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91
91화 Chapter 57 – 차를 잘 고르는 김 대리!
정훈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무료하게 인터넷 창을 내리고 있었다. 지루해하는 그를 보고 나희가 메시지를 보냈다.
[김나희 : 선배님, 커피 한 잔 드실래요?]읽고 나서 나희를 쳐다보자, 책상 위에 손을 올려 은밀하게 휴게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할 것도 없었기에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휴게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희도 기지개를 켜는 척하며 일어나 휴게실로 들어왔다.
“따뜻한 걸로?”
“제가 탈게요.”
“됐어. 물만 타면 돼.”
먼저 들어왔기에 종이컵에 인스턴트커피를 부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뽑아 스틱으로 저어 나희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정훈은 미소를 지으며 나희와 함께 창가에 앉았다.
“벌써 해가 떨어졌네요.”
“응. 이제 가을이니까.”
“대리님은 일 다 끝나셨어요? 일하시는 것 같지 않던데.”
“하하. 봤어?”
정훈은 웃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나희도 창문 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네. 대리님은 일이 남았는데 농땡이 부리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일은 진즉에 다 끝냈는데 눈치 보여서 퇴근 못 하고 있었어.”
나희에게 말한 대로 업무는 저녁 식사 하기 전에 다 끝내 두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칼퇴근을 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장 부장과 조 팀장 모두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둘 중 1명만 남는다면 그래도 어떻게 비벼 볼 수 있었겠으나, 제일 높은 2명이 야근이니 정훈도 별수 없이 남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내일 할 일을 미리 당겨서 하고 싶지만, 작가들의 원고가 내일 도착할 테니 당겨서 할 업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남는 시간에 혜리가 도와 달라고 했던 차를 구경하고 있었다.
“나희 씨는?”
“저야 뭐 진짜로 야근이죠. 이번에 어떤 분이 월척을 낚아다 주셔 가지고 일이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닙니다.”
“하하하하하핫. 미안해.”
“아니에요. 대리님 아니었으면 어떻게 천수희 작가님 같은 대작가님이랑 일을 같이 해 보겠어요. 제가 진짜 감사한 거죠.”
“그렇게 생각해 주면 다행이고.”
“무조건 대박 날 거니까 저는 보너스도 받을 거고. 경력도 쫘악 쌓이는 거죠. 감사의 의미로 조만간 제가 밥 한번 살게요.”
“안 그래도 돼.”
“아니에요. 제가 감사해서 그렇죠. 아, 말 나온 김에 아예 약속을 잡죠. 이번 주 금요일 어때요?”
“어… 나 금요일은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다음 주로 해요. 다음 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어때요?”
다음 주 수요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오전 근무 날이다. 혜리는 월차를 내고 함께 차를 보러 가기로 했다.
“금요일에 보자.”
“콜! 대리님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제가 비싼 거 살게요.”
“나 뭐든 잘 먹어.”
“그러면 제가 메뉴 정할게요. 괜찮죠?”
“그래.”
둘은 커피를 아주 천천히 마시며 사담을 나누었다. 대화 소재가 떨어질 때쯤, 나희가 먼저 일어났다.
“전 업무 좀 끝내 놓고 올게요.”
“그래. 고생해.”
“네. 쉬다 오세요.”
나희가 나가고 정훈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와 창문에 부딪치며 거센 노크를 했다.
‘조만간 빨간 단풍이 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겠네.’
아직 날이 덥긴 하지만, 여름은 물러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가을이다. 며칠만 더 지나면 대리를 단 지 벌써 1년이 되는 날이 찾아온다.
어렸을 때는 그저 어른들이 동경스러웠고,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드는 게 싫어진다.
불과 몇 년만 더 지나면 결혼 적령기라는 이유로 어른들에게 분명히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다 결혼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오빠에서 노총각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결혼에 골인하여 알콩달콩 잘 살고 있기도 하고, 몇몇은 이혼해 돌싱-돌아온 싱글-이 되기도 했다.
대학교 때 사고 쳐서 결혼했던 안상수라는 친구 놈은 벌써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정훈은 자신의 삶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본인의 자리에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과거를 회상하면 좋은 추억도 많지만, 아쉽고 부끄러운 기억도 많다.
‘이것이 바로 회귀라는 트렌드 유행이 식지 않는 이유겠지.’
정훈은 회귀라는 걸 생각했다는 것에서 역시 자신은 편집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일이 없어도 자리를 오래 비우면 눈치가 보인다.
자리로 돌아간 정훈은 휴게실에 오기 전에 띄워 두었던 원고 창을 내리고 다시 차 구경 사이트로 들어갔다.
정훈도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다. 그저 차량의 외관과 브랜드, 마력을 보며 감탄하는 게 전부일 정도.
처음 혜리가 부탁했을 때 거절해야 했지만, 당시 그녀의 임신에 대한 걱정과 남자 친구로서의 허세 비슷한 것 때문에 고민도 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해 버렸다.
[나희 : 혹시 차 보시고 나서 제 것도 좀 봐 주시면 안 돼요? 중고차로 사려고 하는데 2개 중에 고민돼서요.] [정훈 : 나도 차를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해. 너, 남자 친구 있다며. 그분한테 물어봐.] [나희 : 아, 물어봤죠. 뭐라고 답장 왔는지 보여 드릴게요.] [나희 : 사진]-사진-
[나희 : 사진] [나희 : 이거 어때?] [남자 친구 : 예쁘네~ 사면 되겠다.]차량 옵션이나 가격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그냥 외관만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그녀의 남자 친구였다. 들은 내용으로는 그녀의 남자 친구는 차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라고 했다.
결국 정훈은 나희에게 두 가지 사진을 받아 비교했다.
나희의 고민을 해결해 준 정훈은 다시 혜리의 차로 시선을 돌렸다.
주변에는 자신보다 어린 나희와 혜리가 벌써부터 차를 사고 있는데 어떻게 정훈은 아직도 뚜벅이 신세다.
차를 좋아하는 만큼 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정훈에게는 차가 문제가 아니라, 전셋집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도 전세만 구하고 나면 월세에서 해방되어 60개월 할부로라도 차를 살 여유는 생기니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신세였다.
‘내년이면 나도 뚜벅이 신세를 벗어날 수 있겠지.’
***
“경차는 별로야?”
“응. 가격 생각하면 나도 경차가 낫긴 한데, 아무래도 낮은 차들은 별로더라고.”
혜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늘 SUV만 몰고 다니셨기에 경차와 세단은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껏 경차와 값이 싼 세단 위주로 알아 왔는데 이렇게 되니 막상 알아 온 게 도움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이건 어때?”
정훈은 커피를 옆으로 밀고 아기자동차의 쏘올이라는 모델의 자동차를 보여 주었다.
“어? 나, 이 차 알아.”
“응. 이건 소형 SUV라서 네가 타기에도 좋고, 디자인도 예뻐서 여성들한테 인기가 많거든.”
“이거 괜찮다. 나도 SUV 몇 가지 봤었는데 쏘올도 그중 하나였거든.”
혜리가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 정훈은 바로 차의 기본적인 스펙이 나와 있는 표를 2개 띄워서 보여 주었다.
하나는 가솔린차, 하나는 디젤차. 옵션에는 루프랙, 자동브레이크, 나이트 비전, 전후방 감지 센서 등 갖가지가 적혀 있었다.
그도 잘 모르지만, 여자 친구를 위해 이것저것 다 공부해 온 것을 혜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옵션에 대해 설명하고 나자, 혜리가 양손으로 2개의 표를 각각 가리키며 물었다.
“옵션은 오빠가 가서 알려 줘야 될 것 같아. 그나저나 가솔린이랑 디젤 두 종류가 있는데 뭘로 사야 돼?”
“디젤이 경유인 건 알지?”
“그래? 그러면 가솔린은 휘발유인 거야?”
“맞아.”
혜리는 차에 대한 기초 상식이 없는 편이어서 정훈은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싸잖아. 여기 보면 가솔린차는 연비가 리터당 12km고, 경유차는 연비가 리터당 15km야.”
“오, 그러면 경유차 사는 게 낫겠네?”
“그런데 이게 가격을 보면 옵션이 하나도 없을 때 가솔린차는 1,700만 원이고 경유차는 2,300만 원이야.”
“아, 그러네. 이게 처음에 비싸더라도 연비가 좋은 걸 쓰냐, 처음엔 싸고 연비가 안 좋은 걸 쓰냐의 차이네.”
“그렇게 봐도 되고. 근데 몇 가지 더 알아 둬야 되는 게, 요즘은 경유차에 정부 차원에서 제재도 많이 가하고 있다는 건데….”
한참 동안 정훈은 가솔린차와 경유차의 장단점에 관해 설명했다. 무조건 어떤 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최대한 많이 알려 주고 혜리가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응?”
“가솔린차랑 경유차 중에 어떤 게 더 나아 보여?”
정훈의 생각에는 처음에 조금 비싸더라도 경유차가 더 나을 것 같았지만, 또 하나를 정하기엔 확신이 없었다.
“수종이 형한테 물어볼까?”
“수종 오빠? 누구더라?”
“그 예전에 이전 회사 사람이랑 관계 좋게 유지해서 삼별 기업에 과장직으로 들어갔다고 한 형 있잖아.”
“아, 기억났다. 근데 그 오빠는 왜?”
“그 형이 차 전문가거든.”
“얼른 해 봐.”
정훈은 수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 지금 통화돼요?”
-어. 말해.
“이번에 제 여자 친구가 첫 차로 쏘올 사려고 하는데 휘발유랑 경유차 중에 뭐가 더 나아요?”
-몇 살이라고 했지?
“스물여섯이요.”
-그러면 경유차 사. 휘발유 값 요즘 너무 비싸.
“그게 나아요?”
-훨씬 낫지.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형!”
-고마우면 밥 한번 사라.
“예. 연락할게요.”
전화 한 번으로 그렇게 고민하던 사항이 단번에 결정되었다. 전화 내용을 같이 듣고 있던 혜리도 배시시 웃었다.
“경유차로 해야겠다.”
“응. 나도 그게 좋아 보였어.”
“하하하하. 이제 일어날까? 차 보러 가야지.”
“가기 전에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정훈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백승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 낮에 웬일이냐?
“승주야, 네 동생이 쏘올 탄다고 했지?”
-그렇지. 근데 왜?
“지금 내 여자 친구가 쏘올 살 것 같은데 내가 도와주러 왔단 말이야. 근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차 옵션이랑 이런 건 아무것도 모르잖냐. 네 여동생 거 스펙 좀 보여 달라고. 그대로 사면 될 거 아니야?”
-그러지 말고 급한 거 아니면 내가 갈게.
“온다고?”
-어. 그거 원래 잘 모르는 사람이 가면 분명히 이상한 옵션 끼워서 엄청 비싸게 팔 거란 말이야. 예전에 우리 아빠가 차 살 때 매장에서 직원이 막 자기 사비 들여서 해 준다고 해 놓고 회사에서 나오는 돈도 떼 갔었거든.
“오면 좋지. 근데 너, 시간 돼?”
-그러니까 나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기다렸다가 같이 차 고르고, 네가 저녁 사면 되잖아.
“그러면 나야 땡큐베리감사지!”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친구 중에 자동차 딜러가 있는 것 못지않게 든든하게 느껴졌다.
-연어회 맛있는 집 찾아 둬라.
“그래. 오늘 몇 시에 끝나는데?”
-오늘 잔업 없어서 6시. 끝날 때 맞춰서 회사 앞으로 와. 내 차 타고 같이 가면 되니까.
“고맙다. 이따 보자.”
-오야.
혹시나 바가지를 쓸까 봐 혜리와 함께 가면서도 영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가자, 혜리가 정훈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5분만 걸어가면 바로 아기자동차 매장 있던데 거기로 갈까?”
“아니, 그러지 말고 영화나 보자.”
“영화? 내 차는?”
혜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자, 정훈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이따가 승주가 끝나고 같이 매장 가서 봐 준대. 걔가 차 잘 알잖아.”
“승주 오빠 오면 좋지. 그러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되나?”
“응. 요즘 영화 재미있는 거 많더라. 한 편 보고 시간 때우면 얼추 될 거 같은데?”
“그래. 가자.”
정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혜리와 함께 근처에 있는 영화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