 또 한 번의 진보를 이룬 결과물이기도 했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무사들을 상대할 때 유용하며, 무공이 높은 고수들을 상대할 때는 무명검의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이 컸다.
특히 삼재일통 같은 검초의 경우 무명검없이 무형지기만으로는 아직 시전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무공의 궁극에 달하면 어떤 보검도 신외지물에 불과해지므로 무형의 기세만으로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부녀자들이 갇혀 있는 막사에 도착한 사람은 바로 백화선자였다.
대형 막사 바깥에는 녹림칠십이채 무사 스무 명 정도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 산채의 연합 병력으로 악양성의 동쪽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기야 여기서 동문까지는 수백 장밖에 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이번 전투의 총지휘를 맡은 마교 소종사가 아직 총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아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외부 무림인의 성 내부 진입은 철저히 막고 있었다.
그 때문에 희생된 무림인의 수가 백여 명이 넘었다.
경계 무사들이 백화선자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들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백화선자가 우수를 휘저어 살기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손짓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신선지기가 포함되어 있어 그들이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부우우욱.
막사가 길게 찢기며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예상대로 부녀자 백여 명이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다. 녹림칠십이채의 지휘부 고수로 보이는 십여 명이 각자의 처소로 데려가서 노리개로 삼을 부녀자를 직접 고르고 있었다.
놈들에게 붙잡혀 가면 어떤 신세가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부녀자들이 반항했다. 그 과정에 폭력이 행사되어 비명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얼마 후 백화선자에 이어 백리사초 역시 당도했다.
그가 조금 늦은 것은 녹림도들의 진영을 대강이라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녹림칠십이채는 이번에 파견한 삼만 병력을 모두 서른 개 부대로 편성해 악양성 전체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은 그중 하나로 성문과 가까워 그 무사들의 무공이 뛰어난 편이었다.
“웬 놈들이냐?”
막사 안에 있던 지휘부 고수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그 역시 부채주 신분으로, 소속 산채는 어제 백화선자에게 죽임을 당한 자와 마찬가지로 백호채였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산적들 중 상당수가 백호채 소속이었다.
백화선자가 대답 대신 부채를 꺼내 지휘부 고수들을 향해 부쳤다.
순간, 부채에서 빛살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와 지휘부 고수들의 목을 관통했다.
“으윽!”
“크윽!”
지휘부 고수 십여 명이 비명과 함께 쓰러져 즉사했다.
그들 모두 상당한 무공 실력을 지닌 고수들이었으나, 백화선자 앞에서는 맥도 추지 못했다.
“이분들은 제가 돌보고 있을 테니 백리 공자께선 나머지 놈들을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형을 돌려보니 아닌 게 아니라 녹립칠십이채 병력 천여 명이 일제히 달려오고 있었다.
조금 전 막사가 찢겨나가자 산적 한 명이 호각을 불었기 때문이었다.
공격을 당한 곳이 지휘 막사였기 때문에 총소집령이 발동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백리사초가 지휘 막사를 등진 채 지풍을 날려 놈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보통 지풍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지풍으로 분화할 수 있는 십지풍이었다. 사혈을 찍혀 사망하는 산적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놈들이었다.
그 사이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당도해 달아나는 산적들 위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몸속에는 치료 도중 백리사초가 넣어준 매화공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무공이 이전보다 배나 높아진 것 같았다.
두 사람 역시 자신들의 공력이 급상승한 것을 그제야 느끼고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비룡문 재건을 위한 청신호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처음부터 도주했던 일부 산적들을 제외하고 산적들 대부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 수가 천여 명에 달했다.
그렇게 전투가 마무리되었을 때.
악양 성문 쪽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무사들이 달려 나왔다.
바로 영웅회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지휘부 명으로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백리사초 일행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자 급히 성문을 열고 달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일은 없었다.
이미 적이 전멸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잇따른 패전으로 사기가 떨어졌던 영웅회 무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