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25
226화 타락한 작물
“반응이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인데?”
공급을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한 양.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전국.
한국의 정반대 편에 위치한 나라의 헌터나 부자들도 구매하려고 찾아올 정도이니 오죽할까?
심지어는 흔히 되팔렘이라고 불리는 이들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뭐, 이 부분은 내가 신경 쓸 게 아니니까.”
없어서 못 파는 만큼 서서히 올라가는 가격.
이제 앞으로의 역할은 운송과 판매를 맡은 전성 측에 전부 떠맡기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진우는 뭘 하냐고? 뻔하지 않겠는가.
푸욱-!
“훗차!”
수요가 폭발적이라면 그에 맞춰서 공급하기 위한 밭도 추가로 개간해 낸다.
어차피 땅이라면 농장 외에도 게이트까지 있는 상태.
덧붙여 헬헤임도 있지 않던가?
물론 밭을 아무리 많이 만든다 한들 진우가 전부 관리할 수는 없겠지만, 담당 관리인이라면 따로 존재한다.
“이번에도 잘 부탁할게 얘들아.”
꾸와아아앙!
꾸왁, 꾸와아악!
우르르르르-!!!
지금의 농장의 초석을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팜오리 군단이 진우의 외침과 함께 사방으로 산개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척척 각이 잡혀 있는 대열은 웬만한 군인들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유진이도 도와주려고?”
“응!”
“그래, 고맙다.”
꺄꺄꺄!
“너희들도 고마워.”
그리고 그 사이에 응원단장처럼 껴 있는 유진이와 약초 친구들.
보기만 해도 힘이 절로 솟아나는 녀석들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하루가 너무 짧다니까.”
짐꾼 시절일 때에는 탄약고 근무에 설 때처럼 시간이 너무 안 가서 탈이었는데, 농사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서 헬헤임이 좋아. 시간이 널널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지구가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인 헬헤임.
새삼스럽지만 이곳에서의 시간 흐름은 지구와 배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헬헤임의 하루는 지구에서는 이틀로 취급된다.
그러한 만큼 더욱 수월해진 공급망.
다만 주변에 죽은 자들인 언데드들이 도사리고 있는 게 흠이긴 하지만, 헬라와의 거래를 통해서 녀석들은 일절 작물에 간섭하지 않는다.
“쓰읍. 그래도 좀 씻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지.”
거름 냄새에도 익숙해진 진우라지만 다양한 종류의 언데드들의 냄새가 뒤엉킨 것은 가히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언데드들을 다른 곳으로 치워도 오랫동안 밴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데드의 독기도 독독개선을 습득한 팜오리들이 있기에 작물에 해로운 영향은 끼치지 않는다는 정도랄까?
“코가 괴로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또한 익숙해지면 그만일 뿐.
게다가 오늘 할 일을 지금 마무리해 두어야 내일의 싹을 틔우는 것이 농사인 법.
그렇게 한참 진우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스스스-
츠츠츠츠–!!
팜오리들이 독독개선을 통한 해독을 꾸준히 한다고 해도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만큼 100% 완전히 정화되는 것은 아니다.
되려 팜오리들의 정화에 반항이라도 하듯.
한곳으로 남몰래 응집된 독기.
그것이 필트니스 서리태의 한 부분에 스며드는 순간 서리태는 검은콩이 아닌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부에 불과할 뿐.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멀쩡한 모습.
또한 1%에 불과한 극히 일부분이었기에 진우는 변종의 탄생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렇게 빠르게 흘러간 시간.
그 결과,
“……이건 또 무슨 경우야.”
서리태는 서리태.
검은콩이긴 하나 마치 곰팡이가 얹어진 듯한 형태.
[타락한 필트니스 서리태(신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6시간 동안 마력+150
※ 타락한 마나 : 마나의 회복 속도를 대폭 상승시킵니다. 단, 그 대가로 모발을 ‘영원히’ 앗아 갑니다.
※ 잃은 자의 힘 : 모발이 없을 경우 효과가 2배가 됩니다.
– 풍성한 마나가 타락한 필트니스 서리태입니다. 톡 쏘는 맛과 함께 막대한 마나를 선사합니다. 지독한 독기가 응집된 탓에 모발이 빠른 속도로 소실됩니다.
“…….”
헬헤임 속 죽은 자들의 독기와 모발모발의 검은콩과의 조합.
실로 상상치도 못한 혼종이 탄생해 버렸다.
* * *
“환경이 달라졌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긴 하지.”
생각해 보면 그동안 헬헤임에서 기른 작물은 전부 다 헬헤임에서 나고 자랐던 카자크나 자부트, 그리고 소울 콜렉터와 같은 것들 뿐이다.
이미 오랫동안 이곳 환경과 함께했던 녀석들.
반면에 필트니스 서리태는 완전히 새로운 타 차원의 식생이다.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는데?”
겉보기에는 상해 보였으나 그 효과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일단 희귀 등급이었던 것이 신화 등급으로 몇 단계를 껑충 뛰어올랐고, 효과도 말이 안 될 정도로 파격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너무 파격적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무려 6시간 동안 150의 마력 증가량.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특정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에는 300이나 증가시켜 준다.
이 정도 되는 버프량은 지구는 물론이요,
체르를 통해 알아봐도 구하기 힘들 정도의 소모품이다.
뭐, 그 대신 대머리가 된다는 것이 참 크나큰 패널티이긴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머리를 잃는 편이 이득(?)일 수도 있게 된다.
“극한의 효율을 따지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으니까.”
어차피 나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니겠나.
누군가는 구매할 수도 있을 테니 버릴 필요는 없을 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뜻하지 않은 결과물을 통해서 헬헤임의 가능성을 한 가지 더 발견했다는 거다.
당장 진우가 취급하고 있는 작물들부터 핑크 인시리움이나 정령초 같은 고급 약초 등.
거기에다가 체르를 통해서 공급받을 것들까지.
헬헤임의 환경에 의한 변화가 어떻게 작용될지 경우의 수를 셀 수도 없을 정도일 터.
“이거 팜오리의 독독개선을 잠시 배제시켜야 되려나?”
작물 중 타락한 것은 거의 천 개에 하나꼴.
그렇다면 반대로 아예 헬헤임의 독기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흐음, 역시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실행해 보는 게 최고지.”
자고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심어 보면 될 일.
어차피 씨앗은 넉넉한 농부이기에 진우는 이것저것 추가로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 * *
……결론적으로 말해서 헬헤임의 다양한 작물 농사는 아주 대차게 망했다.
– 계약자가 웬일로 흉작을 내는군.
– 이건 밸런스가 망가졌으니 어쩔 도리가 있나.
– 바위처럼 우직하게 나가야했다.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속 그만 긁으시죠들.”
–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긁어 보겠어.
누가 4대 속성.
자연을 상징하는 정령왕들 아니랄까 봐 진우의 실패를 낱낱이 꿰뚫어 봤다.
우선 헬헤임 농사의 실패 원인은 간단하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지.]“여신님마저…….”
독기로 인해 더욱 높은 등급의 작물을 얻어 보겠다고 팜오리의 독독개선 작업을 아예 빼 버렸는데, 그게 바로 문제였다.
사방으로 중구난방 퍼진 독기는 작물이나 약초에 응집되기도 전에 작물을 시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날아간 씨앗과 시간이 아깝긴 해도 얻은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괜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겠는가.
“이번이 안 되면 다음 플랜으로 진행해 보면 될 일이지.”
A플랜이 실패했다면 B플랜으로, 그마저도 실패하면 C플랜.
이렇게 차차 나아가면 결국 최고의 결과가 나올 터.
새삼 이렇게 놓고 보니 펠기르브 같은 드루이드가 다시 보인다.
그도 공략집을 작성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겠는가?
“아직 농부로 대성한 드루이드 공략집도 없으니까.”
애당초에 유일하게 헬헤임에서 농사짓는 것이 허락된 농부.
진우는 그저 이러한 입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나갈 뿐이다.
* * *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헤임.
언데드와 그로 인한 독기만이 가득했던 공간에는 어느덧 감자와 배추, 오이나 양파 고추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물들과 핑크 인시리움이나 정령초와 같은 것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는 상태다.
본래 이곳이 고향이었던 이들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변화.
허나 그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진우는 수확한 것들의 정보를 파악하기 바쁘다.
[타락한 핑크 인시리움의 꽃(측정 불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30, 온전하게 섭취할 시 능력치 포인트 20을 영구적으로 획득합니다.(0/1 1회 한정)
※ 타락한 핑크 약초 : 섭취 시 언제든 원할 때 3분 동안의 숙면만으로 피로와 모든 상태를 회복합니다. 단, 무조건 악몽을 꾸게 됩니다.(4회 제한)
– 짙은 마나를 품은 채 타락한 핑크 인시리움의 꽃입니다. 짧은 수면 시간을 보장해 주는 대신 악몽을 꾸게 됩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악몽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시간 동안 민첩+195
※ 타락한 고추 : 추가로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이동속도를 대폭 상승시키나 30일 동안 미각과 통증을 잃게 됩니다.
[타락한…….“건진 건 대충 이 정도인가.”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팜오리와 호흡하며 여러번의 시도 끝에 결실을 맺은 독기와의 조화.
시도한 작물들은 많았지만, 그중에서 타락이 적용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다 써 봤으니 사실상 그럼에도 적용이 안 된 것은 영향을 받지 않을 확률이 더욱 높다는 소리다.
“효과는 끝내주지만 어째 조금씩 하자가 있다니까.”
괜히 ‘타락’이 아니라고 막대한 힘을 주는 대신 하나같이 패널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물론 영구적으로 대머리가 되는 곰팡이 검은콩에 비하면 그나마 미각과 통증을 잃고 악몽을 꾸는 게 나을 수도?
뭐, 여하튼 그중에서도 독특한 것은 핑크 인시리움이다.
뿌리와 잎, 그리고 열매는 모두 적용이 되지 않은 채 오직 ‘꽃’만 헬헤임의 독기에 영향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정령초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수확 시기가 긴 편에 속하는 데다가 두 가지 속성을 섞을 수도 있으니 경우의 수의 갈래가 셀 수 없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우가 남들보다 빠르게 작물을 길러 낸다고 해도 지금 당장 확인하는 것은 무리인 셈.
“그래도 곧 알게 되겠지.”
지구보다 느리게 흐르는 헬헤임의 시간.
마음 같아서는 정령초도 끝을 보고 싶었지만, 굳이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애당초에 시간은 진우의 편이지 않던가.
게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이벤트가 떴다.
【시드 : 유적 던전으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했는데. 어때. 같이 갈 생각있나? 노파심에 말하지만 상당히 위험할 가능성이 크긴 하다.】
어머니의 숲에서 발견된 유적 던전.
잔나비의 두령인 시드가 위험하다고 할 정도면 진우로서도 상당한 각오가 필요할 터.
하지만 이미 시드가 묻는 순간부터 진우의 대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김진우 : 괜찮습니다. 가도록 하죠. 언제까지 가면 될까요?】
【시드 : 지금, 당장.】
【김진우 : 바로 가겠습니다.】
【시드 : 좋군.】
인생의 진리나 다름없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못 먹어도 고를 이때 아니면 언제 외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