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55
256화 보험과 기회
첫인상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얼굴이다.
외견을 통한 관상학 이론.
그리고 그것을 고스란히 실천해 주는 거인들.
로키에게 통수를 맞았던 거인왕이 그랬던 것처럼 생긴 대로 논다고 거인들은 대체적으로 똑똑함과 현명함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먼 편에 속한다.
일반적인 경우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난다면 서로 말로 설득하는 것이 여러모로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당장 인간이 아닌 상당히 호전적인 편에 속하는 잔나비 일족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말이 통하긴 하지 않던가?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거인들은 잔나비들보다도 호전적인 종족이다.
제아무리 힘의 격차가 있다고 해도 말로 설득이 되지 않는 이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진우는 그런 이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농부치고는 프로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거다.
“쿨럭!”
“그러니 말로 할 때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아. 응?”
“크윽, 같잖은 미물 따위가 감히…….”
“그런 미물 ‘따위’한테 패배하는 것들이 입은 살아 가지고.”
“……죽여라.”
이미 힘으로는 사실상 상대가 되지 않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모습.
좋게 말하면 용맹한 것일 테지만 나쁘게 말하면 주제를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터.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진우는 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
“걱정 마, 안 죽여.”
“헛소리하지 말고 죽여라!”
“내가 왜?”
“…….”
진우의 말에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거인들.
그런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진우 입장에서는 죽일 이유가 전혀 없다.
미쳤다고 죽이겠냐.
이이제이.
훗날의 초월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병기로 써먹을 거인들인데 누구 좋으라고 스스로 제 살을 깎아 먹는 짓을 하겠느냔 말이다.
다만,
“너희 세계에는 이런 거 없지?”
“뭐냐, 그 시뻘건 것은? 피 같은 걸로 우리가 쫄 것 같으냐!?”
“아아, 걱정 마. 이건 혈액 같은 게 아니라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고추 농축액이라는 놈인데 너희들을 아주 솔직하게 만들어 줄 거야.”
죽이지도 않고 사지에도 아무런 이상 없는 아주 깔끔한 천연 유기농 괴식 고문.
이미 앞서 인간과 드래곤 등.
숱하게도 많은 실험 경험이 있던 만큼 거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법.
“끄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그만! 뭐든지 할 테니까!”
“지배자로 따를 테니……!!!”
“역시 고추 농축액이야. 성능 확실하다니까.”
자존심 빼면 시체나 다름없는 거인들이다.
오히려 칼로 사지를 자르거나 하는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긍지 높은 생명체.
허나 그러한 자존심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 바로 고추를 통한 고문 되시겠다.
* * *
지구 말고도 어머니의 숲과 요툰헤임 등.
수많은 차원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말이 통하는 종족들이 드워프나 엘프말고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진우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들 대부분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다는 점.
물론 단순히 수명이 길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무력이든 지능이 되었든 간에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법.
실제로 오래 산다는 관점만 놓고 본다면야 몬스터와 비교할 필요도 없이 동물 중에서도 거북이나 두루미와 같은 십장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을 지배할 정도로 강했던가?
결국 그저 수명만 길다는 것이 유리할 수는 있을지언정 무조건적인 우월함을 가질 수는 없다는 뜻.
그래도 단순무식한 거인들은 어지간히도 진우에게 굴복한 사실이 어지간히도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긁은 모양이다.
“치욕, 치욕이다.”
“이런 치욕은 살아생전 느껴 본 적이 없다.”
“거참 말 많네. 시끄럽고 성 안으로나 안내해.”
“네 녀석. 감당할 수 있겠냐? 지금 성 안에는 산의 거인님과 돌의 거인님께서 자리해 계신다. 우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흐음,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지. 한 번 더 괴식 타임을 가져야 되나?”
“…….”
드높은 자존심도 한순간에 쏙 들어가게 만드는 괴식의 묘미.
‘이거야 원. 고추 농축액이 좀 약했나?’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자신들이 맛보았던 고문의 강도는 니드호그는 물론이요,
진상 패밀리들이 당했던 똥통 담그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그래, 아무리 귀찮아도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순한맛 버전으로 소똥 지옥 한 번 더 만들어 줘야지.’
워낙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의 거인들이다.
이러한 거인들을 담그기 위한 똥통을 이 혹한의 추위가 멤돌고 있는 요툰헤임에 만드는 것도 적지 않은 고생을 필요로 할 일.
그러나 저놈의 자존심이 고추 농축액 정도로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은근히 불만을 투덜거릴 정도라면 어쩌겠는가?
어차피 요툰헤임에서 기르기 시작한 설원초들을 위해서라도 거름은 필요한 법.
아무래도 마른 거름보다는 막 공수해 온 싱싱하고 찰기가 가득한 거름을 사용하는 것이 설원초에도, 거인들에게도 윈윈일 터.
“우트가르트성에 또 다른 초월자들이 들어선 것쯤이야 알고 있어. 근데 그래 봤자 그 녀석들 거인왕인 우트가르트 로키보다 약한 놈들이잖아. 안 그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필멸자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거인왕이 나한테 죽임을 당했단 사실도 변치 않겠지.”
“그건 네놈이 비겁한 술수를 사용한…….”
“어이, 그래 봤자 이미 죽은 놈이야. 이제는 내가 지배자라는 걸 인정해야지? 이 문양 안 보여?”
“크으으!”
오로지 힘과 힘으로 맞붙는 거인들의 세상에서야 이긴 놈이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춘 녀석이겠지만,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좀 다르다.
무력뿐만이 아닌 지력.
강한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놈이 강한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식이겠으나 거인들에게는 소똥 지옥이 그저 잔꾀로 보이는 것일 터.
그것이 문제라면야 해결법은 간단하다.
“네놈들이 자신 있어 하는 마지막 자존심들을 확실하게 꺾어 줘야겠네, 이거.”
백문이 불여일견.
애초에 말로 설명하는 재능보다는 직접 실천해서 보여 주는 쪽이 여러모로 확실하게 뇌리에 각인될 일.
“아, 그리고 그놈의 치욕이라는 거. 이번 일 마무리되면 두 번 다시는 떠올리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기대해.”
“…….”
겸사겸사 완성시키기로 마음먹은 순한맛 똥통에 죽기 직전까지 코박죽 시켜 주는 것까지 확실하게 선포해 주고 가는 진우였다.
* * *
요툰헤임의 우트가르트성.
본래 거인왕의 터전이자 요툰헤임의 지배자의 왕좌가 되는 공간.
현재 그곳에 두 초월자.
산의 거인 수퉁과 돌의 거인 흐룽그니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는 진우다.
그도 그럴 것이,
– 고마워. 네 덕분에 헬헤임도 그렇고 요툰헤임 쪽의 정보망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어.
“말로만요?”
– 흠흠, 하여튼 황금 고블린 그 녀석한테 배웠다 이거지? 좋아. 이 두 차원에 한해서 얻게 된 정보들에서는 10%까지 할인해 줄게. 어때?
“깔끔하게 20%로 가죠.”
– ……15%.
“25%.”
– 왜 더 올라가는 건데!?
“체르식 흥정법이라고 아시나요?”
– 알았어. 20%로 해. 대신에 정보는 지금 바로 팔아 줄게.
“벌써요?”
– 그럼. 우리 요정 찻집을 뭐로 생각하는 거야?
요툰헤임에 오기 한참 전에 요정 찻집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
추가로 요정들의 경우에는 종족 자체가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뭐, 그렇다고 해도 하급이나 중급으로는 턱도 없지만, 상급이라면 얘기가 다를 터.
요툰헤임의 혹한의 추위라는 환경 속에서도 문제없이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말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했던 정보가 바로 우트가르트성에 자리 잡게 된 두 초월자에 대한 것이다.
“원래 호랑이가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 한다고 하니까.”
본래라면 거인왕의 입지로 인해 접근하지도 않았을 공간.
그러나 거인왕이 죽은 이후 두 초월자는 자신들 휘하의 하수인들을 데리고 우트가르트성에 눌러앉았다.
무려 하나가 아닌 두 초월자를 상대해야 되는 일.
허나,
“오히려 좋아.”
이건 진우에게 있어서 손해라기보다는 이득인 편에 더욱 가깝다.
어째서냐고?
[요툰헤임의 두 초월자(요정 여왕 티타니아)]요정 여왕인 티타니아가 직접 손수 조사해 온 정보.
여기에 적혀있는 내용의 중점이 되는 것은 그저 두 초월자가 우트가르트성에 있다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둘의 사이가 죽마고우가 아닌 정반대라는 거다.
만나면 싸우는 거의 원수지간에 가깝다.
그런 둘이 비슷한 시기에 성에 위치하게 된 이유야 뻔할 뻔 자 아니겠는가?
“서로 왕이 되겠다고 난리 치는 거지 뭐.”
정작 요툰헤임의 지배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힘의 문양을 가지고 있는 쪽인 진우가 여기 떡하니 있는데 자기들이 집주인이라고 우기는 꼴.
그러나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진우에게 먼저 떠오른 것은 분노 같은 감정 따위가 아니다.
“두 배 이벤트는 못 참지.”
상대해야 될 적이 둘이 된 게 아니다.
되려 이간질해야 할 경험치 덩어리가 둘이 된 셈.
위기는 곧 기회라고.
체르에게 배운 상인으로서의 지혜가 머릿속에서 큰 소리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 * *
거인왕 우트가르트 로키와 그 밑의 수많은 거인 하수인들.
자신이 설치했던 소똥 지옥을 통해 대부분을 익사+질식사시킴으로써 진우가 얻었던 경험치의 양은 실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많은 경험치들 중에서도 유독 독보적이었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거인왕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기여도를 아우둠라가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4개의 레벨을 올려 줄 정도의 파격적인 경험치의 양.
만약.
정말로 만약에 그런 거인왕의 경험치를 진우가 혼자 독식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두 자릿수의 레벨업도 전혀 불가능한 소리도 아닐 터.
그렇기에 이번 요툰헤임으로의 행선지에서 진우는 아우둠라를 동행시키지 않았다.
태초의 암소.
초월자 중에서도 대지모신과 맞먹는 힘을 갖추었기에 든든하기야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는 법.
앞서 누누이 말했듯이 그녀가 동행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기여도는 전부 그녀의 차지가 될 것이다.
좋든 싫든 간에 진우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것이 아우둠라니까.
물론 거인왕에 비하면 한 수 아래에 해당하는 두 거인들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주신격 초월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돌의 거인과 산의 거인이다.
거인들이 아무리 지식 쪽으로는 멍청하다고 해도 무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직접 겪어 보지 않았던가?
자칫 삐끗했다가는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강함.
그에 따른 대지모신의 걱정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너무 걱정 마세요. 당연히 저도 만약을 위한 보험은 갖추었으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경험치가 좋다고 해도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목숨이다.
억만장자,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죽어 버리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진우도 당연히 혹시나 발생할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 정도는 갖추어 뒀다.
그게 뭐냐고? 뻔하지 않겠는가.
진우의 품속에 자리하고 있는 하나의 자그마한 구슬.
본래대로라면 펜리르가 묶여 있던 글레이프니르의 속박을 풀어 준 유진이가 가지고 있어야 될 물건이지만 진우는 그 강력한 강탈의 공주님께 유일하게 대여가 가능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물론 물건이 물건인 만큼 비싼 값을 치르기는 했다.
(딸기주스 10개!)
(오케이 땡큐!)
그렇게 딸기주스 10개와 함께 일시적으로 물물 교환에 성공한 펜리르의 구슬.
참고로 전달받은 구슬의 효과는 이전과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