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2
213화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천 배로
척 보기에도 거진 10~15m는 될 법한 거대한 체구.
단순히 거대하기만 할 뿐이라면 비슷한 크기의 오우거도 상대해 본 진우에게는 상대도 아닐 테지만 ‘요툰’이라 불리는 거인들의 무장 상태는 지구에서 마주했던 오우거나 트롤 같은 대형급 몬스터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최소 신화 등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아이템을 보는 안목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통달의 경지에 이른 진우다.
이제는 척하면 척.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겉모습으로 느껴지는 무시할 수 없는 무구의 위력.
하긴, 니드호그의 경고를 듣자 하니 필멸자와 초월자의 끝자락.
예컨대 하나하나가 잔나비 우두머리인 시드나 하이 엘프인 티리에나와 맞먹거나 혹은 그 이상의 실력자들이니 오죽할까?
쓸데없는 마찰은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누군가는 겁쟁이라고 하겠지만 원래 헌터의 삶이 그렇다.
겉으로는 모험을 추구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고위험 직의 끝판왕.
상대의 급을 알아보지도 않고 달려드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객기이고, 만용에 불과할 뿐이다.
[선지자여. 분하겠지만 지금은 저 드래곤의 말이 옳다.]웬만해서는 니드호그의 편을 들지 않는 대지모신조차도 힘을 더해 주는 조언.
어차피 거인 녀석들이 땅속 깊이 박혀 있는 소울 콜렉터들까지 채집해 가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시 몸을 숨겼다가 떠나고 난 뒤에 행동을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될 턱이 있겠는가?
“저, 저럴 수가!”
“그룩 님?”
거인들의 틈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이는 그룩.
꽉 그러쥔 손에서 무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뚝뚝 피가 흘러내린다.
앞에서 동족의 죽음을 보았을 때가 슬픔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봐도 분노의 감정이다.
그 이유를 진우도 머지않아 깨달았으니,
“……저건?”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몸을 움츠리며 덜덜 떨고 있는 드워프의 모습.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고서야 살아 있는 드워프가 거인들에게 포로로 잡혀 있는 것만 봐도 앞의 처참했던 참사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뻔할 뻔자 아니겠는가?
“범인은 가까이에 있다더니.”
딱딱 맞춰지는 퍼즐.
그리고 정답을 때려 맞춘 덕분일까?
아니면 헬라로부터 이곳 헬헤임에 대한 권리의 일부를 부여받은 덕분일까?
소울 콜렉터가 있는 텃밭을 뒤지고 있는 거인들을 명확하게 ‘침입자’로서 판단을 내렸으니, 그에 따른 영향이랄까?
진우의 눈앞에 대뜸 큼지막한 알림음이 떠오른다.
[침입자를 인식했습니다. 지금 바로 처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시겠습니까? YES / NO]※ 주의! 승낙시 요툰들에게 당신의 존재가 97.9%확률로 발각될 수 있습니다.
[헬헤임의 침입자, 요툰 삼형제를 제압 혹은 제거하세요.]* 죽은 자들의 땅 헬헤임에 허락받지 않은 요툰들이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들을 제압하거나 제거하세요.
※ 성공 시 : 10능력치 포인트, 50신용도 획득, 기여도의 상관없이 요툰에 대한 모든 경험치 패널티 없이 획득.
※ 실패 시 : 사망합니다.
※ 특이사항 : 천둥산의 드워프 그람 토르산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입니다. 그를 구할 경우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특이사항2 : 요툰 삼형제를 제거 할 경우 알 수 없는 초월자들로부터 적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헬라와 했던 반영구적인 계약으로 인해 떠오른 퀘스트.
클리어했을 때의 보상도 그렇고, 경험치의 획득 부분까지.
진우의 입장에서는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는 최고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라면 저 거인들 하나하나가 진우보다 강하다는 점.
숱한 전투 경험을 해 봤기에 알고 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들과는 격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대.
아마 예상하건대 직접 맞상대를 한다면 백이면 백.
진우 쪽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다.
뭐, 정령왕의 화신을 발동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진우는 그룩 토르산도, 또 인질로 잡혀 있는 그람 토르산도 생각하면서 싸워야 한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에게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으니,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가 전면에 나서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진우에게는 당장 눈앞에 든든한 고기 방패인 니드호그와 그라바크, 오프니르는 물론이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시에 불러낼 펜리르도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슈와아아아악!
왼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음의 세례.
– 날 불러주어서 고맙다, 소환사여.
“천만의 말씀이야.”
발동시킨 ‘와일드 헌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간지 폭풍 백호.
모든 준비.
고기 방패들이 갖추어졌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YES.”
퀘스트의 수락.
그리고 여지없이 거인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찾아왔으니,
“그르르르?”
“킁킁, 산 자의 냄새가 난다.”
“귀찮은! 헬라한테 들키기 전에 처리한다. 아우야.”
“알겠다, 형님.”
역시 97.9%라는 확률 아니랄까 봐 바로 들킨 상황이다.
허나,
“그럼 슬슬 거인 사냥을 시작해 볼까?”
이미 철저하게 준비된 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이 아니었다.
* * *
딱히 관상학을 철저하게 믿고 따르는 진우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독을 사용하는 이들과 거인들에게 한정해서는 딱 맞아떨어지는 게 관상의 이론인가 보다.
“인간? 어떻게 살아 있는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거지? 뭐, 그런 건 상관없지.”
“마침 출출했는데 잘됐군. 인간 고기가 또 별미라고 했다, 형.”
“츄릅, 늙은 드워프들과는 비교가 안 되겠어.”
은근 멍청해 보이는 얼굴에 걸맞게 단순 무식한 사고를 하는 거인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팟- 파파팟-!
“히히! 잡았다!”
“잘 먹겠습니다아아앙!”
콰직!
상대적으로 지능이 부족한 대신에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선사받기라도 한 듯.
거대한 덩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진우도 깜짝 놀랄 정도의 민첩함이다.
아예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눈 뜬 상태 그대로 거인의 입 속에서 한 끼 식사가 되도 이상하지 않았을 일.
하지만 이 정도에 쉽게 당할 진우가 아니다.
“어라? 아무 맛도 안난다. 뭐냐.”
“잔상을 씹었으니까 아무 맛도 안 나지 멍청아.”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리본 비단 손수건을 통해 알게 모르게 번역된 거인들의 언어.
역시 드워프 제는 다르다 이건가?
뭐, 그건 그렇고 도발의 효과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어 간 모양이다.
“이익! 이 몸 대전사 긴로는 멍청이 아니다! 고기 주제에 건방지다!”
“아우를 능멸한 죄. 곱게 죽지는 못할거다!”
“어차피 죽일 거면서 말은 참.”
산채로 씹어먹으려고 한 마당에 협박 한번 무섭게 한다.
그런데 알고나 있을까?
저 정도의 협박은 대한민국의 복수 드라마물에 비하면 애교 수준도 못 끼기에 진우로서는 아무런 정신적인 타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번 퀘스트의 수락을 통해서 발각된 것은 진우 혼자 뿐.
그 밖의 다른 이들은 아직 발각되지 않았다는 말씀!
달리 말하자면 기습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 완성되었다는 거다.
– 크르르릉!
“끄아아악! 얼굴! 내 얼굴이!”
“진짜로 죽인다, 인간!”
“먹잇감 주제에!”
영물답게 진우의 그림자 속에서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백호의 할퀴기에 얼굴을 부여잡는 거인.
다른 두 거인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지만 앞서 언급했듯.
그들의 운명도 사실상 거기서 끝이나 다름없었으니,
“끄르르르륵!”
“켁! 케헤헥! 너, 너는 니, 니드호그…….”
썩어도 준치라고.
두 마리의 거인을 가뿐하게 제압하는 니드호그의 완력.
버둥거리긴 했으나 그라바크와 오프니르가 각각 달라붙어서 보조하니 옴짝 달싹도 하지 못한 채 꽁꽁 포박된다.
사실상 이제 남은 것은 묶인 녀석들을 마무리하는 것뿐.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니드호그는 제압만 했을 뿐이지 막타를 가하는 것에는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혀, 형님들! 머, 멈춰라 니드호그! 우, 우리는 우트가르트 소속의 거인들이다! 우릴 건드리는 건 곧 우트가르트 성 전체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 가, 감당 할 수 있겠나?”
– …….
앞서 언급했듯.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녀석들.
하긴, 인간이나 엘프 등과 같은 다양한 종족들도 소속들이 있는 마당에 거인이라고 없지는 않을 터.
아니나 다를까?
[초월자(주신)이 입장합니다.]【우트가르트 로키 : 이거 실례가 많았군. 문제 될 게 없다면 그만 내 아이들을 놔줬으면 좋겠는데?】
【니드호그 : 그, 그건…….】
【우트가르트 로키 : 그쪽이 잃은 용아병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도록 하지. 너도 헬라한테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서로 좋게 좋게 끝내서 나쁠 것 없지 않겠나?】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초월자.
확실히 보통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설마하거니와 ‘주신격’이라니.
제아무리 니드호그라고해도 초월자마다 급에 따른 격이 다른 법이다.
헬라나 대지모신에게 쩔쩔매던 니드호그답게 우트가르트 로키에게도 마찬가지로 쩔쩔매는.
그야말로 강약약강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
물론 니드호그가 원래 그런 녀석이라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던 진우인지라 딱히 실망은 하지 않았다.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우트가르트 로키 : 설마 지금 그 말은 짐에게 하는 발언은 아니겠지?】
“여기에 욕 먹을 놈이 너 아니면 또 어디 있겠냐? 안그래?”
【우트가르트 로키 : …….】
다짜고짜 남의 구역에 쳐들어 와서 살림을 쳐부순 것도 모자라서 용아병과 드워프들을 죽였다.
하다못해 용아병은 생명이 아닌 골렘과 같은 이들이라 해도 드워프는 엄연히 생명이 있는 이들이지 않던가?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 식구가 위험해지니까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이쯤되면 뻔뻔함의 수준이, 양심을 국에 말아먹다 못해 바닥에 퉷하고 뱉은 거나 다름없을 지경!
【우트가르트 로키 : 같잖은 필멸자 따위가……!!!】
뭐, 그렇다 해도 어쩌겠는가?
진우는 한낱 필멸자고, 녀석은 초월자 중에서도 최고급의 위치에 있는 주신격.
헬라 때도 그랬던 것처럼 니드호그가 노려보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짜릿한 통증이 진우를 덮쳐든다.
처음 겪는 이라면 그 즉시 혼절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
하지만 진우는 되려 입가에 웃음이 맺힌다.
어째서냐고? 그야 뻔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좋아.”
이미 한번 겪어 봤기에 익숙한 통증.
그렇기에 쓰러지지도 않았을뿐더러 이후에 떠오를 메시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거인들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가 당신에게 추적의 저주를 내립니다.]* 서리거인들의 땅 요툰헤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초월자인 우트가르트 로키는 긍지 높은 거인들의 왕이자 대전사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끔찍이도 아끼며 자존심이 강한 그는 자신에게 피해를 준 이를 끝까지 추적할 것입니다.
* 해당 저주는 오로지 우트가르트 로키만이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성공 시 : ?능력치 포인트, ?신용도 획득, 대지모신의 신격에 해당하는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 부여받을 수 있게됩니다.
※ 실패 시 : 사망합니다.
※ 특이 사항 1 : 서리 거인을 비롯한 하등한 부류의 거인들도 당신에게 극심한 적대감을 느낍니다. 차원이 다른 곳에 위치해 있더라도 추적해올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특이 사항 2 : 거인을 죽일 때마다 적대감과 보상이 함께 상승합니다.
역시는 역시라고 했던가?
헬라 때와 마찬가지로 떠오른 저주.
그것을 확인한 진우가 할 일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 인간, 멈춰라! 이 이상 적을 늘리는 건 네 목숨에 좋지 않다고!
“지금 걱정해 주는거야? 이거 은근 감동인데?”
– 이런 멍청한 놈이!
니드호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그러쥔 진우.
어차피 표적으로서 찍힌 마당에 뭐가 더 걱정이겠는가?
“경험치가 되어라!”
“아, 안돼! 혀, 형니이이임!”
“돼!”
우드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포박된 상태 그대로 목이 꺾여 죽음을 맞이하는 거인들.
이제는 진우에게 있어서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된 그룩 토르산.
그런 그룩의 동족들에게 손을 댄 이상.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천 배로 갚는 진우가 그냥 넘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 이 말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