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6화
철컹!
우리의 새로운 아지트 2호, ‘퍼스널 짐’에서 아름다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
“로헨, 데도 이프트? 성공이다!”
“데드 리프트! 그럼 총 몇이더라?”
그리고 나는 방금 데드 리프트 120kg을 성공했다!
“그러니까, 스커트? 가 100kg!”
아쉽군. 확실히 100kg을 넘기고 싶었는데.
“밴찌 푸레스가 80이었다! 그니까, 총 300이다!”
장비도 생겼겠다, 처음으로 측정한 3대 무게는 300. 어지간히 건장한 성인 남성도 들기 힘든 무게다.
더군다나 지금 내 몸무게가 60kg 언저리쯤 되니, 몸무게 대비로 따지면 탈인간급 근력이지.
‘큰 무게는커녕 사실상 크로스핏에 가까운 무게만 들며 단련해온 것 치곤 상당하군. 잘해 왔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사실상 기아 난민이었던 몸에서 이뤄낸 쾌거다.
‘……아니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건 잘한 정도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거지!’
전생이라면 스테로이드를 쓰더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낸 거다.
이쪽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서 감각이 이상해졌다.
[퀘스트 : ‘3대 무게 측정’ 달성] [퀘스트 보상 획득 : 근 회복시간 50% 단축. 효과 지속 시간 : 29 : 59 : 52]좋다! 근 성장 2배 피버 타임이군!
‘더 단련해서 3대 무게를 500까지 만들어 놓는다면, 그 녀석을 상대하는 데 충분할 거다.’
이번 늑대 습격사건을 하던 중 숲속에서 시선을 느꼈다.
불타는 듯한 시선. 단순히 사냥감을 노려보는 포식자의 시선이 아닌,
잠자코 기회를 엿보고 있는, 그런 신중한 눈빛이었다.
‘복수하러 오겠지. 분명히.’
지금 내 허리에 중량 벨트로 쓰고 있는 가죽의 주인.
회색 늑대 ‘그림자’의 복수를, 동시에 경쟁 종족인 오크를 쓸어버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거다.
‘기다리고만 있는다면 녀석들의 습격을 당할 뿐이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을 잡기 위해 나서고 싶지만…….’
『앞으로 검은 숲으로는 누구도 들어가지 마라! 로헨, 너도 예외는 아니다!』
부족장은 위험을 방지하는 쪽을 택했다. 그걸 대놓고 어기는 건 나로서도 귀찮은 일이 될 거고.
‘무엇보다, 그 녀석을 상대할 만큼의 힘을 갖추진 않았어.’
그러니 3대 500을 먼저 찍는다! 일단 그것부터 생각하자!
“좋아, 그럼 오늘은 밭을 가꾸러 가자.”
“오늘은 사냥 안 가냐?”
“당장 고기는 그동안 비축해둔 고기로 충분해. 하지만 밭은 이번 기회에 재빨리 갈아두지 않으면 다음 작물을 기대하기 힘들어.”
관리가 안 된 채 마구잡이로 자란 작물은 이후의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산에서 나오는 고기나 야채, 야생 보리 같은 것으론 부족하다.
많은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막대한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 열량.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고기만 먹어서는 몸이 강해지지 못해. 콩이나 보리도 여기서 제대로 키우면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어.”
‘프라이빗 짐’을 찾아낸 이후, 나와 사총사는 아지트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 결과, 과거 종자 창고로 썼던 창고를 발견했고, 그곳에 저장했던 콩, 고구마, 감자 등의 작물을 발견했다.
대부분이 썩어 버리거나 상했지만, 운 좋게도 스며드는 빗물에 수경재배 된 모종들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원래 시골 농가의 아들내미였다고!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적어도 밭농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돈 알고 있지.’
근육 키우려다 이게 무슨 농업 혁명을 일으키는 건가 생각도 들지만, 먹는 거야 말로 근육의 원천이니까.
“근육은 단백질로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다른 먹거리의 영양소가 있어야지 제대로 만들어져.”
나는 에이크를 가리켰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희 형이 내가 알려주는 대로 훈련하고 골고루 먹었다면 지금보다 근육이 두 배는 됐을걸?”
그건 내 몸으로 오크의 근 성장 정도를 시험해보고 나온 결론이다.
농담 아니고 내가 체이카의 나이까지 계속 근 성장을 계속하면, 로니 콜먼도 넘어서,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몸이 된다는 결론이 나오니까.
“나도 농사는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 필요한 일이야. 앞으로 먹여 살려야 할 입들이 더 늘어날 테니까.”
그래, 지금 오크에 농업 혁명을 일으키려고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어~이! 로헤엔!”
“오, 마침 잘됐네.”
나의 이름이 들려오는 쪽을 보니, 대여섯 명 정도의 오크 아이들이 오고 있다.
“로헨, 우리 왔다!”
“열심히 이것저것 가져왔다!”
“우리 혹시 뭐 도와줄 일 없냐?”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도와준 오크 아이들 무리의 일부가 우리에게 찾아오기 시작한 것.
“너희들, 조용히 행동하라고 했지?”
“우리 조용히 왔다!”
“걱정마라, 진짜 몰래 왔으니까!”
제 발로, 얼기설기 엮은 낡은 바구니에 각종 과일이나 열매를 가져오는 녀석들을 어찌 내칠 수 있겠나.
나의 전생, 한국인으로서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은 절대로 못 거스른다.
‘찾아온 손님은 빈속으로 보내지 마라!’
‘일단 뭘 먹여라!’
‘밥심은 중대 사항이다!’
이 녀석들은 지난 번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고, 자기들을 윽박질러 먹을 걸 구해오게 시키기만 하는 어른들보단,
자신들을 구해주고, 늑대들을 해치우고 찾아오면 뭐라도 잔뜩 먹여주는,
이 로헨 무리가 더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 오는 녀석들과 다른 녀석들 합쳐서 열 명 정도가 한계지. 그 이상 하면 우리가 감당 못 해!’
일이 그렇게 된 고로, 먹여 살려야 하는 입이 더 많아졌고,
사냥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작물을 더 많이 키워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 얘기임.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자, 우릴 도와서 밭을 개간하는 거야!”
“뭐,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알겠다!”
“간단히 말해, 여기를 정리하면 먹을 게 막 늘어난다는 거야!”
와아아아!
먹을 게 복사가 된다고! 이 한마디에 녀석들은 엄청난 의욕을 보여줬다.
깡마른 녀석들이지만, 오크 기본 스펙도 있으니 밭일 정도는 무리 없이 한다.
녀석들도 막막한 채집 활동보다 뭔가 하는 느낌이라도 나는 잡초, 덤불들을 치우는 지금 이 밭일을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여기선 먹을 게 잔뜩 나오고, 그걸 어른에게 뺏기지 않으니까.
“여기서 나오는 건 모두 우리가 먹을 거니까, 정성을 들인 만큼 좋은 게 나올 거야!”
오오오!
먹을 걸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을 더 맘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손이 늘어나니까 밭을 정리하는 것도 꽤 빨리 끝났다.
‘만약 수확이 늘어나면 밭을 좀 더 크게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까.’
덩굴과 잡초가 걷어지면서 드러난 밭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던 중.
아우우우우-!
“히익!”
“느, 늑대!”
멀리서 늑대의 하울링이 들리자 아이들이 모두 흠칫 웅크렸다.
“걱정 마. 먼 곳에서 나는 소리니까. 설령 놈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내가 너희를 지켜줄게.”
“우리도!”
“지켜준다!”
사총사는 내 옆에 차례로 나열하더니.
“흐읍!”
“하아!”
척! 처척!
각자 포징을 선보였다.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프론트 렛 스프레드, 사이드 체스트, 사이드 트라이셉스…… 뭐야, 꽤 훌륭하잖아?!
조금 엉성한 면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근육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어!
‘언제부터 연습한 거지!? 이 기특한 녀석들…….’
아, 아니 감탄할 때가 아니지!
‘그건 내가 해야 하는 거잖아! 니들이 선수 치지 말라고!’
아이들은 그런 우릴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저런 눈을 하는 녀석들을 절대 버릴 순 없지.
‘그래요, 족장님. 나는 반드시 오크들을 다시 부흥시킬 겁니다!’
*
“더는 못 참겠습니다!”
“신중해라. 저 안에 있는 ‘하얀 갈기’는 검은 숲의 수호신이라 불릴 정도의 녀석이다.”
버라던은 흥분한 체이카를 향해 침착하게 타이르듯 말했다.
“언제까지 그놈을 두려워해서 숲으로 들어가지 않을 생각입니까!”
“짐승 무리의 우두머리는, 그들의 본거지에서 무리를 이끌면 더욱 강해진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
“그렇더라도, 우리는 오크입니다! 언제까지고 늑대들이 두려워서야-.”
“그런 말을 너보다 먼저 한 녀석이 있었지.”
“윽?!”
당황하는 체이카를 바라보는 버라던의 눈이 깊은 빛을 내었다.
“체이카, 너는 너보다 한참 어린 녀석을 네 경쟁자로 받아들이고 있나? 흥, 그때부터 이미 넌 패배한 거다.”
“크윽!”
체이카는 불쾌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습니다! 족장님께서 말리시더라도, 전 그 하얀 갈기 놈을 잡으러 가겠습니다!”
부족 최고의 사냥꾼인 그를 말릴 방법도 없다.
버라던은 그저 떠나가는 체이카의 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
“흠, 오늘은 이 정도면 되겠지.”
오늘은 드러난 땅을 고르는 작업을 마쳤다. 머릿수가 늘어나니 척척 진행되는군.
“아이고…….”
“힘드러어…….”
“채집이 더 쉽지 않았어……?”
이쯤 되니 애들도 농사의 힘듦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수고했어. 이제 정말 힘든 고비는 넘겼다!”
“로헨, 이거 진짜로 이러면 먹을 게 나오는 거냐?”
“땅에서 먹을 게 진짜로 나오냐?”
슬슬 일이 고되니 의심 암귀가 도지는군. 구구절절 말은 필요 없다!
“너희들!”
펄럭!
나는 늑대 가죽으로 만든 상의를 벗어던지며, 나날이 영글어가는 나의 체지방 6%대의 근육을 보였다.
“나의 말을!”
사이드 체스트!
“믿지 못하는 거냐!”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내 근육에 맹세컨대, 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모스트 머스큘러 포즈!
“오오오!”
이제 나의 근육은 매혹 효과까지 일으킬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 모두 나의 모습을 보고 멍한 표정으로 넋을 잃으니,
‘저 표정을 성인 오크들이 짓도록 만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멍한 아이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휴식. 밥 먹을 준비 하자. 다 먹거든 다들 지난번처럼 스트레칭을 하는 거다!”
“네-엣!”
오크 아이들은 내 말에 삼삼오오 흩어져서 각자 물을 떠 오거나, 재료를 가져오거나 하며 식사를 준비했다.
“로헨, 우리는 겁나 운동시켰으면서 쟤들은 왜 스드렛칭만 시키냐?”
“우린 겁나 굴렸으면서!”
‘이것들은 이제 나름 후임이 생겼다고 나한테 투덜거릴 짬이 생겼네? 많이 컸다?’
“쟤들은 몸이 운동을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해. 너희들은 나랑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운동을 할 만큼은 되어 있었으니까 시켰던 거지.”
“운동만 하면 강해지는 거 아냐?”
“제대로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운동을 해 봐야 몸을 망가뜨리기만 해. 저 녀석들은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먹을 걸 먹여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게 우선.”
내 말에 우르와 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걸 이해했냐?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그 다음엔, 흐흐……. 저 중에 과연 얼마나 나하고 같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굴려야지…….”
“로헨, 웃는 게 무섭다…….”
파스슥!
“응?”
순간, 멀리 숲에서 뭔가 파슥거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검은 숲으로 들어가는 건 분명 금지되어 있을 터.
아 물론 우리야 검은 숲에 살짝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사냥을 하긴 하지만.
‘오늘 카카와 에이크는 숲 인근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기로 했지. 그 녀석들은 아닐 테고…….’
“우르, 푸크. 애들하고 식사 준비 계속해. 난 잠깐 갔다 올게.”
“오우.”
난 즉시 검은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누구냐, 고라니도 이런 식으로 티를 내며 숲에서 움직이진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한 숲속으로 향하니,
“허어?”
그곳엔 체이카가 이끄는 성인 오크들의 사냥꾼 무리가 있었다.
각자 조잡한 창과 칼을 든, 총 10명 남짓한 무리들.
‘저렇게 한데 뭉쳐서 가는 걸 보면 저건 사냥하러 가는 게 아냐.’
마치 전쟁터로 출정하는 병사들 같은 모습이다.
‘늑대 무리를 치러 가는 거군.’
분명 검은 숲에 있다는 늑대들의 우두머리, ‘하얀 갈기’를 치러 가는 거다.
‘하지만 너무 성급해. 게다가 저렇게 대놓고 공격하러 간다고 과시하는 건…….’
하지만 사냥꾼으로 활약하던 오크들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궁금해진다.
‘일단, 뒤를 밟아 보자.’
그러며 나는 나무 아래를 뒤졌다.
“끄응…… 이건 정말 싫은데.”
쌓여 있던 나뭇잎 아래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짐승의 똥이 있었다.
‘후, 이걸 써야만 하는 게 너무 싫다.’
나는 짐승의 똥에 과감히 손을 대었다.