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73
174화 나무의 군대
【티리에나 : 세계수의 정수는 문제없이 채집했니?】
“예. 선배님 덕분에 잘했습니다.”
【티리에나 : 흐음, 내가 건네준 것에 비해서 질이 떨어지더라도 그건 네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실망하지 마. 진우 네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는 자연과 많이 거리를 두고 있는 탓에 패널티가 있는 거니까.】
“아, 말씀 감사드립니다.”
진우에게 세계수의 정수에 대한 채집 방법을 알려 준 하이 엘프 티리에나.
확실히 시야 공유를 통해 보았던 그녀가 지키고 있는 세계수.
‘어머니’로 불리는 나무의 웅장함은 진우의 농장에 뿌리를 내린 위그와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세계수의 숲에서 보고, 또 라타토스크를 통해 직접 오르기도 했던 거대한 나무.
같은 씨앗에서 태어난 나무라고 해도 세월과 환경에 따른 영향은 받을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본래대로라면 등급은 같을지언정 효과는 약화된 것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터였다.
허나,
‘……이건 밝히지 않는게 좋겠지?’
[태초의 힘이 깃든 세계수의 정수(측정 불가)]*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없음
* 온전히 섭취할 시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5씩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온전히 섭취할 시 기존의 섭취량에 따라 피부 개선 및 수명이 500년만큼 상승합니다.
* 섭취 시 랜덤한 자연계통의 스킬 및 특성을 획득하거나 강화시킵니다.
– 태초의 힘을 통해 진정으로 각성시킨 세계수의 정수입니다. 획득하는 방법은 베일에 싸여 있으며, 알고자하는 드루이드들이 널려 있는 상태입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힘과 함께 수명이 대폭 증가합니다.
진우의 손에 쥐여진 녹음의 구슬, 세계수의 정수.
그 이름에 걸맞게 ‘자연’그 자체의 기운을 한 데 응집시킨 내단은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영묘한 기운을 뿜어내기 바쁘다.
‘확실히, 이 정도면 측정 불가 등급으로 측정될 만하지.’
기존 세계수의 정수가 가지고 있던 효과보다 훨씬 상위호환이 되었다.
수명의 증가와 능력치의 상승은 물론이요,
스킬과 특성에 대한 획득에 대한 가능성까지.
지니고 있는 가치로만 따져도 이미 진우가 섭취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신용도 상점에 등록하면 얼마에 팔릴지 궁금하지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태초의 힘’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 아이템이다.
등록되는 즉시 태초의 아이인 유진이에 대해서 알고있는 드루이드들은 다 알 수 밖에 없는 출처.
농장 인근에 자신과 우호적인 이들만 한가득이라서 다행이지.
적대하는 세력이 있었더라면 진즉에 달려들고도 남았을 거다.
예로부터 분수에 맞지 않는 보물은 재앙을 부르는 법.
물론 진우는 그 분수에 차고 넘치는 힘을 갖추긴 했지만.
사아아아-
내단을 쥔 왼손에서 뿜어져나오는 녹음의 빛.
진우에게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가 정수를 맞이하고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이구나?”
사아아아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뿌리의 의도.
이전의 방해자였던 할짝이도 없겠다.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터업-
그대로 정수는 진우의 입으로 직행했다.
씹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찰나의 시간일 뿐.
“크웁!”
어지간한 것들은 다 먹어 온 진우다.
짐꾼 생활을 하면서 고블린 고기나 거대 곤충의 시체를 구워 먹기도 했고, 마음씨 좋은 헌터가 하프갤런 사이즈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가져와도 꿋꿋하게 퍼먹던 진우다.
맛이 아무리 없어도 일단 뱃속으로 집어넣고 소화시키면 된다는 의지로 살아왔던 나날들.
헌데 그러한 각오는 입에 들어온 정수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더럽게 맛없잖아!’
쓰다면 쓰고, 달다면 달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과함이 정도를 넘어선 맛.
악마가 만든 괴식이 있다면 이걸 뜻하는 것일까?
씹는 순간 지옥이 혀에 강림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먹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진우는 그 순간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꿀꺽-!
씹지 않고 한 번에 삼킨다.
몸이 거부하는 탓에 고역도 이런 고역이 또 없었지만, 진우가 누구던가?
오리와 약초, 태초의 아이의 엄마(?)인 몸.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에 걸맞게 간신히 버텨 낸다.
그리고 그 결과,
몸 속에서 차오르는 힘.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헌터라고.
모든 능력치의 15증가.
총합 75가 상승한 영향인지 몸의 가벼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능력치의 상승도 그렇지만 섭취한 아이템의 효과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스킬이나 특성을 얻거나 혹은 강화시켜 준다는.
진우에게 있어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제 2의 효과.
‘획득도 좋지만 역시 강화가 더 끌린다.’
이미 앞서 특성의 강화를 맛본 입장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것을 강화하는 쪽이 더욱 좋을 것이라는 기도가 닿기라도 한 것일까?
[보유 중인 스킬, ‘나무의 정령이여’가 강화됩니다.]“……어라?”
바라던 강화가 되긴 했지만,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스킬이 강화되어 버렸다.
* * *
진우가 레벨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획득했던 스킬 중 하나인 ‘나무의 정령이여’.
확실히 수차례 사용될 정도로 나쁜 평가를 받는 스킬은 결코 아니다.
전투면 전투, 짐꾼이면 짐꾼, 농사면 농사.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유용하게 써먹을 곳이 많은 나무의 정령들.
무엇보다도,
※ 나무의 정령이여 : 나무에 깃든 정령을 일으킵니다. 오래되거나 영험한 나무일수록 더욱 강력한 개체가 눈을 뜹니다.
오래되거나 영험한 나무일수록 더욱 강한 나무의 정령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부분만 제대로 활용하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가볍게 찍어누를 수 있는 개체를 소환 할 수 있었다.
……적어도 강화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역시 강화야. 성능 확실하구만.”
진우가 지금까지 강화된 것을 경험한 것은 딱 2번이다.
대지모신의 축복과 정령화.
둘 다 특성의 강화로 인해 기존의 효과를 뛰어넘는 것이 포함되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나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던 스킬은 강화 한 번으로 사기급으로 변모했으니,
※ 나무의 군대 : 나무의 영혼을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강대한 영혼일수록 더욱 강력하거나, 혹은 많은 개체 수로 일으킬 수 있습니다.
* 현재 저장된 나무의 영혼이 없습니다. (저장 가능한 영혼은 마력 능력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 0 / 3
나무의 영혼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나무’하면 진우의 농장에서 제일가는 나무가 하나 있지 않던가?
– 왜 또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더 뜯어 갈 것도 없어 진짜로!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네요.”
– 이미 한 번 뜯어먹은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큼큼.”
불만 섞인 듯 뾰로통한 말투의 위그.
새삼스럽지만 세계수도 엄연히 식물이고, 나무이다.
세간에 노출시키기가 애매하기에 직접 끌고 다니면서 나무의 정령으로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영혼을 저장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않겠는가?
진우의 입장에서는 세계수라는 제일가는 나무를 전투력으로서 활용하고, 위그의 입장에서는 진우를 다리삼아 세계를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걸 보고 상부상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나?
덧붙여 세계수의 정수.
태초의 아이인 유진이의 힘이 더해진 정수를 채집함으로서 이루어진 변화의 바람은 단순히 정수 하나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작았던 크기에서 한층 더 커진 모습과 생기있게 피어난 꽃과 열매들.
예컨대 나무로서는 한 차례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제 덕분에 그렇게 단시간에 힘을 올린 거 아닙니까?”
– 그게 네 덕이냐? 태초의 아이 덕분이지.
“유진이만 있었으면 애초에 정수도 채집안했을 겁니다.”
– 그, 그거야 그렇겠지. 태초의 아이는 상냥하니까.
세계수인 위그도 바보는 아니다.
일단 진우의 말을 들으면 좀 더 빠른 지름길로서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걸 안다.
애시당초 태초의 정수를 채집해 낸 것도 다 진우가 독촉한 덕분이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제안을 드릴까 합니다만…… 어떠신지요?”
– 끄응. 좋아. 우선 들어는 보지.
그러한 영향 덕분에 팔랑귀가 되어 버린 위그.
식물이든 동물이든 간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올바른 방향의 성장을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태초의 정수를 섭취한 이후 빠르게 흐른 시간.
그동안 농삿일을 병행하면서 진우는 강화된 ‘나무의 정령이여’, 아니.
이제는 ‘나무의 군대’가 되어 버린 스킬에 대한 실험도 상당수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큰 메리트는 총 2가지다.
첫 번째로 위그의 영혼을 저장하더라도 세계수는 고스란히 농장에 존재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또 하나의 세계수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 경우 전투용으로 소환된 몸에서 자라난 가지나 열매, 잎 등은 본체의 세계수에서 난 것에 비하면 한 단계 낮은 저품질이었으나 중요한 것은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잘만 활용한다면 진우의 마나가 허락되는 한 쿨타임이 될 때마다 소환해서 급이 낮은 세계수의 부산물들을 복사하는 수준으로 수확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일단 영혼이 저장되는 순간부터는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점.
예컨대, 위그 외 다른 나무에게도 에고를 깃들게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단, 모든 나무가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식물도 생명이라지만 길가에 있는 모든 나무에게 에고가 깃들 수는 없는 일.
그러나 진우는 이러한 한계를 깰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한다.
※ 자라나라 나무나무(액티브) : 땅만 있다면 어디서든지 나무를 자라나게 합니다. 소모한 마나의 종류에 따라서 나무의 종류 및 개수가 달라지며,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쿨타임 20분)
신용도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 중 하나인 세계수의 반지에 탑재되어 있는 능력, ‘자라나라 나무나무’.
그때 당시에도 꽤나 거대한 나무를 자라나게 했지만, 정령왕과 계약하고 레벨업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증가된 마력 능력치 덕분에 진우가 자라게 할 수 있는 나무의 크기는 상당히 거대해진 지 오래다.
뭐,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되는 패널티는 여전했으나 그전에 나무에 깃든 영혼을 저장해 두면 그만일 뿐.
일단 한 번 저장해 두면 그다음부터는 언제든지 여유가 될 때마다 자연의 군대를 통해 육체를 부여할 수 있으니 전투에 있어서도 든든한 근접형 딜탱을 셋이나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셋도 아니고 말이지.”
기존의 나무의 정령로 소환된 나무 정령들도 충분히 강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예가 더 좋지 않겠는가?
잘 키운 나무 정령, 열 네임드 몬스터 부럽지 않은 법.
심지어 거리가 멀어지면 컨트롤이 힘든 ‘나무의 정령이여’와는 달리 자연의 군대로 에고가 깃든 채 탄생한 나무 정령은 마나만 충분히 불어넣어 준다면 스스로 사고가 가능한 덕분에 아무리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활동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일 터.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이 녀석들아. 그렇게 움직이면 작물 다 망가져.
– 어어, 보보. 조심하겠다.
– 무무처럼만 움직이면 된다!
처음부터 판단을 잘 내리는 위그와 달리 두 번째와 세 번째 나무의 영혼이 깃들게 된 ‘보보’와 ‘무무’는 아직 갓난아기 수준의 판단밖에 못 한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학습해 나아가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것 정도랄까?
게다가 일단은 나무의 최고봉인 세계수의 위상 덕분인지 위그의 말은 기똥 차게 알아듣는다.
“보보랑 무무 교육 좀 잘 부탁드립니다, 위그 선생님.”
– 내가 무슨 선생도 아니고. 에휴, 내 팔자야.
“영양분은 충분히 챙겨 드리잖습니까.”
– 그만큼 뺏어 가니까 문제지.
그렇게 위그를 포함해 훗날 믿음직스러운 고기방패 삼형제가될 나무 정령을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 오랜만이야 인간. 그나저나 저거 세계수야? 꼴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됐습니다, 여왕님.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 일이야 있지. 네가 요청했던 정보에 대한 걸로.
티타니아에게 요청했던 정보라고하면 하나밖에 없다.
지구로 넘어온 여섯 마리의 뱀.
그중 진우가 셋을 사냥했으니 남은 것은 이제 세 마리 뿐.
일전에 진우가 마주한 적 있던 그라바크를 포함해서 어떻게 자신을 공격해 올지 대비하려는 것도 잠시.
– 아직 이쪽에 남아 있는 세 마리의 뱀. 그중에서 북한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한 마리가 방금 죽었다. 또 다른 두 마리의 뱀의 합공으로 말이지.
“서로 죽였다는 겁니까?”
– 그렇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티타니아의 입을 통해 들은 소식은 다름 아닌 뱀들의 동족상잔이었고,
– 합공했던 두 마리가 지금 이곳. 네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는 거지.
“제 발로 찾아오는 영양만점 뱀은 환영이죠.”
– 너라면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은 나머지가 농장으로 찾아온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