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Chapter 92 – 구두도 잘 닦는 김 대리!
“김 대리님은 괜찮으세요?”
“어?”
“저희 점심 뭐 먹을지 정하고 있거든요. 사다리 타기 하는데 같이 하시죠? 완전 쫄깃해요!”
사원들은 나희의 자리에 모여 즐겁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벌써 점심 메뉴 정하는 거야?”
“그럼요! 이걸 정해 놔야 오전 업무 하는 내내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다고요. 헤헷.”
“그렇지. 하하핫. 근데 난 오늘 작가 미팅 있어서 부장님이랑 같이 나가야 돼.”
“아, 그래요? 아쉽네요. 그러면 저희끼리 먼저 하겠습니다.”
“그래.”
이러한 즐거움과 자유도 과장급 이상의 상사가 출근하기 전까지다. 1명씩 당첨과 꽝의 기로를 오가며 환호했다.
정훈이 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하는 사이, 7명의 직원 중 사다리에 당첨된 사람은 바로 송금철 사원.
오늘 점심 메뉴는 그가 뽑아 놓은 만둣국으로 결정되었다.
‘그래 봤자, 조 팀장님이 싫다고 하면 끝이지만.’
시계의 분침이 50분으로 향하자, 다들 자리로 돌아갔다. 슬슬 박 과장이 올 시간이다.
정훈도 웹서핑을 마치고 네이버스 N스토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오늘은 김칠봉 작가의 오늘 또 쿠폰 이벤트가 론칭되는 날이다.
출판사 아이디로 들어가, 다시 한번 중복된 파일이 있는지 확인했다. 예를 들어 업로드하는 편집자의 실수로 33화와 34화가 같은 파일이 올라간다면, 독자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물론, 글의 흐름도 깨지기에 매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가고는 한다.
몇몇 편집자들은 후배들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이 일을 맡겨서 간혹 실수가 일어나고는 하지만, 정훈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계약한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담당해서 끌고 간다는 생각이었기에 본인이 쓴 작품처럼 꼼꼼하게 확인했다.
덕분에 다행히도 아직까지 그런 업로드 실수를 한 적은 없었다.
업로드 실수가 있는지 확인하는 김에 오탈자 검수까지 하는데, 이걸 하다 보면 늘 눈이 아팠다. 그래서 정훈은 업로드 파일 검사와 다른 원고의 교정을 번갈아 가면서 하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능률이 워낙 뛰어난 정훈이었기에 다행히 오전 근무시간이 끝나기 전에 150화가 넘는 파일의 검수를 마쳤다.
11시 30분쯤이 되자, 장 부장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장 부장 : 나갈 준비 됐나?] [정훈 : 예. 마무리했습니다.]그는 칼답을 보내며 바로 외투를 챙겼다. 이제 딱 5초만 세면 장 부장이 나올 것이다.
‘5, 4, 3, 2, 1….’
벌컥.
문이 열리며 장 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훈은 미리 챙겨 둔 계약서를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대리, 가지.”
“예.”
조 팀장은 장 부장을 확인하고, 묻지 않고 눈인사만 하며 정훈을 배웅했다.
회사 차로 직접 가기에 정훈은 곧바로 운전석에 올라탔다. 정훈이 외근 갈 때 애용하는 하이브리드 차 아잉오닉이었다.
장 부장은 안전벨트를 매며 정훈에게 확인했다.
“서류 꼼꼼하게 확인했지?”
“물론입니다. 말씀하셨던 특전 사항도 큼지막하게 적어 뒀고요.”
그 특전 사항으로 무엇을 제안할지도 생각해서 이전에 장 부장에게 미리 보고해 뒀다. 장 부장은 정훈이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가자고.”
“예.”
정훈은 부드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다른 작가도 아니고 무려 산기영 작가다. 3일 전에 시작한 차기작은 첫날 3연참 이후 겨우 5화만 올라왔을 뿐인데 벌써부터 선호작 수가 3천을 넘어간다.
초보 작가들은 초반에만 잘나가다가 고꾸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 여파로 연재 중단도 많이 하지만, 믿고 보는 산기영 작가는 고꾸라질 일도, 연재 중단을 하는 일도 없다.
정훈이 보기에는 25화인 1권이 끝나기 전에 선호작 수 2만은 충분히 넘어갈 수준이다. 작품 제목도 무려 『시골 농부의 전설』이라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전혀 없었던 소재를 끌어냈다.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모아 놓은 덕분에 『재벌집 막내 손자』에서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번에도 왠지 농촌과 관련된, 많은 아류작을 만들어 낼 것 같았다.
제발 이번에도 차기작 계약에 성공하길 빌며 정훈은 산기영 작가의 사무실 근처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함께 머무는 작가들도 트로이 작가, 크림맥주 작가, 장난감자동차 작가 등 잘나가는 작가가 많아서 눈도장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작업에 민폐가 될까 봐 약속 장소에 먼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와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안에서 급하게 아이가 와다다 달려 나오는 게 보였다.
왠지 이쪽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그대로 달려 나오면 그대로 장 부장과 부딪칠 것 같았다.
그래서 정훈이 막으려고 했지만, 뒤도 안 보고 달려오는 아이는 부딪치기 직전, 문턱에 걸리면서 그대로 엎어졌다.
퍽!
“으아아아아앙!”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가 급히 달려 나와 아이를 붙잡아 일으켰지만, 아이는 이미 손바닥이 까져서 상처까지 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보다 심각한 건, 아이가 들고 오던 핫초코가 그대로 장 부장의 왼쪽 구두에 엎어졌다는 것.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 부장에게 먼저 정중히 사과했다.
“아… 괜찮습니다. 별로 뜨겁지도 않고요.”
“그래도 구두가 완전히 젖어 버린 것 같은데… 세탁비라도 드릴게요.”
그러나 장 부장은 아무렇지 않게 손수건으로 바지 자락에 묻은 핫초코를 닦아 내며 온화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아이가 실수한 건데요. 그나저나 아이 손바닥부터 치료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제야 아이의 상처를 발견한 아이 엄마는 안타깝게 말을 삼켰다.
“죄송합니다.”
“정말 괜찮으니까 어서 병원부터 가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아이 엄마는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아이를 안고 병원을 향해 갔다.
“어이구. 쯧, 이걸 어쩐담?”
바지 자락에는 끝부분만 살짝 묻은 데다가 원래 옷도 검정색이라서 잘 티가 나지 않는 반면에, 구두는 밝은 갈색 계열이라서 티도 났고, 무엇보다 양말이 홀딱 젖어 버렸다.
“발 덴 건 아니시죠?”
“아니야. 따뜻한 정도였어. 일단 들어가서 휴지로라도 닦아야겠어.”
“양말은 제가 사 오겠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정훈은 오는 길에 봤던 벤치가 생각나 장 부장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정훈은 곧장 편의점으로 갔다. 물파스형 구두약이 있길 바랐지만, 구두약은 파는 매장도 있고 팔지 않는 매장도 있었는데, 이곳은 아쉽게도 구두약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정훈은 구두약 외에 필요한 몇 가지를 사 왔다.
장 부장은 산기영 작가를 만나는데 이런 꼴로 가도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정훈이 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봉지를 들고 오는 모습이 무언가 조치를 취할 것 같아, 적지 않은 기대감이 들었다.
‘김 대리라면, 뭔가 재미있는 방법을 꺼낼지도 모르겠는데?’
정훈은 장 부장의 앞에 쪼그려 앉아 봉지에서 물티슈부터 꺼냈다. 장 부장은 그것을 받아 바지에 남아 있던 핫초코 자국을 더 지웠다.
“구두 잠깐 벗어 보시겠어요?”
“뭐 하려고?”
“한번 닦아 보겠습니다. 잘 닦일지는 모르겠지만요.”
“고맙네.”
장 부장은 기대감을 품고 조심스럽게 구두를 벗어서 정훈에게 건넸다. 혹시 냄새가 날 것 같아 미안함이 들었지만, 다행히 오래 신지 않아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부장님, 이거 물 묻어도 상관없는 가죽이라고 하셨죠?”
“어, 그래.”
정훈은 벤치에 앉아 옆에 올려놓고 편의점에서 사 온 봉지에서 우유를 꺼냈다. 장 부장의 표정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지만, 우선 쌩쌩 불어오는 찬 바람에 발이 시려서 그걸 막는 게 우선이었다.
우유팩의 양쪽을 뜯어 위를 완전히 개방시킨 후에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물티슈로 구두의 겉면에 붙은 핫초코를 닦아 냈다. 대충 닦아지긴 했지만, 얼룩덜룩한 모습이 남아 지저분해 보였다.
그때 정훈은 휴지를 꺼내어 많이 뭉쳐서 우유에 살짝 찍어 휴지가 우유를 머금게 한 뒤, 구두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우유로 구두를 닦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기에 장 부장은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쳐다봤다.
하얀색 우유가 아슬아슬하게 구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겉 부분에 묻었고, 정훈은 그 휴지로 살살 닦아 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구두에 묻은 얼룩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
장 부장의 감탄사에 힘입어 정훈은 더욱 세게 문지르면서 얼룩을 지워 갔다. 검갈색 핫초코 자국이 조금씩, 조금씩 지워지며 본색인 밝은 갈색 빛깔의 구두 가죽의 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깨끗해지는 모습에 정훈도 힘을 내어 빡빡 지웠다. 약 5분간의 사투 끝에 핫초코의 얼룩은 완전히 지워졌고, 정훈은 마무리로 휴지로 우유를 닦아 내고, 다시 물티슈로 구두를 전체적으로 닦기 시작했다.
처음엔 핫초코의 달달한 냄새와 우유의 싱싱한 향기가 섞였지만, 계속해서 물티슈로 닦아 내다 보니 어느새 냄새는커녕, 향긋한 물티슈의 향만 남게 되었다.
정훈은 마지막으로 구두를 한 바퀴 돌리며 얼룩이 없는 걸 확인하고, 물티슈를 반으로 접어 굴곡에 따라 힘을 바꿔 가며 완벽하게 구두 닦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장 부장은 이윽고 그 구두를 받고 나서 감탄을 터트렸다.
“이야, 얼룩이 하나도 안 남아 있네!”
“예. 다행히 잘 닦인 것 같습니다.”
장 부장은 흐뭇한 웃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구두를 신었다. 그러고는 대단하다는 듯 정훈을 보며 물었다.
“자네, 어떻게 우유로 구두를 닦을 생각을 했나?”
“예전에 TV에서 오래된 우유 처치법 중 하나로 구두 닦는 게 나왔는데, 그거 생각도 나고, 왠지 핫초코도 우유에 타 먹는 거니까 잘 닦일 것 같아서 해 봤는데 생각보다 잘 닦였네요.”
“으하하하핫! 역시 김 대리야! 어떻게 구두까지 잘 닦나? 대박이군, 대박이야!”
“감사합니다. 우연히 봤던 게 기억이 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이야, 진짜 김 대리는 지내면 지낼수록 더 대단하게 느껴져. 정말 멋있는 친구야!”
“감사합니다. 하하핫!”
장 부장은 흐뭇하게 구두를 신어 보며 마음에 드는 듯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심지어 희한하게도 왼쪽 구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광까지 발견했다.
“새것처럼 물광까지 나는구먼! 이야, 물티슈로 물광 내는 건 목욕탕에 있는 전문 구두닦이 직원분들도 힘들 거야! 하하하!”
“원래 구두는 직장인의 자존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신경 써야죠.”
부장의 칭찬을 한 몸에 받은 정훈은 흐뭇하게 그를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넉넉하게 왔는데도 구두를 닦느라 조금 지체되었다. 다행히 약속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먼저 와 있는 게 예의기에 둘은 서둘러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