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80
281화 이기어낫
교도소의 존재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았을 때 대체로 2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죄수의 감금과 갱생.
전자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이루어진다지만 사실 후자의 경우에는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갱생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무엇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와도 같은 말도 있으니.
물론 극소수.
100명 중 1명이라도 자신이 저지른 일을 반성한다면, 교도소의 존재의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터.
그런데 만약 이러한 갱생의 확률이 1%가 아닌 10%.
아니, 90% 이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조작이 아니고서야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비대칭 고오급 전력인 드워프가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둠의 정령이 함께하는 한국의 교도소. 흉악범들의 갱생 비율 100%에 육박해.] [정령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사람들. 정밀 조사 끝에 무죄인 것으로 밝혀져…….]“역시 드워프 님들이야. 늘 기대했던 것 이상이시라니까.”
빌런들로 인해 겹겹이 터졌던 교도소 문제를 단 한 번에 깔끔하게 해소시켜 주는 성능.
어디 그뿐만인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굳이 진우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한국의 교도소에 관한 소문이 퍼져 나가며 해외 각국에서도 파견 요청을 보내올 정도였다.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앞다투어 돈을 지불할 지경이다.
효과는 이미 확인된 데다가 출처 역시 드워프.
거기다 무려 김진우라는 점도 한몫 단단히 해 주었을 터.
다만, 그렇다고 해서 순전히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광화문에 모인 모 인권 단체, 공포를 조장한 교도소에 대한 반대 시위.]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 범죄자가 아닌 사람입니다!]어딜 가든, 국가와 인종을 따지지 않고 존재하는 인권을 사랑하는 이들.
뭐, 이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인권을 챙겨야 할 때도 분명히 있기는 하니까.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뭐든지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거다.
인권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범죄자와 피해자.
이 둘 중에 누구의 인권을 먼저 챙겨야 할지는 어린아이한테 물어봐도 알지 않겠는가?
– 광화문 보니까 난리도 아니던데. 쟤들 왜 저럼?
– 참 할 짓도 없지. 시간이 아깝지도 않나.
– 외국에서도 시위하는 사람들 은근히 적지 않게 있더라.
– 저거 단체들한테 돈 받고 하는 알바들이라는 소문 있던데?
– 그러면 인정이지 ㅋㅋ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못 참지.
그리고 여론은 상대적으로 범죄자보다는 피해자 쪽의 편에 가깝다.
까놓고 말해서, 그 누가 사기꾼이나 흉악범들의 편을 들고 싶을까?
아무리 세상이 넓고 사연 없는 사람 또한 없다지만, 그렇게 따지면 법 잘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이제 이쪽은 해결이고, 마저 수확이나 해 볼까?”
이 정도로 일을 진행해 두었으니 자질구레한 부분은 드워프의 출장으로 해결될 터.
추후 돌아온 이들에게 축배 겸 건네주기 위한 술들도 양조 중인 상태였다.
그러니, 농부인 진우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수확에만 집중하는 것뿐.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
“그래, 그래. 너희들이 고생 많았지. 많이 먹어라.”
꾸와아아앙-!!!
밀웜을 입에 문 채로 팽이처럼 도는 팜오리들의 환장의 헤드뱅잉.
이러한 진풍경을 직관하며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야말로 진정 보람찬 삶이라 할 수 있을 터였다.
* * *
위엥~ 위에에엥~
음머어어엉~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꿀벌들과 아우둠라의 젖소들만으로도 완성된 풍요의 땅이었지만, 진우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했다.
꾸와아아아악!
꾸왁! 꾸왁!
꺄꺄! 꺄꺄꺄!
이제는 빠지면 섭섭할 팜오리들과 녀석들을 보조해 주는 만드라고라, 그리고 천묵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따뜻해지는 녀석들의 행동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꾸왁! 꾸와아아악!
군악대가 떠오를 법한 우렁찬 울음소리.
성대를 악기 삼은 녀석들은 박자에 맞춰 걸음을 내딛고, 발걸음이 지나간 곳은 생명이 넘실거린다.
위잉~ 위이이잉~
이어서 그것을 보조하기라도 하듯.
팜오리들이 한 차례 휩쓸고 간 자리를 돌아다니며 자연 수정에 집중하는 꿀벌 무리.
그렇게 오리농법+양봉의 시너지가 적용되면 그다음으로는 농장 주인이 일을 할 차례다.
스륵- 스르륵-
당연한 말이지만 작물들의 종류가 다른 만큼, 성장을 끝마치고 열매가 맺히는 시기도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개중 어떤 것은 열매나 과실이 목적이 아닌 꽃을 필요로 하는 등의 구분도 필요했다.
무릇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다지만 농부란 직업도 다 배움의 영역인 법.
그런 의미에서 진우의 나이가 비록 많진 않다지만, 프로가 된 지 오래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농부의 프로가 아닌 전 세계.
아니, 전 차원을 놓고 봐도 손에 꼽힐 드루이드계의 농부.
게다가 나름의 잔머리도 꽤 굴릴 줄 알았으니.
– 정말 괜찮은 것이겠지?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으셨어요?”
– 그거야 그렇지만, 괜히 실수했다가 대지모신이 다음 화 안 보여 줄까 봐 그렇지.
“아…….”
새삼스럽지만 대지모신의 특강 끝에 제2의 씹덕 초월자가 되어 버린 요르문간드다.
초월자이긴 해도 넷상의 결제 같은 데는 뉴비나 다름없으니, 대지모신이 절대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나 뭐라나.
여하튼 진우의 잔머리는 바로 데미 갓 칭호의 꼼수를 활용하는 거였다.
– 그럼 시작하겠다.
“언제든 준비 완료입니다.”
쿠화아아악-!!!
진우를 향해 내뿜기 시작한 요르문간드의 독액.
정말 죽일 기세로 뿜어져 나온 독액은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버섯구름처럼 자욱한 독가스의 형태로 진우를 덮쳤다.
“드루와, 드루와!”
덧붙여 작물에 닿지 않게끔 진우에게만 쏘아진 일종의 코팅형 독가스 되시겠다.
진우의 몸에 찰싹 달라붙자마자 빠른 속도로 깎여 나가는 생명력.
아무리 옅게 약화시켰다곤 해도 어지간한 필멸자라면 그 자리에서 끔살당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데미 갓으로 인해 1,310% 상승한.
무려 13배의 능력치 뻥튀기를 발생시킨 진우라면 버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 붙어라, 붙어!
– 바위처럼 단단하게!
– 계약자여. 우리만 믿어라.
혼자라면 뼈를 깎는 고통이 찾아왔을 테지만, 진우에겐 계약을 성사시킨 정령왕만 해도 무려 다섯이나 존재한다.
고기 방패의 상징인 대지의 정령왕의 바위 갑옷과 실시간으로 독을 정화시키는 불, 물, 바람의 3연타.
– 크흠.
사정상 도울 게 없어서 구경만 하는 어둠의 정령왕은 넘어가도록 하고.
진우가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눈앞의 알림음이 그 답이었다.
[말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말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진우의 귓가를 쉴 새 없이 때리는 메시지.
하나같이 실로 오랜만에 보는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을 알림이었다.
이제는 너무 높아진 자신의 힘으로 인해 영약의 섭취 등을 제외하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볼 수 없던 자연적인 영구 능력치 상승.
그만큼 강력한 독액의 위력이었지만 버틸 수만 있다면야 이만한 작업이 또 있을까?
추가로 데미 갓이 꾸준히 적용된다는 점.
이것은 농사에도 장점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었다.
으득- 으드득-
“악바리 근성이다 이거지.”
누군가 그랬던가.
농사란 허리를 갈아 넣는 것이라고.
진짜 말 그대로 몸을 갈아 넣는.
오직 진우만이 가능한 농사 방식.
단순히 체력 상승의 꼼수 말고도 능력치가 높아졌을 때의 이점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마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함께 커진 마나통이었으니.
그저 정령의 힘을 운용하는 것 외에도, 마나는 농사에서도 쓰이는 만능 능력이었다.
* 풍요의 낫과 호미 : 사용자가 사용할 수도, 또 스스로 움직이며 수확 활동 및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자아가 깃든 낫과 호미를 소환합니다.
※ 소환된 낫과 호미의 내구력은 무한으로 결코 파괴되지 않으나 유지를 위해서는 마나를 필요로 합니다.
평상시보다 13배로 높아진 마나량으로 인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유지력을 자랑하는 풍요의 낫과 호미.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굳이 한 세트씩만 다룰 이유가 있을까?
[스킬, 풍요의 낫과 호미를 시전합니다.] [스킬, 풍요의 낫과 호미를 시전합니다.] [스킬, 풍요의 낫과 호미를 시전합니다.]……
여유가 되는 한도까지 낫과 호미를 소환하여 수확하자 이건 거의 이기어검.
아니, 이기어낫이었다.
훙훙훙훙훙-!!!
파박- 파바바박-!!!
낫이 프로펠러가 돌아가듯이 회전하며 작물들을 베어 내고, 요란한 움직임의 호미는 땅속 깊숙이 숨어 있던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구황작물들을 속속들이 잘 캐냈다.
그러면서도 아직 덜 익은 것들은 물론이요.
중간중간 마주하는 팜오리나 꿀벌 등에게는 아무런 상처 없이, 세세한 컨트롤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해 낸다.
“후우…….”
다만, 전혀 힘이 들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다.
사람이 각각 한 쌍의 손발을 움직이는 건 쉽지만 그 이상으로 가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의 등에 갑자기 날개가 돋아난다고 했을 때 곧바로 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심지어 현재 진우는 요르문간드 표 특제 독가스 코팅까지 겸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그 어려움은 자연히 배가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다곤 해도 진우는 해내야만 한다.
이 땅을 지켜야 하는 농부로서,
“우와! 아빠 최고! 최고!”
“고맙다, 유진아.”
또 한 아이의 가장이기에 어떻게든 해냈다.
유진이가 보는 앞에서 고통에 표정을 찡그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10분, 30분, 1시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분명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 ……정말이지 별의별 공격 수단은 다 봤지만. 저런 건 난생처음이라니까.
– 장관이지 않습니까, 형님.
– 투쟁심이 들끓어 오르니 한 번 진심으로 붙어 보고 싶기도 하군.
“친선전만 받습니다.”
무아지경의 시간 동안 익숙해진 덕분일까?
이제는 펜리르나 요르문간드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기어낫을 다룰 수 있을 정도.
그러나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농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이었으니,
[…….] [차원 가방의 총량이 30%를 넘어섭니다.]“……와우.”
이기어낫에 집중하는 동안 묵혀 두고 보지 않았던 탓일까?
한 번에 오픈하자 끝이란 걸 모른다는 듯이 올라가는 수확 알림음.
어찌나 많이 수확했는지 그 거대한 차원 가방의 총량이 30%를 채울 정도.
많은 양의 식량, 혹은 추가적인 가공을 통해 영약이나 심지어는 무구가 되기도 하는 작물을 대량으로 얻은 건 당연히 좋았으나, 진우도 농부이기 이전에 헌터이기 때문일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가 5,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가 5,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경험치 죽이네.”
한 번의 농사로 2번의 레벨 업.
어떻게 보면 적을지 몰라도, 지금 순간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감안하면 진우의 성장 가능성은 사실상 무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