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사몽평에는 많은 제자들이 마보 자세를 취한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으윽.”
“팔이 떨어질 것 같아…….”
아직 반 시진도 안 됐건만 한계에 봉착했는지, 제자들은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며 얕은 신음을 터트렸다.
매일 한 시진씩 반복한 마보였다.
덕분에 최근에는 땀을 약간 흘리는 것만으로 수월하게 끝을 맺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이 철환만 아니면!’
‘이건 고문이야! 고문!’
분노와 한탄을 속으로 내뱉은 그들은 앞으로 쭉 뻗은 팔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소매 사이로 보이는 손목에는 철환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하나당 삼십 근에 달하는 무게.
하나만 해도 충분히 무거운데, 양 손목과 발목에 착용하고 있지 않은가.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
한편 사몽평의 상석에 의자까지 갖다 놓고 앉은 천휘는, 괴로워하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중이었다.
“겨우 저것도 못 해서는,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쭉 앞으로 뻗은 두 팔이 아까부터 조금씩 내려가려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 검도 안 들었는데.
천휘는 그들의 옆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철검을 응시하며 혀를 찼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첫날과 비교하면 선녀지. 선녀야.”
천휘가 철환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마보만으로 뻗어 버렸던 첫날을 회상하던 그때였다.
저벅― 저벅―
점점 가까워지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트렸다.
천휘가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렸다.
그곳에서는 무련각주 현양이 오십 근이나 되는 무거운 철검을 왼손으로 가볍게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오, 수월하게 드는걸. 수련을 꽤나 열심히 했나 본데.’
현양을 훑어보던 천휘의 시선이 이내 그의 왼 손목으로 향했다.
“어라, 두 개나 착용했네요? 철검까지 들려면 꽤나 무거울 텐데.”
“그렇다고 오른손에 착용할 수는 없지 않으냐.”
현양이 힘없이 늘어져 있는 오른손을 향해 힐끗 눈짓하고는 대꾸했다.
“뭐, 그것도 그러네요.”
“그리고 이러면 더 빠르게 좌수를 단련할 수 있을 것 같더구나.”
이어진 현양의 말에 천휘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장 열심이라니까.
‘쯧, 저놈들도 이런 마음가짐을 보고 배웠으면 얼마나 좋아.’
마보를 하는 제자들을 슬쩍 바라보던 천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뒤 현양을 보며, 물었다.
“어때요? 좌수검은 익숙해졌어요?”
물음에 현양은 왼손에 든 오십 근의 철검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야 검이 내 말을 듣더구나.”
오호라.
천휘가 눈을 빛냈다.
좌수검을 수련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을 듣는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죽을 듯이 노력했겠지.’
천휘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거 잘됐네요.”
현양이 그런 천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한데 무슨 일로 부른 것이냐?”
단도직입적인 현양의 질문에 천휘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대련을 할까, 하고요.”
“대련……?”
“좌수검에도 익숙해졌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무공 수련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련으로 말이냐?”
“그렇죠. 말로 하는 것보다 대련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
대답하는 현양의 눈이 반짝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말이었다.
그런 현양의 반응을 확인한 천휘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 두었던 철검을 가볍게 들었다.
“그럼 연무장으로 가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휘의 신형이 촛불이 꺼지듯 사라졌다.
“허어…… 볼 수조차 없다니.”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건만 눈에서 사라진 후에야 움직임을 깨달았다. 그 놀라운 보법에 현양이 감탄을 토할 때.
“……!”
“사숙님?!”
제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마보를 하던 제자들이 가까이에 불쑥 나타난 천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흠칫했다.
“뭘 움직이려고 해요. 아직 한 시진도 안 지났는데.”
천휘가 움찔한 그들에게 핀잔을 주었다.
“설마 벌써 힘든 건 아니죠?”
“헙!”
“그, 그럴 리가요.”
척 봐도 힘든 얼굴로 부정하는 제자들을 보며 천휘가 씩 웃었다.
“그렇죠? 설마 했어요. 겨우 요만한 무게가 추가됐다고 마보가 힘들 리는 없을 텐데.”
순간 제자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마보는 계속 유지하세요.”
말을 잇는 천휘의 입술이 천천히 비틀렸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이어진 말에 제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천휘는 설명해 주는 대신 상석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탁.
현양이 눈을 빛내며, 발을 굴렀다.
휘리릭―
도복을 크게 흩날리며 날아온 현양이 천휘 앞에 사뿐하게 착지했다.
천휘는 긴장한 듯 표정이 굳은 현양을 바라보며, 철검을 들었다.
“자, 그럼 오세요.”
보통 사질이 사숙에게 선수를 양보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천휘의 그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질이 다름 아닌 천휘이기에.
“그러마.”
현양이 담담하게 철검을 들었다.
꽈악―
좌수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 개의 철환과 철검.
그만한 무게를 들려니, 그의 팔에서 근육이 비명을 내질러 댔다.
하나, 이어서 현양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스윽―
비명을 지르던 근육이 진정했다.
‘내 모든 것을 쏟아 보자꾸나.’
왼팔의 힘을 느끼며 현양이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숨을 천천히 뱉었다.
그의 눈빛이 침착해졌다.
동시에 그의 의지를 따라서 매화기공이 들썩이며, 강기를 형성했다.
현양이 거무튀튀한 철검에 핀 붉은 강기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곧 그의 손이 살짝 내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앗!
그의 몸이 번개처럼 쏘아졌다.
묵운토뢰(墨雲吐雷)를 펼쳐서 단숨에 공간을 격한 현양의 움직임에 따라 철검이 움직이며, 물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첨에서 흘러나온 매화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많이 능숙해졌는걸?’
그를 본 천휘가 속으로 흡족해하며 철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통짜로 된 철검 둘이 부딪치자 거친 폭음이 터지며, 바람이 몰아쳤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
카앙! 캉!
계속해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각주님?!”
“……!”
제자들이 놀란 눈으로 둘의 격돌을 바라봤다.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현양이 좌수검을 새로이 익히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하나 그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거늘.
지금 선보인 좌수검은 최소 몇 년은 수련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한편 제자들의 감탄과 달리 현양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흡!’
신음을 속으로 삼켰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받는 충격에 철검을 파지한 손이 찢겨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 없었다.
‘아직이다.’
현양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우두둑!
어깨 근육이 크게 뒤틀리고.
쿵!
거칠게 진각을 밟았다.
“헙!”
“헉!”
그의 발바닥을 중심으로 퍼진 후폭풍이 천휘와 제자들을 휩쓸었다.
“윽!”
마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제자들이 그 바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는 순간.
“기수식과 자세는 완벽한데…….”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휘는 몰아치는 먼지와 바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며 말했다.
“아직 부족하네요.”
천휘가 철검을 왼손으로 옮기고는, 그 즉시 검을 휘둘렀다.
퍼억!
현양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좌수검을 가볍게 흘린 천휘의 검면이 그의 옆구리를 후려 팬 것이었다.
강렬한 격통에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천휘를 바라볼 때.
“무공은 무작정 설명과 자세를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좌수검에서 중요한 것은 내공 운용인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조언과 함께 철검이 계속 움직였다.
퍽! 퍽! 퍽!
“읍! 읍!”
계속되는 격통을 참는 현양의 얼굴이 매화처럼 아주 새빨개졌다.
그러나 천휘는 멈추지 않았다.
직접 몸으로 겪는 게 빠르니까.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이요, 백견이 불여일각(百見而 不如一覺)이며,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이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여러 번 듣고 보더라도, 직접 행한 것과는 견줄 수가 없었다.
“왼쪽으로 피해야죠. 검을 사선으로 긋기 전에 보법을 펼치고. 좌수검은 예전에 했었던 모든 행동을 반대로 한다 생각하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말과 함께 천휘의 철검은 계속해서 움직여 댔다.
“크, 큭!”
사정없는 난타에 결국 현양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얼굴이 점점 파리해져 갔다.
‘아무리 그래도 각주님을…….’
‘미쳤구나! 미쳤어!’
‘이젠 위아래도 없구나!’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휘가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무련각주님에게까지 무력을 행사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렇게 해야지.
한편 현양을 계속해서 몰아붙이던 천휘는 눈을 반짝였다.
보통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한다면 검술을 펼치기는커녕 몸을 움츠리거나,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현양은 달랐다.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몰아치는 공격에 반격하거나, 공세를 흘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화보와 난화풍류검을 펼쳐 갔다.
거기에 자신의 조언을 담아서.
‘습득력도 좋고, 이렇게만 계속 성장한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예전 무위를 되찾을 수도 있겠어.’
천휘가 씩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카앙!
중첩된 충격에 현양이 검을 놓쳤다.
“큭!”
뒤로 날아간 철검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천휘가 검이 떨어진 곳으로 느릿하게 걸어가는 현양에게 다가갔다.
“그만할까요?”
현양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왼손을 움직여서 떨어진 철검을 주웠다.
“아니, 아직 부족하다.”
천휘의 입에 미소가 감돌았다.
“좋아요.”
곧 현양이 자세를 잡자 천휘가 다시 검을 휘두르며 사몽평에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퍼억! 퍼억!
아까와 같은 일방적인 대련이 계속 펼쳐졌다.
하지만 현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움직임이 무뎌지고 있었지만, 천휘의 조언을 받아들인 검에는 매서움이 더해 갔다.
“…….”
마보 중이던 제자들은 어느새인가 자신들이 하던 것도 잊고 눈앞의 대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에는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저 일격, 일격이 얼마나 아픈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적으로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오른손을 잃은 채,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들 앞에서 사질에게 얻어터지며 가르침을 받는 것이지 않나.
아마 자신들이었다면 저 상황이 치욕스럽고 창피해서 도망쳤으리라.
그러나 현양은 그러지 않았다.
“큭! 아, 아직이야.”
천휘에게 계속 당하면서도 벌떡 일어나서 맞서는 현양을 보는 그들은 가슴이 뜨겁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내 그들은 마보도 풀고 외쳤다.
“각주님!”
“조금만 힘내십시오!”
힘찬 응원을 터트렸다.
현양에 감정 이입이 된 것도 있지만, 간절한 하나의 소망도 담아서였다.
‘제발 한 대만 때려 주십시오!’
물론 그들은 천휘를 존경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그들이 받아 온 수련은 치가 떨릴 정도로 극악했다.
암향단, 대련을 빙자한 매타작.
거기에 이제는 철환과 철검까지.
‘각주님! 부탁합니다!’
‘딱, 따악 한 대만!’
제자들이 그동안 당했던 것의 분풀이를 바라며, 간절함을 담은 눈빛으로 응원할 무렵.
저것들 뭐야?
천휘는 주변의 외침에 그들을 봤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맞는 것을 바라는 것 같은데.’
천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뭐, 나중에 보자고.’
천휘가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철검을 휘둘렀다. 묵직한 철검이 현양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퍼억!
현양의 눈에 핏발이 섰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현양은 입술을 깨물며, 철검을 힘껏 휘둘렀고.
툭.
철검 끝이 천휘의 어깨에 닿았다.
아주 미약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의 검이 처음으로 천휘에게 닿은 순간이었다.
“와아아아!”
제자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현양이 빙긋 웃으며, 입을 뗐다.
“다, 닿았…….”
모든 기력을 소진한 현양이 그대로 쓰러지려는 찰나, 천휘가 손을 뻗어서 그를 부축했다.
“괜찮았어요.”
기절한 현양을 조심히 자리에 눕힌 천휘가 고개를 들어 환호하는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거기 기뻐하는 건 좋은데…….”
순간 제자들이 숨을 삼켰다.
“마보 풀었네요?”
“그, 그게…….”
“조금 흥분해서…….”
제자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채고는, 땀을 삐질 흘렸다.
하나 천휘는 벌을 내리는 대신 피식 웃었다.
“뭐, 이번에는 넘어가 주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넘어간다고? 저 사숙님이?’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던가?’
그때 천휘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대신 한 명씩 저랑 대련하죠.”
제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럼 그렇지!’
제자들이 좌절할 무렵.
“응? 왜요? 싫어요?”
천휘의 말에 모두가 한껏 움찔했다가, 다급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그럴 리가 있습니까?”
“맞습니다! 사숙님과 대련을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죠. 무련각주님께서도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대련에 임하셨는데, 제자들이 대련하는 것을 싫어하면 어찌 생각하시겠어요.”
천휘가 눈을 착 가라앉혔다.
일부러 다 보이는 자리에서 현양과 대련을 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무련각주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대련에 나섰는데, 거절할 수 있겠어?’
예상대로 제자들의 눈이 커졌다.
이내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한 제자들을 본 천휘가 철몽둥이…… 아니. 철검을 까딱였다.
“그럼 준비된 것 같으니…….”
천휘가 철검을 들어 올렸다.
“가죠.”
그가 말과 함께 철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몽평엔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커헉! 사, 사숙님! 그만!”
“으아아악!”
“꺄아악!”
어김없이 비명을 지르는 그들을 본 천휘가 씩 웃으며 말했다.
“뭐 해요? 빨리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언제 저를 때릴 수 있겠어요?”
“때, 때리다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자들이 식겁하며 부정했지만.
“에이, 시치미는. 내가 맞는 걸 원했으면서.”
“그, 그건…….”
“그러면 잘 피해 봐요.”
비틀린 웃음을 지은 천휘는 손에 든 철검을 재빠르게 휘둘렀다.
퍽! 퍽!
“으아악!”
“사, 사숙님! 저는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꺄악!”
이 각 뒤, 한 명도 남김없이 바닥에 누운 제자들을 훑어보던 천휘는 혀를 차며 철검을 어깨에 걸쳤다.
‘이 정도의 실력으론 부족해.’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강호는 이제 혼돈이 될 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화산파의 모두를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쯧, 신교였다면 이런 걱정은 안 했을 텐데.’
천마신교라면 교도도 많았고, 고수들도 많았기에 그가 이렇게까지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화산파는 달랐다.
제자들도 적고, 고수들도 적으니.
‘내 몸이 여러 개인 것도 아니고.’
결국 각자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최대한 희생이 적으려면 말야.’
천휘가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다시 일어나죠?”
그렇게 화산에서는 가혹한 수련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그 시각.
호남에 위치한 녹림의 총채, 형산채에서 일련의 무리가 빠져나와 은밀하게 북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