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6
207화 세계수의 각성 (1)
“자네라면 나무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나무에도 종류가 있다.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과일나무부터 장작이나 가구 제작에 쓰이는 나무 등.
그리고 실제로 진우의 농장에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나무들이 적지 않게 심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진우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효과를 받아 아이템화가 적용되어 값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것들.
하지만 이런 생산적인 것 외에도 진우는 나무를 활용하는 방법을 더욱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뭘.”
“허어? 이 친구가 어디서 거짓말인가. 나도 엔트들의 군세를 일으키는 걸 다 봤네.”
헬헤임에 연결된 언데드들을 쓸어 담던 나무 군단.
물론 몬스터로 분류되는 만큼 그 기원은 게이트로 알려진 것이 대부분인 엔트들이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
특히나 남극에 홀연히 존재하는 나무는 ‘평범함’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먼 상태라고 봐도 무방한 일.
“지금 바로 확인하러 갈 수 있겠죠?”
“문제 될 건 없지. 나로서도 시간을 아끼면 좋으니까.”
그리고 진우는 그 나무를 직접 눈으로 봄으로서 알게 되었다.
‘헬헤임의 세계수다.’
본능적인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앞서 여러 세계수를 만난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세계수로서 확신을 때리는 진우의 평가와,
우웅- 우우우웅-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오른손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문신.
잿빛 세계수가 직접 심은 유물인 뿌리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사실상 인증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합방 방송 시작을…… 예? 아, 옆에 사람은 김진우입니다. 다들 아시죠? 지금 뭐 하는 거냐고요? 헉! 이, 이봐 진우! 거기 다가가면 위험해!”
“괜찮습니다.”
“쓰읍, 이것 참 미치겠군. 죽지만 말게나. 합방하면서 묫자리 만드는 건 질색이니까.”
“예.”
위그나 여타의 세계수처럼 주변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는 반대로 게걸스럽게 양분을 빨아들이는 포식자의 형태를 취한 잿빛 세계수.
겉으로만 봐도 다가가는 행동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일반적인 헌터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위.
그렇지만 진우는 예외다.
그도 그럴 것이,
[부패의 손길이 발현됩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측정 불가)]※ 부패의 손길 : 지정한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생명력 혹은 마나를 회복합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와 접촉한 상태일 경우 효과가 가장 극대화됩니다. (쿨타임 1분)
잿빛 세계수의 인증 마크라 할 수 있는 뿌리의 문신.
그 힘의 일부인 ‘부패의 손길’이 자동으로 사용되며 잿빛 세계수의 포식 행위로부터 일종의 안전한 영역을 형성한다.
그렇게 아무런 피해없이 나무와 접촉하는 순간이었다.
– 드디어 만나게 되었구나. 나와 같은 이질적인 존재여.
귀를 파고드는 잿빛 세계수의 음성.
발랄한 위그와 달리 칙칙하고 쩍쩍 갈라진 듣기 거북한 목소리였다.
“잿빛 세계수라고 부르면 됩니까?”
– 나에게 이름은 없으니 편한 대로 불러도 괜찮다.
“그럼 나야 좋지. 이름은…… 나중에 생각해 보고 일단은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 그거야 어렵지 않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잿빛 세계수가 가져다줄 이익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것뿐.
그리고 이 부분이 가진 가치는 부족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잿빛 세계수의 힘이 뿌리에 스며듭니다.] [잿빛 세계수의 인정과 만남을 통해 유물의 강화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가 초월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초월)]*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잿빛 세계수와의 유대
* 모든 능력치+11 (연결된 대상의 성장에 따라 강화됩니다.)
※ 부패의 손길 : 지정한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생명력 혹은 마나를 회복합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와 접촉한 상태일 경우 효과가 가장 극대화됩니다. 원할 경우 상시 적용이 가능합니다. (쿨타임 없음)
※ 헬헤임의 문 :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헤임으로 향하는 문을 엽니다. 마나의 소모량에 따라 크기와 지속시간이 강화되며, 허락받은 자만이 오고 갈 수 있습니다.
– 잿빛 세계수와의 유대를 통해 헬헤임에 관여 할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지옥의 문을 다루는 자’] [신용도가 150 상승합니다.]유물이 단숨에 초월 등급으로 강화된 것은 물론이요,
그에 따른 헬헤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까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일까?
[초월자(주신)이 입장합니다.]【헬라 :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길래 헬헤임의 문까지 다룰 수 있게 된거냐, 인간! 그리고 헬헤임의 세계수라니! 그런게 있었단 말이더냐!】
그제서야 잿빛 세계수의 존재를 눈치채고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 헬라.
하긴, 본래 헬헤임의 주인이 자신이거늘 미물로 취급하는 인간이 자기 집 문을 막 열어 재낄 수 있게 되었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물론 그런 사소한(?) 부분은 진우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어째서냐고? 그야 뻔하지 않겠는가.
‘잿빛 세계수의 접촉으로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면…….’
현재 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수의 유물은 잿빛 세계수의 것만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진우의 왼손에 박힌 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
달리 말하자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강화 조건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있지 않겠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야.”
시도해 봐서 안 되면 아쉬울 뿐.
반면에 성공하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또 없을 터.
다만,
“세상에. 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 거대한 나무가 사라진 건가? 그 전에 자네 괜찮은 거 맞지?”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합방은 어쩌고?”
“그건 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꼭 같이 진행하기로 약속하겠습니다.”
“무슨 이런…….”
밑져야 본전인 것은 어디까지나 진우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일 뿐.
기껏 계획했던 합방과 더불어 남극의 나무도 사라져 버린 현재.
– 마크 밀러 김진우한테 차인 거임?
– 1억 스트리머가 노쇼 당하는 거 처음 본다 ㄹㅇ.
– 김진우 클래스 미쳤다, 미쳤어.
합방도, 콘텐츠도 모두 잃은 마크 밀러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상처뿐이었다.
* * *
“역시 여기가 마음이 편해진다니까.”
처음 왔을 때는 전혀 익숙지 않았던 어머니의 숲.
그러나 드루이드로서 성인식까지 마친 지금.
진우에게 있어서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가 좋기도 하고 말이야.”
괜히 등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물 좋고 공기 좋은 쪽으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곳.
초창기에는 모르는 게 워낙 많다 보니 적응하기에도 바빴지만, 지금은 여유롭기 그지없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덧붙여 인근의 나무 한 그루에 적어 넣은 글씨는 한글로 된 ‘라타콜’이다.
편도 비용이 100억이라고는 해도 세계수로 가장 빠르게 가는 지름길이니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비싼 것만 빼면 참 좋을 텐데. 쯧.”
제법 재산적인 여유가 풍족해진 진우라고 해도 이동 비용으로 100억 원을 쓴다는 건 쉽게 지불하기 꺼려지는 금액이다.
기가스 흐렘인 후린이가 있기는 해도 위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이를 자랑하는 어머니의 숲의 세계수다.
구름이 낀 저 하늘 위까지 가지가 보이지도 않을 지경.
“돈이야 지금도 벌리는 거니까.”
굳이 돈 아끼자고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 않겠나.
게다가 시간도 아낄 수 있다면 더욱 더 좋고 말이지.
거기에 덧붙여,
우다다다닷-!!!
“킁, 킁킁! 냄새로 알고 있었지만 또 보는구나, 인간.”
“네. 반가워요, 라타토스크. 세계수 편도 여행. 가능하죠?”
“물론! 안전하고 빠르게 모셔 주도록 하지!”
게다가 여러 번 신세를 진 라타토스크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
그런 것을 따지고 보면 100억이란 비용은 지금의 진우에게는 큰 출혈도 아니었다.
* * *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어머니의 숲.
그 중심이 되는 세계수의 꼭대기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평균적으로 500년부터 1천 년을 가뿐히 넘게 살아가는.
적게는 인간의 수 배부터 많게는 수십, 수백 배의 역사가 담긴 종족.
그렇기 때문일까?
잔나비 일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족들은 변화를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진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간이다.”
“성인식을 치른 인간 드루이드라.”
“시드랑 함께 니드호그를 제압했다던 녀석이 쟤야?”
“정령왕이랑 계약한 건 알고 있었는데 뭐가 저렇게 많아?”
“확실히 친화력 부분은 대단하긴 하네. 족장님보다 더 뛰어나잖아?”
단, 진우는 예외인 것이 ‘변화’가 나쁜 쪽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좋은 쪽에 많이 쏠려있다.
조화와 가장 어울리는 4대 속성의 정령왕과 계약을 이행 중인 것은 물론이요,
세계수를 갉아먹기에 세계수를 수호하는 만인의 적으로 낙인이 찍힌 니드호그를 노예로 부리는 자라고 불리던가?
어쨌든 나쁜 반응은 아니다.
잔나비만 해도 엔코부터 시드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여우나 너구리 일족 같은 이들과도 친분을 다져 두어서 나쁠 게 전혀 없을 터.
다만 예로부터 해야 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다.
“잔나비 전사로서 받아들여지기 찾아온 건가?”
“……아뇨, 그럴 리가요.”
“훗, 농담이다.”
처음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하이패스로 도착한 잔나비 일족의 집.
그곳에서는 어느덧 집으로 돌아와서 수련에 열중하던 시드가 진우를 반겨 준다.
흉흉한 외관과는 달리 웃음기가 가득한 표정.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수의 꼭대기에 있는 수많은 종족 중에서 잔나비가 가장 영향력이 큰 부분을 선점했다고 한다.
듣자 하니 니드호그를 제압하는 것에 함께 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던가?
안 그래도 여우 일족과 지역 선점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결정타를 꽂는 것에 진우가 큰 도움을 주었으니 고생을 하기는 했어도 기쁜 것은 당연할 터.
기분이 좋은 덕분에 진우도 큰 문제 없이 세계수가 위치한 곳까지 다이렉트로 안내받는다.
“흠흠,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말인데 이번에도 집 무너트리면 안 된다? 복구시키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까.”
“아하하, 그때는 죄송했어요.”
한때 세계수의 은혜 갚기로 뒤집어졌었던 잔나비의 집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겨우 회복한 상태다.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이전보다 바나나 나무라든가, 대나무 등이 좀 더 생기가 가득하다는 것이랄까?
뭐, 그거야 진우의 농장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 내가 안내해 줄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다. 이다음부터는 하이 엘프들의 영역이니 스스로 나아가도록. 뭐, 이미 알고 지내는 얼굴도 하나 있으니 어렵진 않을 거라고 본다.”
“예. 실례했습니다.”
그렇게 더욱 깊숙이 들어간 어머니의 숲의 세계수.
지구의 세계수인 위그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웅장하기 그지없다.
보통의 엘프도 아니고 무려 하이 엘프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
인간인 진우가 접근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주문을 외는 등.
한층 더 강화된 경계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다행스럽게도 퇴짜를 맞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를 찾아온 손님이야. 다들 무기를 내려.”
“티리에나. 아무리 그래도 저자는 추악한 인간이다.”
“그리고 동시에 대지모신 님과 어머니의 인정을 받은 인간이기도 하지. 우리보다 축복받은 이를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절할 수는 없을 텐데?”
“……칫.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목숨으로 값을 각오나 해라.”
“마음대로.”
뭐야, 경계를 했던 이유에는 질투도 섞여 있었던 건가?
하여튼 티리에나의 중재 덕분에 유혈 사태나 쫓겨나는 일은 피했다.
“언젠가 찾아올 줄은 알고 있었지. 그래, 안내를 해 주면 될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야말로. 어머니께 잘 말해 주면 더 좋고.”
“하하, 맡겨만 주시죠.”
인생사 줄을 잘 타는 거야말로 성공의 지름길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