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41
41화 Chapter 22 – 신입 사원 교육을 잘하는 김 대리! (2)
‘이 시간에 왜 온 거야?’
정훈이 문을 열자, 김나희가 편한 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야하거나 못 볼 정도는 아니고, 노출은 전혀 없는 트레이닝복 차림.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당연하죠. 무슨 일이에요?”
“저 합격한 거 아시죠?”
“네, 알죠.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김나희가 배꼽 인사를 하며 인사를 했다. 정훈은 당황스러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아니에요. 제가 뽑은 게 아니라, 나희 씨가 잘하셔서 뽑히신 거예요.”
“그래서 내일 출근하기 전에 회사에 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 여러 가지 팁이라도 들었으면 해서요. 발걸음 소리 들려서 바로 왔거든요.”
“예?”
“아, 바쁘신가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집도 누추하고….”
무엇보다 혜리를 두고 다른 여자를 들일 수 없었다.
“아니요. 요 앞에서 한 30분만요. 불편하시면 저희 집으로 가셔도 되고요.”
어차피 회사도 같이 다닐 테고, 안 그래도 맥주 한잔 하고 싶었는데 밖에서 바람 쐬면서 마시면 집구석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았다.
“나가죠.”
“네.”
예쁘게 웃는 나희와 함께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맥주 두 캔과 과자 하나를 사서 벤치에 앉았다.
“이런 거 얻어먹어도 되나 모르겠네.”
“이거 취업 기념이에요.”
“하하하. 그래요?”
정훈은 웃으며 맥주 캔을 따고 나희의 캔과 부딪친 뒤 시원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크으.”
“어우, 시원하다.”
“이제 퇴근하신 거예요?”
“예. 야근했어요. 나희 씨는 오늘 문자 받았죠?”
“네. 밖에서 친구 만나서 놀다가 문자 보고 완전 좋아했다니까요?”
요즘 신입 사원을 보면, 왜 그렇게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지. 정훈은 합격 통보를 받았던 날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궁금한 거 있다면서요. 뭐예요?”
“아, 별거 아니고. 회사에서 주의할 점이나 그런 거 있으면 듣고 싶어서요. 아시다시피 제 첫 회사라서….”
“저도 첫 회사가 여기였어요. 주의할 점은 크게 없어요. 그냥 상사님들 히스테리 부릴 때 잘 피하는 거랑… 아, 점심 메뉴!”
“점심 메뉴요?”
“네. 점심 메뉴 고를 때는 무조건 팀장님 입맛에 맞춰야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아, 그렇구나. 맞다. 말 놓으세요. 이제 회사 선배이시기도 하고, 제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잖아요.”
“음, 내일 출근하고 나서 좀 친해지면요. 바로 말 놓으면 그게 더 어색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신입 사원들도 있는데 바로 반말하기도 그렇고.”
“그런가요? 선배님, 편하게 대해 주세요.”
“예.”
혜리는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녹여 먹은 뒤 물었다.
“아, 회사 출근은 어떻게 하세요? 차?”
“차가 있으면 여기 원룸에 살지도 않겠죠. 지하철 타고 다녀요. 같은 5호선이라 편하거든요.”
“맞아요. 저, 면접 보러 갈 때도 지하철 타고 20분 만에 갔다니까요?”
“그건 진짜 좋아요. 환승 안 해도 되는 게 엄청 이점이거든요.”
“내일 몇 시에 가세요?”
왠지 시간을 말하면 같이 가자고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나희가 예쁘고 매력적인 건 맞지만, 같이 가고 싶지는 않다. 귀찮은 것보다는 바쁜 아침에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쓰려면 너무 지칠 것 같았다.
“매일 달라서… 잘 모르겠어요.”
“아쉽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정훈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다니다가 혜리한테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말이 더 나오기 전에 바로 화제를 돌렸다.
“맞다. 나희 씨 재수했다며.”
“네. 그래서 아마 선배님이랑 같이 다닌 적은 없을 거예요.”
“아닐걸요. 저도 재수했거든요. 13년도는 쉬었고, 14년도에 4학년 했어요.”
“그래요? 저 14년도에 인문대학 학생회장이었는데.”
“에이, 제가 거기까진 모르고, 그때는 어제 말했듯이 취업 준비 하느라 바빴어요.”
“하긴, 2학기에 했으니까 그럴 만하죠. 그리고 저는 학과보다는 단과대 학생회에서 많이 놀아서 잘 모르실 거예요.”
정훈은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물었다.
“김항배 교수님 잘 계셔요?”
“오, 김항배 교수님 수업 들으셨어요?”
“당연하죠. 정정하시죠?”
“그럼요. 졸업 전에 뵀을 때는 책 출간 준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오, 기대되네. 나오면 말해 줘요. 사서 읽어 보게.”
“네. 선배님이랑 저는 공통점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재수한 것도 그렇고, 같은 학교 간 것도 그렇고. 똑같이 푸른 하늘 출판사가 첫 회사기도 하고요.”
나희는 하나하나 셀 때마다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이제 졸업한 학생답게 사회인의 물이 들지 않고 순수해 보였다. 정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네요.”
***
“안녕하세요! 이번에 들어온 신입 사원 김나희입니다.”
“이은혜입니다.”
“송금철입니다.”
“반갑습니다. 한준호 대리입니다. 오늘은 기본적인 것만 배울 텐데 그에 앞서 사원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첫날 교육은 한 대리가 나서서 지원했다. 복잡한 건 내일부터 정훈한테 맡긴다며 해맑게 웃었던 그 모습이 뇌리에서 없어지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거나 밉지는 않았다. 제일 친한 사이인 만큼 장난치는 것임을 정훈도 알고 있었으니까.
신입 사원들은 조승훈 팀장부터 차례로 인사를 하며 최원석 대리를 거쳐 정훈에게 도달했다.
“여기는 김정훈 대리님. 면접 때 다들 뵀죠?”
“반갑습니다. 김정훈입니다.”
“안녕하세요!”
정훈은 3명과 악수를 했다. 나희가 생긋 미소를 띠었지만, 정훈은 다른 사원들과 똑같이 대했다.
혹시나 오해를 살까 봐 같은 원룸 건물의 옆집 산다는 것도 비밀로 하기로 한 상태인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옆에는 우리 편집자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였던 임혜리 씨. 로맨스 파트에서….”
정훈이 컴퓨터로 원고를 보고 있는데, 어느새 인사를 마친 혜리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 대리님, 저기 나희 씨랑 학교 선후배라면서요?”
“응. 근데 말이 선후배지, 학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어.”
“그래요? 오빠… 아니, 김 대리님한테만 생긋 웃는 게 꼬리 치는 것 같은데요?”
“꼬리는 무슨. 가서 인수인계 준비나 하세요.”
“한눈팔지 마요.”
혜리는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이직하니까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느낌이 이상한데….”
“혜리야.”
정훈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살며시 혜리의 손가락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 김태희가 오더라도 난 네가 더 좋으니까.”
“진짜?”
“응. 괜히 이런 걸로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아. 다른 여자한테 눈길 줄 생각도 없어.”
실제로 정훈이 생각하기에 나희는 학교 후배이자 직장 후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혜리는 정훈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응?”
“예쁘고 어린 애잖아.”
“혜리 네가 더 예쁘고, 너무 어린 애는 싫네요.”
정훈의 말에 찜찜했던 마음이 풀린 혜리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곧이어 정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위이잉.
‘한지혜?’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소속의 검사 한지혜. 소매치기 사건 이후로 가끔씩 안부를 묻는 연락을 하긴 했다.
[한지혜 : 안녕하세요. 오늘 바쁘시지 않으면 저녁 식사 같이 하실래요?]‘무슨 일이지?’
특별히 가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딱히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여자라는 게 걸리긴 하지만, 검사라는 직업의 사람과 인맥을 쌓는 건 좋으면 좋았지, 나쁠 일은 없었다. 특히 정훈 같은 일반인이 검사와 만나는 것 자체가 극히 드문 기회였으니까.
[김정훈 : 좋죠.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한지혜 :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끝날 때쯤에 연락 주세요.] [김정훈 : 예.]정훈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남기는 것 같아 말을 아낄까 했지만, 혹시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혜리한테 말하고 나왔다. 안 그래도 나희 때문에 민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혜리는 1시간마다 연락하는 조건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쿨하게 허락해 주었다.
***
정훈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는 지혜의 말에 며칠 전부터 당기던 떡갈비집으로 정했다.
왠지 모르게 지혜는 고고한 분위기가 있어, 시끄럽고 복잡한 장소보다는, 고기도 구워져 나오고 룸 형식으로 되어서 깔끔한 이곳을 더 좋아할 것 같아 선택했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판 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떡갈비를 중심으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여기 깔끔하고 좋네요.”
“네. 고기도 직접 굽지 않아도 돼서 냄새도 안 배고 좋거든요.”
“그러네요.”
정훈은 떡갈비를 집어 지혜의 앞접시에 옮겨 담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지혜의 인사에 그는 미소로 화답한 뒤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만나자고 하시고.”
“음….”
지혜는 입술을 앙다물고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돌려서 말하는 걸 잘 못하거든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정훈이 농담조로 말하자, 지혜는 긴장이 풀리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도 남자 친구 있어요. 하하핫. 다른 게 아니고, 제 친구가 소설을 쓰거든요. 근데 이 친구가 글 쓰는 것 말고는 아예 문외한이라서요. 혹시 가능하시면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출판 쪽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간단한 사항은 아니다. 아무런 검증도 없이 맡아 준다고 했다가, 문제가 있는 작가면 큰일이고, 지혜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글이 좋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작가를 데려오기만 하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
“아, 그런데 저희가 전자책 회사인데 괜찮을까요? 일반 소설들은 저희 쪽이랑 거리가 조금 멀어서요.”
“제 친구가 쓰는 것도 장르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판타지였나?”
지혜의 친구면 여성일 것이다.
“로맨스 판타지요?”
“아니요. 그냥 판타지라던데…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친구가 남자분인가요?”
“네.”
그렇다면 남성향 판타지다. 정훈의 주 종목인 판타지였기에 자신은 있었지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실력 있는 작가라면 이렇게 부탁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
“예. 글 쓴 지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제가 읽어 봐도 괜찮더라고요. 무리하시지는 말고 혹시 가능하다면 한번….”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출판을 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해 확신을 드릴 수가 없어요. 봐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죠. 코멘트 정도만 부탁드려요.”
“예. 식겠어요. 얼른 드세요.”
“정훈 씨도요.”
둘은 서로서로 권유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정훈은 작가들을 만나며 친목의 귀재가 된 덕분에, 지혜가 이야기를 할 때 적시 적소에 호응을 하며 그녀의 기분을 맞춰 주었다.
그 덕분에 저녁 한 끼 식사 만에 둘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친구처럼 가까워지게 되었다.
“아, 여자 친구분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얼마 전까지 솔로셨잖아요.”
“회사 동료예요.”
혜리의 이야기에 정훈은 신나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혜는 듣는 사람을 띄워 주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혜리랑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스카우트가 와서….”
2차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지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
[한지혜 : 친구한테 정훈 씨 연락처 드렸더니 긴장해서 전체적으로 글을 한번 훑어본다고 하네요. ㅎㅎ. 작품 정리 마치고 금요일에 연락드린대요. 오늘도 파이팅하세요!]정훈은 피식 웃으며 ‘알겠습니다. 지혜 씨도 파이팅이요!’라고 답장하고 휴대폰을 닫았다.
부탁을 하기 위해 만난 지혜였지만, 그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지혜는 같은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어른 같고 성숙하게 느껴졌다. 이미 진로가 잡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성으로서의 호감은 아니었다. 단지 좋은 친구가 하나 생겼다는 그런 느낌.
“김 대리님?”
이현우 사원이 다가와 정훈을 불렀다. 정훈은 얼굴에 남아 있던 미소를 지우고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응?”
“신입 사원 교육 준비 다 됐습니다.”
“아, 회의실에 있지?”
“예. 3명 모두 회의실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쪽으로 불러 줄래? 컴퓨터로 설명을 해 줘야 될 것 같아서.”
“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세요.”
“응.”
정훈은 프로그램들을 켜며 교육을 준비했다.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이면 충분히 기본적인 교육은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부터 김나희와 이은혜는 혜리의 일을 인수인계받을 것이고, 송금철은 한 대리에게 일부, 진기용과 안정수에게 일부를 인수인계받게 될 것이다.
그사이, 3명의 사원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아까 인사했잖아요. 안 해도 돼요.”
다시 인사하는 3명의 신입 사원들에게 친절하게 말하며 기본 업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교정은 두 가지 절차로 나뉘어요. 1번이 맞춤법 교정. 여기 있는 이 프로그램은 맞춤법 교정할 때 쓰는 건데 전체를 복사 붙여넣기 한 다음에 확인만 하면 돼요. 그리고 2번은 글의 흐름에 대한 교정. 이게 중요해요. 전체적인 글 흐름을 보면서 글의 설정 오류나 잘못된 맥락을 찾아내서….”
정훈의 설명은 귀에 쏙쏙 박혀, 신입 사원들은 필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